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45화 (145/227)

제145화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2)

미국 콜로라도 주의 덴버 국제공항에 내린 일행은 한국인 현지 가이드와 만나 바로 차량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덴버에서 랭먼트까지도 몇 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시차에 피곤에 찌든 일행 모두 차에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현수는 괜한 불안감에 잠들지 못하고 계속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교도소에서 죽었네, 구급차에서 죽었네- 헷갈리게 올라오던 각 언론사의 기사들은 팩트에 맞춰 하나씩 통일 되어가고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형사가 말해준 것과 같았다.

그리고 뉴스에 포함된 현장 사진을 보던 현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허태훈의 시신이 구급차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시신이 사진에 담기진 않았지만 허태훈이 쓰러져 있던 곳에 하얀색 라인이 그려져 있었다.

즉, 허태훈의 시신은 전복된 차에서 나와 밖에 버려져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 외 간수와 구급대원은 모두 차 안에서 사망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그렇다는 건 박효종이 허태훈의 시신을 끌고 나왔거나, 아니면 허태훈이 박효종을 끌고 나온 뒤, 박효종에게 살해를 당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이야기였다.

그 외 가능성이라면, 허태훈이 박효종을 끌고 나온 뒤 몸속의 악귀를 박효종에게 넘겨주었거나.

기사를 같이 보던 수정이 말했다.

“와꾸 나오네. 허태훈이 박효종을 데리고 나와서 악귀를 넘긴 거야. 뭘 고민하고 있어?”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뭐예요?”

“박효종이 처음부터 악귀였다고 치자. 그러면 굳이 이렇게 사고를 낼 필요가 있어?”

“없죠?”

“허태훈이 박효종에게 살해당했다고 치자. 그럼 박효종이 도망칠 이유가 있어?”

“없……죠?”

“그럼 남은 가능성은 하나지. 허태훈이 박효종을 끌어낸 뒤 그를 자신의 숙주로 만든 거야.”

“우리를 노리겠죠?”

“당연하지.”

“그런데 왜 새 몸이 필요했을까요? 수배 때문일까요?”

“그것도 앞뒤가 안 맞아. 이렇게 박효종을 숙주로 삼은 다음에 사라져 버리면, 실종자 박효종을 수배하게 되잖아. 결국 그를 쫓는 건 달라지지 않아.”

“그럼 왜 굳이 그랬을까요?”

“글쎄다. 새로운 신분이라도 필요했나?”

수정이 중얼거렸다.

그때 현수는 방금 올라온 속보 하나를 또 발견했다.

[속보 - 구급대원 박효종.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한 것으로 밝혀져.]

기사를 본 현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새로운 신분이 필요하긴 했네요. 허태훈 신분으로는 아예 비행기를 못 탔을 테니.”

“그런데 박효종 이름으로도 비행기 타기 어렵지 않나? 실종자인데?”

“박효종에 대한 수배가 떨어지기 전에 비행기를 탔다면요?”

현수가 수정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수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우리처럼 벌써 미국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네?”

현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때 조수석에 타고 있던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현수를 돌아보았다.

“저도 캡틴 퇴마 방송 잘 보고 있는데, 지금 귀신하고 대화하는 거예요? 하하하.”

그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아, 네, 뭐.”

“신기하네요.”

그는 현수를 이상한 사람 정도로 보고 있는 듯했다.

반응으로 봐서는 방송을 보긴 했지만 그다지 믿지 않는 부류에 속하는 모양이었다.

“저기, 그런데 거기 핸드폰은 터지나요?”

“잘 안 터집니다. 전파가 엄청 약해요.”

“아아.”

현수가 탄식을 흘렸다.

그러면 방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했다.

생방송이 어려운 상황에서 핸드폰 전파까지 안 잡히는 정신병원.

거기에 허태훈, 아니, 박효종까지 다가오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니, 현수는 마음이 한껏 더 불편해졌다.

* * *

몇 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랭먼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작은 시골마을로 농업과 축산업을 주로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한국의 시골과는 차이가 컸다.

“끄으으응!”

차에 타고 있던 일행들이 내리자마자 기지개를 켰다.

갑작스러운 동양인들의 방문에 마을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일행을 보았다.

“저기가 관청이거든요. 저쪽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해요.”

가이드가 허름한 2층짜리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와 세정, 그리고 가이드가 건물로 향해 걸었다.

그 사이 흑인인 운전수 브렛은 느닷없이 차 보닛에서 푸쉬업을 하고 있었다.

팔과 허벅지의 근육이 갈라지는 것이 엄청난 ‘근육 덩어리’였다.

“오우.”

하날하날과 그녀의 매니저가 그 근육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잠시 뒤, 가이드와 현수, 세정이 관청에서 나왔다.

“허가 떨어졌고, 내일 밤부터 모레 오전 9시까지 촬영 허가 났어요. 조건은 따로 없고요. 단 문제가 발생하면 당국은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썼어요. 여러분들도 모두 포함되는 거니까 다들 조심해주시고요.”

세정이 일행 및 스태프 모두에게 허가증을 건네주었다.

“만약 경찰하고 마주쳤을 때 뭐라고 하면 이 허가증을 보여주면 됩니다.”

가이드가 덧붙여 말했다.

다들 영어가 잔뜩 쓰인 허가증을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바로 이동하죠. 여기 랭먼트에 작은 호텔이 있는데 거기서 오늘 하루 머물고 내일 점심에 바로 이동할 거예요.”

“점심에요?”

“네. 여기서도 5시간 이상 간 다음에 걸어서 또 이동해야 한 대요.”

가이드가 말했다.

“멀다 멀어.”

방고리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중얼거렸다.

“그럼 오늘은 맥주 한 잔에 저녁 먹고 얼른 쉬죠. 시차 때문에 죽겠네.”

하날하날도 피곤을 가득 담은 얼굴로 말했다.

* * *

다음 날.

점심을 먹은 일행은 흑인 운전사 브렛과 현지 한국인 가이드 제이슨과 다시 만났다.

어제 공항에서부터 이곳까지 올 때 탔던 승합차에 올라탄 일행은 한 편으로는 들뜬, 한 편으로는 긴장한 모습으로 바로 길에 올랐다.

미국의 도로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달랐다.

가드레일의 디자인부터 양옆에 쭉 뻗어져 있는 나무들까지.

한국과 같아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장면을 보아도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촬영은 어떤 식으로 할까요? 녹화 할까요?”

“생방하게 되면 시간이 어떻게 돼요?”

“지금 저희가 정신병원에 도착할 예상 시간이 여기 시간으로 오후 7시쯤인데 그 시간이면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11시쯤이에요.”

“생방송하기에 그리 나쁜 시간이 아니긴 한데-”

현수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어차피 핸드폰이 잘 안 터진다고 하니까 생방송을 하면 시청자들이 굉장히 불편할 거예요. 녹화로 하되 원테이크로 가죠. 메모리 카드랑 배터리는 충분하죠?”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세정이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럼요. 현수 님 촬영은 끊는 게 없어서 늘 챙기죠.”

“그럼 도착하자마자 바로 촬영 시작하죠.”

현수도 엄지로 화답을 해준 뒤 대답했다.

* * *

쉬었다 가기도 하고, 졸기도, 수다를 떨기도,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한참을 달린 끝에 승합차가 시골길 한 곳에 멈춰 섰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해가 지려면 그래도 제법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차에서 내린 일행은 바로 자리를 잡고 촬영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너도캠핑 조화진입니다.”

“하날하날이에요~”

“방고리입니다!”

일행들이 모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죠?”

“여기는 바로! 커뮤니티에 공지해 드렸던 것처럼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정신병원에 가는 길입니다.”

“그 정신병원이 어떤 정신병원이죠?”

“이름은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이고, 1940년대 폐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현수와 화진은 함께 조사한 정신병원에 대한 정보를 쭉 이야기 해나갔다.

그 모든 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모두 녹음이 되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방고리와 하날하날이 리액션을 해주며 원활하게 촬영이 진행 되었다.

그러던 중, 차에서 내린 브렛과 제이슨이 차 트렁크를 열더니 총을 챙겼다.

철컥 철컥

브렛은 펌프액션 샷건과 10mm 권총으로 무장했고 제이슨은 44매그넘 리볼버를 들었다.

모두가 놀라 둘을 보자 제이슨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이곳은 야생동물들이 많이 출현하는 곳입니다. 이 정도 무장은 하고 가야 해요.”

제이슨이 실린더의 탄환을 확인한 후 매그넘 탄환을 조끼 곳곳에 욱여넣었다.

“뭐, 든든하긴 하네.”

방고리가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악귀나 귀신한테는 저런 탄환이 전혀 소용없어요. 되레 화만 돋울 뿐이지.”

현수는 힐끔 브렛, 제이슨을 본 뒤 중얼거렸다.

“따라오시죠.”

브렛이 영어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제이슨이 통역을 해주었다.

일행은 모두 이들을 따라 함께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 지금부터는 도보로 이동합니다. 함께 따라오시죠. 조작 의심이 있을 수 있으니 지금부터 원테이크로 촬영이 될 겁니다. 만약 메모리카드가 부족해지면 저희 스태프 분이 공지한 후에 바로 메모리 교체를 진행할 거예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진행이 되었다.

“갑시다.”

세정의 말에 다른 스태프들도 모두 조명과 여타 장비를 챙겨 들고 이들의 뒤를 따랐다.

* * *

고오오- 고오오-

구구구구구-

울창한 숲속에서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하날하날은 살짝 긴장한 듯 어깨를 움츠렸다.

반면 화진은 어느 정도 익숙한지 능숙하게 일행의 뒤를 따랐다.

“어어. 음.”

그때, 방고리가 핸드폰을 치켜들고 이리저리 전파를 잡으려 했다.

“신호가 이제 슬슬 안 잡히는데요. 이거 비상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연락해요? 911에라도 걸어야 하잖아요.”

방고리의 말에 앞서 걷던 가이드가 말했다.

“아. 브렛한테 위성전화기가 있습니다. 유사시에는 브렛에게 바로 요청하시면 됩니다.”

가이드는 대답하자마자 브렛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브렛은 군인이나 사냥꾼이나 쓸법한 커다란 위성전화기를 들어 흔들어보였다.

“저 사람만 신고할 수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화진이 현수에게 속삭여 말했다.

“그러게요.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데.”

현수도 찝찝함을 거둘 수 없었다.

그렇게 일행은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숲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나무와 풀이 빼곡했다.

“저건 뭐죠?”

그때 수풀 사이로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나무로 만든 듯한 오두막은 방치된 지 수십 년은 되어 보였다.

“저런 게 있었나?”

“나도 처음 보는데.”

가이드와 브렛도 이 오두막을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들렀다 가죠?”

방고리가 오두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차피 폐허와 폐병원을 체험하러 온 것이라면 이곳도 들렀다 가는 것이 조회 수에 좋다는 판단이었다.

“들러보죠.”

현수가 세정의 카메라에 대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오두막으로 향했다.

일행 모두 오두막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별장인가?”

현수가 손전등으로 오두막 창문 안쪽을 비추며 중얼거렸다.

안에는 반쯤 부서진 가구와 벽난로, 솜이 뜯어진 소파들이 보였다.

그리고 외벽엔 녹슨 도끼와 마체테가 흉물스럽게 걸려 있었다.

심지어 도끼는 각 크기별로 따로 걸어 두었었는지 손도끼부터 큰 도끼까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순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크기 순서대로 쭉 걸려있는 도끼들 중 가운데에 ‘빈 칸’이 있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도끼가 걸려 있던 자리였는지 먼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군가 최근에 도끼를 가져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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