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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31화 (131/200)

131화

0.01초 소드마스터 131화

칼라 왕국과 가장 가까운 왕국이자 항구의 도시로 유명한 가자르 왕국.

늘 평화롭기만 하던 가자르 왕국에 푸른 깃발들이 나타났다.

국경선에 있던 병사들은 처음 보는 깃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멈춰라! 이곳은 가자르 왕국의 국경선이다. 소속을 밝혀라.”

그러자 말을 탄 기사 한 명이 나와 소리쳤다.

“우리는 300년 전 대륙을 구원하신 영웅이시자, 대륙 최강이신 라일라칸 님을 모시는 기사단이다! 라일라칸 님께서 가자르 왕국에 방문하고자 하시니, 문을 열거라!”

그 말에 국경선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어쩌고 어째? 라일라칸?”

“300년 전에 죽은 사람이 어찌 살아 돌아온다는 것이냐? 아주 미친놈들이로군.”

“만약 더 접근한다면 그땐 화살비를 내릴 것이다. 썩 물러가라!”

그런 그들의 말에,

쐐애애액-!!

콰아앙-!!

라일라칸이 번쩍 날아올라 성벽 위로 낙하했다.

거기서 일어나는 파공음이 성벽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을 뒤로 넘어뜨렸다.

“뭐, 뭐야?”

“이게 무슨······!”

라일라칸은 그들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희도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

“이놈이고 저놈이고, 이 대륙에는 내 이름을 무시하는 놈들밖에 없구나.”

파직-! 파지직-!!

라일라칸의 전신에 휘몰아치고 있는 푸른 마력이 전류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런 놈들은 이곳에서 숨을 쉴 가치가 없겠지.”

“자, 잠깐!”

콰아아앙-!!

라일라칸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성벽 위로 강력한 뇌격이 떨어졌다.

그 뇌격은 성벽에 있던 병사들의 몸을 새까맣게 태워 버리고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갔다.

콰직-!

숯덩이가 된 그들의 시체를 밟아 잘게 부숴 버린 라일라칸은 성벽 아래로 내려와 성문을 쪼개 버렸다.

“······.”

그 성문을 통과한 기사들은 안색이 굳었다.

저 위에 있는 수비군이 어떻게 죽었는지 직접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라, 라일라칸 님. 이들을 이렇게 죽여 버리시면 가자르 왕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라일라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가자르 왕국이 두려운 것이냐?”

“그건 아닙니다만. 테키나 족속을 막고자 왕국 간의 연합이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깨뜨리게 되면 모든 왕국에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두려운 것이냐고 묻는 거다. 이 몸이 있는데도 두렵단 말이냐?”

“······.”

기사들의 좋지 않은 안색을 보고는 라일라칸이 다시 한번 물었다.

“혹시 너희는 연합 왕국의 공격보다 아슬란이 두려운 것이냐?”

“!?”

그 말에 기사들의 반응이 꽤 즉각적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부정을 하진 않았다.

거기서 라일라칸은 자신과 아슬란 사이에 벌어진 간격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가문이 일으킨 왕국이자,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칼라 왕국의 기사들조차 아슬란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 뜻은 대륙에 있는 다른 왕국들도 똑같이 아슬란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 두려움은 곧 바뀌게 될 것이다.”

라일라칸은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 * *

“······이, 이게 무슨!”

카르만과 그의 기사단은 가자르 왕국 국경에 도착했다.

하지만 성벽 전체가 시커멓게 타 버리고, 그 위에는 숯검댕이가 되어 버린 시체밖에 없었다.

“설마······. 라일라칸 님이 저지른 일이신가?”

이 푸른 마력의 흔적은 필시 라일라칸의 것이었다.

즉, 그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가자르 왕국 영역을 무단으로 침범한 것은 물론, 수비군까지 죽여 버렸다는 것.

“이건 도가 지나친 일입니다! 아무리 라일라칸 님이라고 해도 거쳐야 할 단계라는 것이 있거늘! 어찌 이리도 무작정 살육을 벌일 수 있단 말입니까!”

제렌이 목청을 높이자 다른 이들이 라일라칸을 변호하고 나섰다.

“그분께서 이유 없이 이런 일을 벌이셨겠습니까?”

“맞습니다. 라일라칸 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짓을 저질렀으니, 놈들이 벌을 받은 게지요.”

“다들 제정신이오?! 이건 그저 학살에 불과하오!”

“어허! 말을 삼가시오! 라일라칸 님께서는 우리 왕국의 근간이 되시는 분이며, 이 대륙을 구원하셨던 분이시오!”

이곳에서도 편 가르기가 시작됐다.

그들의 언쟁이 격해지자 카르만이 말했다.

“그만. 거기까지.”

그의 말 한마디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 목소리에서 큰 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서두르겠다. 라일라칸 님의 뒤를 최대한 빠르게 따를 것이다.”

“예!”

그리 말을 한 뒤 카르만은 밤을 낮처럼 쉴새 없이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가자르 왕국의 수도, 크롬은-

“!?”

“저, 저런!”

벌써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 것인지, 크롬 성 앞에 기사들의 시체가 즐비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소드마스터이자 가자르 왕국의 대기사단장인 레키엘이 피를 흘리고 있었고 라일라칸이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와, 왕이시여.”

라일라칸을 따라 먼저 앞서갔던 기사단은 카르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그, 그것이······. 가자르 왕국에서 기사단을 보내는 바람에 라일라칸 님과 전투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너희는 막지도 않고 뭘 했느냐? 가자르 왕국과 전쟁이라도 벌이고 싶었던 건가?”

“저, 저희도 만류를 하려고 했으나 라일라칸 님의 뜻이 워낙 강경하여······.”

이들의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았다.

라일라칸은 저들의 말을 듣지도 않고 가자르 왕국의 군대와 맞부딪힌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수천에 가까운 기사단이 괴멸을 당했고, 그들의 대장인 레키엘 역시 피를 토하는 중이었다.

“어, 어찌 사람이 이런 힘을······.”

레키엘은 자신의 부러진 검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그의 온몸이 난도질을 당해 성한 곳이 없었다.

그에 반해 이들을 홀로 상대한 라일라칸은 몸이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상태였다.

“라일라칸 님.”

“왔느냐, 카르만. 늦었구나.”

“왜 이런 짓을 벌이시는 겁니까?”

“이들이 나를 무시하고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에 대한 벌을 내리는 중이다. 그러니 방해 말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라일라칸을 카르만이 말로 붙잡았다.

“거기까지 하십시오.”

그러자 라일라칸은 냉담한 눈동자로 카르만을 바라보았다.

“너도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

카르만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라일라칸 님. 그만해 주십시오.”

카르만이 직접 고개까지 숙이자 라일라칸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는 들고 있던 칼을 거두어들였다.

허공을 찢어 놓고 있던 푸른 마력 역시 사라졌다.

“네가 카르만 덕분에 목숨을 벌었구나.”

라일라칸은 부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는 레키엘을 지나치며 말했다.

“이제 너도 대륙 최강자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알겠느냐?”

그 말에 레키엘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대륙 최강자의 힘은 겪어 봐서 알고 있소.”

“······뭐라?”

“저번에 한번 아슬란과 맞부딪힌 적이 있지. 당신의 힘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아슬란, 그자의 힘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그런 자신감도 사라지게 될 것이오.”

“!?”

레키엘은 흔들리는 라일라칸의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미 마주했던 모양이군. 그런데도 스스로가 아직도 대륙 최강이라 생각하는 것이오?”

퍼억-!

라일라칸이 손을 뻗자 푸른 검이 레키엘의 몸을 관통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몇 번을 더 검을 날렸다.

“······.”

그렇게 레키엘은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눈을 감았다.

“······!”

카르만이 말릴 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럼 이제 가자, 카르만. 이 차가운 지하에서 잠들어 있는 내 군사들을 보고 싶지 않느냐?”

“······?”

카르만은 라일라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갑자기 바뀌었어.’

라일라칸이 이 정도로 폭력성을 드러냈던 적이 있던가.

그런데 갑자기 왕국에서 사라져 어디를 다녀온 이후부터 라일라칸은 쭉 저 상태였다.

‘대체 누굴 만나고 온 것이냐, 라일라칸?’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가 한심했던 카르만은 앞서가는 라일라칸의 뒤를 빠르게 쫓았다.

* * *

‘귀가 가렵군.’

또 누가 내 욕을 하는 건가.

뭐, 이젠 놀랍지도 않다.

“내가 데려온 드워프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예. 현재 작업실에서 열심히 일하며 마탑의 마법사들과 협력해 여러 연구를 하는 중입니다.”

드워프들은 내가 왕국에 데려온 뒤로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가진 제련 기술은 가히 최고였고, 그로 인해 우리 왕국에 있는 대장장이들이 죄다 그쪽으로 몰려가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러다 죽겠다는 말을 하고 있답니다.”

“10일에 한번만 쉬게 해라. 그 정도면 충분할 거다.”

대충 내놓은 계산이 아니라, 이 게임 시스템상 드워프는 10일 동안 일을 하고 하루만 쉬게 하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수가 있다.

괜히 드워프 몇 명만 있어도 왕국의 국력이 강화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

“그다음 안건으로는······.”

그렇게 한창 국정 회의를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파아앗-!!

갑자기 위에서 빛의 기둥이 지붕을 뚫고 내려와 전각 안에 박혔다.

화들짝 놀란 기사들은 칼을 꺼내 들었고, 그 기둥 주변을 빠르게 포위했다.

‘뭐야 저건 또?’

나 역시 불길한 징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탈출을 하고 싶었지만, 이놈의 허세 때문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저 태연하게 왕좌에 앉아 저 기둥에서 뭐가 튀어나오는지 지켜볼 뿐이었다.

이윽고 눈을 부시게 만들던 빛이 사라졌다.

그 안에서는-

“오오-”

“저, 저건······!”

한 톨의 먼지도 묻지 않은 새하얀 날개를 가진 이들이 걸어 나왔다.

난 그들을 보고 단번에 정체를 알아냈다.

‘저놈들은 사르디엘?’

천계의 족속이자 라할의 수족들.

저 순백의 날개가 곧 증거였다.

“이자들은······.”

“날개가 있다니!”

전각에 모여 있던 신하들과 기사들도 저들의 생김새를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 명의 천사 중에서 한 명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나는 빛의 주인이신 라할의 대천사, 미카엘이다.”

테키나 족속에 바빌론이라는 대악마들이 있다면 천계에는 대천사라는 천사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천사들보다 훨씬 더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과 협력을 하게 될 경우 정말 수월하게 악마들을 상대할 수가 있게 된다.

그런데,

‘왜 쎄하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나타났다는 건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닐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라할께서 남긴 빛의 증표를 받은 인간이 있다 하여 내가 직접 와본 것이다.”

미카엘은 나를 물끄러미 아래에서 위로 쭉 살펴보면서 말했다.

“그대가 라할의 증표를 받은 빛의 기사인가?”

나를 경멸하고 무시하는 듯한 저 눈빛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긴. 저 사르디엘 놈들은 자기 종족 이외에 다른 종족은 전부 하등하고 쓸모없는 놈들이라며 무시해 버리는 게 패시브이긴 했다.

문제는,

“라할이 남긴 빛의 증표를 본좌가 갖고 있는 것은 맞다.”

이놈의 허세가 또 가만 있지를 못하고 스멀스멀 날뛰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가?”

미카엘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실망이군.”

역시 저럴 줄 알았다.

이놈들이 좋은 자세로 올 리가 없지.

내 기억으로는 알렉산더가 빛의 증표를 받았을 때도 저놈들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훼방을 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사르디엘과 척을 질 순 없기에, 알렉산더는 유하게 그들과 소통을 했고 결국 잘 협력하여 악마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러는 것이 맞겠지만-

“조금 더 나은 인물인 줄 알았는데.”

저 말이 트리거가 되어 허세에 기름을 끼얹어 버렸다.

“건방지구나.”

나는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빛의 증표를 받았다는 것은 곧 라할의 대리인이라는 뜻. 그렇다면 너희는 마땅히 나를 상전으로 모셔야 하지 않는가?”

“······뭐라고?”

난 턱을 옆으로 괸 채 거만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꿇어라.”

“······?”

“너희의 왕 앞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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