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 담로 캠핑장 (1)
너도캠핑이 이사 오는 날.
인부들이 가구와 짐을 들여오는 사이, 현수가 라이브 방송을 켰다.
우당탕 끼익
끼이이익
빈 방에 너도캠핑의 가구가 들어가고 있는 사이, 너도캠핑이 열린 현관문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오늘 너도캠핑 님이 저희 집으로 이사를 오고 계시는데요. 인사하시죠.”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인사를 한 뒤 너도캠핑을 비추었다.
“안녕하세요! 너도캠핑 조화진입니다. 반갑습니다!”
너도캠핑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 캠핑 님, 이제 실명을 말씀하시네요?”
“캡틴님 인사말 따라했죠.”
너도캠핑 화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사 소감이 어떻게 되세요?”
“소감이요? 음. 대학교 때 동기랑 자취했던 거 이후로는 누구랑 같이 사는 게 처음이긴 한데. 조금 긴장되고 떨리고 그러네요.”
화진이 대답했다.
“많은 시청자 분들이 저희가 사귀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지를 않으셔!”
“저희 진짜 안 사귀어요. 특별히 별 일도 없었고요. 없을 거고요.”
화진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 입만 열면 그짓말이 자동으로 나왘ㅋㅋㅋㅋㅋㅋ
- 입벌구
- 입벌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에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페이크 동거면 정말 둘은 너튜브에 미친 자들이다.
채팅을 본 화진이 한 쪽을 가리켰다.
“저기 귀신 CCTV가 있는데 뭘 할 수 있겠어요.”
화진이 가리킨 곳에는 수정이 멀뚱멀뚱 서있었다.
하지만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 저기 또 귀신이 있는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허공에 대고 손가락질 하는 거 닮아가넼ㅋㅋㅋ
- 귀신이 보인다니깤ㅋㅋㅋ
- 가만 보면 조작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조작을 할 수 없는 게 많다니깤ㅋㅋㅋ
- 맞음. 귀신이 진짜 보인다고 가정하면 말이 되는 것들이 많음. 그래서 믿게 됨ㅋㅋㅋ
채팅이 올라오는 사이, 화진이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아저씨. 이건 여기다 놔주시고.”
가구 배치를 지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저희는 이사를 잘 하고 오늘 밤, 라이브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현수가 손을 흔들며 짧았던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 * *
그 날 밤.
다시 방송을 켠 현수와 화진은 카메라를 들고 집을 쭉 돌아다니며 대략적인 집 소개를 해주었다.
“여기는 제 방이고 저기가 화진님 방. 그리고 저기가 스튜디오. 거실. 부엌-”
- 랜선 집들이 더럽게 못하넼ㅋㅋㅋㅋㅋㅋ
- 흉가 집들이는 잘하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흉가 집들잌ㅋㅋㅋㅋㅋㅋ
- 드립 미쳤눜ㅋㅋㅋ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는 사이 둘은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앉았다.
“아무튼 공지로 말씀드렸듯이 영안이 뜨이신 후로 기존 진행하던 콘텐츠 진행에 차질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발생된 상황이니 우리 너도캠핑 님의 캠핑 콘텐츠를 좋아하셨던 분들께는 사과 말씀 올립니다.”
현수와 화진이 꾸벅 인사를 했다.
- 그럼 캠핑 콘텐츠 어케 함????
- 너도캠핑이 낚시하는 거 보는 재미에 방송 봤는데.
- 구독취소하기 전에 해결책을 달라.
시청자들이 막무가내로 요구했다.
그러자 현수와 화진이 서로를 한 번 본 후 말했다.
“그래서 저희가 이제 기획을 하는 건요. 너도캠핑 님의 캠핑 콘텐츠를 계속 하긴 할 건데 저와 함께 움직이려고 합니다. 대신 촬영 날짜는 조금 달라질 것 같아요.”
- 오????
- 캡틴님이 보디가드가 되는 건가??
- ㅋㅋㅋㅋㅋㅋ그런가봄ㅋㅋㅋㅋ
“주2회 캠핑 콘텐츠를 촬영할 건데요. 브이로그 형식으로 촬영되던 캠핑 콘텐츠는 지금과 동일하게 너도캠핑 님 채널에 업로드가 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캠핑 콘텐츠 촬영할 때에는 제가 라이브 방송을 켜서 캠핑하는 현장 근처를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야방을 주2회 하게 되는 건가????????
- 개꿀띠
- 야방 주2회 굳굳굳
“네. 야외방송을 주에 두 번 하게 되는 건데요. 토요일 9시에는 늘 하던 대로 장소 정해서 야외방송하고요. 캠핑 콘텐츠는 목요일 낮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달력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편집 및 업로드 일정을 더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화진의 스태프들도 함께 합류하게 되면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완충이 되었다.
브이로그로 촬영되는 캠핑 콘텐츠야 화진이 삼각대와 셀카봉으로 진행했던 만큼 그대로 진행이 되고, 세정이 촬영 및 업로드 일정 관리를, 그리고 편집 일체는 현수와 화진의 편집자가 분담해서 진행을 하기로 약속이 되었다.
나름 제대로 된 협업 시스템이 구축이 된 것이었다.
‘그러면 주 3회 라이브 방송이네.’
흉가 콘텐츠와 캠핑 콘텐츠, 그리고 ‘수요일의 괴담’까지.
다소 버거운 일정일 수 있었으나 매방송마다 들어오는 파워챗 매출을 생각하면 상당한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그만큼 현수의 기가 쪽쪽 빨리면서 귀신에게 더욱 시달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간단히 인사와 함께 소통방송을 진행한 현수, 화진은 방송을 종료한 뒤 자리 정리를 했다.
“그럼 이번에 진행하려고 했던 캠핑장이 어디였죠?”
현수가 화진을 보며 물었다.
“아! 네! 제가 전에 알아봤던 곳이었는데요. ‘담로 캠핑장’이라고 해서 백패킹을 하는 것처럼 울창한 산속에 있는 캠핑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현수가 되묻자 화진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공기 좋은 산속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딘지는 비공개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허태훈이 쫓아올 수도 있으니.”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화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도 거의 대부분 캠핑장은 비공개로 했었어요. 저 혼자서 촬영을 하는데 막 남자들 쫓아오거나 그러면 무섭잖아요.”
“그럼 큰 문제는 없겠네요.”
“대신에 글램핑이나 캠핑장 광고가 들어오면 위치나 이름을 알려주긴 하죠.”
“그거야, 뭐.”
현수와 화진이 캠핑장 정보를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거나, 기현상이 나타난다는 제보가 있지는 않았다.
“한 번 가보죠. 재밌겠네요. 근처에 저수지도 있고.”
“좋아요. 촬영 준비해보죠.”
현수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며칠 후.
현수와 화진, 세정, 수정은 한 차를 타고 담로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위치한 캠핑장에 들어서자 몇 대 안 되는 차량이 곳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각양각색의 텐트 몇 채가 세워져 있었다.
“오호. 캠핑장은 처음 와봐요.”
현수가 차를 슬슬 몰고 가며 주변을 보았다.
텐트를 칠 수 있는 대지가 바둑판처럼 쭉 늘어서 있었다.
“저희 자리가 어디예요?”
현수가 핸들을 돌리며 물었다.
“어어. 우리는 이런 스탠다드 자리가 아니고요~”
화진이 창밖을 기웃거렸다.
그때 한 쪽에서 중년 남자가 차를 보고 뛰어왔다.
운전석으로 다가오자 현수가 차창을 내려주었다.
“안녕하세요. 조화진 이름으로 예약했는데요.”
“조화진 님이요?”
남자가 태블릿을 들고 뭔가를 검색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약 확인 됐네요. 이 길 따라 쭉 올라가시면 ‘마운틴로드’가 있거든요? 그쪽 편하신 데에 자리 잡으시면 됩니다. 옆에 있는 저수지에서 낚시는 가능하신데 수영은 불가하시고요. 밤 20시 이후에는 물가 진입 금지입니다.”
“네, 네.”
“분리수거는 이쪽에서 다 해주셔야 하고요. 화장실은 마운틴로드 초입에 공용으로 있습니다. 거기 가시면 안내문이 다 써있을 거예요.”
남자가 산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현수와 화진이 대답을 한 후 차를 몰고 산을 따라 쭉 올라갔다.
“되게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으셨네요.”
“최대한 자연 속에 있어야 사람들이 많이 보거든요. 처음에는 좀 뻔한 캠핑장이라고 해도 예쁘게 꾸미고 신기한 캠핑용품 보여주면 조회 수가 좀 나왔는데 그것도 좀 지나니까 관심을 안 갖더라고요. 그렇다고 반쯤 벗고 나올 수도 없고.”
화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현수는 화진의 지난 영상들을 쭉 살펴보았지만 확실히 노출이나 몸매를 드러내는 것으로 조회 수를 끌지 않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녀 역시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운틴로드는 스탠다드 캠핑장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숲속 캠핑장이었다.
심지어 텐트와 텐트 사이가 굉장히 멀게 구축이 되어 있어 백패킹을 안전하게 즐기러 온 사람들이 캠핑을 하기에 최적화가 되어 있었다.
구석 자리에 주차를 하고 바로 텐트를 치기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너도캠핑 화진이 셀카봉과 삼각대를 이용해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현수 일행이 앵글에 잡히지 않게 거리를 둬주었다.
행여나 현재 상황을 모르는 다른 구독자들이 보기에 위화감이 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기존과 같은 분위기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현수는 그렇게 촬영 중인 화진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화진은 영상을 모두 녹화 편집본으로 올리기 때문에, 그것에 감안하여 촬영이 진행되어 전체적인 흐름이 현수의 촬영과는 달랐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수정이 물었다.
“원래 모든 방송이 저렇게 조작이야?”
그녀의 질문에 현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언뜻 보기에는 조작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했다.
텐트를 칠 때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빠르게 치는 것처럼 편집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화진 역시 쉴 새 없이 예뻐 보이기 위해 수시로 카메라를 확인하며 앵글에 잘 나오는 위치를 선점해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나름대로의 연출인 것이었다.
“지금 텐트를 거의 다 쳤습니다. 지금 펼친 텐트는 아웃도어 브랜드 K3에서 나온 와일드 마운틴 텐트인데요. 방한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거든요. 아! 숙제하는 거 아닙니다!”
화진은 설치가 완료된 텐트 앞에서 멘트를 친 뒤 촬영을 종료했다.
“벌써 끝났어요?”
현수가 다가가 묻자 화진이 손을 내저었다.
“아아. 이제 이따가 음식 만들고 먹는 거 촬영해야죠.”
“나눠서 촬영하시는구나.”
“그럼요. 이런 데 오면 시간 많은데요, 뭘.”
“아아. 전 하루 날 잡고 여러 캠핑장 돌면서 찍은 다음에 나눠서 올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 스트리머도 있긴 할걸요? 그런데 옷차림이나 주변 계절 변화나 날씨나- 여러 변수가 있어서 저는 그냥 하루 하나만 촬영해서 올려요. 그리고 가끔 기분이 꿀꿀하면 생방도 돌리거든요.”
화진이 웃으며 말했다.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머지만 그래도 제법 ‘정직하게’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동거’ 콘텐츠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현수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현수 님 보기에는 어때요? 주변에 뭐가 있나요?”
화진이 물었다.
“음. 글쎄요?”
현수가 어깨를 으쓱인 후 주변을 보았다.
아직 밝은 낮이나 하얀색, 혹은 회색 아지랑이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언뜻 보이는 느낌도 들긴 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이목구비와 형체가 또렷이 보이는 귀신은 없었다.
그러던 중 이정표가 하나 보였다.
[담로 저수지 - 담로 낚시터]
[20시 이후 출입금지 (동계 18시 이후 출입금지)]
이정표 너머로 수심이 꽤 깊어 보이는 저수지 위로 회색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수면에 저렇게 회색 아지랑이가 강하게 피어오른다는 것은 ‘물귀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물귀신’은 말이 귀신이지, 다른 사람을 물속으로 끌여 들여 죽이는 ‘악귀’와 같은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