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60화 (160/227)

제160화

# 의정부 신시가지 (4)

“아! 이승아 씨!”

“맞아. 실종이 된 지 며칠 됐다는 기사만 뜨고 있지 아직 시신이 발견 되거나 집으로 돌아갔다는 기사는 없어. 오 형사님이 보내준 자료에도 이승아 씨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그럼 이승아 씨가 첫 피해자라는 말씀이세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즉, 시신이 발견 된 건 주영 씨가 처음이고 살해 추정시간도 주영 씨가 가장 앞섰지만, 아직 찾지 못한 사건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의미가 있을까요?”

태환이 물었다.

“그 악귀의 살인이 처음은 아니지만, 방고리 양수찬의 살인은 처음이었으니 의미가 있을 거야. 무엇보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을 이었다.

“희생자가 됐을 수 있는데. 시신을 찾아야지.”

현수의 말에 일행 모두 숙연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태환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하! 그냥 그 방고리 집에 쳐들어가면 안 돼요?”

태환의 질문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고리도 영안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우리가 특이 행동을 하면 바로 위협을 감지하고 우리를 공격할지 몰라. 여차하면 도망갈 수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현수가 뒤에 포진해 있는 피해자 귀신들을 가리켰다.

“-자기가 죽였던 피해자 귀신들을 데리고 다니면 당연히 눈치 채겠지.”

“그건 그렇죠.”

태환이 대답했다.

“실종자들을 어떻게 찾아요?”

화진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 피해자 귀신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러분. 범인 찾고 싶으시댔죠?”

현수의 질문에 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수의 머릿속으로 피해자들의 음성이 물 밀듯 밀려 들어왔다.

“아아아아. 머리 아프니까 다들 이야기 하지 마시고요.”

현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럼 첫 번째 피해자일 수 있는 실종자, ‘이승아’ 씨를 찾아봅시다. 만약 여러분처럼 살해당했고 시신이 유기되었다면 그 근처에 귀신으로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이었다.

“살아있다면 악귀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감금되어 있을 거고요.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세요.”

현수의 말에 피해자 귀신들이 90도로 인사를 하고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지막 남은 신주영도 현수에게 인사를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제야 현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카페에 있는 손님들이 현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현수 혼자 서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 것이었다.

현수는 멋쩍은 표정으로 사과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승아 씨. 살아있을까요?”

화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수정이 대신 대답했다.

“내가 볼 땐 아니라고 봐.”

그녀의 대답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네? 왜요?”

“그 놈은 살인을 취미로 하고 있는 거야. 박현수, 너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지. 살인욕구는 차오르지. 방고리가 하던 방송 채널은 없어진다고 하지. 스스로 차오르는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살인을 벌이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네, 네.”

“-굳이 피해자를 살려둘 이유가 있겠어?”

수정이 말했다.

“만약 이승아 씨도 방고리가 죽인 거라면, 다른 피해자들은 시신이 다 발견됐는데 왜 이승아 씨는 숨긴 걸까요?”

태환이 물었다.

“아마 그 피해자가 자기 얼굴을 봤겠지.”

수정이 대답했다.

“에? 그렇다고 죽여요?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태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현수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네. 수정 누나 말이 맞아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해요.”

“다른 시각?”

“산 사람들 입장에선 어차피 죽을 사람이 뭔가 봤다고 크게 신경 쓰지 않겠죠. 죽으면 증언도 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악귀가 들리고 영안을 가지고 있는 방고리 입장에선 그게 아니죠.”

“아-!”

“귀신이 되어서도 증언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는 거죠.”

현수가 덧붙였다.

“그럼-”

“살았을 확률보다는 죽었을 확률이 더 크고, 시신을 숨긴 이유는 피해자의 얼굴을 봐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죠.”

현수의 말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 * *

현수는 집으로 복귀하지 않고 의정부역 인근에 숙소를 잡고 피해자 귀신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흔적을 찾은 피해자 귀신들이 한시라도 빨리 현수를 찾기 위해 일부러 인근 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현수와 태환이 한 방에 있고 화진은 다른 방을 내어준 뒤 기다린 지 몇 시간.

새벽 2시쯤 되었을 때, 피해자 귀신들이 하나둘 현수의 방으로 모여들었다.

갑작스럽게 한기가 돌기 시작하자 잠을 자던 태환이 엉겁결에 일어났다.

그가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현수가 피해자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태환은 막 일어나 정신이 없는데도 비척비척 카메라를 들고 현수를 촬영했다.

“의정부 시청 뒤쪽에 있는 수풀 속에 귀신이 하나 있던데. 얼마 안 된 거 같았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런 공원에 무덤이 있을 리도 없고.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신이 거기 묻힐 리도 없고.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더라고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피해자 여성 귀신이 현수에게 말을 해준 것을 토대로 바로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의정부 시청과 근처에 있는 공원들, 야산들을 확인해 보았다.

“여긴가.”

현수는 시청 뒤쪽으로 있는 근린공원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중얼거렸다.

태환은 그 모습을 쭉 촬영했다.

“준비해. 나가자.”

현수가 바로 장비를 챙기기 시작하며 말했다.

“네? 지금요? 지금 새벽 2시인데요?”

“그게 뭐가.”

현수는 태환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바로 핸드폰을 들어 화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이동할 것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 * *

새벽 2시.

현수와 태환, 화진은 숙소에서 나와 바로 의정부 시청 쪽으로 이동했다.

시청 근처에 도착하자 뒤로 크게 펼쳐진 수풀이 보였다.

공원으로 조성을 해놓은 지역이었다.

현수 일행은 출입을 금지시켜놓은 울타리를 훌쩍 넘어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피해자 여성 귀신의 안내에 따라 길이 없는 숲속을 쭉 파고 들어가자 끔찍한 것이 발견되었다.

부패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의 시신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실종자’라며 뉴스에 얼굴이 내걸렸던 ‘이승아’의 귀신이 쪼그려 앉아 울고 있었다.

현수는 그녀의 얼굴과 손을 유심히 보았다.

손에는 역시 손톱이 빠져 있었다.

죽을 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현수는 어두운 수풀 가운데, 조명에 의지한 채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하고 물었다.

“이승아 씨 맞으시죠?”

현수의 질문에 이승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도 신주영처럼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앳된 외모에 긴 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이승아는 현수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는 핸드폰을 들어 바로 명함에 적힌 오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사님.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실종된 이승아 씨 시신 찾았습니다.”

현수는 오 형사에게 지금 시신을 찾은 장소를 설명해 주었다.

경찰과 구급차가 금세 도착했고, 사람들이 몰려와 이승아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기자들도 몰려와 사진을 찍어댔다.

현수 일행은 현재 비밀 취재 중이기 때문에 기자들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출동 담당자에게 간단히 인계만 하고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다 마주친 오 형사에게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귀신들에게 부탁해 실종자 이승아를 찾으라고 했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그녀가 첫 번째 희생자인 것 같다.

그리고 그녀 역시 손톱이 빠진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살인사건의 범인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인다.

우선 이 정도 정보만 전달해 주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는 이승아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알 것이었다.

현수는 옆에 우두커니 서서 울고 있는 이승아 귀신을 바라보았다.

“이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현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 * *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현수는 바로 벽에 붙어 있는 지도와 자료들을 다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승아는 방고리의 얼굴을 정확히 보았었다.

그녀가 화를 당한 곳은 경전철 의정부역이 있는 곳 인근.

그곳에서 첫 공격을 당했을 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방어를 하다 그의 얼굴을 팔꿈치로 후려치는 데에 성공했었다.

그리고 살짝 거리가 벌어졌을 때 보였던 모습.

모자가 벗겨지고 마스크가 내려간 방고리 양수찬의 모습이었다.

물론 피해자 이승아는 그의 이름과 직업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설사 방고리의 구독자다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얼굴을 보고 바로 방고리를 추측해 내기는 무척 어려웠을 것이었다.

아무튼, 얼굴을 본 그녀는 도망을 치며 소리를 지르려 했는데 범인 방고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는 그녀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바로 뒤에서 덮쳤고, 순식간에 그녀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녀의 시신을 시청 근처 근린공원에 유기해 버린 것이었다.

“그곳에 유기를 한 이유는 단순하지. 나무와 흙이 있는 곳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많으니 여기서 이승아의 귀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고. 두 번째로는 너 같은 ‘퇴마사’가 이승아의 귀신을 찾아낼 걸 미리 막으려는 의도였고.”

수정이 고민 중인 현수의 옆에서 말했다.

“그런데 이상해요. 귀신들이 왜 그렇게 다 시신 옆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거죠? 원래 그런가요?”

현수가 수정을 보고 물었다.

“보통은 그렇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너무 억울하면 현장을 떠나서 누군가한테 하소연을 하러 떠날 수도 있긴 했을 거야.”

“그런데 왜 이렇게 다 하나 같이 현장에 남았던 거죠?”

“내가 볼 땐 손톱.”

수정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에? 손톱이 왜요?”

“이 귀신들이 쏘다니지 않게. 자기가 죽은 곳 근처에서만 머물고 있게 손톱을 가져간 거지.”

“굳이요?”

“못 들어봤어?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머리카락하고 손톱 잘라다 유서랑 써놓는 거. 뭐, 비슷한 거로 손톱 함부로 버리면 쥐가 뜯어먹고 서생원이 된다는 말 알지?”

“에?”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너. 사람들이 옛날부터 금기시 하던 것들이나 내려오는 풍습, 관습들 중에 허튼 거 거의 없다?”

수정이 말했다.

현수와 화진, 태환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하기야. 너희도 죽어봐야 알겠지. 말해봐야 뭐하겠니.”

수정이 휙 돌며 말했다.

그녀의 말인즉, 방고리 양수찬이 피해자의 손톱을 뽑은 이유는 자신의 시그니처를 남기려는 것도 있지만 귀신들이 현장에 남아 있도록 구속하는 ‘주술적 의미’도 있다는 말이었다.

“아니, 그런데요, 누나. 누나 말이 맞으면 저분들은 왜 본인들 있어야 할 곳에 안 있고 여기까지 따라온 거예요?”

현수가 방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의정부에서 마주친 피해자 귀신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있었다.

이승아부터 신주영, 그 외 모든 귀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현수를 바라보았다.

“네가 들쑤셔 놨잖아. 한을 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어우.”

현수가 귀신들을 보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어쨌든 이승아 씨가 첫 번째 피해자였고, 방고리 양수찬의 얼굴을 정확히 본 거잖아요.”

화진이 말했다.

다시 현수가 집중을 하며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죠.”

“범인은 양수찬이 확실한 건데. 중요한 건 단서. 경찰이 움직이려면 단서가 있어야 하는데.”

현수가 턱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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