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00화 (200/227)
  • 제200화

    # 모다교 : 부산지부 (6)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앵글에 과도하게 접근해 있는 현수의 얼굴을 더욱더 현장감을 드러내 주었다.

    거기에 속삭이는 목소리와 거친 숨소리까지.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세정이 촬영하는 카메라는 다시 한번 수술대와 정체 모를 아이스박스 쪽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시청자 수는 무려 50만 명을 뛰어넘고 있었다.

    심지어 엄청나게 많은 후원들이 물밀듯 밀려 들어왔다.

    소위 ‘잭팟’이 터졌다고 평가를 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현수 일행이 겪는 일은 정말 생사를 오가고 있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이 조작이다, 아니다, 어떤 평가를 내리든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채팅창 역시도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는 바람에 채팅창 자체가 아예 렉이 먹을 정도였다.

    허나 다행히도 아직 영상에 대한 정지나 경고가 붙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고어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폭력적인 장면과 고어 장면이 연상될 만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속보 - 모다교 부산지부 지하에서 장기매매 흔적 발견]

    [모다교 장기매매 알선?]

    [캡틴 퇴마 채널에서 모다교의 정체를 밝히나?]

    [아직 모다교 측 공식 입장은 없는 상태]

    .

    .

    .

    시청자 수가 급증하면서 한 가지 부작용도 발생했다.

    후원과 시청자 트래픽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이 방송 소식이 뉴스를 타고 퍼지면서 모다교 내부 커뮤니티에도 흘러 들어간 것이었다.

    즉, 모다교 교민들 사이에서도 지금 이 방송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여러 형태로 구성되어 있던 커뮤니티를 타고 방송 URL이 퍼져갔고, 부산지부 건물을 지키고 있던 남자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들은 현수의 방송을 켜고 위치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진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캠핑 님?”

    현수가 카메라와 출구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캡틴님. 지금 이 방송 뉴스 탔어요. 아마 교인이나 관리자들이 봤을 거예요. 지금 당장 거기서 탈출하세요.]

    그들이 몰려온다면 꼼짝없이 붙잡힐 판이었다.

    하지만 되레 이렇게까지 공론화가 됐다면 현수를 대놓고 해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현수가 사라져 버린다면, 화진과 태환이 증인이 되어줄 것이고, 모다교는 살인과 실종, 혹은 폭행에 대한 혐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팀을 나눠 움직이자는 현수의 수가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현수가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다시 위로 향했다.

    꾸우우우웅-

    현수가 장미반 교리실로 올라가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까 사라졌던 지부장 김장수가 천장에 매달린 채 현수를 보고 있었다.

    장미반 교리실에 다시 돌아와 있던 것이었다.

    “헉!”

    현수가 자기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질렀다.

    “키야아아아악!”

    김주상이 입을 크게 벌리고 괴상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현수는 솔트샷건을 장전한 뒤 주저 없이 방아쇠를 쏘았다.

    팡!

    소금이 확 흩뿌려지며 김주상이 뒤로 날아갔다.

    그가 바닥에 떨어지자 현수와 세정은 바로 교리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세정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곳까지 내려온 이유는 대예배당을 촬영하려고 했던 것.

    이대로 나가기에는 아쉬웠다.

    “잠시만요!”

    세정이 대예배당실 쪽으로 달려갔다.

    “세정 님!”

    현수가 깜짝 놀라 뒤쫓아 갔다.

    - 위험한데

    - 위험해요!!!!

    - 근데 궁금하긴 하다.

    - 매니저 짜란다!!!!

    - 위험위험

    - 매니저 파이팅!

    - 캡틴은 고구마인데 매니저가 열일이네.

    세정을 응원하는 채팅들이 올라왔다.

    화진과 태환은 그 채팅을 보고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상황은 벌어졌고, 현수가 세정의 뒤를 쫓았다.

    “세정 님! 위험해요! 지금 놈들이 우리를 쫓을 거라고요!”

    현수가 쫓아가며 작게 외쳤다.

    하지만 세정은 벌써 대예배당실 앞에 도착했고, 문을 살짝 열어 내부를 촬영했다.

    현수도 입을 다물고 그 뒤에 설 수밖에 없었다.

    “주여보님~ 내 사랑 주 여보님~”

    대예배당의 거대한 제단 뒤에는 십자가와 함께 교주 강내수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오방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체의 남자 신도를 세워두고 굿을 하고 있었다.

    이걸 지켜보는 제단 앞의 남녀 신도들도 모두 속옷만 착용한 채 무릎 꿇고 이상한 찬송가를 불렀다.

    그야말로 기이한 장면이었다.

    헐벗고 있는 덕분에 예배당 안의 인원들은 아직 뉴스나 방송을 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부산지부 건물이 생방송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예배에 심취해 있었다.

    세정은 이곳저곳을 클로즈업하며 예배당 전체를 촬영했다.

    일반 촬영 카메라로 여러 시설들을, 그리고 심령카메라로 예배를 집도 중인 사람과 주변의 회색, 흰색 아지랑이들을 촬영했다.

    “세정 님. 지금 빠져야 해요.”

    현수가 말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제단에서 오방색 옷을 입고 방방 뛰던 사람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로봇처럼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뜻 보면 그냥 고개를 돌린 것뿐이지만 아주 천천히 돌리는 것이 뭔가 기이했다.

    이어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신도들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수십 명에 달하는 속옷 바람의 신도들이 일제히 현수와 세정, 그리고 카메라를 돌아보는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기괴했다.

    그 와중에도 세정은 행여나 심의에 걸릴까 카메라를 내렸다.

    - 아 카메라 올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방금 뭔가 소름끼쳤는데

    - 저거 뭐야

    - 모다교 예배가 저거임. 부정을 막아야 한다면서 옷 벗기고 굿 같은 거 함. 쟤네가 예배라고 하는 거.

    - 그게 귀신 부르는 거구나.

    - 교주 밑으로 ‘성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각 지부에서 예배를 담당함.

    스윽

    제단 위의 남자가 카메라를 가리켰다.

    그러자 신도들이 좀비처럼 비틀대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순간 그들의 눈이 시뻘게지면서 사백안으로 변했다.

    화아아아아악

    동시에 벽과 천장에도 사백안이 나타났다.

    ‘우리에게 공격적인 악귀와 피해자인 악귀가 뒤엉켜 있나.’

    현수는 빙의되지 않은 악귀는 나름 아군인 악귀.

    그리고 빙의된 악귀는 공격성을 띤 악귀로 구분했다.

    “이제 무조건 나가야 해요.”

    현수가 세정의 어깨를 붙잡고 당겼다.

    그때, 계단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몰려 내려왔다.

    스윽

    여기에 장미반 교리실 문으로는 김주상 지부장의 얼굴이 빼꼼 튀어나왔다.

    그는 아까와 달리 정상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 여기까지.”

    김주상 지부장이 몰려오던 남자들과 신도들에게 손을 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들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현수와 세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보았다.

    김주상은 현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분께서 우리 교단에 대해 궁금한 것이 무척 많으신 것 같습니다만, 뭔가 오해만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는 굉장히 정중한 표정으로 말하며 흐트러졌던 넥타이를 정리했다.

    현수의 EMF 탐지기는 아직도 다섯 개 불 모두 들어차 있는 상태.

    아직도 악귀의 기운은 사방에 충만했다.

    하지만 김주상의 말에 모든 상황이 차분해졌다.

    “이만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저희 교단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진행할 테니 참고해 주십시오.”

    그가 말했다.

    현수와 세정은 잠시 얼어붙어 있다가 걸음을 옮겼다.

    이 복도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현수, 세정에게로 쏟아졌다.

    심지어 사방에 있는 사백안들 역시도 둘에게 시선을 꽂았다.

    현수와 세정은 수백 미터 같은 몇 미터를 이동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이들은 굉장히 차갑고 살기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그렇게 계단 위까지 올라오자 정장 입은 남자들이 쫓아왔다.

    하지만 역시 명령에 따라 덮치지는 않았다.

    현수와 세정은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

    “무사히 나온 건가.”

    화진이 운전석에서 방송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괴롭히더니 왜 갑자기 풀어주는 거예요?”

    태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지금 저기서 캡틴님이나 매니저님한테 해코지라도 해봐. 폭력이나 실종, 뭐 살인. 그런 거라도 일어났어봐. 그러면 빼박 저들이 범인인 게 분명하잖아.”

    “그, 그렇죠?”

    “장기매매니 이상한 예배니, 그런 영상들이 찍히긴 했지만 어차피 그게 뉴스를 타고 공론화 된 이상 괜한 논란, 의심을 더 만들기 보다는 시간을 벌자는 전략인 거지.”

    화진이 말했다.

    “일단 저희도 시간을 번 거네요.”

    “그렇기는 하다만- 우리한테 유리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저쪽 덩치가 더 크니까.”

    화진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퉁 퉁 퉁-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다.

    잔뜩 경계해 있던 화진이 차창을 살짝만 내리고 물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여기 주차하시면 안 돼요.”

    차창을 두드린 남자가 말했다.

    “아? 아, 네.”

    화진이 두리번거리며 시동을 켰다.

    그러자 차 앞에 쇠파이프를 든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순간 화진은 이들이 자신들을 공격하러 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파창-

    차창을 두드린 남자가 망치로 유리창을 깨버렸다.

    운전석으로 유리 조각이 쏟아져 들어왔다.

    “큭!”

    화진이 고개를 숙이며 가속페달을 확 밟았다.

    부아아아아아앙-

    차가 앞으로 확 튀어나가며 앞에 있던 남자를 치었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차 지붕으로 굴러 넘어갔다.

    “으아아아!”

    태환이 손잡이를 잡고 소리쳤다.

    부아아아아아앙

    화진이 운전대를 거칠게 돌리며 운전을 했다.

    “뭐, 뭐, 뭐예요!”

    태환이 소리쳤다.

    정황상 모다교 신도들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교단 건물 밖에서 일어난 일이니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이걸 노렸나.’

    교단 건물 밖에서 뭔가 일이 생긴다면 본인들의 책임 소지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었다.

    현수를 밖으로 내보낸 것이 시간을 벌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건물 밖에서 해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진은 거칠게 운전하며 모다교 부산지부 건물로 달렸다.

    깨진 차창으로 차가운 밤공기가 매섭게 들어왔다.

    *

    그 사이, 현수와 세정은 모다교 건물 밖으로 나와 뒤를 돌아보았다.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입구에서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 지금 캠핑 님 태환쿤 쪽 난리 남.

    - 지금 캠핑 님 습격 받음.

    - 큰일났어요!!!!!!!

    - 채팅 좀 봐!!!!!

    그때 화진과 태환의 로프로 카메라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채팅을 마구 올렸다.

    “캡틴님!”

    세정이 채팅을 보며 외쳤다.

    현수가 놀라 뒤를 돌아보는 순간, 먼 골목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쩍였다.

    부아아아아아앙

    화진과 태환이 탄 차량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끼기기기기긱-

    그 뒤로 승합차 한 대가 뒤쫓아 왔다.

    확실하진 않지만 모다교 관계자들일 가능성이 컸다.

    “이 자식들이.”

    현수가 다시 건물을 올려 보았다.

    3층 창문으로 지부장 김주상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시뻘건 사백안을 가지고 씩 미소를 짓고 있었다.

    끼이이익-

    차량이 둘의 앞에 와 섰다.

    “빨리 타요!”

    화진이 소리쳤다.

    현수와 세정이 뒷좌석에 부랴부랴 몸을 실었다.

    부아아아앙

    그리고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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