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63화 (63/227)

제63화

# 군세리 오로라 모텔 (2)

현재 시청자 수 1482명.

현수는 세정, 그리고 귀신인 수정과 함께 오로라 모텔 건물 입구로 진입해 들어갔다.

바닥에는 오래된 빵과 우유가 널려 있었다.

“이게 뭐죠?”

세정이 바닥에 놓인 음식을 보고 물었다.

“귀신 먹으라고 누군가 놔둔 거겠죠. 제사상처럼요.”

“아아.”

“저런 건 절대 건드리거나 뺏어 먹으면 안 돼요.”

현수가 음식들을 조심스럽게 건너가며 말했다.

“그렇지. 저렇게 누가 해둔 거 집어 먹으면 빡치지.”

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들어갔다.

“보니까 여기는 꽤 많은 사람들이 들렀던 곳인 것 같네요.”

현수는 프런트에 그려진 낙서들을 보며 말했다.

- 죽어.

- 돌아가.

- 우리를 구원하소서.

붉은 락카로 된 낙서들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건 보통 귀신이 쓴 게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쓴 거라고 보시면 돼요.”

현수는 카메라를 보며 코멘트를 해주었다.

- 저거 민폐 아님????

- ㄱㄴㄲ

- 괜히 이상한 분위기 만드는 거 극혐.

- 1000원 파워챗

- 오늘도 터지는 도네도네

- 저런 거 좀 안 했으면 좋겠음.

- 오늘은 시청자 수가 좀 적네.

- 좀 전에 켜서 그럴 거예요.

현수는 채팅창을 간단하게 확인하며 복도로 들어갔다.

EMF 탐지기 불빛이 세 개에서 네 개로 올라가고 있었다.

“바닥에 이걸 왜 이렇게 많이 뿌려 놓은 거야.”

수정이 볼멘소리를 하듯 바닥을 툭툭 찼다.

현수가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춰보자 오래된 팥들이 굴러다니는 것이 보였다.

“바닥에 팥이 많이 뿌려져 있네요. 이곳에 귀신이 있다고 판단하고 퇴마를 한 것 같아요.”

현수가 복도를 가로질러 걸으며 말했다.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집기들 사이로 청소할 때 사용하는 수레도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현수는 열린 문밖에서 객실 안쪽을 슥 비춰보았다.

전형적인 오래된 시골 여관방 느낌이었다.

침대 없이 이불과 요가 구석에 쌓여 있고, 오래된 TV와 작은 협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좌식 화장대와 거울이 놓여 있었다.

“영화에서나 봤던 그런 오래된 여관 같아요.”

현수는 가만히 객실 안을 보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지럽게 쌓인 이불 틈으로 하얀 형체가 보인 것이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를 들어 이불 쪽을 촬영해 보였다.

그러자 심령카메라로도 하얀 형체가 포착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지금 이불 틈에 귀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수는 EMF 탐지기 불빛이 다섯 개까지 치솟아 오르는 걸 확인했다.

“조심해. 저기 귀신 있다.”

수정이 객실 입구에서 뒷짐을 지고 아무렇지 않게 던지듯 말했다.

현수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천천히 이불 앞으로 다가갔다.

뚜벅 뚜벅

뚜벅-

현수와 세정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스럽게 크게 느껴졌다.

사아아아

이불 속에 있던 하얀 형체는 사람의 형태로 바뀌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검은 흰자위.

어린 소녀의 얼굴이 드러난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심령카메라에는 계속 하얀 형체로만 나타나고 있었다.

“이불 속에 소녀가 있어요.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현수가 심령카메라를 레이니 앱으로 바꿔 실행시킨 뒤 이불을 비췄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가운데, 갑자기 실선으로 이목구비가 맞춰졌다.

정확히 소녀의 얼굴 쪽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쿵-

그때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현수와 카메라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뭐가 떨어진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뭐였어요?”

현수가 묻자 세정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으쓱였다.

다만 수정이 빈 벽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었다.

“엇. 저 이불 쪽.”

그때 세정이 이불을 가리켰다.

이불 속에 있던 귀신이 사라져 있었다.

“여기 귀신이 있었는데 사라졌네요.”

현수는 심령카메라와 레이니 앱으로 이불을 촬영해 보여주며 말했다.

- 진짜 저럴 때 제일 신기함. 같은 장소를 찍는데 앱이 반응 했다 안 했다 하니까.

- 맞음. 그리고 캡틴님이 가리킨 곳이랑 심령카메라랑 레이니 앱이 다 같이 반응해. 그게 제일 신기함.

- 레이니 앱은 검색하면 다운 받을 수 있는데 심령카메라는 어케 받음?????

- 캡틴님이 쓰시는 심령카메라 앱은 인터넷에 도는 거 아닌 거 같음.

“저는 조작 같은 거 안 하니까 오해들 하지 마세요.”

채팅을 본 현수가 괜히 노파심에 한 마디한 후 방을 둘러보았다.

“이불 속에 있던 꼬마 귀신 말고 다른 귀신 하나가 이 벽에서 너희 보고 있었어.”

수정이 빈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벽 쪽으로 다가가 EMF 탐지기를 대보았다.

그러자 다섯 개 불빛 모두 요란하게 깜빡였다.

우우우우우-

그때 복도 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여성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지금 소리 들리시나요?”

현수가 귀를 기울이며 카메라에 대고 물었다.

- ㄴㄴㄴㄴㄴㄴ

- 안들림.

- 안들려요.

- 무슨 소리???

마이크에는 이 울음소리가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지금 분명 무슨 소리가 들리거든요? 이 소리가 마이크에 잡히지 않는다는 건 아무래도 단순한 바람소리가 아니라 귀신 소리일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현수는 탐지기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쿠궁!

그때 또 한 번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였다.

현수와 세정이 밖으로 나가 복도를 보았지만 그 어떤 이상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뭐 아무것도 안 보이죠?”

현수가 복도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세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복도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뭔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어요.”

현수는 심령카메라로 복도를 비춰 카메라에 보여주며 말했다.

“귀신이 보인다고 네가 귀신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아. 넌 요새 널 쫓아다니는 악귀가 있는지조차 눈치 못 채고 있잖아.”

그 순간 수정이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순간 현수가 수정의 말에 반응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굉장히 기괴하게 보였다.

현수가 혼자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리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턴진 몰라도 네 주변에 악귀가 돌아다니고 있다니까? 걔네가 지금 여기 없을 것 같아?”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눈을 크게 뜨고 복도를 다시 둘러보았다.

그러자 복도 사방에서 회색 연기가 감돌기 시작하더니, 호장리 폐 수영장에서 보았던 기괴한 눈 형상들이 복도 벽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네가 악귀를 건드린 건 사실이야.”

수정이 덧붙였다.

순간, 벽에 나타난 수백 개의 눈들이 엄청나게 빠르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무척 기괴했다.

“그리고 그 악귀는 평범하게 있던 다른 귀신들도 이상하게 홀려.”

수정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동시에 복도 끝으로 어린 남자아이의 귀신이 보였다.

현수가 그 귀신을 포착하고 심령카메라를 들려는 순간, 그 귀신은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빠르게 현수에게 다가왔다.

약 1m 간격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순식간에 코앞에 온 것이었다.

“으악!”

현수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자 세정 역시 카메라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그녀 역시 귀신의 위치를 흐릿하게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치직-

그리고 세정이 촬영하고 있는 생방송 카메라 화면 역시 노이즈가 생기며 잠시 화질에 문제가 생겼다.

- 갑자기 화면 왜 이럼?????

- 지금 나만 이상한가???

- 버퍼링이 엄청 걸리는 듯

- ㄴㄴㄴㄴ 버퍼링 아니고 접선불량인 것처럼 화면에 노이즈 낌.

시청자들도 이 반응에 놀라 채팅을 올렸다.

현수는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일어났다.

“카메라가 이상해요!”

세정이 몸을 추스르며 말했다.

현수는 놀라 세정의 옆에서 촬영 화면을 확인해보았다.

지금까지 카메라에 지장을 줄 정도의 귀신은 마주친 적이 없었다.

“나는 이쯤에서 돌아가는 걸 추천한다.”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4000명에서 5000명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중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파워챗 역시 도미노처럼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화질이 갑자기 뭉개지는 것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요소였지만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시키기에는 좋았기 때문이었다.

- 50000원 파워챗

- 포기ㄴㄴㄴㄴㄴ

- 1000원 파워챗

- 자 드가자!!!

- 30000원 파워챗

- 이게 개꿀잼이지.

- 1000원 파워챗

- 여기서 포기할 거면 이 콘텐츠 하면 안 되지.

- 20000원 파워챗

- 드가자 드가자 드가자

현수는 채팅창 상황을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죠.”

현수는 가방에서 솔트샷건을 꺼내 장전하며 말했다.

“소금으로 악귀를 밀어낸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한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니까?”

수정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죠.”

현수는 한 마디 하고는 바로 복도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 아까부터 캡틴님 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임?

- 매니저인 듯.

- 매니저 아닌 거 같은데.

- 귀신 보인다 하지 않았음???

- 그때 수요일의 괴담 때부터 이상하더만.

- 맞음. 혼잣말이 많아짐.

- 미쳐가는 건가.

- 원래 귀신하고 어울리면 미치기 시작함.

세정은 채팅을 보며 현수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여론이 그리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걸 감지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오로라 모텔 안에서, 그런 여론까지 케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같이 가요.”

세정이 앞장 서가는 현수의 뒤를 따랐다.

현수는 복도를 성큼성큼 걸으면서 귀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모든 객실의 문을 열기도 하고, 한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는 귀신이 보이지 않아도 샷건을 쏘아가며 나아갔다.

수정은 그런 현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지켜보았다.

“너무 감정이 격해지면 악귀들은 더 좋아한다.”

그녀의 걱정에도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다.

“악귀가 제 주변에 있다는 건 제가 어딜 가든 쫓아온다는 거잖아요. 그럼 확실히 없애야죠.”

현수가 계단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

“없애려고 해서 없어지는 거면 세상에 꽤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걸? 그 얘기 들었지? 연쇄살인범들 중에 대다수는 악귀한테 홀린 사람들이라는 거.”

“그러니까요. 어떻게 해야 없애는지는 알아요?”

“난 모르지. 물탱크에서 죽어서 20년 넘게 호텔에 갇혀 있던 귀신인데, 나는?”

수정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아직은 이 일을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맞서 싸울 수밖에요.”

현수는 계단을 성큼 올라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벽과 천장에는 온통 ‘눈’들이 가득했다.

세정은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가는 현수를 보며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심령카메라나 레이니 앱, 혹은 EMF 탐지기 작동을 보여주지 않고 혼자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첫 객실에 들어갈 때까지는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복도에 나온 이후로는 혼자 호전적으로 변해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였다.

세정은 그런 현수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세정의 눈으로도 복도에서 하얀, 혹은 회색 안개들이 뽀얗게 끼어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귀신과 악귀들이 그득하게 모이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 혼자 저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그가 방송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달랐다.

그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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