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88화 (88/227)

제88화

# 노로이노무라 (3)

승합차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현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울창한 나무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나무 사이로 문득문득 귀신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보였을 땐 언뜻 놀랐지만 계속 보이기 시작하자 별 감흥이 없어졌다.

확실히 이 산속에 귀신이 많은 것이었다.

“여행가는 느낌이네요. 하핫!”

방고리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폴란드에서 그렇게 시달렸는데 아직도 신이 나요?”

너도캠핑이 물었다.

“그래도 가는 길은 신나잖아요. 걱정이 되긴 하지만.”

“긍정적인 게 부럽긴 하네요.”

방고리의 대답에 너도캠핑이 받아쳤다.

세정은 조수석에 앉아 그런 일행들을 슥 둘러보았다.

당연히 그녀에겐 수정의 모습도 흐릿하게 보였다.

수정은 달리는 승합차 옆에서 같은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감시하고 있는 듯 차창 밖에서 현수를 보고 있었다.

세정 역시 이렇게 귀신이 보이는 것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수정의 ‘기운’을 따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귀신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수정의 기운이면 안도하는 수준이 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하고 보이는 게 다르니 충분히 느꼈겠지만 이 산. 굉장히 ‘눅눅’한 거 알지?”

수정이 차창 밖에서 물었다.

현수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산 전체에 음기가 굉장히 강해.”

수정의 말에 현수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후, 승합차 앞으로 바리게이트와 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바리게이트였다.

“여기부터는 걸어 올라가야 하네.”

일행이 차에서 내리며 산을 보았다.

앞으로 펼쳐져 있는 거대한 산길과 산맥.

그 웅장한 모습에 압도가 될 정도였다.

심지어 울창한 수풀에 그림자 진 산속은 어두컴컴하며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장비 다 챙겼죠?”

너도캠핑이 힙색을 착용하며 물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세정은 운전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여기 산장으로 와주시면 돼요.”

세정이 돈을 건네며 말했다.

운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왔던 길을 돌아갔다.

“여기 산장은 뭐에요?”

너도캠핑이 물었다.

“센노쿠라 등산객들을 위한 산장이었는데요. 등산객이 줄어들면서 산장도 폐쇄됐대요.”

세정이 말했다.

“저기부터 시작하면 되겠네요.”

현수가 산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하자는 의미였다.

“좋아요. 세팅합시다.”

세정이 촬영용 카메라를 들며 말했다.

일행들 모두 자신의 옷차림을 한 번씩 확인하고는 현수 옆에 나란히 섰다.

“촬영 시작합니다~”

세정이 손을 흔들고는 방송시작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오늘 라방은 너도캠핑님, 방고리님, 그리고 과대님 함께 하시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 예정보다 빨리 켰네요!

- 오! 빨리한다!!

- 기다리고 있었어요!!

- 안녕하세요

- ㅎㅇㅎㅇ

순식간에 1000명의 시청자들이 몰려 들어왔다.

“오늘은 예정해 드린 대로 군마현에 위치한 센노쿠라 산 초입에 와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노로이노무라’를 찾아볼 건데요.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노로이노무라’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 참고 부탁드릴게요.”

현수가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 노로이노무라 검색해봄.

- 진짜 뭐 안 나오네.

- ‘저주의 마을’을 일본어로 하면 노로이노무라임.

- 고글 이미지 검색하면 옛날 사진 하나 뜨긴 함. 완전 푸세식 시골 같은 곳.

- 사람들 다 실종되거나 죽은 곳??

현수가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방송을 했던 탓인지, 일부 구독자들은 포탈 사이트에서 노로이노무라에 대해 검색을 해본 모양이었다.

그 중 눈에 띄는 채팅 글이 있었다.

- 나 일본에서 유학할 때 군마현에 들른 적 있었는데 저기 노로이노무라 전설 들어본 적 있음. 목이 잘린 귀신들의 마을이 있다고 함.

- ㄹㅇ?????

- 그 근처에 가면 귀신들한테 죽거나 납치당한다고 그럼.

세정이 채팅을 확인해 보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현수는 세정 옆으로 다가와 채팅을 슥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산에 올라가기 전에 산 입구에 있는 산장부터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폐 산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 오오오오오오 일본 산장 유명하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생각하는 거임????

- 산장에서????ㅋㅋㅋㅋㅋ

- 머리에 똥만 찼나 다들ㅋㅋㅋㅋㅋ

- 에라잌ㅋㅋㅋㅋㅋㅋㅋ

채팅에서는 실없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현수 일행은 잡초와 흙이 잔뜩 뒤덮여 있는 계단을 지나 산장 입구에 도착했다.

현수가 녹슨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나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다행히 잠겨 있지는 않은 것이었다.

산장은 무척 단출한 모습이었다.

단층에 방 세 개가 있었고 벽난로가 있는 거실과 주방이 있었다.

화장실도 한 개만 있는 것이 여러 사람들이 오래 머물던 곳은 확실히 아니었다.

“여기 센노쿠라 산행 지도가 있네요.”

현수가 벽에 크게 걸린 지도를 가리켰다.

관광 안내도처럼 센노쿠라 산의 위성지도 위로 붉은 선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온천과 산책로와 같은 관광지들이 체크되어 있었다.

아직 그 지도에서는 ‘노로이노무라’라는 단어나 어떤 마을의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찰칵 찰칵

그 사이 너도캠핑이 지도 사진을 촬영해두고 있었다.

“산에서는 길을 잃으면 위험하니까 정말 저희끼리 절대 떨어지면 안 됩니다.”

현수가 신신당부하며 말했다.

“그럼요, 그럼요.”

방고리는 현수가 건네준 심령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촬영해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수의 눈에 귀신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만큼, 심령카메라도 반응이 없었다.

과대는 뒷짐을 지고 산장 내부를 슥 둘러보고 있었다.

낡아 찢어진 소파와 90년대 TV.

일본어로 제작된 잡지들.

먼지가 잔뜩 쌓인 벽난로의 화구.

현수는 일행들을 슥 둘러보다 벽난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화구 안쪽으로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내려오고 있었다.

현수는 EMF 탐지기를 꺼내 켠 뒤 벽난로 쪽으로 다가갔다.

“지금 벽난로 쪽에서 뭔가 보입니다.”

현수가 EMF 탐지기를 앞으로 뻗자 LED 불빛 개수가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방고리가 심령카메라를 비춰보았다.

벽난로 안쪽에서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다.

“오오.”

기현상을 촬영한 방고리가 신기한 듯 탄성을 내뱉었다.

불쑥

그 순간이었다.

벽난로 안 굴뚝에서 귀신의 머리가 거꾸로 불쑥 튀어나왔다.

새하얀 피부에 눈썹과 눈꺼풀이 시커먼 여자 귀신이었다.

“엇!”

현수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굴뚝에서 튀어나온 머리는 평온하게 눈을 깜박이며 현수와 눈을 맞췄다.

“방금 굴뚝에서 하얀 덩어리가 나왔어요.”

심령카메라에는 원형의 하얀 형체가 굴뚝에서 불쑥 나오는 걸로만 보였다.

방고리는 그 화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귀신 머리가 거꾸로 나왔어요. 굴뚝 속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현수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그러자 과대와 너도캠핑도 긴장한 표정으로 굴뚝을 보았다.

하지만 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음.’

그 귀신은 공격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한 한기를 내뿜는 것이 확실히 한이 깊어 보였다.

“뭐가 보인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때 과대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슥 돌아섰다.

“여기 위패가 있네요. 일본 신사에 가면 있는 위패에요.”

과대는 벽난로 위 선반에 놓인 나무 위패에 다가갔다.

“누구 위패죠?”

현수가 물었다.

“카…… 카가미 료이치라고 쓰여 있네요.”

“카가미 료이치요?”

현수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카가미 료이치라면 가족들하고 동시에 실종 됐다는 그 19세기 귀족?”

방고리도 격앙된 목소리로 되물었다.

“여기 왜 카가미 료이치의 위패가 있는 거죠?”

너도캠핑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잘은 모르지만 카가미 료치이의 후손이 운영했거나, 아니면 그를 기려야지 안전하거나, 둘 중 하나 아니었을까요?”

현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동시에 침묵이 찾아오자 바람소리가 들렸다.

휘이이이잉-

바람소리에 창문이 덜컹거렸다.

“낮인데 되게 무섭네.”

방고리는 팔을 북북 긁으며 괜스레 주변을 보았다.

“다른 방을 살펴볼게요.”

현수가 EMF 탐지기를 앞세워 다른 방들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다른 방에서도 귀신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옷장 위나 창문 등, 깜짝 놀랄 만한 곳에서 등장했지만 특별히 세뇌시키려고 하거나 물리적인 공격을 해오지는 않았다.

어제 돈카츠 집에서 보았던 그 노파 귀신처럼 현수 일행을 관찰하는 듯한 분위기만 풍길 뿐이었다.

- 일본 흉가.

- 기분 탓인가 한국 흉가보다 더 무서운 것 같음.

- 일본 공포 영화가 끔찍하게 무서워서 더 그럼.

- 맞음. 그 영향이 있는 거 같음.

- 일본 공포 영화부터 생각낰ㅋㅋㅋㅋㅋ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무섭다.

채팅은 계속해서 누적이 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출발하죠.”

현수는 출입문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그러면서 벽난로와 굴뚝 쪽을 다시 보았다.

귀신은 여전히 굴뚝에 거꾸로 매달린 채 벽난로 화구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현수는 귀신을 빤히 보면서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더욱 끔찍한 광경이 보였다.

목이 없는 귀신들이 산장 주변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이었다.

현수가 문밖에 서서 얼어붙어 있자 방고리가 물었다.

“왜 그래요?”

그는 현수를 보며 묻고는 심령카메라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새하얀 형체들이 카메라 곳곳에 잡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주, 주변에 귀신이 많아요.”

방고리의 말에 너도캠핑이 스마트폰을 들어 레이니 앱을 구동시켜 보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얼굴 인식이 되지 않았다.

- 왜 얼굴 인식 안 됨?????

- 레이니 앱으로 구라 치는 거 약빨 떨어졌냐????ㅋㅋㅋㅋ

- 레이니 앱 안 됨???

채팅이 올라오자 세정이 현수에게 채팅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굴 인식 앱이 당연히 안 될 겁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귀신들. 다 목이 잘려 있거든요.”

현수의 말에 방고리와 너도캠핑이 식겁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과대 역시 주먹을 꽉 쥐며 일행들 뒤에 슬쩍 몸을 숨겼다.

“모, 목이 잘린 귀신이요?”

방고리가 놀라 다시 심령카메라를 보았다.

하지만 심령카메라에는 하얀 형체로만 보여 머리가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현수는 목이 없는 귀신들을 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걸음에 따라 귀신의 몸도 천천히 돌아갔다.

머리가 없지만 마치 현수 일행을 보고 있는 듯한 방향이었다.

“복장이 어때요?”

일렬로 이동하는 행렬의 맨 뒤에 있던 과대가 물었다.

“각양각색이에요. 정장을 입은 사람도 있고, 등산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기모노를 입은 사람도 있고, 사무라이 갑옷을 입은 사람도 있고.”

현수는 바리게이트를 지나 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령대는요?”

“글쎄요. 얼굴이 없어서 정확히 판단되지는 않는데-”

현수는 걸음을 걷다 어린 아이의 몸에 머리가 없는 귀신도 발견했다.

“-남녀노소 다 있는 것 같긴 합니다.”

현수의 말에 일행들은 입을 꾹 다물고 뒤를 따랐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