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 동원훈련장 (6)
현재 시청자 수 289090명.
30만 명에 다다르는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광경은 흡사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역동적이면서 소름 끼치는 장면들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조작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았지만, 화면이 주는 긴박함과 공포스러움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확실하게 끌어당겼다.
심지어 불토를 즐기러 모인 사람들 중 일부도 술집에서 방송을 틀어놓고 술잔을 기울일 정도였다.
그만큼 파워챗 후원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현수가 직접적으로 몸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액션을 선보인 이후로는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후원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액션을 소화하면서 몸이 힘들어 보이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의 멤버십 가입과 구독, 그리고 후원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멤버십 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더 많은 가입이 진행되었다.
- 저 인형에 악귀가 들어갔음!!!!
- 사탄의 인형이다.
- 인형봐.
- 와이어 안 보임???
- 와이어 안 보여요.
- 어케 앎. 어두운뎈ㅋㅋㅋ
시청자들은 실신한 방고리와 현수가 집어든 밀짚인형을 보며 채팅을 썼다.
현수는 밀짚인형에 부적을 붙인 뒤 지푸라기 속에 팥을 욱여넣었다.
그러자 밀짚인형은 마치 자석의 같은 극끼리 내는 저항처럼 팥을 밀어냈다.
“불! 불이요!”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너도캠핑이 주머니에서 지포라이터를 꺼내 던졌다.
탁
현수가 공중에서 라이터를 낚아채 받은 후 바로 불을 붙였다.
칙
불꽃과 함께 밀짚인형이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끼오오오오오-
밀짚인형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방송으로도 그대로 송출되었다.
- 방금 소리 들음???
- 어디서 나는 거임??
- 저기 있는 누군가 소리 지른 거 아니야??
- 아님. 무슨 소리지?
- 짐승 소리 같은데.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현수는 들고 있던 밀짚인형의 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안보교육관 한쪽으로 휙 던졌다.
화르르륵
그러자 도깨비불처럼, 불붙은 밀짚인형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밀짚인형은 미친 듯이 날뛰면서 사방으로 불꽃을 흩뿌리다 이내 스르르 재가 되어 소멸되었다.
현수 일행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쉬이이이이이-
이어 현수는 주변에 있던 악귀와 귀신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심령카메라로도 주변의 악귀와 귀신들이 사라지는 것이 그대로 포착되었다.
현수는 매캐한 연기를 내며 재가 되어버린 밀짚인형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 그럼 거기 또 귀신이 안 오는 건가요?
- 지역 퇴마 완료????
질문이 올라오자 세정이 채팅창 화면을 가리켰다.
현수가 확인하자마자 바로 답변을 해주었다.
“특정 원한을 가진 귀신이라면 퇴마를 하고 나서 다시 안 나타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악귀나 귀신들은 특정 원한이 있다기보다는 구천을 떠돌다 음기가 강한 곳에 머물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귀신이나 악귀가 이곳에 와 자리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수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즉, 수정과 같이 원인과 목적이 분명한 귀신은 해당 목적이 해결 되었을 때 한을 풀고 성불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해 사라지지만 지역 자체의 음기 때문에 귀신이 발이 묶인 상황이라면 또 다른 귀신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곳의 귀신과 악귀들은 특별히 원한을 가진 듯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저 산 자에 대한 적개심, 혹은 삶에 대한 욕망만 가득해 보였다.
그런 그들이 오랫동안 머물렀기 때문에 안 그래도 풍수지리학적으로 음기가 가득한 이곳에 더 많은 음기가 끼어 앞으로도 계속 귀신이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현수는 설명을 이어가며 실신한 방고리를 일으켜 주었다.
“어우. 나 여기서 뭐하고 있죠?”
방고리가 이마를 붙잡고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거예요?”
너도캠핑이 묻자 방고리는 주변을 보며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다들 밖으로 도망가는 거 보고 따라 나가려는데 갑자기 뭐에 걸려 넘어졌어요. 그 뒤로 기억이 없는데.”
애초에 방고리는 안보교육관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다들 소름이 끼치는 그의 이야기에 입을 꾹 다물고 그를 보았다.
“어우. 근데 저 분은 누구에요?”
방고리가 수정을 빤히 보며 물었다.
“에? 그쪽도 내가 보여?”
수정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일행들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 * *
방고리와 너도캠핑의 영안이 열렸다.
선천적으로 영안을 가지고 태어난 현수, 세정과는 차이가 있었다.
둘은 자신의 파장과 같은 악귀가 들러붙어 유착이 되었던 것 때문에 영안을 뜨게 되었고, 현수가 보는 것처럼 회색과 흰색 영혼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둘에게는 꽤 큰 충격인 듯했다.
다만 너도캠핑은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귀신이 보일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방고리와 다른 양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너도캠핑에게 있었다.
캠핑 콘텐츠를 진행하는 너도캠핑은 산과 강에서 야외 숙박을 할 일이 많았다.
그만큼 더욱 험한 귀신을 만날 일이 많아진 것이었다.
방고리도 게임 방송 중에 귀신을 보고 흠칫 놀라는 빈도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너도캠핑은 실질적으로 캠핑 콘텐츠를 더 진행하기 불가능한 상황까지 번진 것이었다.
동원훈련장 촬영 이후 몇 주 동안 이어진 일상생활과 각자 콘텐츠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도 너도캠핑은 현수에게 볼멘소리를 하지 않았다.
문제제기를 한 것은 김창수 과장이었다.
김창수 과장 호출로 라미로브 회의실에 간 현수는 너도캠핑과 김창수 과장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현수가 꾸벅 인사를 하고 앉자 너도캠핑이 눈인사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여기 캠핑 님도 귀신을 보기 시작했다고요?”
김창수 과장이 물었다.
너도캠핑이 현수를 보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영안이 뜨이신 것 같더라고요.”
“허. 참.”
김창수 과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자기 직속 부하인 세정이 귀신을 보는 데에도 아직 ‘영안’이라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현수 채널에서 들어오는 매출이 월 5000만 원, 1억 원 이상 되는 시점에서 그 진위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너도캠핑도 계속 성장을 하며 매출이 나와 줘야 하는데 캠핑 콘텐츠 진행이 어려울 정도가 되니 그로선 짜증이 난 것이었다.
“영안을 닫을 수는 없는 거죠? 그 귀신이 안 보이게.”
“네.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난처하네. 지금 너도캠핑 님 구독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요. 52만 정도까지 올라가나 했는데 다시 50만으로 떨어지고 있어.”
김창수 과장이 머리를 북북 긁으며 말했다.
“떨어질 사람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죠. 중요한 건 캠핑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를 구상해야 한다는 거죠.”
너도캠핑의 말에 김창수 과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내 말도 그 말이에요.”
현수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보며 이 자리에 왜 불렀는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 사안은 너도캠핑과 김창수 과장, 그리고 너도캠핑의 매니저가 결정할 일이지, 현수가 결정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또한 엄밀히 따지면 너도캠핑이 영안을 가진 것 자체도 현수의 책임이 아니었다.
‘뭐 어쩌라는 거지.’
현수가 가만히 둘을 바라보았다.
김창수 과장은 머리를 긁적이다 슬쩍 눈치를 보고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둘이 동거 콘텐츠를 가보면 어떨까요?”
“네? 동거요?”
현수가 놀라 되물었다.
“네? 아까 저한테는 우결을 해보라고 하시더니?”
너도캠핑도 놀란 듯 김창수 과장을 보며 물었다.
“우결도 우결인데 지금 현수 님 보다보니까 제대로 한풀 쭉 뽑아내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동기도 확실하고 좋잖아요. 퇴마 방송 참여했다가 악귀에 쓰여서 영안을 갖게 되고, 캠핑 콘텐츠 진행이 어려워서 책임을 지기로 했다. 그림 나오잖아요?”
김창수 과장의 말에 현수가 너도캠핑의 얼굴을 보았다.
“으음.”
너도캠핑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진짜든 가짜든 아무래도 ‘동거’를 하는 그림으로 방송이 나간다는 것 자체에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요. 뭐, 커플 스트리머나 우결 콘텐츠나, 다들 이렇게 하는 거니까.”
김창수 과장은 마음 속으로 이미 모든 걸 정해놓고 있는 뉘앙스였다.
현수는 입을 삐쭉 내밀고 너도캠핑을 보았다.
*
며칠 후 오전.
현수는 커뮤니티 탭에 간단히 공지를 올린 뒤 생방송을 켰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공지를 드릴 사항이 있어서 이렇게 방송을 켰습니다.”
현수가 웹캠 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 안녕하세요~~
- 갑자기 무슨 공지??
- 평일 오전이라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네요!! 녹방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10000원 파워챗
- 후원 던지고 나는 다시 업무 보러 ㄱㄱ
약 100여 명 되는 시청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다름이 아니고 한 2주 전 쯤이었죠? 동원훈련장 콘텐츠를 촬영한 이후로 너도캠핑 님하고 방고리 님께서 귀신을 보시게 되었잖아요? 소위 ‘영안’이라고 하는 건데요.”
- 맞음.
- 너도캠핑 노잼됨.
- 재미없음.
- 낚시하는 것도 재밌었는데 낚시도 못하더라.
시청자들이 채팅을 썼다.
“그 뒤로 귀신이 보이는 것 때문에 야외 촬영이 힘들어서 캠핑 콘텐츠를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같은 스트리머로서 도의적인 책임도 있고 해서- 제가 너도캠핑 님의 콘텐츠를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 도와주면 도와주는 거지 라방 켜면서까지 공지할 거리인강?
- 낮에 캡틴님 보니 좋다.
- 잘생겼어.
- 햇살 받으니 존잘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저희 집에 머물면서 콘텐츠를 같이 기획하고 함께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현수의 말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
-동거???????
-둘이 사귐????
-너도캠핑이 한 살 더 많을 텐데. 연상연하 커플인가????
-커플!!!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거함??????
“아. 아뇨. 사귀는 건 아니고요. 아무래도 밀착 콘텐츠가 필요하다 보니 저희 집에서 당분간 머물게 되실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수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 과연 콘텐츠만 밀착일까???????
- 밀착?????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미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있었다.
“괜한 오해와 추측성 채팅은 자제 부탁드려요. 아유! 너도캠핑 님 입장 난처해지게.”
- 그냥 공식적으로 사귄다 하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백퍼 사귄다.
- 너도캠핑 영상 보면서 남친 있는 거 같았는뎈ㅋㅋㅋ 박현수였음??
이미 시청자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로 결정을 한 모양새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했는지 잔뜩 흥분해 채팅을 써 올렸다.
현수는 당장 있는 100여 명의 시청자들 반응만 보고도 앞으로 얼마나 큰 이슈몰이를 하게 될지 직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