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71화 (171/227)

# 아수라 솔루션 (2)

방송 시스템이 개선되며 또 한 가지 달라진 사항이 있었다.

예전에는 촬영하는 영상이 다이렉트로 너튜브에 송출되다보니 심령카메라 화면과 일반 카메라 화면을 동시에 송출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세정이나 태환 등 카메라맨 한 명이 두 카메라를 동시에 촬영해야 했다.

즉, 일반 카메라 앵글에 심령카메라 화면이 상시 잡히게 세팅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촬영 담당자는 온몸에 거추장스러운 거치대를 두르고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촬영 영상을 너튜브가 아닌 캡틴 타워로 송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세정은 일반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캡틴 타워에 보내고, 태환은 심령카메라로 촬영하는 화면을 실시간으로 캡틴 타워에 보내면 되었다.

그러면 캡틴 타워에서는 영어 번역 작업과 동시에 수신된 두 영상을 한 화면 안에 들어가도록 편집해 너튜브에 송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든 화면은 실제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처럼 일반 카메라 촬영 장면 우측 하단에 작은 직사각형 프레임이 별도로 생겨 심령카메라 화면이 포함되게 되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더욱 편해진 것이었다.

“자. 슛 들어갈게요.”

세정이 태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셋, 둘, 하나, 시작!”

세정의 사인과 동시에 현수와 화진, 신도알이 나란히 인사를 나눴다.

- 우와! 신도알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도알 등장ㅋㅋㅋㅋㅋ

- 귀신 때려잡겠닼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레알로 때려잡을 듯?ㅋㅋㅋㅋㅋㅋㅋ

- ㅈㄴㅋㅋㅋㅋㅋㅋㅋㅋ

- 안녕하세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역시 뜨거웠다.

확실히 너튜브 생태계에서는 신도알의 영향력이 상당한 모양이었다.

“신도알님.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오셨나요?”

“하하. 여기가 뭐하는 곳이죠?”

현수와 신도알은 유쾌하게 멘트를 주고받았다.

“여기는 ‘아수라 솔루션’이라는 보안프로그램 회사입니다. 여기서 퇴마 의뢰가 왔었는데요. 서버실에 귀신이 있다고 하거든요?”

현수는 이미 신도알과 나눈 정보를 다시 한번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자 신도알은 처음 듣는 것마냥 신기하게 반응했다.

“오오. 진짜요?”

“그 귀신을 직접 만나고, 퇴마를 할 예정입니다.”

“그- 퇴마를 할 때 때려도 되나요?”

“가능하시다면요?”

현수의 말에 신도알이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오프닝 중 손에 꼽히게 높은 텐션으로 촬영이 되었다.

신도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었다.

“자.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수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자 세정과 태환을 비롯한 일행들 모두가 본관 현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와. 방송 화면 바뀐 거 개편하다.

- 좋닼ㅋㅋㅋㅋㅋ

- 300만 넘더니 발전했음.

- 100000원 파워챗

- 더 떡상하소서.

- 오늘 왠지 기대된닼ㅋㅋㅋㅋㅋㅋㅋ

- 떠났던 캡처인데 신도알이 온대서 다시 복귀했습니닼ㅋㅋ

- 신도알 지리는 거 아님????

- ㅋㅋㅋㅋ파이팅!

순식간에 모인 10만 명의 시청자들이 현수의 생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로비로 들어가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현수에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도 다큐멘터리처럼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현수를 시작으로 모두가 한 번씩 인사를 했다.

그러자 남자도 인사를 했다.

“아수라 솔루션 인사팀장 이도원입니다.”

이도원이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네. 일단 이곳, 아수라 솔루션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죠?”

“네. 저희 아수라 솔루션은-”

이도원은 준비했던 것처럼 회사 소개 멘트를 쭉 이어갔다.

회사 쪽에서 서버실 귀신 퇴마 의뢰를 하면서 추가로 요청한 것이었다.

한참 동안 이야기 한 이도원이 멘트를 마무리했다.

“-그래서 저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서버실을 가동, 운용중에 있습니다.”

그의 멘트가 끝나자 신도알이 슬쩍 끼어들었다.

“멘트를 준비하셨나 봐요. 하하.”

“앗, 네? 아!”

그러자 이도원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해 했다.

너튜브 특유의 ‘날 것 방송’ 같은 느낌이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숙제라는 거 다 알고 있는데 뭘ㅋㅋㅋㅋㅋㅋㅋㅋ

- 신도알은 저게 잼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알면서 맥옄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올려주었다.

“그 서버실 귀신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이도원은 헛기침을 하더니 돌아서 로비 게이트를 지나 들어갔다.

“서버실 귀신에 대한 소문은 몇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는 일행들이 들어갈 수 있게 게이트를 열어주며 말했다.

“몇 년 전부터요?”

“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죠. 그냥 야근하기 싫은 사람들이 내는 소문 정도로 생각도 했고.”

“귀신의 외형에 대해서는 들으신 바가 있나요?”

“음. 서버 콘솔 앞에서 뭔가 조작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는 건데 증거는 없습니다.”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괴롭히는 건 있나요?”

“뭐, 직접적으로 그런 건 없는 것 같은데 자꾸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놀라서 업무에 지장이 있는 정도죠.”

“직접적인 해코지는 없다- 이거군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진과 신도알은 그런 현수를 빤히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히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수가 하는 생각은 단순했다.

특정 대상에 대한 ‘원한’을 가진 귀신은 아니라는 것.

그저 뭔가가 억울해 남아 있는 귀신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서버 콘솔 앞에서 작업하는 모습만 보인다라…….’

현수는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계속 상상해 보았다.

“지하2층부터 6층까지 모두 서버실입니다. 귀신은 층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나타나고요.”

“모두 다른 모습인가요?”

“음.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묘사되기로는 다 건장한 남성 같다고만…….”

이도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몇 가지 룰을 정했더라고요.”

“룰……이요?”

현수가 물었다.

“네. 퇴근시간 이후에는 절대 혼자 가지 말 것. 그리고 누가 말 걸면 절대 대답하지 말 것.”

“왜요?”

“저도 건너 듣기만 했는데 혼자 가면 높은 확률로 귀신을 만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속을 묻는데 대답하면 갑자기 튀어나와서 기절을 시킨다나. 뜬소문이죠.”

이도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바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현수 일행이 모두 올라타자 그는 지하2층 버튼을 눌렀다.

“청소부들 사이에서도 서버실 청소 룰이 있죠? 환풍구는 치우지 말 것. 악취가 나도 찾아보지 말 것.”

“아, 네. 뭐- 그거야 서버 관리에 필요한 부분들이고요.”

이도원이 대답했다.

현수는 그의 반응을 살펴보다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보니까 오늘도 출근하신 분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네?”

“불이 많이 켜져 있기에.”

현수는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보였던 형광등들을 떠올렸다.

“아아. 신규 프로젝트 건이 있어서 각 부서별 엔지니어들이 몇 명 출근을 했을 겁니다.”

이도원이 대답했다.

“야근이 잦은 편인가요?”

“직원들이요?”

“네.”

“아뇨. 노동법에 의거한 근무시간을 엄수하고 있고 또 야근이나 주말 출근 시에는 초과근무수당까지 빼먹지 않고 다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동종업계에서도 복지가 좋기로 잘 알려져 있죠.”

이도원이 당당하게 말했다.

현수는 그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바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땡-

지하2층에 도착하자 알림이 울렸다.

이도원은 능숙하게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더니 반듯하고 커다란 철문 앞에 섰다.

“보니까 출입하실 분들은 총 여섯 분이신 거죠? 이 목걸이를 반드시 패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검은색 카드키가 매달린 목걸이를 일행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이건 무슨 용도죠?”

“허가받은 인원이라는 표시입니다. 이 목걸이가 없는 상태로 서버실 안에 있게 되면 침입자로 간주해 비상이 울리고 경찰에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갑니다.”

“굉장히 삼엄한 경비네요.”

“여기에는 고객님들의 개인정보뿐 아니라 그분들이 비밀로 두려고 하는 보안 정보들까지 보관하고 있는 곳이라서요.”

이도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거 치고는 보안이 허술한 것 같기도 하고?”

신도알이 목걸이를 차며 말했다.

특유의 농담식 말투였다.

“제가 저희 보안시스템을 방송에서 다 말할 리는 없겠죠?”

이도원 역시 유쾌하게 받아쳤다.

신도알은 알겠다는 손짓을 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여기서 지하6층까지 내려가는 길은 저 엘리베이터를 통하거나, 서버실 안 쪽 계단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아. 서버실도 계단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나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계속 저랑 동행하실 테니 걱정 마십시오.”

이도원이 웃으며 말한 후 문 옆에 있던 콘솔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초록색 LED가 깜빡이더니 ‘푸쉿’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우와아-”

현수와 태환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3m는 되어 보이는 높은 천장과 거기에 닿을 듯 말 듯 솟아 있는 커다란 서버 콘솔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 사이는 성인 남자 한 명만 편하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검은 서버 콘솔들 사이사이로는 초록색 LED가 깜빡였다.

영화 속에서 보던 서버실의 풍경, 바로 그 자체였다.

모두가 서버실 안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현수는 입구 옆 화장실 쪽을 보았다.

메일로 받았던 그 ‘A의 사연’이 떠올랐던 것이다.

“화장실에도 괴담이 있죠?”

현수가 묻자 이도원을 비롯한 일행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음? 인터넷에 도는 몇 개 괴담은 퇴사한 직원이 그만두고 나서 회사 이미지 실추시키려고 인터넷에 뿌리고 다닌 글이라.”

이도원이 말했다.

하지만 현수는 화장실 안에서 은은하게 연기가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심령카메라로도 전달이 되었다.

“저기에 뭔가가 있는데.”

현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도원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현수는 카메라보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뚜벅 뚜벅 뚜벅

조용한 가운데 발자국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메아리쳤다.

화장실 입구에는 낯선 경고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형광등을 끄지 마시오.]

[형광등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시오.]

누군가 A4용지에 매직펜으로 투박하게 쓴 글씨였다.

“왜 이런 게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아. 그냥 밝게 쓰자고 해놓은 겁니다. 꺼놓으면 무섭잖아요.”

이도원이 대답했다.

현수는 보내온 사연 중 스위치가 켜지지 않았다는 장면을 떠올렸다.

흔히 있는 클리셰였지만 분명 뭔가 이 경고와 연관이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현수가 화장실 EMF 탐지기를 대보았다.

불빛이 네 개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고 말한 뒤 화장실 문을 열었다.

퉁-

그러자 순간 화장실 불이 꺼졌다.

현수와 카메라가 동시에 이도원을 보았다.

이도원은 어깨를 으쓱였다.

현수는 다시 스위치를 올려 보았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아아아아

동시에 찬바람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 이도원이 현수의 앞을 막아섰다.

“경고문 보셨죠?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화장실을 쓰라는 상부 지시가 있습니다.”

“고작 화장실인데요?”

“그, 그, 그건- 아무튼 화장실을 가고 싶으시면 다른 화장실로 가시죠.”

이도원이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현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는 뭐 없을 겁니다. 바로 서버실로 이동하시죠.”

이도원이 다시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화장실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어엇!”

이도원이 순간 밀려 옆으로 밀려났다.

화아아아아아

현수는 가장 구석에 있는 칸막이 위로 회색 연기가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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