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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67화 (167/200)

167화

0.01초 소드마스터 167화

세상의 끝.

대륙과 천계, 그리고 테키나 족속이 사는 마계를 연결하는 힘이 바로 그곳에 있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 열쇠로 문을 닫아 잠가 버리면 천계와 마계 모두 대륙과 단절되어 버린다.

그것은 신도 마찬가지였다.

라할, 레메게톤 같은 다른 차원에 있는 신들도 더는 이 대륙에 간섭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끝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끝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세상의 끝과 연결되어 있는 터널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세상의 끝을 찾을 수가 있다.

“문제는 과연 그 터널이 어디 있느냐는 건데.”

후보지로 뽑은 곳이 몇 군데가 있다.

이들 중 하나에 분명히 터널이 있을 것이다.

이 후보지 중에서 랜덤으로 늘 세상의 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게임의 시스템적인 법칙이었다.

“제일 가깝고 안전한 곳을 뽑으라고 하면······.”

카르만이 있는 칼라 왕국 근처가 될 것이다.

왕국 근처를 수색해 본다면 터널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찾아볼걸.”

나한테 이렇게 열쇠가 똑 떨어질 줄 알았나.

“그나저나······.”

나는 지도에서 잠시 눈을 떼고는 이틀 전부터 아른거렸던 정보창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새로운 메인 퀘스트, ‘대륙의 정복자’가 발생했습니다.]

-대륙에 있는 모든 땅과 종족을 점령하십시오.

-당신은 유일무이한 최강의 황제가 될 것입니다.

-대륙의 정복자 퀘스트 완료 시, 게임을 종료 시킬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메인 퀘스트의 등장.

영토 이외에 곳에다가도 포탈을 마구잡이로 설치해 놓은 것이 이런 퀘스트를 불러일으킨 건가?

어제 신하들의 반응만 봐도 그렇다.

내가 포탈을 설치하라는 명령에 아주 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말이다.

“설마 내가 진짜 정복 전쟁을 하려는 줄 알고 그런 반응을······.”

웃긴 건 이놈의 시스템도 그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뭔 정복 전쟁이여. 미쳤나.”

빨리 문을 닫아 버리고 얼른 게임을 끝내 버려야지, 어느 세월에 이 넓은 대륙과 종족들을 만나 점령을 시킨단 말인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얼른 터널이나 찾자.”

나는 칼라 왕국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인원들을 불러 모았다.

“부르셨습니까.”

“폐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라일라칸, 레바노스, 알렉산더, 하리엘, 그리고 라파엘까지.

“폐하! 소장은 왜! 왜 안 데려가십니까!”

아론은······. 이제 너무 어중간해.

알렉산더가 폭풍 성장을 한 덕분에 아론은 이제 알렉산더에게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안하다, 아론!

“너는 대기사단장이 아니더냐. 짐을 대신해 이곳을 잘 수비하도록 하라.”

“하지만 폐하. 어찌 폐하같이 위대하신 분께서 이토록 적은 인원으로 떠나신단 말입니까! 안전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사들을 너무 많이 데려가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많아서 차라리 지금 인원만 데리고 가는 것이 현명했다.

무력, 수비, 마법까지.

전부 다 갖춘 조합이지 않은가.

하지만 아론의 저 말을 이 허세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짐이 곧 군단이며, 짐이 곧 베라크 제국이다. 짐의 힘이 그 무엇보다도 강할진데, 감히 누가 짐을 대적할 수 있겠느냐?”

“······.”

아론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모인 인원들을 내 곁에 다가오게 한 다음 말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다.”

그러자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떨어졌다.

* * *

“포탈을 설치하라?”

“예, 황제 폐하의 명령이십니다.”

“······명을 따르겠다고 전하시게.”

“예!”

전령이 나가고 나자 신하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갑자기 영토 이외 구역에 포탈을 설치하라니.”

“대체 이게 무슨······.”

“이건 만천하에 그 야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왕국 외에 다른 종족까지 정복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들의 말이 맞았다.

포탈을 설치하는 건 필시 군사들을 활발하게 움직여 다른 종족들이 살고 있는 영토까지 노려 보겠다는 것을 뜻했다.

“사상 첫 제국을 세우고 황제가 된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로군.”

기어코 이 모든 대륙을 점령하고 모든 종족을 복종시키겠다는 것인가?

“어마어마한 야망이군요. 하지만 아슬란 폐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인 라할의 화신이시오! 그분께서 창조하신 것들이니, 마땅히 그분이 가져가셔야지요.”

사실 카르만은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슬란이 라할의 화신이라니.

하긴. 그동안 보여 준 행보도 그렇고, 그가 가진 힘도 그렇고.

라할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 것들이긴 했다.

그런 자에게 패배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카르만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적어도 인간에게 패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폐하의 명령에 따라 포탈을 설치할 준비를 하거라. 그리고······.”

그렇게 여러 명령을 내리려는 때였다.

“왕이시여!! 큰일 났습니다!”

그때 병사 하나가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놈! 무례하구나. 지금 중한 회의 중이거늘 이렇게 말도 없이 갑자기······.”

“송구합니다. 하지만 매우 급한 일입니다! 현재 성 주변으로 포탈들이 생겨나 악마 군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뭐라!?”

왕좌에 앉아 있던 카르만이 안색을 굳혔다.

“성안에도 포탈이 생겼느냐?”

“성벽 바깥으로 쳐져 있는 마법 방어막 덕분인지, 다행히 성안으로는 포탈이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베라크 제국이 세워지고 나서 아슬란은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왕국에 나눠 주었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마법 방어막.

갑작스레 예고도 없이 포탈을 열어 성안을 공격하는 악마들의 계략을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나도 직접 나가봐야겠다.”

카르만은 갑주를 입고 검을 챙긴 뒤 성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

차마 숫자를 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악마에 의해 온통 새까맣게 변한 평야였다.

“저, 저런!”

“대체 어디서 저렇게 많은 숫자의 악마들이!”

같이 그를 따라 성벽 위로 올라온 기사들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여러 공격이 있었지만, 이 정도 숫자의 악마들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족히 100만은 되어 보이는 숫자입니다.”

“······.”

카르만은 지천에 깔린 악마들을 바라보며 잠시 정신이 아늑해졌다.

“다른 왕국에도 악마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왔느냐?”

“예. 다른 왕국에도 악마들이 출몰했다는 소식은 있습니다만, 이 정도로 많은 숫자는 아닌 듯합니다.”

그렇다는 건 설마 악마들이 전부 이곳에만 모여있다는 것인가?

따로따로 분산해서 싸우기보다는, 차라리 힘을 하나로 모아 한 곳만 무너뜨리겠다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이 칼라 왕국이라니.

다른 왕국에서 함부로 지원군을 보내주지 못 하게 견제만 하는 치밀함까지 보여 주고 있는 악마들이었다.

“결국 우리 힘만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인가?”

카르만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 * *

“당황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군.”

카르만의 예상대로 바빌론들은 대다수의 악마들을 이곳 칼라 왕국에 집결시켰다.

베라크 제국에 속해 있는 다른 왕국에도 악마들을 보내긴 했으나, 적은 숫자에 불과했고 그들이 지원을 하지 못하게 견제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만 해도 충분히 압박이 될 테니, 칼라 왕국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테르카나. 이곳을 제일 먼저 선택한 이유가 뭐지?”

그리고 이러한 계략들은 전부 테르카나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칼라 왕국은 베라크 제국에 속해 있는 왕국 중 제일 강한 곳입니다. 아슬란 황제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칼라 왕국이 대륙 최강이었으니까요. 만약 이곳이 무너진다면 다른 곳들도 수월하게 무너뜨릴 수 있을 겁니다.”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테르카나는 무척 음흉한 놈이기는 하나, 그 속내를 전혀 알 수가 없고 무엇보다 능력이 있는 놈이었다.

칼라 왕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다른 왕국에도 악마들을 보낸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지략적인 면모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시간을 오래 끄시면 안 됩니다.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왕국 주변에 깔린 악마들이 견제용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릴 것이며, 그럼 왕국 내부에 설치된 포탈을 타고 지원을 하러 오겠지요. 무엇보다 칼라 왕국이 한번에 무너지는 것을 보여줘야 다른 왕국의 사기도 함께 꺾이지 않겠습니까?”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테르카나의 말에 따라 한번에 칼라 왕국을 무너뜨리고자 비장의 무기까지 이미 준비해 온 모데루스였다.

“그걸 가져와라.”

“예.”

흑마법사들이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마력으로 큼지막한 검은 구슬을 가지고 왔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기는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잡아 먹힐 것만 같았다.

“우리 바빌론들의 힘과 대악마들이 힘을 모아 만든 파괴 구슬이다.”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지는군요.”

“그래. 저 성 하나쯤은 우습게 날려 버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 저 안에 어떤 강자가 있든, 이 구슬에 담긴 힘을 풀어 날린다면 결코 버티지 못할 것이다.”

모데루스는 길게 시간을 끌지 않았다.

이 대륙에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 강력한 한 방으로 칼라 왕국을 날려 버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금 이들이 악마들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피이이잉-!!

모데루스가 구슬에 손을 가져다대자 그곳에 걸려 있던 주문이 풀리면서 강렬한 힘이 솟구쳐 올라왔다.

모데루스는 그 힘을 간신히 조절하며 그 안에 담긴 모든 파괴력을 응축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저 칼라 왕국을 내던지려는 순간.

콰앙-!!

악마들의 마기로 인해 어두워졌던 하늘이 갑자기 환하게 빛을 발하더니, 그 사이로 빛의 기둥이 떨어졌다.

* * *

공간 이동이 이래서 편하다니깐.

성안에 포탈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거기까지 걸어가는 시간도 아낄 겸 공간 이동으로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편하다, 편해.’

빛의 기둥이 나오고, 그 위로 작은 천사들이 합창단마냥 노래를 부르는 것이 거슬리긴 했지만, 이 정도 편의성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그런데,

“······?”

주변 풍경이 묘했다.

분명 출발하기 전에는 화창하고 날씨가 아주 좋았는데, 여긴 무슨 온통 하늘이 까맣고 땅도 까맣고······응?

‘아, 악마들이 왜 이렇게 많아?!’

이 땅을 까맣게 칠해 놓은 건 다름 아닌 악마들이었다.

그것도 입이 쩍 벌려질 만한 악마들의 숫자였다.

“폐하. 이것은 대체······!”

“어디서 이런 악마들이!”

내가 목적지를 잘못 찍고 왔나?

아니. 저기 보이는 성은 필시 칼라 왕국이지 않은가.

저 깃발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는 건 내가 제대로 왔음을 뜻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악마들이 칼라 왕국으로 쳐들어온 것 같았다.

그리고 저 위에는,

피이이잉-!!

불길한 소리를 내는 검은 구체 하나가 터질 것처럼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난 저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블랙 메테오!?’

그 위력은 거의 핵폭탄과 같다는 악마들의 최강의 무기이자 마법이었다.

저게 하나가 떨어지면 성 하나가 그냥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봐야 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힘을 가졌다.

그 언밸런스한 힘 때문에 블랙 메테오는 게임 플레이를 하는 동안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

그 무시무시한 걸 들고 있던 바빌론, 모데루스는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촤악-!

‘이런 미친 새끼!’

그것을 내 쪽을 향해 냅다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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