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62화 (62/227)

제62화

#군세리 오로라 모텔 (1)

“아, 좀 조용히 해요!”

현수가 옆을 보며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깜짝 놀란 시청자들이 채팅을 올렸다.

- 에??? 갑자기 왜 저럼??

- 옆에 누구 있나???

- 매니저 있음??

- 하날하날 있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헐???ㅋㅋㅋㅋㅋ

- 여자친구 있나보닼ㅋㅋㅋ

채팅이 요란하게 올라오자 현수가 손사래를 쳤다.

“아아. 죄송합니다. 옆에 귀신이 붙어서.”

하지만 시청자들은 현수의 말을 믿지 않았다.

- 심령카메라 돌려봐요.

- 레이니 레이닠ㅋㅋㅋㅋㅋㅋ

- 옆에 하날하날 있는데 구라 치는거구만ㅋㅋㅋㅋㅋ

채팅을 본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웹캠을 슥 돌려 방 안을 보여주었다.

“아무도 없잖아요.”

- 화장실에 숨었나보짘ㅋㅋㅋㅋㅋ

- 귀신 찍어봐욬ㅋㅋㅋ

시청자들의 요구에 현수는 구형 스마트폰을 들어 심령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지금 바로 옆에 서있거든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수정을 촬영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심령카메라에 하얀 형체가 훤히 드러났다.

“그리고 레이니 앱을 켜면-”

이어 레이니 앱을 작동시킨 후 수정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러자 이목구비가 정확히 포착되었다.

“맞잖아요. 여기 있다니까요?”

현수가 말했다.

- 신기하긴햌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우리는 의심을 풀지 않는다.

- ㅋㅋㅋㅋㅋㅋ

- 하기야 그렇게 귀신들하고 싸우고 다니면 귀신 붙을 만도 하지.

갑자기 콘텐츠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진짜 방송 하는데 방해하지 마세요.”

현수가 살짝 짜증이 난 톤으로 말했다.

그러자 수정이 입을 씰룩였다.

“야. 인터넷 방송이 뭔지는 알겠는데 뭐 말해주려면 정확히 말해줘야지. 왜 구라를 치고 있어.”

“구라라뇨.”

“가위눌리는 게 무슨 귀신이 찾아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그런 공포 이야기를 좋아하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구라를 치면 쓰나. 언론이 공정해야지. 진실을 추구하고.”

“아니, 이게 언론이에요?”

현수가 흥분해 말하자 시청자들이 웃긴 듯 채팅을 썼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원맨쇼 하는 거 같음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

- 언론은 아니짘ㅋㅋㅋㅋ

- ㄴㄴㄴㄴ귀신들한테는 언론일 수 있짘ㅋㅋㅋㅋ

- 아!

현수는 카메라와 수정을 번갈아 보다 말했다.

“그럼 가위눌리는 게 뭔데요?”

현수가 따지듯 묻자 수정이 혼자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그냥 꿈.”

“네?”

“정신은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신체는 잠이 든 현상이지. 그러니까 머릿속에 있는 귀신같은 형상들이 현실하고 겹쳐 보이면서 몸은 안 움직이는.”

“아니, 귀신이 그렇게 과학적이어도 되는 거예요?”

현수가 따지듯 물었다.

- 귀신이 모라는데 그럼???

- 뭐라고하는데요??

채팅을 본 현수가 수정의 말을 전달했다.

“그냥 몸이 잠들고 정신이 깨어 있어서 그런 거래요. 심령현상, 그런 거 아니고.”

현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원래 수요일 방송 이거 웃긴 방송이 아닌데 오늘 뻘하게 웃기네ㅋㅋㅋㅋ

- 10000원 파워챗

- 귀신님 제 운수 좀 봐주세요.

채팅이 올라오자 수정은 신기한 듯 고개를 숙이고 모니터를 보았다.

카메라에는 수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현수는 수정을 산 사람처럼 선명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가 모니터를 가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잇. 비켜요.”

현수가 손을 내젓자 수정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비켜 섰다.

“아. 되게 지랄하네.”

수정이 현수의 어깨를 툭 쳤다.

그 모습은 생방송으로 모두 송출이 되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현수가 혼자 공중에 손짓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김세정 매니저의 문자 메시지였다.

- 현수님. 오늘 왜 그러세요?

문자를 본 현수는 두 손을 모으고 수정에게 말했다.

“저 진짜 방송해야 하거든요?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현수의 말에 수정은 알겠다는 듯 양손바닥을 내보이며 뒤로 물러섰다.

“다시 이어서 이야기 할게요. 흐름 끊겨서 죄송합니다.”

현수는 웹캠을 보며 다시 차분하게 콘텐츠를 이어갔다.

수정은 그런 현수를 보며 장난스럽게 입모양을 따라했다.

* * *

방송을 마치자마자 현수가 인상을 확 쓰며 수정을 보았다.

“아니, 저한테 억하심정 있으세요? 이거 제 직업이에요, 직업. 옆에 계시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일을 방해하면 안 되죠!”

“알아 모시겠습니다.”

수정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사람들은 귀신에 대해 몰라요. 저도 모르는 부분이 많고요. 그저 사람들은 무서운 느낌을 찾고 있는 거니까 쓸데없이 태클 걸지 말아주세요.”

“아~ 알았어. 그만 이야기 해. 그런데 죽어보면 귀신에 대한 네 생각이 많이 달라질걸?”

수정이 손사래를 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삶의 영역에서 죽음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 산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깨닫게 돼. 죽어보면 알아.”

“안 알려주실 거면 왜 시동을 거신 겁니까?”

“죽은 자들이 알아야 할 걸 네가 알면 어떡하니.”

“에?”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현수가 일어나 문을 열어보았다.

다름 아닌 세정이었다.

“어? 매니저님.”

현수가 말하자 세정은 급하게 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방송 모니터링 하고 있었는데 보니까 문제가 있으신 것 같아서 급하게 왔어요. 무슨 일이에요? 귀신이 있다니.”

세정의 질문에 현수는 현관문을 활짝 열어주며 등 뒤의 수정을 엄지로 가리켰다.

“네. 구희용 호텔에서부터 쫓아온 귀신이에요.”

현수의 말에 세정은 눈을 크게 뜨고 수정을 보았다.

현수보다는 또렷하게 볼 수 없었지만, 그녀 역시 약간 흐릿한 형태의 수정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이 사람도 귀신 볼 수 있어?”

수정의 목소리는 세정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세정은 눈을 껌뻑이며 현수와 수정을 번갈아 보았다.

방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 * *

상황 설명을 들은 세정이 방구석에 놓여 있는 위자보드를 보며 말했다.

“저거 진짜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물건이네요.”

“그러게요. 그냥 속설 같은 걸 줄 알았는데.”

현수와 세정이 이야기를 주고받자 가만히 듣고 있던 수정이 불쑥 끼어들었다.

“내가 여기 온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

“아뇨,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닌데 어쨌든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세정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는 되지만- 방송을 방해하시면 곤란해요. 회사에서도 방송 모니터링을 하는데.”

“회사? 무슨 소속사 같은 건가? 신기하네.”

수정이 말했다.

“아무튼 토요일 방문 지역 정해지면 미리 말씀해주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

세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우. 살다 살다 귀신하고 마주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미치겠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다 갔지만 제법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은 자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경험 자체가 흔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방문 지역?”

수정이 현수를 보며 물었다.

“귀신 촬영할 장소요.”

현수는 컴퓨터 앞에 앉으며 대답했다.

* * *

충청남도 바오군 군세리.

고층빌딩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시골 도시 가운데로 현수의 렌트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수석에는 세정이 타고 있었고, 뒤에는 수정이 타고 있었다.

수정은 신이 난 듯 뒷좌석에서 쉬지 않고 떠들었다.

현수와 세정은 그녀의 텐션에 맞춰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대꾸하지 않았다.

“20년 만에 여행가는 그 기분을 알아?”

수정이 닫힌 창문 밖으로 손을 쑥 통과시켜 내밀고 말했다.

현수가 고개를 가로젓는 사이, 세정이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군세리에 있는 ‘오로라 모텔’이라는 거죠?”

“네. 그 오로라 모텔이 귀신 나오는 걸로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영업은 안 하고요.”

“기사를 찾아보니까- 예전에 보일러실에서 시체가 나온 적이 있다더라고요?”

“네. 그 이후로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아서 폐업을 하게 되고 지금 방치되어 있대요.”

“지난번에 구희용 호텔 촬영하고 바로 모텔 촬영이라 그림이 비슷하게 나오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사진 봤을 땐 거의 여관 수준으로 작은 건물인 것 같더라고요. 괜찮을 것 같아요.”

현수가 대답했다.

그때 수정이 좌석 사이로 얼굴을 쑥 내밀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귀신 쫓아다니다가 너 죽을 수도 있어.”

수정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이미 몇 번 그럴 뻔했습니다.”

“그냥 넘겨듣지 마. 죽은 자가 가지고 있는 힘은 산 자를 넘어 선다고. 그러다 악귀에 쓰이거나 무슨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기 시작하면 너 미쳐가는 거야. 자살 충동을 느낄 수도 있고.”

“부적 있으면 괜찮다며요.”

“나도 이렇게 네 옆에서 수다 떨고 있잖아. 귀신 종류 따라서 어떤 놈이 붙게 될지 모르지.”

“괜찮겠죠.”

“그거 알아둬. 귀신은 어찌 되었든 ‘부정’의 상징이야. ‘부정’을 찾아다니고 있는 거라고. 무슨 말인지 알자?”

수정의 말에 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귀신이 자기 스스로를 부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저기네요.”

그때 허름한 간판의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오로라 모텔]

먼지가 쌓이다 못해 녹까지 슨 간판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모텔 건물 옆으로 식당과 철물점 같은 작은 가게들이 있었지만, 이들도 토요일 밤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지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주변, 꼭 1970년대에 시간이 멈춘 것 같네요.”

세정이 촬영 준비를 하며 말했다.

현수도 트렁크에서 힙색과 배낭, 그리고 EMF 탐지기 같은 장비들을 꺼내 챙겼다.

“여기서 귀신을 찾는다는 거야?”

수정은 모텔 건물 앞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네. 전 귀신을 보니까 제가 발견을 하면 여러 장비들로 시청자들한테 귀신을 보여주고, 사연을 찾아내서 한을 풀어주는 거죠.”

“좋은 일 하네.”

수정이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수정 씨도 한을 풀어드리고 싶은데. 성불하시게.”

“됐어. 허태훈 그 새끼 죽어야 된다니까. 그리고 누나라고 해. 한참 어린놈한테 누구 씨, 누구 씨, 이런 소리 듣는 거 별로야.”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호텔 앞에 섰다.

“촬영 시작할게요.”

세정이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르며 현수를 촬영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반갑습니다!”

현수가 거수경례를 하며 바로 텐션을 올렸다.

수정은 그런 현수가 신기한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

- 안녕하세요~~~~

- 어김없이 진행하는 야외 방송!!

- 안녕하세요!!

- ㅎㅇㅎㅇㅎㅇ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오늘은 충남에 위치한 한 모텔 건물에 왔습니다. 이곳은 지금 영업을 안 한 지 3년이 넘었다고 하는데요. 이곳에서 귀신을 한 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살짝 몸을 돌려 모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세정은 오로라 모텔의 건물 전체를 슥 비췄다.

- 와. 건물에서부터 귀신냄새가 나는 것 같다.

- 완전 깡촌이네.

- 무섭다.

시작과 함께 유입된 시청자는 약 1000명.

시청자 수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