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09화 (209/227)

제209화

# 길정산 실험실 (1)

숏 동영상 플랫폼 링톡.

여러 트랜드를 선두하며 세계적인 열풍을 이끈 링톡은 너튜브에 쇼츠 플랫폼을 추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짧은 동영상을 업로드 하는 만큼 접근성이 좋기도 했다.

링톡 내에서도 괴담, 공포 콘텐츠는 많았다.

짧기 때문에 조작 영상이다 하더라도 무섭게만 연출한다면 많은 구독자를 모을 수 있었다.

이게 링톡 내 공포 콘텐츠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짧은 만큼 조작이 적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논란도 많이 되지만 인기가 많은 만큼 많은 링톡커들이 공포 콘텐츠에 도전하곤 했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제법 유명한 링톡커 ‘시메루’가 바로 화진이 찾아낸 바로 그 사람이었다.

1980년생.

본명은 알려져 있지 않음.

링톡에서 ‘시메루’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다.

사는 지역은 정확하지 않지만 브이로그 속 배경 때문에 신주쿠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신주쿠에서 그를 봤다는 소문이 있는 편.

마지막 영상은 3년 전, 한국 경상도에 있는 ‘길정산’에 방문했던 것.

시리즈로 세 편을 연이어 올린 후 돌연 업로드 중단.

구독자들 사이에서 자살 소문이 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 무서운 건 그의 자살소문이 돌기 직전, 그의 채널에서 길정산을 촬영한 세 편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

비공개인지 삭제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음.

어찌 되었든 그 세 영상이 사라진 후 시메루가 사라져 흉흉한 소문을 더 함.

현재 그 영상은 구할 수 없는 상태.

익명의 계정으로 세 개 중 하나가 도는데 진위여부가 명확하지 않음.

인터넷 백과사전 풀잎위키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영상 스크린샷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채널 역시도 링크로 연동이 되어 있었다.

현수가 채널을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한국을 촬영한 영상은 삭제되어 있었다.

화진이 보여준 영상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예전 영상 댓글에는 삭제 된 세 개의 영상에 무엇이 있었는지 적혀 있었다.

- 삭제 된 그 세 개 영상은 업로드 되자마자 봤었는데 진짜 엄청나게 무서웠음. 언뜻 병원 같기도 하고 연구소 같기도 했는데 사방에서 비명 같은 게 들리고 지하에 사람 형체 같은 게 잔뜩 보였음.

- 삭제 된 영상 보고 싶어서 이 채널 온 사람들에게 알려드림. 개무서움. 시메루가 진짜 대단했음. 거길 혼자 그렇게 들어가는 게. 연구소 같은 곳이었음.

- 한국에 저런 비밀 연구소가 있는 게 신기했음.

- 시메루가 촬영한 마지막 영상이 뭡니까???

몇몇 댓글들은 아주 최근에 달린 것들이었다.

아직도 시메루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고, 채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였다.

“길정산에 뭐가 있나?”

현수가 태환을 보며 물었다.

태환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이것저것 검색해 보았다.

“특별하게 뭐 없는데-”

검색 화면을 옆에서 보던 화진이 말했다.

“길정산에 있는 괴담이나 귀신 출몰, 이런 걸로 검색하지 말고 그냥 ‘길정산’을 검색해보자.”

그녀의 말에 태환이 바로 검색어를 바꿔보았다.

그러자 길정산에 오른 등산객들의 사진들이 잔뜩 올라왔다.

현수 일행은 스크로를 쭉쭉 내리며 특별한 것이 있는지 보았다.

그러던 중, 시메루가 촬영한 영상의 스크린샷이 보였다.

[길정산 증보제약 연구소 아님?]

한국에 있는 네티즌이 시메루의 영상을 보다 스크린샷을 찍어 커뮤니티에 물어본 게시물이었다.

하지만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네티즌인지, 아니면 아무도 몰라서인지 댓글은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

“증보제약 검색해봐.”

현수가 물었다.

태환이 빠르게 타이핑을 했다.

“증보제약…….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져서 40년 전에 망한 회사네요. 종로 쪽에 본사가 있었고, 경상도 영천시 가룡동에 연구소가 있었대요.”

찾아내는 데 무척 오래 걸리는 것이 인터넷에서도 굉장히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를 한 번 가봐야겠네. 자세한 주소지는 나와?”

“아뇨. 여기엔 가룡동이라고만 나와 있어요. 그런데, 길정산이 가룡동에 있어요.

“사전답사 갑시다.”

현수가 손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역시 시간을 끄는 법이 없었다.

* * *

영천에 도착해 직접 수소문을 해봤지만 길정산의 연구소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가룡동에 거주 중인 상인들부터 공인중개사에게 물어봐도 전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던 중, 연령대가 상당히 높은 분들에게 한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노부부는 현수 일행을 앞에 세워두고 티키타카를 하듯 이야기를 했다.

“길정산 연구소? 마, 그런 건 모르겠고 길정산에 거 실험실이 하나 있긴 했제.”

“하모! 실험실이캤다.”

“거 무슨 회사라캤제. 장, 장, 장.”

“증보제약.”

“어어, 맞다! 증보제약 실험실.”

이야기를 듣던 현수가 물었다.

“그 위치는 알고 계신가요?”

“위치? 어어- 무지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와 기억 안 나나? 니캉 내캉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아아. 맞다. 맞다. 기억 난디. 종이랑 펜 줘봐라. 그려줄게.”

노부부는 정신없이 대화를 하며 종이에 대략적인 약도를 그려주었다.

산길이라 그런지 약도만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등산로에 올라와 보니 약도가 쉽게 이해되었다.

옆쪽으로 나있는 길로 빠지자 수풀이 우거진 길이 나타났다.

사람이 다닐 수 없게 막힌 것 같았지만 바닥을 보면 예전에 길이 나있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멀리 콘크리트 담벼락과 녹슨 현판이 보였다.

[증보제약 미래 실험실]

담벼락 너머 보이는 2층짜리 건물은 흰색 콘크리트로 투박하게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무척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거기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흰색과 회색 아지랑이들이 무척 진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위치 파악했으니까 돌아가죠.”

현수가 돌아서며 말했다.

“미리 안 들어가 봐요?”

태환이 물었다.

“우리도 처음 들어가는 게 실감나지.”

화진이 옆에서 돌아서며 대답했다.

“게다가 우리가 먼저 들어가면 뭐 기믹을 설치했네, 조작하려고 연출 준비했네 그러니까 우리도 모르는 게 나아요.”

세정도 거들었다.

“저기 뭔가 되게 음산하네.”

태환은 찝찝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세정은 선 자리에서 실험실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다른 일행의 뒤를 따라 돌아갔다.

* * *

돌아오자마자 세정은 찍은 사진을 적당히 모자이크 처리한 뒤 커뮤니티탭에 공지를 올렸다.

경상도 모처에 있는 폐실험실 촬영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 저기 어디지???

- 이번에도 모다교인갘ㅋㅋ

- 모다교는 아닐 듯.

- 모다교 아니에용. 그거 마무리 됨.

- 이번엔 어딜 고발하려나.

- 고발하는 것도 재밌는데 뭔가 순수 공포가 보고 싶긴 함.

- 모자이크 했는데도 무서운데.

- 이미지 구글링 해봤는데 어딘지 안 나옴. 모자이크ㄲㅈ

순식간에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다.

450만 스트리머의 위용이었다.

그렇게 ‘수요일의 괴담’과 캠핑 촬영을 지나 토요일.

일행은 장비를 챙겨 경상도 영천으로 향했다.

가룡동에 도착해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일행은 길정산 등산로 앞에 섰다.

세정이 카메라와 조명을 켜고 사인을 넣자 일행이 나란히 섰다.

“들어갈게요. 셋! 둘! 하나!”

세정의 큐사인과 함께 방송이 시작 되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오늘도 저희 고정 크루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반갑습니다~”

현수와 태환, 화진이 인사를 했다.

“커뮤니티탭에 예고해 드린 대로 오늘은 폐실험실 촬영을 갈 겁니다. 이곳이 어딘지, 정확한 위치는 역시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일상적인 고정 멘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등산로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 퇴마 장소는 사실 의뢰를 받은 건 아니고 ‘퇴마’할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명확하지 않은 곳입니다. 초창기에 했던 흉가 수색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 오오 초심 찾기인가.

- 무섭겠는 걸.

- 기대됩니다!!!

- 굳굳 좋아요!

여러 채팅과 함께 쏟아지는 파워챗 후원.

시청자 수도 금세 5만 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부스럭 부스럭

일행들이 수풀을 헤치며 걷는 소리가 마이크에 그대로 담겼다.

정신없는 화면이었지만 그만큼 현실감을 더해주었다.

새로 온 시청자들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지만 캡틴 퇴마 채널을 오랫동안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잠시 뒤. 수풀이 끝나면서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 아래 을씨년스럽게 자리한 담벼락과 2층 건물.

낮에 봤던 것보다 귀신의 아지랑이들이 더욱 뿌옇게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이곳입니다.”

현수가 건물을 가리키며 카메라를 보았다.

- 와........

- 위즈소카 수용소보다는 작은데 분위기는 거기랑 비슷한데??

- 아아아아 맞네

- 그그그그그 노로이무라인가. 거기랑 위즈소카 섞어놓은 느낌.

- 폐교도!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는 사이, 현수가 앞장서서 건물로 향했다.

“이곳은 예전에 한 제약회사의 실험실로 쓰였다고 합니다. 음. 아까 제가 의뢰나 퇴마가 아니라 흉가 수색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 장소 선정을 일본의 한 링톡커가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했습니다.”

- 링톡커?

- 왜진링?

- 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현수가 이곳을 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며 대문에 다가갔다.

링톡커 ‘시메루’와 삭제된 영상에 대한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모두 격앙된 톤으로 채팅을 쳤다.

- 캡틴님도 위험한 거 아니에요???

- 대체 무슨 영상이었던 거지.

- 링톡에 검색하고 왔음. 그 사람 채널 남아 있는데 영상 업로드가 오랫동안 안 되고 있음.

- 개무섭넼ㅋㅋㅋㅋ 진짜 뭐지.

시청자들이 하는 걱정은 사실 현수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현수 일행은 귀신을 보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와는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게 현수의 확신이었다.

대문은 잔뜩 녹이 슬어 있었다.

70년대, 80년대 흔히 볼 수 있었던 오래된 디자인의 철제 대문.

그렇게 두꺼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쉽게 부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열려 있는데요?”

그때 태환이 문을 살짝 밀며 말했다.

꾸우우우우웅-

녹이 슨 철제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온 산천에 메아리쳤다.

“와이 씨……. 이게 다 뭐예요?”

화진이 열린 대문 안 쪽으로 펼쳐진 마당을 보며 인상을 썼다.

넓게 펼쳐진 마당에는 묘비와 함께 평평한 무덤들이 쫙 펼쳐져 있었다.

이 묘비들은 이끼가 잔뜩 껴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실험실 건물 앞에 왜 이런 공동묘지가 있는 거죠?”

태환도 의아한 듯 물었다.

화진은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더니 묘비의 이끼를 긁어내 보았다.

더욱 소름끼치는 것.

묘비에는 아무것도 각인되어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주인이 누군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덤들이라는 의미였다.

“X발. 여기 또 골 때리네요.”

현수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서 무덤과 건물 전경을 보았다.

사방에서 회색 아지랑이들이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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