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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78화 (78/200)

78화

0.01초 소드마스터 78화

콰아앙-!!

가슴에 꽂힌 대검에 의해 테르카나의 분신이 녹아내렸다.

하지만 본체를 죽이지 않는 한, 그의 분신은 계속해서 새로 나올 뿐이다.

“역시 사르디엘의 핏줄인가.”

대악마 헤르테미스가 만든 복종의 구슬로 놈을 굴복시켰음에도 간간이 놈은 제정신을 차리고는 테르카나에게 살초를 날렸다.

그러나 그건 그저 최후의 발악일 뿐이었다.

한번 살초를 날린 뒤에는 다시 정신을 잃고 헤르테미스의 마기에 의해 그는 테르카나의 인형이 되어 버린다.

“너의 정신력은 높이 평가해 주지, 레바노스. 무려 대악마의 마기를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야.”

테르카나는 멍한 눈동자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레바노스 옆에 쭈그려 앉아 속삭였다.

“얼른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나? 그럼 나와 계약을 해. 네가 만일 아슬란을 죽인다면 헤르테미스의 복종 마법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

“······!”

그 말을 듣고 레바노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터벅터벅 동굴 밖으로 나가자, 그 뒤로 악마들이 괴성을 지르며 따라나섰다.

* * *

“그러니까 이것이······. 아슬란 대기사단장님께서 만드신 성수라는 것인가?”

호레스는 우물에서 나오는 신비한 황금물에 긴 탄성을 내질렀다.

그건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예. 현재는 훈련소에 있는 우물 쪽에만 이 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퍼져 나가는 것을 보아하니, 얼마 안 있으면 왕궁 전체에 이 성스러운 물이 흐를 듯합니다.”

“그럼 왕궁 밖으로도 퍼져 나간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왕궁과 왕궁 밖에서 쓰는 물이 서로 달라 이어져 있진 않습니다.”

“그렇군.”

호레스는 영롱하게 찰랑거리는 황금빛 물결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것이 성수인가······. 하리엘. 그대가 보기에는 어떻소?”

교단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하리엘이라면 당연히 성수를 구분할 줄 알았다.

“성수는 원래 아주 얕게 황금빛이 감돌아요. 일반 물과 비교했을 때 그 감도가 미약해서 자세히 봐야 알 수가 있죠. 그런데 이건······ 제가 평생토록 교단에 있었지만 이렇게나 진한 황금빛을 가진 성수는 처음 봐요.”

하리엘은 잔에 담긴 황금물을 신기하게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맛은 일반 물과 다를 바 없으나······.

“아-”

이 물에서 전해지는 따뜻함.

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찬란한 빛.

없는 신앙심도 생기게 만들어 주는 그런 물이었다.

“이건 성수가 분명해요.”

“오오-”

“역시 그렇단 말이지.”

그러자 호레스가 그 물을 단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음-”

하리엘처럼 호레스도 느낄 수 있었다.

이 물에 담긴 범상치 않은 힘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를 끓어 오르게 만드는 이 뜨거움을 말이다.

“아론 기사단장.”

“예, 호레스님.”

“아슬란 님께서는 이 물에 대해 뭐라고 하시던가?”

“별말씀은 없으셨습니다.”

“후후. 이런 엄청난 걸 만드셨으면서도 별말씀을 안 하셨다라. 역시 그분답군.”

호레스는 손을 펼쳐 말을 이었다.

“이 물을 기사들에게 보급해 주시게. 앞으로 쓰일 곳이 참 많아 보이는 것 같으니까. 무려 아슬란 님께서 우리 왕국을 위해 만들어 주신 성수가 아닌가? 그분께서 이걸 만들어 놓고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셨던 건 우리가 어떻게 이걸 활용할지 지켜보시겠다는 뜻이 분명하네.”

그 말에 아론은 무언가 생각해 둔 것이 있다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예! 반드시 그분의 뜻에 맞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둘이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

마침 회의장에 있던 라파엘도 자신 앞에 놓인 성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게 정말 성수?’

악마가 성수를 만졌을 땐 피부가 녹아내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악마의 피를 반만 이어받으면 성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불쾌하게 느껴질 순 있어도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못한다는 것인데······.

‘이건 어떠려나?’

호기심에 라파엘은 손가락 하나를 담가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 영향은 없는 듯했다.

‘그럼 그렇지.’

바로 그 순간.

치이익-!

“으익-!”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얼른 빼내었다.

“음?”

“라파엘 공? 무슨 할 말이라도······.”

라파엘은 시뻘겋게 부은 손가락을 얼른 감추며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마법 병단에 일이 있어서 얼른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리하도록 하시오.”

그런 뒤 도망치듯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휴우-”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대고 있었다.

대체 그 성수는 뭐지?

얼마나 그 안에 담긴 힘이 강력하면 자신의 손가락을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난 절대 마시면 안 되겠다.”

자칫 잘못 입에 대다가는 온몸이 녹아내리는 끔찍한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대체 그분은 이런 걸 어떻게 만드신 거야?”

가면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아슬란의 행보에 그저 혀를 내두르는 라파엘이었다.

* * *

‘지금쯤 어떻게 되었으려나.’

거하게 사고를 치고 난 뒤, 나는 조용히 훈련장을 나와 저택으로 돌아왔었다.

애써 만들어 놓은 우물을 박살 내놓고, 그 안을 온통 뜨거운 황금 온천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행까지 보였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열기는 한동안 이어졌고, 감히 물을 퍼서 마실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남아 있으면 내가 일을 알아서 다 해결해야 할 것 같아 아론에게 짬처리를 시키듯 거길 재빨리 나왔던 것인데······.

“음?”

다음날 훈련장에 돌아와 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게 복구가 되어 있었다.

무너졌던 우물은 원상태로 돌아왔고, 녹아내린 물길도 다시 정상화가 되었다.

한 가지 바뀐 점이 있다면-.

[아슬란의 황금물]

-빛의 힘이 깃든 물이다.

-이 물을 무기에 바르거나, 섭취할 경우, 어둠 계열 몬스터에게 100% 추가 데미지를 줄 수 있다.

“······?”

물길을 따라 훈련장 전체에 황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뭐야. 이거 정말 성수가 만들어진 거야?’

설마 설마 했더니, 정말 성수가 만들어졌다.

아니. 일반 성수보다 훨씬 더 퀄리티가 좋잖아?

무려 100% 추가 데미지라니.

보통 성수가 30%의 추가 데미지를 주고, 그 위 단계의 성수는 50%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100%는 현존하는 성수중에서 가장 높은 데미지를 주는 것이었다.

‘내가 뭔가 엄청난 걸 만들어낸 것 같은데?’

하지만 더욱 가관인 것이 있었다.

“이 물을 보라! 아슬란 님께서 스스로의 힘을 전부 쏟아부으면서 만드신 성스러운 물이다.”

오늘도 단상 위에서 기사들을 선동하고 있는 아론이었다.

“난 그날 보았다. 우리 대기사단장님께서 한계까지 힘을 발휘해 이 성수를 만드시는 것을. 하지만 그분께서는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내는 일이 있어도 절대 멈추지 않으셨다. 그 피부를 녹일 듯한 열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 성수를 만드셨다. 바로 우리를 위해!”

“오오오-!”

생명력을 깎아?

저게 또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네.

“그러니 마시거라! 그리고 이 성수로 몸을 적셔라. 그럼 어떤 악마의 힘에도 버틸 수 있게 된다!”

“예!!”

아론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남은 물을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그러자 기사들도 똑같이 그 행동을 따라 하며 온몸을 성수로 적셨다.

그러고는-

치이이익-!

마기 가루에 불을 질러 그 뿌연 연기를 사방에 퍼뜨렸다.

설마 저 물이 훈련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저 황금물은 어둠 계열에게 추가 데미지를 줄 뿐, 그 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런데,

“어떠냐? 훨씬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느냐?”

“맞습니다!”

“훨씬 더 편안합니다!”

“역시 이게 성수인가?”

저놈들이 멍청한 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모르는 다른 효과가 있는 것인지.

마기 가루가 뿜어내는 연기 속에서 항상 오만상을 쓰며 간신히 버티던 기사들이 지금은 한결 편안한 얼굴로 훈련을 버티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슬란 님께서 만드신 성수의 힘이다! 부상을 당했을 때, 혹은 훈련이 지칠 때 이 성수를 마시거라. 그럼 힘이 샘솟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예!!”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황홀경에 빠진 듯한 저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섭다.

“아-”

그때 한창 사기 증진이라는 본인의 특성을 활용하여 기사들을 선동하고 있던 아론이 저 멀리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대기사단장님!”

아론의 얼굴이 오늘따라 광기에 물들어 있는 것 같아 섬뜩했다.

난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하고 있는 아론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서둘러 훈련장을 나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저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기사단장님.”

하지만 훈련장 밖을 나왔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라파엘이 총총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대기사단장님이 만드신 성수를 확인해 봤어요. 그런데 이게 저한테도 효과가 있는 거 있죠?”

라파엘한테?

악마의 피가 반만 흐르는 사람한테는 성수가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할 텐데?

“여기 제 손가락 보이시나요. 그 물에 살짝 담갔을 뿐인데, 이렇게 화상을 입었어요.”

라파엘이 빨갛게 익은 손가락을 보여 주었다.

라파엘한테도 효과가 있을 정도의 성수라니.

내가 정말 엄청난 걸 만들긴 했구나.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찰나의 괴력으로 빗어내지 않았던가.

“이걸 무기로 만들어도 쓸모가 많아 보여요.”

“무기?”

“네. 칼루탄을 이용해서 악마들 위로 이 성수를 펑! 터트리는 거죠. 제가 이 정도인데, 진짜 악마들은 어떻겠어요?”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는 라파엘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네~!”

다시 총총걸음으로 마탑을 향해 뛰어가는 라파엘이었다.

나는 집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아론과 기사들의 반응이 좀 과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정말 성수에 무슨 힘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사들이 마기 가루를 조금 더 잘 버티게 되고, 사기가 더할 나위 없이 올라갔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라파엘에게조차 효과가 있는 성수라면, 정말 그녀의 말대로 이걸 펑 터트려 악마들에게 뿌려 댄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무기가 또 어디 있을까.

“잠깐. 그럼 반대로······.”

나는 빛 속성의 물이 아닌, 어둠 속성의 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건가?

내가 가진 능력, 마기 포식에는 이런 옵션이 붙어 있다.

-이제 모든 공격을 어둠 속성으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성속성을 가진 상대에게 200%의 추가 데미지를 가합니다.

바로 빛의 속성에 추가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어둠 속성을 다룰 수 있는 것이다.

‘한번도 써본 적이 없긴 하지.’

빛 계열 네임드와 싸워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뭐, 지금 악마들이 날뛰고 있긴 하지만 스토리를 잘 이끌어 간다면 사르디엘 종족과 딱히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교단에 있는 놈들 정도?

하지만 그놈들도 빛의 마법을 부릴 뿐이지, 빛 속성을 순수하게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럼 끽해 봐야 레바노스라는 건데.’

방랑자 레바노스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스토리에 따라 달라진다.

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적군으로 돌변하는 것이고, 만약 잘 구슬리기만 한다면 아군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레바노스를 주인공의 동료로 만드는 것은 거의 히든 퀘스트나 다름 없기에,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가느냐에 따라 놈의 성향도 달라진다.

“그냥 그놈은 안 만나는 게 낫겠다.”

괜히 아군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이 극악 난이도 때문에 일을 그르쳐서 적으로 돌변하는 것보단 낫다.

아무튼, 빛 속성으로 이런 물을 만들어 냈으니, 어둠 속성으로도 이런 종류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수 말고 악마들이 다루는 물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악마를 퇴치하는 성수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나는 잔에 물을 조금만 따라 보았다.

아직 이 물은 그냥 일반 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손을 담가 기검사 효과를 발휘해 마구 검기를 작게 날려댔다.

여기서 또 무작정 찰나의 괴력을 써서 힘을 모았다가는 무슨 꼴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 변하는 거 같은데.”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역시 이건 안 되는 건가.”

찰나의 괴력을 쓰지 않으면 역시 안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슬슬 손가락에 쥐가 오는 것 같아 그만하려고 할 때였다.

점점 물 색깔이 탁한 어두운 색으로 변하더니,

[아슬란이 만들어낸 타락한 어둠의 물]

-일라이 왕국의 대기사단장, 아슬란이 만들어낸 타락한 어둠의 물입니다.

-빛 속성 계열에게 30% 추가 데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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