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85화 (85/227)

제85화

#폴란드 위즈소카 수용소 (10)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

병원인지, 학교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현수가 늘 다니는 폐허라는 것.

바닥에는 먼지와 각종 집기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벽에는 피로 쓰인 외국어들이 적혀 있었다.

현수는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는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꿈’이라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은 인지하지 못했다.

뚜벅- 뚜벅

현수의 발걸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습관적으로 EMF 탐지기와 심령카메라를 꺼내려 했지만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늘 메고 다니는 배낭도 지금은 없었다.

그렇게 뒤적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가자 복도 끝에 한 사람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눈동자가 없는 흰자위.

수술복에 수술모를 입고 마스크를 쓴 악귀.

메스와 집게를 들고 있는 손.

위즈소카 수용소에서 본 악귀였다.

그는 분명 우리를 죽이려 했었다.

심지어 자칫하면 가스실에서 꼼짝없이 갇혀 죽었을 뻔했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현수는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호장리 폐 수영장에서 보았던 사백안의 악귀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으악!”

현수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익숙한 방 천장이 보였다.

“헉, 헉, 헉.”

현수는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귀국한 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후기 방송을 진행했다가 밤늦게 잠이 들었던 탓에 피곤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악몽까지 꾸니 자도 잔 느낌이 아니었다.

“악몽 꾸는 것 같더라. 엄청 끙끙대던데.”

수정이 침대 옆에 앉아 말했다.

현수는 일어나 이마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악귀들 꿈이었어요.”

“꿈에 나타난다는 건 네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거야. 조심해.”

“환장하겠네요.”

“어쩔 수 없다며. 그걸로 돈 버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현수가 일어나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마셨다.

우우우웅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어제 밤 진행한 후기 방송에 대한 세정의 피드백일 것이었다.

- 후기 방송 편집본 업로드 완료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외국인 구독자들도 많이 유입되어서 이번 주 중으로 다른 나라 말로 번역 돼서 자막 삽입될 거예요.

메시지를 확인한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진짜 이 시대는 컴퓨터를 달고 사는구나.”

수정이 그런 현수를 뒤에서 바라보며 말했다.

“제 일이 그런 거죠. 누나가 계셨을 때에도 컴퓨터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있기야 했겠지. 그런데 요새는 더 한 거 같아.”

“시대가 바뀌니까요.”

현수는 부팅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너튜브에 접속을 해보았다.

캡틴 퇴마 채널의 구독자는 그새 53만 명이 되어 있었다.

“와우.”

그리고 편집자와 매니저 세정을 통해 위즈소카 수용소 영상 클립들과 쇼츠들이 순차적으로 업로드 되고 있었다.

각 영상마다 조회 수 역시 엄청나게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방고리의 구독자도 올라 현수와 같은 53만 명이 되었고, 하날하날도 36만, 그리고 너도캠핑도 48만 구독자를 기록했다.

고스트 크루 멤버들 모두 수만 명의 구독자 상승을 보인 것이었다.

신기한 것은 ‘혜련해염’ 채널도 10만 명을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현수와 함께 한 멤버들 모두 구독자 상승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또 한 번의 매출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구독자와 조회 수 상승으로 발생되는 매출에 외국 환율 매출까지 더해지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보다 환율이 높은 국가에서 나는 광고 수익이 더 높았다.

그렇게 인사이트 상으로 매출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가자 라미로브는 현수의 과거 영상들 모두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에 번역기를 이용해 삽입한 자막들도 상황과 맥락에 맞게 모두 수정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게 현수 채널의 모든 영상들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흥미로울 정도로 잘 가꿔지고 있었다.

댓글들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외국어 댓글도 많아지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번역보기’를 클릭해 봐야 할 정도였다.

물론 한국인 구독자들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 국내 스트리머 박현수. 음지에 가려져 있던 세계2차대전 학살 현장을 찾아내다.

- [종합] 캡틴 퇴마 채널, 폴란드 내 홀로코스트 수용소 추가 발견.

- [세계 이슈] 베일에 감춰져 있던 나치 독일의 수용소 발견.

한국 인터넷 뉴스를 비롯해 외국의 신문사 헤드라인에도 현수의 정보가 노출되었다.

그에 따라 하루에 최대 만 명의 구독자가 늘어났고, 조회 수는 수백만 명을 넘어섰다.

그렇게 이슈 몰이를 하며 보낸 일주일 사이, 현수의 채널은 구독자 60만 명을 돌파해 버렸다.

* * *

이후 몇 번의 현장 라이브 방송과 ‘수요일의 괴담’ 방송을 하는 동안 h2918401 아이디를 가진 유저의 댓글과 채팅은 한 번씩 올라오고 있었다.

- 지켜보고 있다.

그걸 볼 때마다 현수는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부드럽게 멘트를 하다가도 그 문구를 보면 흐름이 깨져 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시청자들이 눈치 챌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 말문이 막혀 버리는 것이었다.

‘저 아이디는 대체 뭐지.’

현수는 허태훈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아직도 잡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몇 번의 제보가 있었고 경찰이 출동까지 했지만 잘못된 신고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현수가 있는 서울 쪽이 아닌 강릉과 속초, 목포, 포항 등 전국 각지에 제보가 이어졌다.

“겁나?”

수정이 물었다.

“아무래도 그렇죠. 저 사람은 진짜로 제 배에 칼을 쑤셔 넣을 수도 있는 사람이잖아요.”

“뭐, 그래 보이기는 하다만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왜요?”

“혼자서라도 널 죽일 작정이었으면 벌써 어떤 식으로든 덤벼들었을 거야. 그게 아니라면 지금 뭔가 다른 계획을 하고 있는 거겠지.”

“다른 계획이라면 어떤 거 말씀이신 거죠?”

“악귀 들린 다른 사람들을 찾든가, 아니면 지금 자기보다 더 강한 악귀를 찾든가.”

“뭐든 절 위협하는 건 맞네요.”

“경찰이 허태훈을 빨리 체포하는 게 제일 베스트겠지만 악귀 들린 연쇄살인범을 체포하는 게 쉽진 않을 거고.”

“그렇죠.”

“놈은 널 몰래 쫓아가다 갑자기 공격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당당하게 예고하고, 네가 겁에 질려하는 모습,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그런 걸 하나하나 지켜보고 싶어 할 거거든.”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어우. 되게 설득력 있네요.”

“놈이 나타나겠다고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쫄 필요 없다는 거야.”

수정의 말에 현수는 입을 씰룩였다.

“그나저나 다음 현장은 어디 갈 거야? 위즈소카 이후로 현장 라이브 방송 조회 수 별로 안 나온다며.”

그녀가 이어 물었다.

확실히 위즈소카 수용소에서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그 이후 야외 라이브 방송은 약간 시들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생방송 시청자가 수만 명에 다다르고 매 방송마다 500만 원 이상의 후원이 쏟아지고 있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위즈소카에서의 폭발적인 매출을 맛본 라미로브는 은연중에 계속해서 또 다른, 자극적인 소재를 요구했다.

“아유 참. 또 어디를 가라는 거야.”

현수는 세계 미스터리 흉가 리스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약간 동양 쪽에 가보는 게 어때?”

수정이 물었다.

“동양 쪽이요?”

“중국, 일본, 뭐 이런 데.”

“음.”

현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동양 흉가도 제법 매력적인 요소가 있기는 했다.

“중국은 너튜브가 금지되어 있어요. 촬영도 어려울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느니 차라리 일본 쪽이 나을 것 같긴 해요.”

“일본이라.”

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리스트를 보던 현수는 어떤 폐허촌의 사진을 보며 주소를 확인했다.

“일본 군마현에 있는 센노쿠라 산 중턱.”

그는 흥미로운 듯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주변에서 ‘버려진 마을’이라 불리는 ‘노로이노무라’.”

“한국어로 번역하면 ‘저주의 마을’이네.”

수정의 말을 들으며, 현수는 그곳의 사진과 전설을 읽어보았다.

* * *

센노쿠라 산의 노로이노무라.

언제 처음 만들어진 마을인지 그 기원을 알 수 없지만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아무런 갈등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국시대가 열리고 일본 열도는 전쟁터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산 속에 있는 이 마을에 패잔병들이 숨어들었다.

전쟁 상황을 모르던 마을 사람들은 패잔병들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했고, 목숨을 부지한 패잔병들은 무사히 산을 내려갈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패잔병들을 쫓던 다른 군대가 마을을 급습했고, 그들은 마을 주민들이 패잔병과 한 패라고 생각해 그들을 처참히 학살했다.

그 뒤로 그 마을은 수십 년 동안 버려져 있었다.

이후 그 마을에 사람들이 다시 유입이 되어 거주촌이 형성 되었지만 이내 사람들의 의문사가 이어져 결국 다시 폐허촌이 되었다.

그렇게 수차례 사람들이 살았다가 다시 버려지기를 반복한 곳.

가장 최근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기재되어 있었다.

1800년대 후반, 문벌 귀족이었던 카가미 료이치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귀족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무렵, 카가미는 반 막부 세력을 피해 산 속으로 숨어들었고, 가족들과 함께 노로이노무라에 정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기이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카가미는 사람을 풀어 이 마을에 걸린 ‘저주’에 대해 알아보려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가미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실종되어 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노로이노무라’도 ‘부름을 받은 사람만 찾을 수 있다.’는 소문이 붙게 되었다.

내비게이션으로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일본의 스트리머들 중 일부가 노로이노무라를 찾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전해졌다.

촬영된 사진 역시 30년 전, 어떤 사진작가가 센노쿠라 산에서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찾아내 촬영한 것인데, 이 사진작가는 집으로 돌아간 후 일주일 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진작가가 어떻게 이곳에 가게 되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한다.

현수는 이곳의 정보를 세정에게 보내주었다.

그러자 바로 세정에게 전화가 왔다.

[현수님. 지금 바로 과장님하고 이곳 살펴봤는데요. 좋은 것 같아요.]

“걱정이 되는 건 저기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건데요.”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현수님이라면?]

“아무튼 저쪽도 찾기만 하면 조회 수는 확 오를 것 같기는 해요.”

[네, 네. 그리고 이번에도 ‘고스트 크루’랑 같이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요.]

“음. 네, 네.”

현수는 하날하날과 방고리, 너도캠핑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이번에는 하날하날님이 못 가시고 과대님이 가시게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네? 과대님이요?”

의외의 닉네임에 현수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현수와 함께 야외 촬영하기를 꺼린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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