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70화 (170/227)
  • # 아수라 솔루션 (1)

    “연예인도 연예인이지만 너튜브 스트리밍을 주로 하니까 너튜브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도 좋죠?”

    “너튜브 스타라. 딱 떠오르는 사람 있어요?”

    현수가 묻자 화진은 고민을 하는 듯 눈알을 굴렸다.

    그때 태환이 말했다.

    “저는 ‘신도알’이 어떨까 싶은데. 신선하기도 할 것 같고.”

    “신도알?”

    “네. 특수부대 나와서 헬스나 건강 정보 올리는 남자 스트리머거든요. 꽤 재밌어요. 전 운동 안 하는데도.”

    “구독자가 얼만데?”

    “지금 200만 됐을걸요?”

    “아. 그러네.”

    현수가 신도알 채널로 들어가 보며 대답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선글라스, 살색 레깅스를 입고 있는 신도알의 사진.

    온 몸에 근육이 붙어 있었지만 과하지 않고 탄탄해 보이는 수준이었다.

    보디빌더라기보다는 정말 ‘싸움꾼’ 같은 느낌의 몸매였다.

    “이분이 그렇게 핫하다고?”

    현수가 태환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TV광고에도 나오던데요? 모바일 게임 광고에도 나오고.”

    “모바일 게임 광고 나왔으면 핫하긴 하단 거지.”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매니지먼트에 연락해 봐요. 미팅 일정 한 번 잡아봅시다.”

    현수가 좌중에 있는 사람들을 슥 둘러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 주임. 다음 촬영지 어디로 할지 한 번 서칭해 봤어요?”

    이어 구석에 앉아 있던 여직원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태블릿으로 무언가를 실행시킨 뒤 현수에게 보여주었다.

    “며칠 전에 의뢰 들어온 건입니다. ‘아수라 솔루션’이라는 IT 회사인데요. 여기 서버실에서 자꾸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들려서 처리해달라고 합니다.”

    “회사 서버실에 귀신이 나온다?”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후 본격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수라 솔루션.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과 PC를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 플랫폼 형식의 보안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였다.

    어떤 공간이든, 물건이든, 정보든 보안이 필요한 물건에 대해 PC와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관리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물론 이런 솔루션은 이미 많이 시판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수라 솔루션의 기능은 그 속도와 부가기능 면에서 다른 솔루션을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만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고, 회사의 매출 역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아수라 솔루션의 보안프로그램이 나온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아수라 솔루션의 보안프로그램을 뛰어넘는 솔루션은 출시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아수라 솔루션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굉장한 효율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다보니 따라오는 요소들도 있었다.

    서버를 쉼 없이 증설해야 했던 것.

    그렇다보니 서버실의 크기도 굉장히 커지고 있었다.

    모든 고객들의 비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방화벽도 철저히 설치가 되어 있어야 했고, 외부 충격으로부터도 완벽하게 보호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아수라 솔루션의 서버실은 대내외적으로도 제법 이슈였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크기가 웅장한 규모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귀신이 나온다니.

    형준이 물었다.

    “구체적인 사연이 있나요?”

    현수가 물었다.

    “두어 개 정도 보내줬는데 목격자가 많아서 사전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음. 이번 판은 좀 커질 수도 있겠군요. 그 사연 좀 보내줄래요?”

    현수가 신 주임에게 파일을 건네받았다.

    * * *

    첫 번째 사연은 서버실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서의 목격담이었다.

    A는 프로그래밍 작업 때문에 사무실에서 코딩을 하다가 서버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서버 담당 직원에게 내선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이미 퇴근한 후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밤 11시가 되어 있었다.

    A는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직접 서버 콘솔을 조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버실로 내려갔다.

    서버실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들어간 그는 화장실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보았다.

    스위치를 올렸지만 불이 켜지지 않았다.

    화장실 형광등이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다른 층 화장실을 이용하기 귀찮았던 A는 그냥 불 꺼진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나왔다.

    그리고 서버실에 들어가려고 출입증을 읽혔는데 그때 갑자기 화장실 불이 켜졌다.

    A는 놀란 얼굴로 화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누구 있어요?”

    A가 소리쳐 물었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A가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서버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귀신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A는 그 자리에 쓰러져 기절을 하고 말았다.

    두 번째 사연은 청소부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였다.

    서버 보안이 중요한 만큼 청소부들도 서버실에 들어갈 때에는 관리자 입회하에 들어가야 했다.

    또한 서버실 청소를 할 때 두 가지 규칙이 있었다.

    임의로 환풍구에 접근하지 말 것.

    심한 악취가 나도 냄새 근원을 찾기 위해 시설을 옮기지 말 것.

    이는 서버실의 환기가 중요한 만큼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환풍구 고장을 미연에 방지하고, 서버 비전문가인 청소부가 시설을 옮기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기 위함이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때인가, 관리자가 급한 미팅이 잡혀 신입 청소부 혼자 안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는 사칙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신입 청소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 청소부는 괜히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빨리 청소를 시작했다.

    전원이 모두 켜진 상태에서 바닥의 먼지만 빠르게 치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청소부는 청소 중, 어디선가 이상한 악취가 나는 것을 느꼈다.

    음식물이 썩은 것 같은 기괴한 냄새에 그는 코를 킁킁 거리며 돌아다니다 어느 환풍구 앞에 도달했다.

    천장 가깝게 직사각형으로 설치된 환풍구에는 기름 때 같은 검은 무언가가 꾸덕꾸덕 엉겨 붙어 있었다.

    저걸 그대로 두면 화재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사다리를 가져와 환풍구에 접근했다.

    그리고 팬을 떼어내려 보호망을 치우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환풍구에 회색빛 얼굴의 어떤 남자의 얼굴이 떡 하니 보였던 것이다.

    “으악!”

    청소부가 그대로 사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그 청소부는 크게 부상을 입었고, 산재 처리되었다.

    그리고 해당 시간에 서버실 출입을 관리해야 했던 직원은 해고 통보를 받아야 했다.

    이후 회사에서는 청소부 휴게실 벽에 서버실 청소 규칙을 명확하게 공지해 두었다.

    마치 귀신이 나오는 서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

    사연을 확인한 현수가 볼을 긁적였다.

    생각보다 싱겁다고 느낀 것이었다.

    “이게 다예요?”

    “네. 보내온 건요. 현장 인터뷰를 추진할까요? 사전 인터뷰처럼요.”

    “그렇게 되면 ‘아수라 솔루션’이라는 한 장소로 생방송이 서너 번 타는 거잖아요. 편집 영상이랑 쇼츠 업로드 되는 거 제외해도.”

    “그렇죠?”

    이때까지만 해도 현수는 어느 회사에서나 있을 수 있는 흔한 괴담.

    흔한 귀신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한 장소로 생방송을 여러 번 돌려봐야 시청자들의 흥미만 떨어질 뿐이었다.

    “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거기 그 서버실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어요?”

    “의뢰를 받아주신다면 참석 인원에게 맞는 출입증을 준다고 하네요. 들어갈 땐 관리자 입회하에 들어가게 되고요.”

    신 주임이 대답했다.

    “그럼 신도알을 캐스팅 해보고 거기 아수라 솔루션에 연락해서 간다고 전해주세요. 일정 잡고.”

    “네, 알겠습니다.”

    전보다 더 체계적인 움직임이었다.

    그에 따라 생방송 시스템도 바뀌었다.

    현수 일행이 야외 생방송을 나가게 되면 바로 너튜브 송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캡틴 타워의 사무실로 실시간 영상이 전달되었다.

    그러면 캡틴 타워에서 전달받은 실시간 영상을 너튜브에 송출함과 동시에 영어 통역을 진행했다.

    다시 말해 캡틴 타워가 하나의 ‘중계소’가 되어주는 것이었다.

    현수가 이렇게 시스템을 개선한 데에는 오직 한 가지 목적이 있었다.

    외국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360만 명이나 되는 구독자 중 1/3은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외국인 시청자도 많다는 이야기였다.

    편집 영상이나 토크 영상의 경우에는 영어 자막이 삽입되어 외국인들이 보기 편리했다.

    하지만 생방송 때에는 영어자막이 바로 붙지 않았다.

    촬영이 끝난 후, 자동 업로드 된 생방송 영상에 뒤늦게 자막을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야외 흉가 생방송과 퇴마 의뢰를 할 때에는 외국인들의 생방 참여율이 낮은 편이었다.

    장면만으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그래도 실시간 영어자막이 붙는다면 외국인들의 시청률을 한 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건 현수의 채널이 1000만 스트리머로 성장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신도알입니다.”

    현수와 신도알이 서로 마주 보고 인사를 했다.

    신도알은 방송이나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덩치가 큰 모습이었다.

    “팬입니다. 영상 잘 보고 있어요.”

    “아아. 저도요.”

    현수와 신도알은 서로 인사치레를 주고받고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이번에 어디 촬영에 캐스팅하신다고 하셨죠?”

    신도알의 매니저가 물었다.

    “분당에 있는 ‘아수라 솔루션’입니다. 거기 서버실에 귀신이 나온다고 해가지고요. 거기를 확인하러 갑니다.”

    “보니까 막 악귀랑 싸우고 게스트가 죽고 다치고 하던데. 그런 일인가요?”

    신도알의 매니저가 이어 물었다.

    그러자 세정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현수도 동조했다.

    “네. 그때는 쫓아오는 악귀도 있었고 또 퇴마를 하는 곳도 굉장히 위험한 곳이었는데 이번엔 그 정도 수준은 아닙니다.”

    현수의 말에 신도알의 매니저가 신도알을 보았다.

    알아서 결정을 하라는 눈치였다.

    “뭐. 우리 입장에서야 약간 위험하다 하더라도 충분히 출연할 가치가 있죠. 캡틴님 채널 영상들 조회 수 잘 나오는 건 세상이 다 아는데. 하하하.”

    “네, 네.”

    “저는 출연을 했으면 좋겠군요. 대신 조건 하나만 있습니다.”

    “조건이요?”

    “저희 영상에도 출연을 해주시는 겁니다. 생방송과 편집영상으로 두 편에 노출된다면 저희 채널에도 두 편 분량으로 출연을 해주셨으면 하는데.”

    너튜브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내용들이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영상을 촬영하시죠?”

    “보니까 캡틴님 주짓수하고 헬스를 좀 하셨던 것 같은데. 관련해서 뭐 격투기나 운동 영상 같은 걸 찍으면 될 것 같아요.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하하하. 그런 걱정은 마세요. 그냥 캡틴님께 맞는 운동을 찾아주는 모습. 이런 걸로 그릴 거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저랑 주짓수 한판 하고. 뭐 그런 거면 조회 수 잘 나올 거예요.”

    “어우. 네, 알겠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신도알은 자신의 채널에서 어떤 영상을 올려야 조회 수가 잘 나오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 * *

    아수라 솔루션에서의 촬영 일자도 잡혔다.

    토요일은 기본 경비인력을 제외하고 모두 휴무기 때문에 언제든 촬영이 가능했다.

    이후 각자 일정을 소화하다 본격적인 촬영일자가 되자 현수와 화진, 태환, 세정은 분당에 위치한 아수라 솔루션 사옥 앞으로 향했다.

    끼익

    현수의 차가 멈춰서고 현수 일행이 내리자 맞은편에 있던 SUV 차량에서 신도알과 그 매니저가 내렸다.

    먼저 도착해 있던 모양이었다.

    “언제 왔어요?”

    “아. 저는 10분 전에 왔습니다. 하하.”

    신도알은 언제나 호쾌한 느낌이었다.

    “여기가 아수라 솔루션이에요. 건물이 꽤 크죠?”

    현수가 건물을 가리켰다.

    그런데 모두가 휴무일 것이라는 이야기와 달리 사무실 곳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회사에 직원들이 많은 모양인데요?”

    화진이 말했다.

    그러자 태환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IT회사가 주말에 직원들이 쉰다고 말하는 걸 믿으셨나 봐요.”

    “그런가.”

    태환의 말에 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얼른 들어가죠. 시간 끌 필요 있나.”

    신도알이 자신의 매니저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세정과 태환이 바로 카메라를 들어 세팅했다.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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