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02화 (202/227)

제202화

# 모다교 : 강남 협동회 (2)

“말씀드렸듯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김주장 사무관이 씩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모다교 강남 협동회를 직접 방문해서 현장을 확인해주시고 교주님의 인터뷰도 캡틴 채널에서 직접 송출해 주십시오.”

“생방송으로요?”

“네. 그렇게 하면 캡틴 퇴마 채널 쪽에 걸 고소를 모두 취하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꽤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자신의 강남 모다 빌딩을 직접 취재하고 교주의 해명 인터뷰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면 예고한 법적 조치를 모두 취소하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꽤 깊은 수가 담겨 있었다.

모다교를 고발한 캡틴 퇴마가 그 해명 영상까지 직접 담는다면, 일각에서는 조회 수를 위해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달달한 제안이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있을 것이었다.

“고소 조치가 들어가게 되면 꽤 긴 싸움이 진행될 겁니다. 그냥 한 번 촬영해 주시고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김주장 사무관이 말했다.

생각해 보면 강남의 모다 빌딩을 직접 들어가 취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모다교의 진실. 혹은 의뢰인의 모친을 찾아내는 데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었다.

현수는 독이 든 제안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단, 저희 방송은 토요일 밤 9시에 진행하니 그때 방문토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저희도 받아들이도록 하죠.”

김주장 사무관이 웃으며 대답했다.

* * *

“네에에?”

태환이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김주장 사무관과의 협의 내용을 전달하자 깜짝 놀란 것이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화진과 세정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강남 모다 빌딩의 모다교 본사를 직접 소개하고 교주의 해명 영상을 찍는다고요?”

태환은 격앙된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목소리 좀 낮추고.”

현수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거길 옹호하자는 게 아니야. 최소한 부산지부가 그렇게 털리고 나서 그쪽도 방문객이나 촬영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하게 굴 거 아니야. 그런데 저렇게 모다빌딩 문을 열어주겠다면야 우리 입장에서는 취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곳으로만 안내할 게 뻔한데요?”

화진이 물었다.

“그렇지만 교주인 강내수를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혹시 알아요? 뭔가 다른 걸 알게 될지.”

“다른 걸 알게 되다뇨?”

“제가 부산지부에서 사람들과 악귀들을 보며 느낀 건데요. 거기 성자라 불리던 사람이나 신도들이나 지부장이나 영안이 있는 것 같진 않았어요.”

“그래요?”

“네. 악귀에 들려 있기 때문에 영혼이나 귀신을 느낄 수는 있지만 육체적인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거죠. 만약 볼 수 있었다면 지하 대예배당실 앞에서 숨어 있었을 때 애시당초에 적발됐겠죠.”

“흠. 듣고 보니 그러네요.”

“거기에 우리 방송을 보고 조작된 연출이라고 주장하는 거 보니까 더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거짓말 같진 않았어요.”

“흐음.”

“운이 좋다면 거기 있는 악귀나 귀신들에게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면 뭔가 증거라도 찾을 수 있게 될 거예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자는 거네요.”

화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한번 부딪쳐 보자고요.”

현수가 말했다.

며칠 후.

캡틴 퇴마 채널 커뮤니티 탭에는 한 가지 공지가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방영되었던 모다교 부산지부 관련하여 모다교 교단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모다교 측에서는 사이비에 대한 용어 변경과 함께 본사라 할 수 있는 강남 모다빌딩 소개.

그리고 강내수 교주의 해명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저희는 요청을 수락했고, 이번 주 토요일.

강남에 있는 모다 협동회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며 아울러 강내주 교주의 인터뷰도 촬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지가 올라가자마자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 모다빌딩 궁금하긴 했는데.

- 좋아요!!!!

- 진실을 파헤치자!!!!

- 캡틴 돈 먹은 거 아님????

- 해명 인터뷰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캡틴 모다교 편 아님????

- 아아 주작이 아니라 자작극인 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주작 퇴마에서 자작 퇴마로 바뀌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돈 먹었네.

- 안녕하세요. 캡틴 채널을 즐겨 보고 있는 구독자입니다. 지금 온 나라가 모다교 장기매매 의혹으로 떠들썩한데 그걸 먼저 터뜨린 캡틴 퇴마 채널에서 해명영상을 올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 반대일세.

- 캡틴 나락가나여

- 좀 아닌 거 같음.

전체적으로 반대 여론이 눈에 띄었다.

공격하기로 했으면 계속 공격해야지 왜 해명 인터뷰를 받아주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여기에 다른 첨언을 할 수 없었다.

다른 속셈이 있다는 걸 알면 그쪽에서 모다 빌딩 초대 제안을 취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단 여론이 어떻게 되든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

* * *

다시 촬영 당일.

부산지부 촬영을 진행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간이었다.

현수 일행은 강남 한복판에 있는 모다빌딩을 확인했다.

“빌딩 주차장으로 가요?”

세정이 운전을 하며 물었다.

“아뇨. 유사시에 도망가야 하니까 외부에다 주차하죠. 빌딩 주차장에 댔다가 놈들이 셔터를 내려버리면 도망 못 치잖아요.”

현수가 대답했다.

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빌딩 뒤쪽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부산지부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차에서 내린 현수는 한 블록 너머 보이는 모다빌딩을 보았다.

부산지부 건물처럼 회색, 혹은 하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는 않았다.

“괜찮겠죠?”

태환이 걱정스러운 듯 장비를 챙겼다.

현수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수정을 불렀다.

“누나. 지금 옆에 계시죠?”

“당연하지.”

그러자 현수 뒤로 수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저 사이비 종교 사연. 계속 보고 계셨죠?”

“응. 모다교 저거 오래 됐어. 나 있을 때도 모다교에서 선교하는 거 본 적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해?”

“지금 저기. 가만둬선 안 될 거 같죠?”

“그렇긴 하지만 늘 말하지만 나는 네 일에 개입할 수 없-”

“-그 얘기는 잠깐 접어두시고요.”

현수가 살짝 인상을 쓰며 수정에게 몸을 돌렸다.

“지금 죽은 사람들이 귀신이 되었고, 각자마다 사연이 있고, 어디 무슨 원한이 있고- 그런 퇴마가 아니잖아요. 이건 지금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사건이라고요.”

현수의 말에 수정이 입을 다물었다.

“음.”

“맞잖아요. 지금까지 겪어왔던 사연과는 결이 다르잖아요. 이번에는 조언을 좀 주시죠.”

현수가 따지듯 말했다.

“허태훈, 양수찬 연쇄 살인 때에도 크게 개입하진 않았었는데.”

“아오! 진짜. 수호신이라면서.”

현수가 짜증이 난 듯 휙 돌아섰다.

“갑시다.”

현수가 일행들과 함께 빌딩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수정이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알았어, 알았어! 일단 내가 느낀 것만 말해줄게.”

수정의 말에 현수가 걸음을 멈췄다.

“네가 지금까지 추측한 게 다 맞아. 장기밀매가 이루어졌고, 신도들한테 귀신과 악귀를 빙의시키고 있어.”

“의뢰인 모친은요?”

“그건 모르겠어. 그게 문제인데, 그 부산지부 건물 들어갔을 때도 그렇고. 내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가 없었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안에 부적들이 있어서 내가 들어가기가 어렵더라고.”

“어? 그럴 수가 있나요?”

“당연하지. 부적을 쓸 땐 그걸 쓰는 무당의 의지가 들어 있잖아. 태환 군 저 친구 엄마가 써준 액막이 부적이 다른 악귀나 귀신은 막아도 나는 드나드는 것처럼, 부산지부에 부적을 쓴 무당이 나 같은 귀신을 막으려고 붙인 거면 나도 들어가기 힘들지.”

수정이 말했다.

“교주가 무당 출신이라고 하더니. 나름대로 방어벽을 쳐놓은 거네요.”

“맞아. 그렇다고 봐야지.”

“그럼 이 건물 안에서도 활동이 어렵겠네요?”

“아마도? 억지로 들어가면 엄청 아프겠지. 게다가…….”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게다가요?”

“그 정도 부적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천도재나 퇴마도 할 수 있는 사람일 거야. 날 없애버릴 수도 있는 사람일 거라는 이야기지.”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천천히 그녀에게 몸을 돌렸다.

그녀는 현수와 눈이 마주치자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도 천도하지 못한 귀신이지만 사이비 교주 무당한테 붙잡혀 억지로 천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었다.

“누나 편하신 대로 하세요. 상황이 그러면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말하기가 어렵네.”

현수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순간 수정은 괜히 마음이 이상해졌다.

현수가 순간 짜증을 내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귀신인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방송 켜죠.”

현수의 말에 일행들 모두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수정은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캡틴 퇴마>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현수와 화진, 태환이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예고해 드린 것처럼 오늘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다빌딩에 와있습니다.”

현수가 뒤로 보이는 빌딩을 가리키며 말했다.

- 회유에 넘어가신 캡틴님

- 뭐라 떠드는지 지켜나 보잨ㅋㅋㅋㅋㅋ

- 아무래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 안녕하세요~~~~

-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거죠??

- 음. 이게 맞는 건가여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현수가 멘트를 이어갔다.

“오늘 이 빌딩에서 촬영이 이루어질 거고요. 교주인 ‘강내수’ 씨의 인터뷰가 진행되겠습니다.”

현수가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

- 영상 더 보기 란에 각자 로프로 카메라 실황 영상 URL 떠있어요~

- 캠핑님 거 카메라는 꺼져 있는데요?????

- 캠핑님 카메라 작동 안 해요~~

- 저기요. 캠핑님 거 안 켜져 있음.

일부 채팅들이 보였다.

하지만 일행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빌딩 입구에 도착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김주장 사무관이 꾸벅 인사를 하며 나왔다.

“안녕하세요! 모다 강남 협동회 사무관 김주장입니다.”

그는 해맑게 카메라를 보고도 인사를 했다.

- 사이비 교단에 있는 관리들은 다 저렇게 생겨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 같음.

- 하얀 정장은 버프 갑옷 같은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캠핑 로프로 카메라 꺼져 있다고!!

현수는 김주장 사무관과 악수를 나누었다.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그가 정중하게 안 쪽으로 손짓을 했다.

일행은 그를 따라 빌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너도캠핑 화진은 비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스캔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부착된 로프로 카메라가 오프라인 녹화 중인 것을 다시 확인했다.

현재 화진의 카메라가 실황 중계되고 있지 않은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현수와 나누었던 ‘작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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