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53화 (53/227)

제53화

# 미드나잇 게임 (6)

“위에서 벽돌 떨어지고 중도 포기하고 저렇게 부상자까지 나왔는데 그렇게 독단적으로 행동하지는 마요.”

방고리는 상당히 침착하게 받아쳤다.

“방고리님,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 캡틴 퇴마 채널 조직적으로 떡상시키고 있는 거라고요. 난 거기에 발맞출 생각 없으니까 나 따라올 사람이나 따라와요.”

와정은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돌아섰다.

“저 분은 왜 갑자기 저렇게 급발진이에요?”

너도캠핑이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지금 캡틴님 시청자 수를 본 거죠.”

하날하날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현수와 세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현재 시청자 수를 확인해 보았다.

어느새 9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저렇게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세정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하아.”

현수는 순간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와정과 그의 스태프를 지키기 위해 그를 따라 움직이게 되면 이곳에서의 모든 수색 작업을 좌지우지 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요구대로 따로 움직이게 되면 그가 다칠 위험이 있었다.

“그럼 혼자 가라고 해요.”

그때 너도캠핑이 3층으로 앞서 올라가며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함께 올라갔다.

지금으로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까앙- 까앙- 까앙-

3층에 올라오자 어디선가 금속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현수와 방고리, 너도캠핑, 하날하날은 긴장된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지저분하게 어지러운 복도와 곳곳에서 피어나는 하얀 형체들.

물론 세정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 형체들을 직접 보지 못했다.

하날하날만이 심령카메라를 통해 그 형체들을 볼 뿐이었다.

까앙 까앙-

소리의 근원지로 가기 위해서는 그 형체들이 포진해 있는 복도로 가야 할 판국이었다.

“뭐해요? 왜 안 가요?”

방고리가 주춤거리는 현수와 하날하날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하날하날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주었다.

“지금 여기 하얀 형체들이 다 귀신이에요. 그래서 그래요.”

“이거 진짜 믿을 만 한 거예요?”

“그런 거 같아요.”

방고리의 질문에 하날하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는 둘이 대화하는 사이, 하얀 형체들이 점점 사람의 모습으로 뭉쳐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악귀로 보이는 존재는 눈에 띄지 않았다.

까아앙- 까아앙-

금속 소리는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제가 앞장설게요. 다들 바싹 붙어오세요.”

현수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 편 와정은 2층 복도를 거닐며 멘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차피 이거 다 라미로브가 만들어 둔 것들이고 악귀고, 귀신이고 다 개소리죠. 생각들 해봐. 공포 콘텐츠를 하는데 공포 스트리머가 있어. 그럼 이 아이디어도 다 캡틴님한테서 나왔을 수 있다 이거죠.”

와정은 수시로 뒤를 돌아 카메라를 보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스트리머 콘텐츠를 격하할 생각 없지만 솔직히 공포 스트리머들, 조작 많이 하는 거 아시잖아요. 괜히 거기에 놀아나는 것보다 우리끼리 따로 가는 게 낫죠.”

- 맞말임.

- 역시 와정님이 판단이 빨라.

- 맞습니다.

와정의 팬들은 그 말에 동조를 하는 채팅을 올려주었다.

“지금 캡틴님은 방송각 제대로 뽑으려고 아마 저 사람들 데리고 계속 뺑뺑이 돌 거예요. 제가 볼 때 방고리님도 짜고 치는 걸 수 있어요. 갔다가 산사태라면서 돌아오는 장면 연출하면서 극적인 환경 딱!”

그는 오바스러운 몸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아마 과대님하고 그 스태프도 다 짜고 치는 걸걸요. 하날하날까지요. 저 포함해서 말자님, 피아노우님, 쁘이로그님만 진짜 참가자고요.”

- 오 추리력ㅋㅋㅋㅋㅋㅋ

- 지난 주에 추리게임 하더니 머리가 팽팽 도나보닼ㅋㅋㅋㅋㅋ

와정은 채팅창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귀신은 무슨 귀신. 너무 쫄지들 말자고요.”

와정이 양손 엄지를 척 들어보이고는 돌아섰다.

“거기 누구 없어요?”

그때 복도 끝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엇. 목소리 들렸죠?”

와정이 카메라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아무 소리 못 들었어요.

- 무슨 소리 들렸나????

- 전 못 들음.

하지만 와정의 시청자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분명 저기 말소리가 들렸거든요? 저 쪽으로 가볼게요.”

와정이 복도 끝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와정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귀신의 소리는 카메라를 통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게 몇 걸음 걸어가자 끝 방이 나타났다.

와정이 문을 슥 열자 피투성이가 된 과대의 모습이 보였다.

“과대님?”

와정이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자 과대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보였다.

“저기 과대님이 계시네요.”

와정이 카메라를 보고 말하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하지만 생방송 화면에는 다가가는 와정의 뒷모습만 나올 뿐, 과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어디 과대 있음??

- 안 보이는데??

- 어디 있어요??

채팅을 본 스태프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자신의 눈으로도 과대의 모습이 보이는데 생방송 화면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와정님. 지금 시청자 분들은 과대님이 안 보이신다는데요?”

스태프의 말에 와정이 답답하다는 듯 비켜섰다.

“지금 바로 여기 계시잖아.”

와정은 지금도 과대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이상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 계-”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와정이 천천히 다시 과대를 보았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과대는 입이 옆으로 길게 찢어지며 귀에 걸렸다.

“어?”

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 *

“으아아아아악-!”

건물을 통째로 울리는 강렬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3층 복도를 가로질러 걷던 일행 모두가 서로를 보았다.

“와정!”

이들은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허겁지겁 2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방송을 켠 채 기절해 있는 와정과 그의 스태프였다.

“지금 어떻게 된 거예요?”

너도캠핑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를 본 모양이에요!”

현수는 빠르게 객실 안을 둘러보았다.

끄그그그그극-

괴상한 소리와 함께 벽과 천장에 수백 개의 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심령카메라에도 회색 구체로 포착이 되었다.

쾅-

이내 방금 들어온 객실 문도 세게 닫혀 버리고 말았다.

“빌어먹을!”

방고리가 달려가 문을 열어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쾅 쾅 쾅-

세게 걷어차도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것도 라미로브가 설치한 건가요?”

방고리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물론 라미로브가 저 정도 장치를 설치해 두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귀신 때문에 여러 번 갇혀본 현수로선 그렇게 장담할 수 없었다.

“캡틴님. 빨리 나가고 싶어요.”

세정도 흐릿하게나마 악귀의 눈들을 보고 있는지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말했다.

하날하날도 심령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며 중얼거렸다.

“이거 지금 벽에 회색 동그라미들은 뭐에요?”

“악귀요. 지금 벽과 천장에 수백 개의 눈이 우리를 보고 있어요.”

현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호장리 폐 수영장에서 봤던 그 악귀와 비슷한 수준인 듯했다.

“어떻게 하죠?”

하날하날이 발을 동동 구르며 물었다.

그때 너도캠핑이 힙색에서 공구들을 꺼내며 문으로 다가갔다.

“힘으로 안 되면 도구를 써봐야죠.”

그녀는 캠핑에서 쓰일 법한 공구들을 가지고 문고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자각 자각 자각

그녀는 능숙하게 문고리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문이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와우.”

현장에 있던 모두가 탄성을 내뱉었다.

“일단 이분들, 1층에 내려두죠.”

현수가 쓰러진 와정과 그의 스태프를 보며 중얼거렸다.

* * *

다시 1층에 온 일행은 부상자 옆에 와정과 그의 스태프를 가지런히 눕힌 후 와정의 생방송 영상을 확인했다.

와정은 아무것도 없는 방구석을 가리키며 과대가 있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진짜 뭐 헛것을 보고 말하는 거 같네요.”

방고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이 굉장히 강한 귀신이나 악귀는 보통 사람들 눈에 띌 수도 있어요. 아마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어요.”

현수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럼 어떡하죠? 지금 과대님은 대체 어디 있는 거고.”

“모르긴 몰라도 진짜 싸워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현수가 솔트샷건을 움켜쥐고 말했다.

“싸운다고요?”

“지금까지는 악귀든, 귀신이든 나름의 원한과 사연이 있는 케이스였지만 여기 있는 악귀는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아직 사람이 지낸 적도 없는 공사장에 저 정도 한이 있는 귀신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게 무슨 의미죠?”

너도캠핑이 물었다.

“한을 푸는 데 관심 없이 사람을 해코지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악귀인 것 같다는 거죠.”

현수는 자신의 힙색에서 팥 주머니를 꺼내 너도캠핑에게 건넸다.

“귀신은 팥도 싫어하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이걸 뿌려 버리세요.”

그의 말에 하날하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대님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 사이 와정의 방송 뒷부분을 확인한 방고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현수의 머릿속에 호장리 폐 수영장이 다시 스치고 지나갔다.

그곳에서도 악귀와 치열하게 추격전을 벌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수아도령이 악귀에 쓰인 채 건물에서 투신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지금 안 뒤져본 곳이 1층하고 2층 오른쪽 복도만 남은 거죠?”

하날하날은 방고리, 너도캠핑과 함께 벽에 붙은 안내도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그 모습을 보던 현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옥상.”

그의 말에 모두가 현수를 돌아보았다.

“아직 옥상도 안 가봤죠.”

현수가 덧붙였다.

“옥상이요?”

방고리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옥상에 가봅시다.”

현수는 앞장서서 계단 위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어엇! 같이 가요!”

하날하날이 뒤를 따르자 방고리와 너도캠핑도 그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 지금 이 정도 상황이면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님?

-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

- 주최 측 뭐하고 있는 거임?

- 사람이 기절하고 다쳤는데.

- 아직 신고 안 들어간 게 이게 다 가짜라는 거임.

세정은 현수를 따라가며 채팅창을 보았다.

그때 그녀는 김창수 과장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 119 신고 들어감. 산사태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대. 지금 그쪽에서도 캡틴 퇴마 채널 확인함.

상황을 지켜보던 그 역시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쾅-

그때, 현수가 닫혀 있는 옥상 문을 활짝 열고 나갔다.

그러자 난간 한 가운데 한 사람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건 방송용 카메라로도 고스란히 잡혔다.

쏴아아아아아-

억수같이 비가 오는 가운데, 그 사람은 난간에서 일행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과대였다.

“거기 위험해요! 내려와요!”

방고리가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그러자 과대가 버럭 소리쳤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