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0.01초 소드마스터 51화
테리슈나.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어둠의 방어막.
모든 공격을 상쇄하는 것에 모자라 그것을 튕겨내기까지 하는 테키나 족속의 최강 마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저 남자는 테리슈나의 마법이 걸려 있는 구슬을 향해 칼을 힘껏 내리쳤다.
“멍청한 놈!”
뚫을 수 없다.
상대가 누구든, 저 마법은 뚫을 수가 없다.
마법의 신이라 칭송받는 엘티히조차도 저 어둠의 마법을 뚫어내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콰콱-! 콰콰콱-!!
누구도 뚫어내지 못 한 저 어둠의 마법이, 진리와도 같았던 어둠의 힘이,
키이이잉-!!
눈이 멀 것처럼 성스럽게 빛을 발하고 있는 저 무지막지한 검강에 의해,
콰직-!
파괴되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되는!”
콰아아-!!
빛에 의해 소멸하고 있는 검은 마기가 이것이 꿈이 아님을 증명한다.
정말로 저 사내는 파괴가 불가능 하다는 테리슈나를 깨뜨린 것이다.
“다, 당신······.”
리락투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누구도 깨뜨리지 못했던 테리슈나의 마법이 저 남자 손에 최초로 파괴 되었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저 남자는,
“역시 하찮구나. 악마의 힘은.”
마치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몸을 돌렸다.
그러자,
펄럭~.
그의 붉은 망토가 화려하게 펄럭였다.
* *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동굴 밖을 걸어 나오던 나는 태연한 겉모습과 다르게 속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어떻게 테리슈나를 뚫은 거야?’
테리슈나는 함정 같은 마법이다.
대악마와 싸우는 플레이어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한 개발자들의 게임적 장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어떤 공격도, 그 어떤 마법도 테리슈나를 뚫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찰나의 괴력은 그걸 뚫었어.’
그것도 빛의 검강을 만들어내서 반으로 갈라 버렸다.
‘버그인가?’
그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테리슈나를 파훼하는 방법은 사실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건 직접적으로 테리슈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최대한 부딪히지 않고 우회하는 방법들이었다.
이렇게 완력으로, 그것도 공격 스킬 하나만으로 뚫어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찰나의 괴력이 최강의 괴력 스킬이라고는 하지만······.’
찰나의 괴력 스킬 설명에도 최강의 괴력 스킬이라는 설명이 쓰여 있긴 했다.
그렇게 따지면 테리슈나는 최강의 방어 스킬이었다.
이건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는 것.
그리고 승자는 바로 나였다.
대체 어떻게?
‘팔찌 효과 때문인가?’
모든 피해를 성속성으로 바꾸고 어둠 계열에게 추가 데미지 200%를 주는 레길로트 팔찌에 담긴 옵션 효과.
즉, 방금 전 내 찰나의 괴력은 2배의 위력으로 가해졌다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내가 살았다는 게 중요하다.
휴.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네.
‘이놈의 허세 때문에 내가 이렇게 심장 떨면서 살아야 하나.’
혼자 가슴을 쓸어내리던 나는 바닥에 넘어져 있는 막투르와 눈을 마주쳤다.
그 옆에는 사이좋게 아론과 알렉산더, 그리고 라파엘이 있었다.
모두 저 구슬을 파괴하려고 나섰다가 여기까지 밀려 떨어진 것이었다.
다들 몸 상태가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얼른 일어나서 치료를 하라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려 했으나,
“한심하구나.”
등허리를 타고 차오르는 허세가 그걸 용납할 리 없었다.
나는 경멸 어린 눈동자로 막투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호드의 대족장이라는 자가 고작 악마의 마법 하나를 부수지 못해 쩔쩔매다니.”
“······.”
막투르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나는 그 옆에 있는 내 부하들에게도 인상을 찌푸렸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기어코 내가 칼을 뽑게 만들다니. 부끄러운 줄 알거라.”
“소, 송구합니다. 대기사단장님.”
아론과 알렉산더는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라파엘은 자기 할 말을 끝까지 했다.
“죄송해요······. 그런데 저건 테리슈나였다고요. 엘티히님도 테리슈나는 깨뜨릴 수 없는 절대 방어 마법이라고 하셨어요.”
당연히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한번 들끓기 시작한 허세는 라파엘을 다그쳤다.
“그래서 너는 엘티히와 똑같이 될 생각인가?”
“······네?”
“엘티히가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만 하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건 하지 않을 생각이냐는 것이다.”
“그, 그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라파엘에게 나는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 한계를 세우지 마라.”
“······?”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네가 한계를 믿는 순간, 그것은 존재하게 되지.”
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라파엘을 지나치며 말을 이었다.
“왜 너는 나보다도 더 너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
“여기 있는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한계를 믿지 말고, 너희의 힘을 믿어라.”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보통 이 타이밍에 퀘스트 완료창이 뜨는데, 이상하게 아직 뜨질 않았다.
‘설마 아직 안 끝난 건가?’
원래는 구슬을 파괴하기만 하면 끝나는 퀘스트였다. 하지만 퀘스트 완료가 되지 않은 것을 미루어 봤을 때, 분명 뭔가가 더 있다는 뜻.
그렇다면 이 네임드들이 여기서 골골 거리고 있을 게 아니라 나를 위해 빨리 회복을 해줘야 한다.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게냐?”
“예?”
“얼른 상처부터 치료하고 와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약 봉인이 깨진 거라면 서둘러 그 입구를 찾아봐야 한다.
* * *
“······.”
펄럭이는 붉은 망토.
길게 흩날리는 은발 머리.
때마침 내리쬐고 있는 밝은 태양 빛까지.
기사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아슬란의 뒷모습은 완벽 그 자체였다.
‘저게 기사라는 것이군.’
막투르는 누군가가 이토록 멋있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저것이 인간들이 명예롭게 생각한다는 기사인가?
“한계를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 옆에서 라파엘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흐으읍-!”
그리고 혼자 무슨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막투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들은 좋겠구려. 저런 분을 주군으로 모시고 있다니.”
그 말에 아론이 웃으며 대꾸했다.
“당연한 말을 하는군. 나도 매일 저분 곁을 지키는 기사가 된 것을 감사하며 살고 있소.”
막투르는 조금 허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난 한때 내가 최강인 줄로만 알았소. 하지만 저분을 만나면서 깨달았소. 이 대륙에는 강자가 널리고 널렸다는 것을.”
인간은 나약한 놈들이라며 무시했다.
이 대륙에 자신을 대적할 만한 적수는 없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오늘 그 자신감이 전부 깨져 버리고 말았다.
대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강자가 있는 것일까.
“겸손함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 가지 틀린 것이 있소.”
“······?”
아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 대륙에 우리 아슬란 대기사단장님 같은 강자는 없다는 것이오.”
“!?”
막투르가 놀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저분이 대륙 최강자라는 것이오?”
“그렇소. 저분의 곁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되지. 저분을 능가할 자는 이 대륙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저분이 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오롯이 노력 덕분이었소.”
“노력?”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저게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이뤄진 힘이란 말인가?
“그, 그게 가능한 일이오?”
재능의 영역이라는 것이 있다.
노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절대 영역 말이다.
하지만 아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방금 말씀하지 않으셨소?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슬란님께서는 한때 재능 없는 기사로 낙인찍혀 온갖 조롱을 당하셨소.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강해지셨지. 그것은 뼈를 깎는 노력과 한계를 믿지 않는 단단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소.”
역시 그런 사람이었구나.
그렇기에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었구나.
“······.”
막투르는 그런 아슬란을 보며 스스로가 초라해졌다.
왠지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무언가를 아늑히 초월한 인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도 노력을 한다면-.’
그럼 언젠가 자신도 저 대단한 기사처럼 더욱 강해지는 날이 올까?
* * *
“이런 나쁜놈!”
“우리 부족을 배신하다니!”
“우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호드들은 붙잡힌 리락투를 향해 돌을 던졌다.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최후였다.
스토리에 맞게 여기까진 잘 흘러가고 있으나,
“막투르.”
“예?”
“네가 보낸 정찰조는 아직인가?”
문제는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문구가 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참 전에 떴어야 할 퀘스트 완료창이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후발대를 보낼 예정입니다.”
그래서 나는 막투르를 시켜 자스트라 숲 주변을 정찰하게 했다.
하지만 한참 전에 나갔던 정찰조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서둘러라. 낌새가 이상하다.”
이놈들이 길을 잃어버렸을 리는 없을 터.
필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그때 대롱대롱 매달려 호드들에게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당하고 있던 리락투가 소리쳤다.
“곧 악의 힘이, 카야르트 님의 위대한 어둠이 이곳을 잠식하게 된다! 너희는 절대 피할 수 없다!”
카야르트?
‘카야르트면······ 네임드 보스 아닌가?’
악마 중에서 마법을 다루는 네임드 보스.
기억난다.
검은 안개의 악마, 키야르트.
내가 고인물인 것도 있지만, 놈을 기억하는 이유는 키야르트의 짜증 나는 공격 패턴 때문이었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네임드 보스들은 각자 특색이 있는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다.
키야르트는 검은 안개라는 별명에 걸맞게 자욱한 마기를 뿌린다.
‘그거에 잘못 걸리면 끔찍하지.’
테키나 족속이 강한 이유는 그들이 다루는 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기에 저항력이 없는 일반 종족은 그것에 노출되면 중독에 이른다.
아무리 강한 무력과 마력을 가진 네임드 캐릭터라고 해도 대다수가 아직 마기에 저항력이 없기 때문에 쉽게 중독이 되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다.
테키나 족속은 300년 전 대륙에서 거의 사라지지 않았던가.
당연히 마기에 저항력이 있는 캐릭터가 드문 시기다.
‘그래서 원래 스토리 중반쯤에 훈련을 하지.’
마기 훈련.
맨정신으로 마기를 잘 버틸 수 있는 훈련인데, 이걸 거쳐야만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차츰 적응하게 된다.
‘설마 그놈이 여기 나타날 리는······ 없겠지?’
초반 가이드 퀘스트에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그것도 카야르트 정도나 되는 보스 몬스터는 그냥 다 죽으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마음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너희는 곧 어둠에 잡아먹혀 영광스러운 테키나 족속의 노예가 될 것이다! 크하하!!”
계속되는 리락투의 악담에 돌을 던지며 욕설을 내뱉고 있던 호드들의 안색이 굳었다.
“아, 악마?”
“테키나 족속이 이곳으로 온다고?”
테키나 족속의 강력함과 그 악랄함은 이미 선조들을 통해, 이야기를 통해 익히 들었을 터. 특히 호드는 악마에 의해 말살 직전까지 갔던 족속이라 그 공포심은 뿌리 깊게 내려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빛을 숭배하고 따르는 것이었다.
그들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악마를 물리치고자 말이다.
“모두 동요하지 마라. 악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막투르의 말에 리락투는 비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니. 반드시 나타난다. 너희가 내 의식을 방해해 문이 열려 있다 닫히긴 했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이놈이 끝까지 개소리를!”
“흐흐. 그렇게 믿고 있어라. 호드족의 최후가 머지않았으니.”
그 말에 호드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족장!!”
정찰을 나갔던 호드가 돌아왔다.
하지만 왜인지 혼자였다.
“다른 전사들은 어디 가고 너 혼자 돌아왔느냐?”
막투르도 이상한 낌새를 느낀 눈치였다.
“그, 그게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뭐?”
“갑자기 나타난 검은 악마들에 의해 같이 있던 전사들은 죽고 저 혼자 간신히 살아 남아 이 소식을 알리고자 온 겁니다!”
이래서 퀘스트가 안 깨진 거였구나.
“이럴 수가. 악마라니!”
“테, 테키나 족속이 정말 봉인을 깨고 나타났다고?!”
그 얘기를 들은 마을 주민들은 혼란 상태가 되어 우왕좌왕 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진정하거라!!”
막투르의 일갈에도 소용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에 이어 두려움을 모른다는 호드의 전사들 역시 차츰 그 공포에 물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어떡해!?”
“악마라니. 우리 선조들이 악마에 의해 거의 다 죽었는데!”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돼!”
이들의 혼란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갔다.
‘이대로는 위험해 보이는데.’
정말 악마들이 봉인을 깨고 나온 거라면, 이 상태로 싸우는 건 위험하다.
지금 이들은 호드가 아닌, 오합지졸이었다.
무언가 이들의 혼란을 잠재울 만한 것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나는,
“크하하하! 받아들여라. 이제 너희들은 모두 위대한 테키나 족속의······!”
스걱-!
계속해서 악을 쓰고 있는 리락투의 목을 베었다.
“!?”
일갈을 하던 막투르도, 혼란에 빠져 있던 호드들도 그 광경을 보고 전부 고요해졌다.
그들의 시선이 내게 쏠리자 잠자고 있던 허세가 꿈틀거리며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약한 놈들.”
나는 거만한 고갯짓으로 검을 비틀었다.
검에 묻은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용맹한 전투 민족이라는 호드는 어디에 가고, 겁쟁이들만 모여 있는 것이냐?”
“······.”
들끓는 허세를 나는 억제하지 않고 몸을 던졌다.
그러자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나갔다.
“고작 호드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니. 덩치가 아깝구나.”
이어지는 모욕적인 언사에 막투르가 소리쳤다.
“우리 호드는 겁쟁이가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저 큼지막한 주먹으로 나를 한 대 칠 기세였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증명하거라.”
오히려 그를, 저 호드들을 도발했다.
“너희의 도끼로, 너희의 강한 힘으로 악마의 머리를 쪼개거라. 왜 너희는 악마를 두려워하느냐?”
“······.”
“너희 선조들의 피를 잊었는가? 테키나 족속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던 그들의 힘을, 그들의 용기를 잊었는가?!”
그들은 침묵하며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난 한쪽에 도열 하고 있는 기사단을 가리켰다.
“나의 기사단을 보거라. 저들의 눈빛을 보거라. 저곳에 두려움이 보이는가?”
기사들은 더욱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며 늠름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었다.
“저들은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악마들이 몰려와도 저들은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저것이 기사이며, 저것이 전사의 명예다!”
“······.”
“너희도 저렇게 용감한 전사가 될 수 있다. 300년 전 너희 선조가 그리했던 것처럼.”
나는 들고 있던 칼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레길로트의 팔찌 효과가 발동하면서 찬란한 빛이 검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저, 저건!?”
“성스러운 빛?”
“라, 라할의 빛인가!”
침묵하고 있던 호드들이 그 빛을 보며 기함을 터트렸다.
난 둔중한 음성으로 그들의 소란스러움을 갈랐다.
“그러므로 내가 묻겠다. 너희는 싸울 것인가, 아니면 선조들이 너희에게 남긴 용맹한 정신과 그 피를 잊고 도망칠 것인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펄럭-!
하늘을 비행하고 있던 사파이어 자쿤이 내 옆에 내려와 두 날개를 넓게 펼쳤다.
“키루우우-!!”
그리고 녀석이 큰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리자,
“······!”
그것에 자극을 받은 호드들이 목청 높여 소리치기 시작했다.
“호드는 싸운다!!”
“우린 겁쟁이가 아니다!!”
“악마 따위 머리를 깨버려 주마!!”
그들의 함성 소리가 자스트라 숲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우우-!!”
“우오오오-!!”
하늘과 땅이 울리는 어마어마한 함성이다.
그 함성을 만들어낸 건 놀랍게도 저 사내였다.
이 정도로 호드들이 드높은 사기로 뭉쳤던 적이 있던가.
심지어 저 안에는 노인, 여자, 아이들까지도 합세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것이······ 지도자라는 것인가.’
이방인이다.
그것도 인간이다.
하지만 지금 호드들은 저 인간의 말에 격동하며 의지를 높이고 있었다.
거기다,
“키루우우-!!”
저 흉포한 몬스터까지 숲이 떠나갈 것처럼 울음을 터트리는 중이었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막투르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것이 대륙 최강자.’
이것이 일라이 왕국의 대기사단장.
‘아슬란이구나.’
막투르 역시 그 끓어 오르는 감정울 주체하지 못하고 호드들과 함께 함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