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47화 (47/227)

제47화

# 구리시 폐허 (2)

현재 시청자 수 19281명.

하날하날 채널에서 유입이 된 시청자들도 제법 되는 듯했다.

언제 또 합방하냐는 질문부터 하날하날과의 사이를 묻는 채팅들도 상당수 올라왔다.

하지만 현수는 이런 채팅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과도한 대응은 되레 역논란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목 받기 전에는 연예인이나 스트리머들에게 논란이 생겼을 때 왜 즉각적으로 대처하거나 사과하지 않는지 의아했었다.

심지어 단순한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에 뭔가 켕기는 것이 있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입장이 되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있었다.

논란에 하나하나 대응하려고 하면 그 대응 코멘트를 두고 또 다른 논란이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조작 논란만 해도 그러했다.

아니라고 이야기 하며 조작이 아닌 증거를 아무리 대도 결국 조작이라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또 논란을 만들어냈다.

하날하날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와는 사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닐뿐더러 이제 겨우 한 번 합방을 한 사이였다.

그런 상황에서 하날과의 스캔들 논란을 야기 시키려는 채팅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두어 번 정도 던진 것으로 그 이상의 대응을 안 하는 것이 가장 현명했다.

더구나 이런 일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현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날하날의 입장도 있다 보니 조금 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다.

끼리리리릭-

미닫이로 된 샤시를 옆으로 열자 찢어진 방충망과 거실이 보였다.

현수는 손전등으로 내부를 비추며 방충망을 옆으로 젖혔다.

“집이 어질러져 있네요. 역시나.”

바닥에는 색 바랜 이불과 요가 마구잡이로 널려 있었다.

심지어 여자 것인지, 남자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옷가지들도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전형적인 시골집이네요.”

벽에 액자가 걸려 있었지만 사진이 빠져 있었고, 천장에서부터 축 늘어지듯 내려온 파리 끈끈이에는 먼지와 벌레가 시커멓게 엉겨 붙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작은 원형 밥상도 걸린 것이 이곳에 살던 주인은 혼자, 혹은 둘이 살던 곳 같았다.

몸통이 뚱뚱한 브라운관 TV의 화면은 깨져 내부가 훤히 드러났고 그 옆으로 빨간 오디오가 놓여 있었다.

현수와 세정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촬영을 이어갔다.

“집 안에 사진이나 서류 같은 건 모두 없네요. 주인이 가져간 건지, 누가 치운 건지.”

현수는 거실 가운데 서서 양옆을 보았다.

한 쪽에는 방이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부엌이 있었다.

현수는 부엌 쪽으로 이동해 보았다.

오래된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 그리고 밥솥.

모두 옛날 구형 모델이었다.

설거지를 하는 싱크대 역시 따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바닥에 있는 대야에서 했던 듯 벽에 커다란 대야들이 기대 세워져 있었다.

“EMF 탐지기로 뭐가 감지가 되기는 하고 있어요.”

현수는 부엌에서 EMF 탐지기의 불빛을 확인하며 말했다.

“뭐가 보여요?”

세정이 묻자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아직 제 눈에 보이는 건 없어요.”

헌수는 심령카메라 앱을 들어 부엌을 비췄다.

세정은 그런 현수의 손과 심령카메라 화면을 클로즈업 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무섭네요. 어후.”

세정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때 둔탁한 소리가 방 쪽에서 들렸다.

현수와 세정 모두 방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다시 이어진 침묵.

세정이 현수를 돌아보자 그는 가만히 있으라는 손짓을 보낸 후 방 쪽으로 다가갔다.

세정은 그런 현수를 놓치지 않고 촬영했다.

드르륵

미닫이로 된 방문을 열자 장롱과 서랍장부터 눈에 들어왔다.

누가 뒤졌는지 내용물이 흉물스럽게 모두 밖으로 꺼내져 있었다.

서랍도 절반쯤 밖으로 나와 있었고 장롱 문도 활짝 열린 채 이불을 토해내고 있었다.

“EMF 탐지기가 끝까지 찼어요.”

현수는 세정이 든 카메라를 보며 EMF 탐지기 불빛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직도 눈으로 보이는 귀신은 없습니다.”

이어 심령카메라 앱으로 방을 슥 둘러 촬영했다.

역시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 현수의 눈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밖으로 나와 있는 서랍장의 서랍 안에서 하얀 형체가 스치듯 보인 것이었다.

현수는 세정과 카메라를 보며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 후 서랍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고는 반쯤 열린 서랍 안으로 손전등 불빛을 비춰보았다.

“으악!”

현수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세정도 놀란 듯 거실까지 단걸음에 물러섰다.

동시에 카메라 화면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시청자들에게도 다급한 상황이 전달되었다.

“뭐, 뭐예요!”

세정이 소리쳤다.

- 으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뭐야

- 또 귀신 튀어나왔나봄ㅋㅋㅋ

- 숨넘어갈 듯

현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랍 안을 다시 보았다.

기괴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열려 있는 서랍 안에서 한 남자의 머리와 얼굴이 현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옛날에 장롱 속에서 보았던 할아버지 귀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성인 남성은커녕 아이도 들어가기 힘들 서랍장 크기에 들어간 남자의 머리.

잘린 머리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상반신까지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귀신이 일자로 서랍 안에 누워있는 모양새였다.

심지어 그 눈은 정확히 현수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 왜요?”

세정이 뒤에서 물었다.

“지, 지금 서랍 안에 귀신이 있거든요. 와서 촬영하시겠어요?”

현수가 세정을 보며 서랍을 가리켰다.

세정이 엉거주춤하자 채팅이 격렬하게 올라왔다.

- 보여주세요!!!

- 1000원 파워챗

- 이거 보려고 이 방송 보는데요.

- 보여주세요!!!!!!!!!!!

- 극한직업 캡틴 퇴마 매니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 대부분은 귀신을 촬영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세정은 현수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서랍 안을 슬쩍 보았다.

“귀, 귀신, 귀신이 보이네요.”

세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아직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주기 전이었다.

“네. 지금 남자분이 서랍 안에 일자로 누워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세정은 심령카메라 없이도 현수가 본 귀신을 확인한 것이었다!

“어어-”

현수는 잠시 당황하다 방송을 이어갔다.

“이, 일단 우리 캡처님들께 심령카메라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를 켜 서랍 안을 비추었다.

그러자 하얀 연기와 빛이 가득 찬 서랍 내부가 촬영되었다.

그리고 심령카메라를 치우자 텅텅 빈 서랍의 모습이 어둡게 촬영되었다.

이어 다시 심령카메라를 들어 촬영하자 서랍 내부가 하얀 형체로 가득 차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걸 번갈아 보여주자 시청자들은 기겁을 했다.

새로 유입된 인원들이 많은 만큼 이 장면이 너무 신기한 것이었다.

- ......나 이장면 클립으로 봤어.

- 생방송 중에 진짜 이렇구나. 편집 영상 봤을 땐 짜깁기인 줄 알았는데.

- 캡틴님 생방송 보면 믿게 된다더니. 이런 거였네.

- 믿긴ㅋㅋㅋㅋㅋㅋㅋ다 조작이라니깤ㅋㅋㅋㅋ

- 레이니로는 어떻게 보이려나???

- 와 진짜 신기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수는 심령카메라 앱을 레이니 앱으로 바꾼 뒤 서랍 안에 대보았다.

그러자 현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귀신의 이목구비가 실선으로 포착되었다.

“어머.”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세정이 기겁을 했다.

현수 방송에서 귀신이 촬영되고 레이니 앱으로 귀신의 눈, 코, 입을 포착했던 것이 진짜였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었다.

“대박. 지, 진짜였네요?”

“매니저님도 안 믿고 계셨어요?”

현수가 웃으면서 받아치고는 뒤로 물러났다.

“여기 계신 영혼은 저희가 뭐 따로 퇴마를 하거나 쫓아낼 필요가 따로 없을 것 같네요.”

현수의 말에 세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왜요?”

그녀가 촬영하고 있는 화면에는 현수의 정면 미디움샷이 고스란히 등장했다.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누군가를 인터뷰할 때 나올만한 구도였다.

“저 영혼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할 의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아요. 저희가 여기 들어올 때부터 그냥 계속 서랍장에 있었고, 발견이 되어서도 절 쳐다보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거든요.”

현수는 방에서 거실로 나오며 말했다.

“그래도 이승에 떠도는 영혼들을 돌려보내는 게 좋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만 그것도 본인의 의지죠. 산 사람에게 해코지 하지 않는데 억지로 천도 시키려고 하면 되레 없던 원한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수가 집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아아.”

“가끔 제 방송에서 퇴마를 뭐 그렇게 하냐- 비난하시던 분이 계시던데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천도재를 못하는 것도 못하는 거지만, 아무리 귀신이어도 원수질 필요는 없잖아요. 최대한 귀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을 풀어줘서 자연스럽게 올려 보내는 게 좋죠. 물론 말이 통하지 않는 악귀도 가끔 있지만요.”

현수는 방송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몇 번 진행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청자들이 들어올 때마다 같은 멘트를 매번 할 수 없다 보니 현수의 퇴마가 심심하다는 비판에 대해 매번 대응할 수 없었다.

오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세정이 이렇게 물어봐주니 그래도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줄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구독자 14만 넘었네요.

- ㅊㅋㅊㅋㅊㅋ

- 왘ㅋㅋㅋㅋㅋ 몇 달 전만 해도 400명 500명이었는뎈ㅋㅋㅋㅋㅋ

- 진짜요????

- 이 분 퇴마방송 하신지 얼마 안 됐음.

-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빠르게 크긴 크고 있음.

- 라미로브랑 계약했대요.

- 하날하날에서 건너온 사람입니다. 채널 구독하고 갑니다.

- 저도 멤버십 가입하고 보고 있어요.

현수는 마당에서 채팅창을 한 번 확인하고는 나가자는 손짓을 보냈다.

그렇게 새 장비 테스트 겸 진행된 야외 방송은 나름대로 무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오늘은 조금 싱겁게 끝이 났는데요. 내일 저녁 9시. 후기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 편한 밤 보내세요!”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인사를 하며 방송이 종료 되었다.

“후아.”

방송이 끝나자 현수와 세정은 기다렸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매니저님께서도 귀신을 확실히 보시네요.”

“그러게요. 저도 의식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약간 희뿌옇고 투명하게 보이는 게 산 사람하고는 구분이 되더라고요.”

현수처럼 귀신을 볼 수는 있지만 현수만큼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혹시 집안에 무당이 있으셨어요?”

“아뇨? 들은 건 없어요.”

“음. 아무튼 집에 데려다 드릴게요. 주말에 쉬지도 못하시고. 아이고.”

“아니에요. 헤헤. 저는 어차피 스트리머 분들 방송 스케줄에 맞춰 일을 하는 거라서요. 오늘 녹화 본은 제 메일로 전해주시고요. 후기 방송 전에 메시지 하나 남겨주세요. 방송 모니터링 해야 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서 편히 주무세요.”

“네, 들어가세요.”

현수는 세정과 작별인사를 하고 귀가길에 올랐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늘은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는 야외 라이브 방송 후 영상을 분류하고 편집하느라 밤을 샜는데 이제 매니저와 편집자가 있으니 일이 분화되기 때문이었다.

수익이 나눠지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라미로브에 들어간 것이 잘 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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