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 모다교 : 강남 협동회 (3)
몇 분 전.
모다빌딩으로 이동하는 차 안.
화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 근데 현수님. 그냥 들어가면 정말 모다교에 대한 옹호 영상, 해명 방송밖에는 안 될 것 같은데요?”
그녀의 질문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표면적으로는 그걸 촬영할 겁니다. 대신 우리는 영안과 심령카메라로 악귀들이 얼마나 있는지. 교주한테 어떤 귀신이 달라붙어 있는지. 그걸 직접 확인할 거예요.”
“음.”
“말씀드렸다시피 저자들은 우리가 어느 정도 연출을 했다고 믿고 있는 거 같으니까요. 우리만큼 영안이 있진 않아요. 가능할 거예요.”
“그것만으로는 좀 불안한데. 여론도 안 좋고.”
“그래서 말인데요. 화진 님께는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네? 어떤 거죠?”
“우리가 방송 시작하면 각 개인한테 장착된 로프로 카메라를 온라인으로 켜고 들어가잖아요. 메인 방송 보다가 한 번씩 구경할 수 있게.”
“네, 네.”
“화진 님은 그 카메라를 오프라인으로 세팅하고 녹화만 하면서 이동해 주세요.”
“네? 왜-”
“가능하시다면 빌딩에 들어간 이후, 저희와 떨어져서 혼자 증거를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어머나.”
“그 카메라가 온라인으로 실황 중계 되고 있으면 화진 님이 혼자 비밀 취재하는 게 적발될 수 있으니 몰래 녹화만 뜨는 거죠. 증거 수집.”
“하기야. 현수 님이 채널 간판 얼굴이니 현수 님이 그 사무관 안내를 받긴 해야죠.”
“그래서요. 가급적 제가 하면 좋긴 한데.”
“알겠어요. 한 번 해볼게요.”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오시면 바로 카메라를 온라인으로 켜세요. 그러면 그 위험한 상황이 생중계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디로 양동작전이었다.
김주장 사무관이 현수 일행을 안내하는 동안 화진이 몰래 빠져나와 다른 곳들을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장기밀매가 이루어졌다는 증거만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다면.
신도들을 죽였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한다면 되었다.
다만 이동하는 동안 위치가 공개될 수 있으니 로프로 카메라는 일부러 오프라인으로 바꾼 것이었다.
그래서 방송이 시작된 이후, 현수와 태환, 세정의 로프로 카메라 실황 URL은 떴는데 화진의 실황 URL만 뜨지 않은 것이었다.
이 내용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기술적 오류인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결국 메인 카메라는 세정의 카메라다 보니 그 항의도 금세 묻혔다.
* * *
촬영은 마치 홍보 다큐멘터리처럼 진행이 되었다.
김주장 사무관이 앞장서서 걸으며 모다교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고, 일행들은 그 설명을 들으며 뒤를 쫓아갔다.
벽에 걸린 온갖 시와 벽화, 그리고 사회 공헌 뉴스 기사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저희 모다교가 사이비라는 건 세간의 오해입니다. 정말 문제가 있는 사이비라면 10만 명이나 되는 신자들이 모이지 않았겠죠.”
“10만 명이면 규모가 상당하네요.”
“그렇죠. 그분들이 모두 다 바보는 아니잖습니까. 어쩌면 올바른 신앙에 대해 먼저 깨우친 선지자들이시죠.”
김주장 사무관은 너무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단순히 사기 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도 곳곳에 악귀의 기운이 포착되었다.
물론 그 모습은 부산지부에서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쑥 향을 피우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악귀의 눈이 아주 흐리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곳은 부산지부보다 영의 기운을 더 강하게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희 모다교는 사회 공헌도 많이 합니다. 매년 서른 곳의 보육원에 기부 활동을 하고 있죠. 여기 이 사진은 저희 모다교가 10년째 기부하고 있는 미진 보육원의 아이들이 저희 주여보님께 감사하다면서 손편지를 쓰고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어린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크레파스로 무언가를 쓰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사진만 봤을 땐 해맑고 예쁜 사진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이런 보육원과의 관계도 모다교가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사회 공헌을 많이 하고. 또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주여보님께서 장기밀매를 한다? 말도 안 될 일이죠.”
그는 손을 크게 내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부분은 경찰 쪽에서 조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뭔가 이야기가 나오겠죠.”
현수가 대답했다.
“맞습니다. 오해는 풀어야죠. 이번 기회에 저희 모다 식구들을 곡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주장 사무관이 웃으며 말했다.
“교주님께서는 어떤 분이신가요?”
“우리 주여보님이요? 주여보님께서는- 정말 말 그대로 ‘성인’ 그 자체죠. 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왜 메시아라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하실 거예요.”
모다교를 조사하기 위해 강내수의 사진과 동영상을 검색해 봤을 때엔, 전형적인 사기꾼 느낌이었다.
백발 머리카락에 하얀 정장, 붉은 넥타이를 하고 있고 약간 가는 목소리 톤에 화법은 다소 거친 편이었다.
사기꾼 같은 건 둘째 치고라도 전체적으로 호감이 가지 않는 외형이었다.
‘그래도 뭔가 매력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몰리긴 하는 거겠지.’
현수는 생각하면서 계속 안내를 받았다.
- 하여튼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말은 잘햌ㅋㅋㅋㅋㅋㅋ
- 왘ㅋㅋㅋㅋ 무슨 부동산 업자 같앜ㅋㅋㅋㅋ
- ㄴㄴㄴㄴㄴㄴㄴ 박물관 큐레이터 같음.
-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단계 했음 잘했겠는대ᅟᅦᆿㅋㅋㅋ
이 내용은 생방송으로 계속 나가고 있었다.
당연히 시청자들도 모두 듣고 있었다.
현재 시청자 수는 30만 명.
적지 않은 수였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시청자들이 뭔가에 현혹된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모다교 신자들 중 일부가 채팅에 참여한 것이 보였다.
- 모다교 사이비 아님. 진짜 좋은 곳임.
- 지들한테 안 속해 있으면 다 사이비래
- 사이비 아니에요
- 모다교 파이팅! 모다 협동회 파이팅! 주여보님 파이팅!
- 사이비 꺼져랔ㅋㅋㅋㅋㅋ
- 사이비 신도들 아이디 기록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믿겈ㅋㅋㅋ
현수와 세정은 채팅창을 보고 그 어떤 반응도 해주지 않았다.
일단 지금은 현실에 있는 김주장 사무관은 물론, 여론 반응도 살피고 있는 중인 셈이었다.
“교주님은 지금 여기 계신가요?”
“네. 맨 최상층에 주여보님께서 머무시는 사무실 겸 방이 있습니다.”
“아. 이곳에서 생활도 하시나요?”
“원래 댁도 있으십니다만 교단 업무가 워낙 많다 보니 이 사무실에서도 많이 지내십니다.”
“그렇군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참을 안내받던 중, 화진이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요. 저 통화 좀 하고 올게요.”
그녀가 1층의 커다란 로비 현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렇게 하세요.”
김주장 사무관이 말했다.
화진은 핸드폰을 들고 커다란 유리문 앞에서 어딘가와 통화를 했다.
잠시 뒤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저기, 캡틴님. 저 집에 좀 큰일이 났다고 해서요. 저는 오늘 촬영에서 빠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현수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쩔 수 없죠. 그렇게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화진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는 부랴부랴 출입문 쪽으로 달려갔다.
김주장 사무관은 화진이 나가는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그녀가 확실히 나가는지 보려는 것이었다.
‘좋았어.’
현수가 생각했다.
만약 처음부터 화진이 오지 않았다면 의심을 샀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와서 얼굴까지 비췄다가 전화를 받고 돌아가는 걸 직접 보여준다면 그 의심을 조금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저희는 계속 촬영을 이어가죠.”
현수가 말했다.
“아. 물론 그래야죠.”
김주장 사무관은 다시 앞장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까지 1층 둘러보셨고요. 이제 2층 가겠습니다.”
“여기도 예배당은 지하에 있나요?”
“네. 위층은 주로 사무실이나 교리실. 신도들끼리 따로 모이는 기도방들이 있고요. 예배를 위한 공간은 지하에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기도방들을 보여드릴 거예요. 우리 신도들이 어떻게 기도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도 11시가 예배인가요?”
“네. 주여보님께서 손님들 오시면 예배에 직접 참석해 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괜찮으신가요?”
“시간이 된다면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심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다교 부산지부 예배당에서 촬영되었던 장면은 무척 기이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예배에 직접 초대를 한다니.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
* * *
그 사이 화진은 차에서 겉옷을 갈아입은 뒤 모자와 복면을 썼다.
그리고 카메라의 오프라인 세팅을 확인한 후 부적 봉을 들었다.
“후. 할 수 있어.”
그녀는 차창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며 주문을 외우듯 말한 후 다시 건물로 달려갔다.
스윽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한 번 확인한 후 걸음을 옮겼다.
모자를 푹 눌러쓴 상태로, 최대한 태연하게 지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옷을 바꿔 입었으니 화진이라는 걸 즉시 눈치채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걸어가며 주변 시설들을 확인했다.
김주장 사무관이 소개를 한 여러 사무실들을 슥 보았다.
그때 소개를 하지 않았던 사무실이 하나 눈에 띄었다.
[행정실]
[정 : 강내수 주여보님]
[부 : 김주장 사무관]
문이 닫혀 있었지만 밑으로 형광등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문 앞에는 관리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명패로 봐선 행정실의 총 책임자가 김주장 사무관이었다.
행정실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교주 밑에 바로 김주장 사무관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문에 살짝 귀를 대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천장 가까이에 난 창문에 매달려 슬쩍 안을 보았다.
사무용 책상이 파티션과 함께 여러 대 설치되어 있었지만 모두 공석이었다.
김주장 사무관의 자리로 생각이 되는 가장 상석 컴퓨터만 켜져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내려온 뒤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철컥
잠겨 있었다.
그녀는 툴킷을 꺼내 바로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행정실 안에는 서류들이 가득했다.
먼저 김주장 사무관의 컴퓨터에 접근했지만 화면보호기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상태였다.
이걸 열 수 있는 방법은 당장에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
방 전체에 사백안이 번뜩 떴다.
무척 징그러운 장면이었다.
화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다.
귀신이나 악귀를 보긴 해도 현수처럼 뚜렷이 보는 것도 아니고, 사백안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굉장히 선명히 보이고 있었다.
동시에 찬 공기가 몰아치자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현수가 없을 때 이렇게 악귀의 기운을 강하게 받기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사백안의 눈동자들이 어느 한 곳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천장에 있는 눈, 벽에 있는 눈, 바닥에 있는 눈.
모든 사백안의 눈동자들이 한 곳을 가리켰다.
벽에 있는 철제 캐비닛이었다.
화진은 여기 있는 악귀들이 무언가 알려주려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캐비닛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