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38화 (138/227)
  • 제138화

    # 구마와 부마 (1)

    부우웅-

    작은 성당 앞마당으로 현수의 차량이 진입해 들어갔다.

    이내 한 쪽에 주차를 마치자마자 현수와 세정, 화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진짜 아늑하네요.”

    성당 앞마당에는 들꽃과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하지만 폐허처럼 무분별하게 자란 것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기다렸어요.”

    성당에서 나이 든 수녀가 나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화드린 박현수입니다.”

    “반가워요.”

    수녀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방송은 확인해 봤어요. 재밌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저희 신부님 인터뷰 하신다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방송을 켜실 건가요?”

    “네, 지금부터 켜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수녀가 미소를 띠고 뒤로 물러섰다.

    그 사이 세정은 바로 카메라 거치대를 세팅했고, 현수와 화진도 각자 장비를 챙겼다.

    “바로 시작할게요.”

    세정이 손을 흔들며 말하자 현수가 끄덕였다.

    “셋, 둘, 하나. 큐!”

    세정의 신호와 함께 현수와 화진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너도캠핑 조화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둘이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 오늘도 둘이 같이 나오넹.

    - 저기 어디에요???????

    - 커뮤에 공지 올라온 거 있었음.

    - 오늘 퇴마 방송은 아니라고 했는데.

    - 오늘 퇴마는 아니에요.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네. 아시는 분은 아시네요. 커뮤니티 탭에서 미리 공지 드린 것처럼 오늘은 구마활동을 하고 계신 신부님과 미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낮 방송으로 진행합니다.”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 구마가 뭐임?????

    - 구마활동이 뭐에요??

    일부 시청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네. 구마활동이란 건요. 음. 영화 ‘엑소시스트’ 보셨나요? 거기 나오는 것처럼 악마에 쓰인 사람을 구하는 걸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가톨릭 퇴마사-라고 보시면 되죠.”

    현수가 수녀를 보며 말했다.

    수녀는 미묘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의 설명이 틀렸는지 맞았는지에 대한 대꾸는 하지 않는 것이었다.

    - 아아아아아아아아 뭔지 알겠다.

    - 그 강참치 나오는 영화 있잖음. 하얀사제들. 거기 나오는 그런 거.

    몇몇 시청자들이 이해했다는 듯 채팅을 쳤다.

    “오늘은 신부님과 면담을 진행하고요. 허락을 맡게 되면 예전에 구마를 하셨던 부마자를 직접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부마자는 악마에 쓰인 사람을 지칭합니다.”

    현수가 용어 설명을 해주며 돌아섰다.

    그러자 수녀가 따라오라는 듯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

    오늘은 퇴마 현장 방송이 아니라서인지 시청자 수가 폭발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5천 명은 훌쩍 넘는 수준으로 적은 수는 아니었다.

    현수와 화진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성당 특유의 나무 냄새와 함께 고풍스러운 십자가와 성모마리아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쪽에 놓인 감실의 은은한 불빛이 성당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바꿔주고 있었다.

    그때, 성당 맨 앞에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한평화 신부였다.

    “안녕하세요.”

    현수가 인사하자 한평화 신부가 다가오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반가워요. 방송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현수와 한평화 신부가 악수를 나누었다.

    사실 현수는 조금 걱정을 했었다.

    크리스트교 입장에서 현수는 ‘이단자’나 사기꾼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일신 문화에 이교문화를 배척하는 분위기상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평화 신부는 자상한 미소를 띠고 현수를 대해주었다.

    “저에 대해 인터뷰 요청을 하셨다고.”

    “네. 구마사제나 구마활동에 대한 설명과 특정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요.”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그래도 직접 필드에 계신 분께 이야기 듣는 것이 더 흥미를 돋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요. 잘 왔어요. 일단 자리에 앉을까요?”

    한평화 신부가 장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현수와 화진도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 사이 세정은 가장 적절한 구도를 찾아 셋을 촬영했다.

    “‘구마’라는 것이 정확히 뭡니까?”

    현수가 물었다.

    “라틴어로 ‘엑소르치스무스’라고 하는 행위입니다. 성경이나 역사에서도 그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행위죠. 사람의 몸에 깃든 악마를 퇴치하는 것입니다.”

    “그 절차에 대해서 알 수 있나요?”

    “많은 영화에서 그 방법들이 소개되기는 하는데요. 통상적으로 부마자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 구마행위 중에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교황청에서 구마의식을 할 때의 절차 가이드라인을 잡아놓은 상태기는 하고요.”

    “아아. 그렇군요.”

    “그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안내해 드리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악마를 상대하는 일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니까요.”

    행여나 무분별하게 구마의식을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구마행위를 해야 하는 기준이랄 게 있을까요?”

    “음. 그 부분이 상당히 애매하기는 합니다.”

    한평화 신부가 말을 이었다.

    “성서의 해석에 따르면 우리 안에는 여러 마귀들이 있습니다. 교만, 탐욕, 시기, 분노, 음욕, 식탐, 나태의 악마들이 있는데요. 한순간의 속삭임으로 잠시 일탈행위를 하는 분들은 무척 많죠. 그런 분들에게 모두 구마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음. 그렇죠?”

    “하지만 그 일탈행위가 계속해서 반복이 된다면 그때는 구마의식을 치러야 할 것으로 분류를 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어떤 케이스가 있습니까?”

    “가령 식탐 마귀를 예로 들어볼까요? 음식에 대한 탐욕으로 가득 차 있는 건데요. 우리는 보통 상황에 따라서 음식을 내려놓기도 하고, 배가 부르면 음식 생각을 안 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충동적으로 배가 부른 데도 또 뭔가를 먹을 수 있습니다.”

    “네. 그런 경우가 있죠.”

    “그것이 일회성이면 괜찮은데 남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계속 된다면 마귀에게 잠식당했다고 보는 것이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나요?”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람들이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는 것처럼 신자 분들은 저를 불러 구마를 하는 것이지요. 물론 결이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한평화 신부가 인자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구마의식을 치르셨던 곳을 제가 방문해 봐도 괜찮을까요? 신부님께서 허락을 해주신다면 한 번 방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상관이 없습니다만 그 당사자 분들이 허락을 해주실지 모르겠네요. 구마의식은 어찌 되었든 ‘사람’에게 하는 것이니 그분들 의사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 분들 허락만 떨어지면 괜찮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런데- 방송을 보다 보니까 우리 형제님은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하시는 것 같던데.”

    “아아. 네. 그렇습니다.”

    “정말 귀신이 보여요?”

    “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변을 슥 보았다.

    장의자 곳곳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현수는 본능적으로 이들 모두 귀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아생전 성당에서 많은 안식을 얻었던 어르신들인 모양이었다.

    “귀신은 어떻게 보이나요?”

    “그냥 일반 사람하고 똑같아요.”

    “언제부터 보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봤던 것 같아요.”

    “아하. 그러시구나.”

    한평화 신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자한 미소였지만 현수는 그가 자기 말을 믿지 않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때, 한평화 신부 옆으로 할머니 귀신이 다가왔다.

    시골 할머니 파마머리에 오른쪽 이마의 흉터가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현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한평화 신부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보였다.

    그의 모친인 모양이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셨나 봐요.”

    현수의 말에 한평화 신부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마에 흉터가 있으셨나요?”

    “아- 네. 그걸 어떻게…….”

    “신부님 뒤에 서 계시네요.”

    현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러자 한평화 신부는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색 블라우스에 보라색 치마를 입으셨네요. 평소 즐겨 입으셨나 봐요.”

    “아-!”

    한평화 신부는 뭔가 알겠다는 듯 탄식을 흘렸다.

    현수는 예상했다는 듯 본론으로 들어갔다.

    “구마의식을 했던 분은 어딜 가면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아, 네. 여기 마을 입구에 있는 슈퍼마켓에 가보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말씀드리죠.”

    한평화 신부가 그때 상황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 * *

    “꺄아아아아악!”

    수재리 입구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 주변으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마구 들렸다.

    와장창- 와장창-

    한평화 신부는 슈퍼마켓 앞에서 묵주를 꽉 쥐고 기도를 읊조렸다.

    그러고는 그의 부제와 함께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음료수와 과자가 바닥에 널려 있고 선반과 책상은 부서져 있었다.

    한평화 신부는 두 손을 꼭 쥐고 안 깊숙이 들어갔다.

    “아이고. 신부님 오셨어요.”

    중년 부부가 한평화 신부와 부제를 보자마자 꾸벅 인사를 했다.

    슈퍼마켓 안쪽으로는 평범한 가정집이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현아는 어디 있습니까?”

    한평화 신부가 묻자 부부는 울며 방을 가리켰다.

    “꺄아아아악!”

    방 안에서는 비명소리가 계속 들렸다.

    한평화 신부는 부제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하고는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악취와 함께 침대 프레임에 팔다리가 묶인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는 한평화 신부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언어로 마구 소리쳤다.

    한평화 신부와 부제는 소녀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신속하게 구마의식 준비를 했다.

    그 사이 소녀는 침을 뱉고 욕을 하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어떤 도발에도 한평화 신부는 반응해주지 않았다.

    의복과 준비물까지 모두 구비한 한평화 신부는 바로 구마의식을 진행했다.

    그날 밤, 수많은 까마귀 떼가 슈퍼마켓 근처를 선회했다.

    * * *

    이야기를 한참 듣던 현수가 물었다.

    “그 아이는 어떤 증상을 보였던 겁니까?”

    “폭식증에 걸린 것처럼 음식을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그러더군요. 그것도 한자리에서요.”

    “한 자리에서요?”

    화진이 놀라 되물었다.

    “네. 그 자리에 서서 슈퍼마켓의 음식을 먹다가 그 자리에서 토를 하고 또 그 자리에서 먹는 기행을 보였습니다.”

    “어우.”

    “그것도 모자라서 굉장히 음란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쏟아내었죠. 혼내거나 말리면 극도의 공격성을 드러냈고요.”

    “그 집안은 원래 가톨릭 신자들인가요?”

    “네. 원래 부마자들은 신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 여성한테 많이 발생하죠.”

    한평화 신부가 대답했다.

    “지금은 잘 해결이 된 거죠?”

    “구마의식 이후로 기행은 벌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한평화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는 슈퍼마켓으로 한 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자 한평화 신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그 아이 안에 마귀가 남아있다면, 형제님께서 반드시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부족해서 마귀가 남아있는 걸 테니까요.”

    그의 말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캡틴 퇴마 채널의 스타일대로 퇴마를 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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