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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48화 (148/200)

148화

0.01초 소드마스터 148화

제국의 황제.

오직 모든 왕국을 통일한 인물만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아슬란이 앉는다라.’

그것도 최고 난이도로 플레이하면서 말이지.

만약 이걸 커뮤니티에 올렸다면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수백 수천의 댓글이 쌓였을 것이다.

‘근데 제국의 황제가 돼서 무조건 좋다고 볼 수가 없는데.’

난이도가 높은 만큼 제국의 황제가 되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독살, 암살 등등.

황제를 죽여서 황좌를 차지하려는 세력들의 음모도 그렇고, 제국에 종속된 왕국의 반란도 큰 문제였다.

또한 각 왕국에 왕을 남겨두긴 하지만, 사실상 왕국들을 관리하는 건 황제의 몫이기에 일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도 있었다.

‘그냥 제국 안 만들고 싶은데.’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왕의 이름으로 제국이 세워지면 대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안전해질 겁니다.”

“예. 이참에 다른 종족들도 우리 제국에 존속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

“흠. 그건 토론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소. 타 종족과 인간의 혼인은 모든 왕국에서 금지하는 것이 아니오?”

이놈들은 내가 아직 윤허하지도 않았는데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가 났다.

그때 줄곧 가만있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아직······. 칼라 왕국이 건재하지 않나?”

그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분위기를 보기 좋게 뭉그러뜨린 사람은 바로 라일라칸이었다.

사실상 나 다음으로 가장 발언권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제아무리 마력을 봉인 당했다고 해도 라일라칸은 라일라칸이지 않던가.

“칼라 왕국은 이번 일을 달갑게 보지 않을 걸세.”

“하여 라일라칸 님은 칼라 왕국 편에 서겠다는 겁니까?”

“누구의 편도 서지 못 하겠군. 내 손으로 내 가족을 죽이라는 것이냐?”

“그때 보니, 카르만을 능히 죽이고도 남겠던데요?”

호레스의 말에 라일라칸이 이를 뿌득 갈았다.

“선 넘지 마라, 늙은이.”

“허허. 제 나이가 몇인데, 목숨이 아깝겠습니까? 우리 아슬란 님께서 대륙의 황제가 되시어 온 천하에 그 이름을 떨친다면 전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능글맞게 웃는 호레스를 보고 라일라칸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제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바로 내 쪽이었다.

“왕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그러자 가만있던 허세가 그새를 못 참고 꿈틀대며 기어 올라왔다.

“너희들에게 묻겠다.”

머리끝까지 차오른 허세에 취해 나는 물었다.

“제국을 세우고 황제가 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느냐?”

“그거야 당연히 왕의 위엄이 올라가고 대륙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그렇다는 건 지금 본좌의 위엄이 떨어진다는 것인가?”

“······.”

이번에는 라일라칸에게 물었다.

“라일라칸. 본좌가 누구인가?”

“당신은······.”

라일라칸은 잠시 말을 끌다 이내 대답했다.

“위대한 왕이시며, 대륙의······. 최강자이십니다.”

“그래. 본좌가 황제로 올라간다 한들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보아라. 나 아슬란이 대륙의 최강이기에 누구도 일라이 왕국에 도전하지 않고 있다. 내 이름으로 평화가 유지되고 있으며, 내가 살아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좌우가 고요해졌다.

나는 그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본좌가 한번이라도 왕국을 침범하여 그들의 땅을 강탈하고 노략한 적이 있더냐”

“없었습니다.”

“한번이라도 본좌가 항복을 하라고 강압을 넣은 왕국이 있더냐?”

“없었습니다.”

“그래. 그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내게 항복을 했고, 난 그들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러면서 다시 나는 라일라칸에게 말했다.

“황제란 자신의 위엄을 높이기 위해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다. 내 통치 아래 들어온 모든 왕국의 백성을 나의 자식처럼 지도해 주고 보듬어 주고자 그 자리에 앉는 것이다.”

“······.”

“너는 자식을 힘으로 빼앗아 만들더냐? 아니다. 자식은 결국 하늘이 내려 주는 것. 내 통치 아래 들어오는 왕국 역시 마찬가지다. 난 힘으로 빼앗지 않는다. 칼라 왕국을 어찌할 생각이냐고 물었더냐? 내 대답은 이것이다.”

라일라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왕이시여······.”

“역시 당신은 위대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기사들과 신하들은 감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레스는 눈물을 줄줄 흘리기까지 했다.

“허나, 한 가지.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라일라칸.”

“그게 무엇입니까?”

“내게 항복하는 자에게는 자비를 베풀지만, 내 길을 막고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지금껏 무참히 짓밟아 왔다. 칼라 왕국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내 길을 방해하고자 한다면······. 이 대륙에서 그 이름을 지워 버리는 수밖에.”

“!?”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망토를 휘날렸다.

펄럭~!

오늘따라 더욱 과하가 망토가 펄럭이는 것만 같았다.

* * *

“과연 우리 왕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시오.”

“아아. 지금껏 저런 마음으로 이 왕국을 이끄셨으니, 이렇게나 일라이 왕국이 부강해질 수밖에.”

“흑흑. 나 같이 부족한 자가 저런 분을 섬기고 있었다니.”

“아슬란 님께서는 과연 라할보다 뛰어나신 분이시오!”

아슬란이 전각을 나서고 나서 기사들과 신하들은 그의 이름을 칭송하기 바빴다.

라일라칸 역시 아슬란의 말을 곱씹으며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줄곧 저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왕국을 통치해 왔던 것인가.

‘그릇이 다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오늘로써 확실하게 깨달았다.

아슬란은 자신과도, 그리고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영웅들과도 그릇이 달랐다.

황제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했던가.

과연 그 말은 아슬란을 향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칼라 왕국이 어찌 나올지······.’

아슬란이 마지막에 그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앞길을 막는다면 칼라 왕국의 이름을 대륙에서 지워 버리겠다고.

그리고 능히 그리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가진 힘만으로도 충분히 칼라 왕국을 혼자서 쓸어 버릴 수가 있다.

그렇기에 라일라칸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나는······.’

누구의 편에 서서 싸울지 말이다.

* * *

“제국을 세운다고? 아슬란이?”

칼라 왕국에도 일라이 왕국의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일라이 왕국의 제국 건설.

그리고 아슬란의 황제 즉위.

칼라 왕국 신하들은 충격에 빠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정식 선포는 하지 않았지만,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일라이 왕국 내부에서는 제국 건설이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중입니다. 하여 각 왕국의 책임자들이 일라이 왕국으로 모이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몇몇 신하들이 반발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칼라 왕국이 이렇게 건재하거늘. 누구 마음대로 제국을 건설한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도 아니지 않소? 칼라 왕국을 제외하고 모든 왕국이 아슬란에게 항복을 했소. 당장 제국을 세워도 이상할 게 없지.”

“지금이라도 제국 건설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사람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일라이 왕국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이오? 만일 그랬다가 아슬란의 심기를 건드려서 전쟁이라도 하면!”

“그땐 우리가 싸워서 이기면 그만이오!”

“아슬란을 상대한다고? 그는 대륙의 최강자요!”

카르만은 점점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으며 말했다.

“한 사람씩 말하거라. 일라이 왕국이 정말 제국을 건설할 것 같으냐?”

그러자 신하 중 하나가 의견을 밝혔다.

“예. 분명합니다. 최근 아슬란은 각 왕국에 포탈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든 군사들의 이동이 자유롭게 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마탑을 세우고 있으며, 모든 왕국에서 징병을 실시하여 무려 20만에 달하는 정예 군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는 곧 말을 이었다.

“겉으로는 악마들의 공격을 대비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정복 전쟁을 준비하는 겁니다. 그것도 바로 우리 칼라 왕국을 향해서 말입니다!”

“그럼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하지 않소?”

“하지만 우리가 가진 군대 숫자는 5만에 불과하오. 4배나 차이가 나는데 상대가 되겠소?”

확실히 최근 아슬란의 행보를 보면 몇 가지 수상한 게 있었다.

갑자기 각 왕국에 비싼 돈을 들여 포탈을 세우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마탑 건설에 이어 징병제를 실시해 군사력을 확 끌어 높이는 것까지.

이건 누가 봐도 전쟁을 하겠다는 신호이지 않은가.

단순히 방어 목적으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즉, 아슬란은 기어코 칼라 왕국을 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놈이 들이닥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리 카르만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콰앙-!

갑자기 전각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 문짝이 전각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가, 감히 누가!”

“웬 놈이냐!”

기사들의 저지를 뚫고 문까지 부수면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여기서 쫑알쫑알거리며 시끄럽게 떠들 줄 알았다. 지금 너희 앞에 무엇이 닥친 지도 모른 채 말이다.”

바로 라일라칸이었다.

“라, 라일라칸?”

“대체 어떻게 여기를······!”

기사들은 라일라칸 주변으로 모여들어 칼을 뽑아 들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오는 것이오!”

자신을 꾸짖는 기사들을 향해 라일라칸은 무심한 눈동자를 보냈다.

“너희가 나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

“당연한 소리! 당신 손에 죽은 기사들의 숫자가 몇인지는 아시오!”

“알다마다. 그래서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너희들 따위로?”

“······.”

기사들은 주춤거렸다.

아무리 밉다고 해도 상대는 라일라칸이다.

그의 손가락만으로도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한꺼번에 죽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죽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칼을 거둬라.”

“잠깐! 라일라칸은 아슬란에게 마력이 봉인당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도······.”

“미안하지만-”

그 말에 라일라칸이 손가락을 한번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푸른 뇌격이 방금 전 소리친 기사 앞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봉인이 되어 있지 않다.”

라일라칸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카르만에게 말했다.

“주위를 물려라, 카르만. 너와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

“마,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우리 왕을 어찌하려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너희와 함께 카르만을 죽일 수 있다. 모르겠느냐?”

“!?”

카르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리를 비키거라.”

“하, 하지만 왕이시여!”

“비키거라.”

“······.”

결국 그들은 둘만을 위해 자리를 비켜 주었다.

카르만은 라일라칸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일로 왔는가, 라일라칸.”

“이제 어른 대접도 해주기 싫다는 건가?”

“나의 기사들을 무참히 죽인 자에게 이 정도 해주는 것도 감사하게 여기거라.”

라일라칸은 이해한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일라이 왕국 소식은 들었겠지. 곧 제국이 건설될 것이다.”

“그대는 이미 아슬란의 사람이 아닌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 하지만 난 여전히 칼라 왕국을 아낀다.”

콰앙!

카르만은 왕좌를 강하게 내려치며 소리쳤다.

“감히 그런 가증스러운 말을 하다니!”

“미안하지만, 사실이다. 난 이 왕국을 아낀다. 그래서 이 왕국이, 이 왕국의 백성들이 평안하길 바란다.”

“닥쳐라! 네가 1만의 기사를 죽인 것을 잊었느냐?”

“그건 내 부하들이 한 짓이겠지. 내가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게 그거지. 뭐가 다르단 말인가.”

라일라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믿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 왕국을 아끼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네게 묻는 것이다. 넌 어찌할 생각이지? 싸울 것이냐, 아니면 다른 왕국과 마찬가지로 아슬란에게 항복할 것이냐?”

그 물음에 카르만은 라일라칸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무슨 의도로 온 것이냐, 라일라칸?”

그러자 라일라칸 손에 푸른 마력이 모이면서 검이 만들어졌다.

그런 그가 카르만에게 말했다.

“카르만. 난 오늘 너를 죽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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