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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68화 (168/200)

168화

0.01초 소드마스터 168화

쐐애애애액-!!

블랙 메테오가 허공을 가르며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미친놈이 그냥 성에다가 던질 것이지, 갑자기 내 쪽으로 던지는 바람에 상황이 심각해졌다.

‘저 핵폭탄을 내가 막아낼 수 있을까?’

이제까지 내 수호의 방패가 막아낸 것들과는 그 결이 다른 공격이었다.

블랙 메테오는 플레이어들이 뽑은 최악의 스킬 중 하나로, 아무리 위대한 문명과 마법을 연구해도 블랙 메테오는 한 방에 그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스킬인 셈이다.

수백 시간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 고작 저거 하나에 전부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면 얼마나 그 허탈감이 크겠는가.

그만큼 블랙 메테오에 대한 악명은 굉장히 높았다.

그런 스킬이 지금 나를 향해 치달아 오고 있는 것이었다.

촤아악-!

하지만 믿음직스러운 내 부하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레바노스와 알렉산더, 그리고 하리엘이 칼을 뽑아 들고 달려가 내게 치달아 오는 블랙 메테오를 정면으로 막아 세웠다.

콰콰콱-!!

‘옳지. 잘한다!’

한 명은 라일라칸을 제외한 소드마스터들 중에서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는 레바노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폭발적인 잠재력과 온갖 사기적인 특성을 다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의 주인공, 알렉산더.

그런 그들을 보조하는 다크 엘프 라파엘과 하리엘까지!

전혀 부족함이 없는 네 명의 콤비가 블랙 메테오를 막고자 그들의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크악!”

“크헉!”

보기 좋게 나아갔던 레바노스와 알렉산더, 그리고 하리엘은 단 몇 초도 버티지 못 하고 나가 떨어졌으며, 방어막을 펼쳐 블랙 메테오를 막아 보려 했던 라파엘 역시 비명을 지르며 풀썩 쓰러졌다.

‘이런 쓸모없는 것들!’

이럴 줄 알았으면 골드랑 레드 드래곤도 같이 데려올 걸 그랬나.

하지만 좌절하기는 이르다.

파앗-!

잠자코 있던 라일라칸이 앞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콰아앙-!!

휘몰아치는 무한의 마력을 검에 실어 정면으로 블랙 메테오와 충돌한 라일라칸!

그 무지막지한 힘이 폭발하면서 블랙 메테오가 그의 칼날에 멈춰 섰다.

콰콰콰콱-!!

역시 라일라칸인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끌어 올린 라일라칸은 등 뒤로 쭉 뻗은 두 날개가 푸른 전류를 발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제아무리 라일라칸이라도 블랙 메테오를 파괴할 방법은 없는 듯했다.

그저 저렇게 안간힘을 다하여 버티고 있는 것이 전부.

하지만 무려 블랙 메테오를 단신으로 막고 있는 것도 굉장히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쏴아아아-!!

저 뒤에 있던 악마 놈들이 온갖 마법 공격을 라일라칸에게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콰콰쾅-!!

그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라일라칸도 결국 블랙 메테오에서 튕겨 저 먼발치까지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콰아아아-!!

블랙 메테오가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미, 미친!’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감고 싶었다.

하지만 이놈의 허세 때문에 나는 블랙 메테오가 빠르게 다가와도 눈을 부라렸다. 거기다 나는 다급하게 손을 뻗었으나, 허세에 절여진 이 몸은 아주 느릿하고 여유 있게 손을 뻗었다.

‘이놈의 허세가 또 여기서!’

콰아아아아-!!

그러는 동안 블랙 메테오는 정말로 내 코앞까지 다다랐다.

* * *

아슬란의 부하들이 옹기종기 모여 블랙 메테오를 막아내려 했으나,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멍청한 놈들. 저걸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모데루스는 한심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단신으로 메테오를 막아내고 있는 라일라칸을 보며 깜짝 놀랐다.

저 정신 나간 놈은 대체 얼마나 힘이 센 건지, 블랙 메테오의 진격을 홀로 막아내는 중이었다.

“저놈을 치워 버리거라.”

“예.”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라일라칸이라 할지라도 블랙 메테오를 그 최강의 검으로 쪼갤 수 없다.

결국 라일라칸 역시 그 거대한 힘을 막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으며, 이제 남은 건 아슬란이었다.

‘원래 저놈에게 던지려던 건 아니었는데.’

모데루스는 순간적인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

갑자기 빛의 기둥과 함께 나타나는 아슬란을 보고 격동하는 감정으로 인해 블랙 메테오를 놈에게 쏘아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괜찮다.

놈이 블랙 메테오를 맞아 쓰러진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대신, 블랙 메테오가 저기서 터져 버린다면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몰아질 터.

그래서 미리 방어막까지 펼쳐 놓는 철저함까지 보여 주었다.

그런데,

“······?”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저, 저게 무슨······!”

같은 바빌론들조차 경악 어린 얼굴과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 아슬란의 부하들과 라일라칸조차 막아내지 못한 블랙 메테오가 아슬란의 코앞에서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혼자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다.

“설마······. 염동력으로 멈춘 것인가?”

모데루스는 보았다.

블랙 메테오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으나, 아슬란이 발현하는 염동력이 그것의 모든 행동을 억제하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는 블랙 메테오다.

그런 것을 칼도, 창도, 마법도 아닌 염동력으로 막아내고 있다니.

더욱 가관인 건 블랙 메테오가 아슬란의 의지에 따라 서서히 그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 잠깐. 서, 설마 저게 이쪽으로······!”

바빌론들은 당황했다.

반대편으로 방향을 바꾼 블랙 메테오가 바라보는 곳은 다름 아닌 이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히-”

둔중한 아슬란의 음성이 사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따위 것으로 장난질을 벌이다니. 가소롭구나.”

“······!”

“너희의 재롱은 잘 봤다. 그러니 이제 돌려주마.”

아슬란은 무심한 손짓으로 블랙 메테오를 바빌론들에게 던져 버렸다.

“!?”

“피, 피해라!”

콰콰콱-!!

솟구쳐 날아오는 블랙 메테오는 그들이 펼친 방어막을 우습게 뚫어 버렸다.

바빌론들이 재빨리 몸을 아래로 던지지 않았다면 블랙 메테오는 그들을 꿰뚫어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콰아아아-!!

다행스럽게 빗겨 나간 블랙 메테오는 저 멀리까지 날아가 포탈을 타고 모인 악마 군단 쪽에 떨어졌다.

이윽고,

콰아아아앙-!!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온 땅과 하늘이 흔들렸다.

“캬오오오!”

버섯 모양의 검은 구름이 생겨나고, 그 밖으로 거센 후폭풍이 몰아쳤다.

“캬오오오!!”

악마들은 그 후폭풍에 몸이 녹아내렸고, 차례대로 군단이 휩쓸리면서 마침내 바빌론들이 있는 자리까지 다다랐다.

“으헉!”

그들은 각자 힘을 발휘하여 밀려오는 후폭풍을 막아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며 온몸이 심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타올랐다.

하지만-

“한심하구나.”

아슬란만은 멀쩡했다.

거센 후폭풍도 그에게 닿지 못했다.

“자신들의 힘만으로도 제어하지 못 하는 것을 무기랍시고 사용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악마가 힘을 합쳐도 그 힘을 제어하지 못 하는 블랙 메테오를 아슬란은 무슨 장난감 다루듯이 가볍게 방향을 바꿔 던져 버렸다.

“어, 어떻게······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그 경악스럽고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힘에 모데루스는 목소리가 떨려왔다.

“블랙 메테오는 인간 따위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방지구나. 감히 짐의 힘을 하찮은 악마 따위가 판단하는가?”

정말 라할이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 아무리 라할이라도 저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수백 년을 응축시켜 온 마기를 한 곳에 담은 것이 바로 블랙 메테오다.

그런 엄청난 노력과 마기를 담아 만든 것을 아슬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며 역으로 악마들을 소멸시켰다.

인간은 절대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정말로 라할이로구나!’

하지만 여기서 의문인 건, 라할이 대체 어떻게 마기로만 구성되어 있는 블랙 메테오를 다뤘냐는 것이다.

“아슬란. 너는 설마······.”

모데루스가 뭐라 말을 덧붙이려는 때였다.

파앗-!!

저 성벽 위로 무언가가 높이 솟아올랐다.

자세히 보니, 포탈이 가동되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었다.

즉, 누군가가 포탈을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랑스러운 베라크 제국의 기사들이여!! 황제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자!!”

“우와아아아-!!”

베라크 제국의 기사단이 속속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다 다른 왕국에서도 지원군을 보내면서 금방 숫자가 수십만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처음에는 아주 기세 좋게 성을 포위했던 악마들은 블랙 메테오가 폭발하면서 그 절반에 가까운 전력을 잃어버렸다.

더군다나 그들을 이끌고 앞에서 무력 행사를 해줘야 할 바빌론들이,

덜덜덜-

아슬란에게 겁을 먹고 떨림을 주체하지 못 하는 중이었다.

“더럽고 추악하며, 잡스러운 악마들이여.”

그때 아슬란의 둔중한 음성이 한 번 더 그들에게 울려 퍼졌다.

“짐이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

“이곳에서 전부 죽을 것인지, 아니면 짐에게 항복하여 영원히 복종할 것인지, 이곳에서 선택하라.”

“!?”

순간 모데루스는 제 귀를 의심했다.

이 작자가 지금 뭐라고 하는 것인가.

악마인 우리더러, 그것도 바빌론에게 지금 항복을 요구하는 것인가?

거기다 영원히 복종하라고?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인간인 네가 우리를 다스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모데루스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정이 격해지긴 했어도 결코 상대에게 달려드는 어리석은 짓을 벌이진 않았다.

방금 전 그 한 방으로 아슬란과 바빌론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슬란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그 대신, 이 자리를 얼른 도망칠 순 있었다.

그런 모데루스의 마음을 아슬란도 읽은 것일까?

“지금은 너희가 짐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진 몰라도 언젠가는 결국 너희 악마들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

“운명? 그런 건 없다.”

“아니. 있다. 짐이 만들고자 한다면 그것이 너희의 운명이 되는 것이다.”

“······!?”

“언젠가 너희는 짐의 손에 소멸을 당하거나, 아니면 짐에게 복종하여 영원한 노예가 되거나. 결국 둘 중 하나가 너희의 운명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허세라고 비웃어 주고 싶었다.

저 건방진 면상에 침을 뱉으며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모데루스의 현실이었다.

평생 바빌론이라는 악마로 살면서 이런 수모를 겪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아깝거든 지금이라도 짐의 손에 죽거나, 아니면 머리를 바닥에 처박아 복종을 하거라.”

“큭-!”

모데루스는 꽉 말아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아슬란. 기고만장하지 말거라. 네가 말한 운명은 결코 오지 않을 터이니.”

그러자 그 뒤로 포탈이 열리면서 바빌론들이 빠르게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면서 모데루스는 자신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아슬란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저 포탈 안으로 사라지는 모데루스를 향해 말했다.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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