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42화 (142/227)

제142화

#퇴마 의뢰 (3)

의뢰인의 이름은 도승우.

18살 고등학생.

경기도 파주에 사는 평범한 학생.

사는 곳은 작은 빌라 단지.

바로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가 살인전과로 교도소에 다녀왔다는 내용.

현수는 퇴마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도승우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서였다.

대신 아직 결정이 안 된 것인 만큼 인터뷰는 녹화 방송으로 진행이 되었다.

만약 퇴마 의뢰가 취소된다면 업로드 하지 않고, 결정 된다면 편집 영상으로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그 할아버지가 이사 오신 건 한 1년쯤 됐나. 처음에 올 땐 몰랐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까 전과자라고 하더라고요. 죄목이 살인이었던 건 나중에 들었고요.”

카페에서 도승우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다.

“어떤 살인인지, 몇 명이나 죽였는지는 모르고요?”

“네.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뭐, 이웃들한테 공지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도승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성범죄자일 경우에는 위치 조회가 될 텐데.”

“혹시나 해서 그 사이트 들어가 봤는데 안 뜨더라고요.”

“할아버지 이름은 어떻게 돼요?”

“맹승태요. 우편함에서 봤어요.”

“흠. 다른 이상한 건 없었고?”

“네. 누나가 대학교 다니고 있는데 걱정이에요. 동네 다니는 게.”

“혹시 그 동네에 다른 범죄 같은 게 일어났나요?”

“네. 그런데 그 맹승태 할아버지는 혐의 없다고 조사 안 받으시더라고요.”

“흠. 일단 그분을 뵙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충분히 아시겠지만 저희가 수사기관도 아니고, 무턱대고 할아버지를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네, 네.”

“저희 기준에서 법에 저촉되지 않게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현수는 도승우와의 인터뷰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 * *

저녁.

도승우가 사는 빌라 앞 주차장에 현수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안에는 현수와 화진, 그리고 세정이 타고 있었다.

이번에도 촬영은 녹화로만 진행이 되었다.

맹승태에게서 그 어떤 악귀의 징후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영상을 업로드 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생방송에 태웠다가 아무 문제가 없는 전과자라면 되레 역풍을 맞게 될 것이 뻔했다.

“직업도 딱히 뭐 없는 것 같은데 여태까지 밖에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어유. 그 노인네도 대단하다.”

수정이 뒷좌석 구석에 앉아 말했다.

“교회 활동 열심히 하고 뭐 동네 봉사하고 그런다잖아요.”

“그런 정성이 수상하다는 거야. 개인적인 선입견이지만 난 사람 안 변한다고 생각한다. 허태훈이 종교생활 열심히 하면서 착한 척한다고 하면 넌 믿겠니.”

수정은 창밖으로 주차된 다른 차들을 보며 말했다.

현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기.”

그때, 빌라 입구로 승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이상한 기운에 현수가 그 차량을 빤히 보았다.

“뭔가 있다, 그렇지?”

수정도 같은 기운을 느낀 모양이었다.

세정과 화진이 살짝 자세를 낮추며 승합차를 주시했다.

드르륵

승합차가 내리더니 웬 노인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형광조끼에 경광봉까지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할아버지!”

“들어가세요!”

노인은 차 안의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맹승태.”

현수는 본능적으로 저 노인이 그 전과자 할아버지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벅저벅 저벅

맹승태는 걸어가며 형광색 조끼를 벗었다.

조끼에는 ‘단 하나의 교회’라는 글자와 함께 붉은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교회에서 주차장 차량 통제 봉사라도 하고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맹승태는 경광봉으로 자기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빌라 현관 앞으로 다가왔다.

현수 일행은 자세를 한껏 낮추고 맹승태를 유심히 보았다.

그에게서 귀신, 혹은 악귀의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세정의 거치대에 장착된 심령카메라로도 아무것도 포착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의 뒤로 하얀색 구체들이 줄지어 따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어렴풋하게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기도 했다.

그가 귀신에 쓰였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귀신이 그의 뒤를 쫓아다니고 있는 건 분명했다.

저벅 저벅 저벅

맹승태는 현수의 차 바로 옆을 지나갔다.

현수 일행은 숨을 죽이고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순간, 맹승태가 현수 차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하는 듯 가만히 서있었다.

‘들킨 건가?’

현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몇 초 후, 맹승태는 다시 걸음을 옮겨 빌라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의 자동센서등이 1층부터 순서대로 켜지는 것이 보였다.

“후아.”

긴장이 풀린 일행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왜 서있었던 거야? 왜 그런 거예요?”

화진이 혼잣말과 질문을 섞어가며 물었다.

“아무래도 날 느낀 것 같은데.”

수정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일행 모두가 수정을 보았다.

“귀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면 차 안에 내가 있었다는 것도 느꼈겠지.”

수정의 말에 현수가 빌라의 베란다를 보았다.

도승우 학생의 옆집 거실 형광등이 켜지는 것이 보였다.

“그럼 악귀에 쓰인 게 맞나요? 회색빛은 안 보이던데.”

“우리도 겪어봤지만 사람 몸속 깊숙이 숨은 악귀는 기운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워요.”

현수는 불 켜진 베란다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만약 수정 누나의 기운을 포착한 거라면 의심을 더 해볼 필요는 있을 거 같아요.”

“왜요?”

“이 세상 사람 중에 귀신의 기운을 그렇게 예리하게 포착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요?”

현수의 말에 화진과 세정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악귀, 귀신에 쓰인 사람은 귀신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현수나 세정, 화진, 방고리처럼 귀신에 쓰이지 않은 사람도 간혹 영안이 생기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굉장히 특수한 경우였다.

더구나 정체 모를 귀신들을 줄줄이 달고 다니는 사람이라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더 지켜보자고요.”

현수는 차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 사이, 베란다에서는 맹승태가 멀어지는 차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 *

다음날.

현수와 화진, 세정은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잔을 하나씩 들고 공원에 서있었다.

그러고는 마치 브이로그를 찍는 척하며 공원 구석을 힐끔 보았다.

[단 하나의 교회 - 무료 급식소]

공원의 가로수 사이로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그 앞에는 야외 급식소가 마련되었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에 국과 밥, 반찬이 가득 담겨 있었고 노인들과 노숙자들이 그 앞에 줄을 섰다.

맹승태는 거기서도 국 담당인지, 앞치마에 마스크까지 끼고 커다란 국자로 국을 떠주었다.

그는 세상 좋은 미소를 띠며 한 명 한 명 응대를 해주었다.

“되게 착하네요.”

화진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맹승태 주변엔 왜 이렇게 슬픈 귀신이 많을까요.”

하지만 현수는 그의 주변에 맴돌고 있는 귀신들에게 시선이 꽂혀 있었다.

“네?”

화진이 묻자 현수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저 귀신들을 유심히 봐보세요. 귀신의 기분이 전이되지 않나요?”

현수의 질문에 화진은 맹승태 주변의 귀신들을 집중해 보았다.

“이렇게 계속 지켜만 보고 있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요? 이렇게 어중되게 지켜보고만 있을 거면 그냥 철수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시청자들도 생방을 기다릴 거고.”

세정은 녹화 중인 카메라 화면을 보며 볼멘소리를 했다.

“조금만 있어보죠. 뭐가 나와도 나올 것 같은데.”

현수는 가만히 무료급식소를 지켜보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무료급식소를 철수시킬 때가 됐는지 봉사자들이 이런저런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남긴 음식들을 잔반통으로 분류하는 한편, 식사 중인 사람들에게도 다가가 정리할 것을 요청하는 모양이었다.

맹승태 역시 인자한 미소를 입에 가득 품은 채 곳곳에 흩어져 밥을 먹는 노인과 노숙자들에게 말을 전달했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노숙자 중 두 명이 소주를 가져와 무료 급식에 술을 마시고 있던 것이었다.

이는 봉사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사고 위험도 높이는 행위였다.

맹승태와 노숙자 사이에 실랑이가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가 약간 떨어진 현수에게도 들려왔다.

“아 놓고 가라니까. 잘 정리해 놓는다고!”

“사장님들. 그래도 저희가 다 개수를 맞춰놓은 거라 철수할 때 가지고 가야 해요.”

“아 X발. 말 더럽게 못 알아 처먹네!”

“식판은 돌려주셔야 해요.”

대화를 들어본 즉, 술을 마시는 것 자체를 문제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음식 받을 때 쓴 식판을 수거해야 하는 것이 문제인 듯했다.

한참 실랑이를 하던 맹승태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금세 봉사자들에게로 돌아갔다.

노숙자들은 낄낄대며 술잔을 기울였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보던 현수는 아주 스치듯, 맹승태의 어깨에서 회색 아지랑이를 포착했다.

‘잘못 봤나?’

현수가 그를 빤히 보았다.

그는 봉사자들에게 무어라 말을 하더니 이내 앞치마를 정리했다.

부우우웅-

이어 음식을 실어 나른 트럭이 돌아가자 봉사자들도 하나둘 철수했다.

그렇게 봉사자들이 모두 떠나고 맹승태 혼자 남자 그의 표정이 싹 돌변했다.

맹승태는 술을 마시고 있는 노숙자들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고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던 술병으로 노숙자 중 한 명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창-

그 광경에 마주 앉아 술을 마시던 노숙자가 벌떡 일어났다.

맹승태는 주저하지 않고 노숙자의 멱살을 잡더니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빠악-

노숙자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맹승태는 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굉장히 거친 몸짓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무척 차가웠다.

그 순간이었다.

사아아아아

맹승태의 몸에서 회색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안에 숨어 있던 악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악귀다!”

현수가 소리치며 맹승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자 화진도 뒤를 따랐다.

“자, 자, 잠시만요!”

방심하고 있던 세정도 부랴부랴 둘의 뒤를 달리며 녹화 중인 카메라들을 확인했다.

빠악 빠악 빠악-

단 몇 대에 노숙자들의 얼굴은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맹승태는 노숙자 위에 올라탄 채 주변을 둘러보다 굴러다니던 돌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내려찍으려는 듯 돌을 치켜들었다.

“멈춰!”

그때 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을 치켜들고 있던 맹승태가 인상을 쓰며 돌을 집어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이씨!”

현수는 쓰러진 노숙자들을 대충 훑어보고는 바로 달렸다.

그때 앞에 놀고 있던 아이들이 보이자 현수가 소리쳤다.

“얘들아! 119에 신고해! 빨리!”

현수의 말에 아이들이 바로 핸드폰을 들어 신고를 했다.

그 사이 현수 일행은 맹승태를 쫓아 공원 밖으로 나갔다.

다다다다다

맹승태는 좁은 도로 사이를 가로질러 골목으로 들어갔다.

현수 일행도 뒤이어 들어갔다.

이 모든 장면은 세정의 카메라에 모두 녹화가 되고 있었다.

“헉. 헉. 헉.”

세정은 지금 화면에 담기고 있는 장면도 꽤 흥미로우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밝은 낮이다 보니 두려움은 조금 덜했지만 긴박한 화면을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으슥한 골목에 들어오자 강력한 한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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