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5화 (25/227)

# 상서로 터널 (4)

1983년 6월 4일.

오후 5시 33분.

당시에 최신식이었던 승용차가 상서로 터널을 빠르게 내달리다 터널 나가는 순간, 화이트홀 현상을 겪으면서 가드레일을 박고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신랑은 중태에 빠질 정도로 엄청나게 큰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신부였다.

그녀는 앞 창문을 뚫고 나가 안면이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

그 상태로 후송된 그녀는 고통 속에서 입원 2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녀의 이름은 임소진.

너무도 사랑했던 김성후와 임소진의 웨딩마치는 그렇게 망가져 버렸고, 김성후 역시 식물인간으로 오랜 시간 살다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와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뇌와 신경을 크게 다친 김성후 역시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고, 노년이 된 지금은 요양병원의 병실에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현수는 그가 누워있는 병상 머리맡에 발견한 사진을 내려놓았다.

그걸 본 김성후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들어 품에 안았다.

그리고 살포시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 역시도 그 날의 사고, 그 날의 기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병실을 나온 현수와 태환은 침통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둘을 안내해준 원무과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많이 위독하신 상태에요. 평생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사회생활도 못하시고 병원 신세만 지셨는데 이제 몸도 마음도 지치신 상태죠.”

그는 닫힌 병실을 슥 훑어보고는 이동하자는 손짓을 보냈다.

그렇게 방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후.

해가 질쯤 되어 원무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오후에 뵈었던 김성후 씨. 별세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현수는 슬픈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 * *

그 날 밤 후기 방송.

현수와 태환은 방송을 켜고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후기 말해주세요!!

- 5000원 파워챗

- 기다렸습니다!

- 안녕하세요~~~~~

- ㅎㅇㅎㅇㅎㅇ

방송을 켜자마자 수 백 명의 사람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

“일단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기 이전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현수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뵈었던 김성후 씨. 당시 사고 때 차량에 탑승하고 계셨던 분께서 조금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 헐

- 슬프고 소름이다.

- 괜히 요양하고 있는 환자 가서 들쑤셔서 그런 거 아님???

- 헐 진짜요???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네. 병원 원무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데요. 음. 제가 퇴마, 공포, 흉가에 대한 콘텐츠를 하면서 망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사연을 파헤치고 있습니다만-”

현수의 말에 태환이 고개를 돌렸다.

“-뭐, 그렇잖아요. 미련 없는 귀신이 어디 있고 슬픔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너무 많은 사망사고들이 연결되어 있고, 또 지금까지 생존해 계셨던 분과의 관계 등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들이 있었잖아요.”

- 방송 접겠단 말만은 하지 마세요.

- 너튜브 접어도 6개월이면 돌아옴ㅋㅋㅋㅋㅋ

- 방송 접겠단 말은 아니죠????

시청자들의 채팅을 무시하고 현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 상서로 터널과 관련된 모든 영상들에는 광고를 넣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상서로 터널 영상으로 들어왔던 파워챗 후원 비용은 모두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수의 말에 태환이 짐짓 놀랐지만 무어라 반박하지 않았다.

- 헐 이번 영상 반응이 역대급이었는데?????

- 이래서 캡틴님 좋아함. 사람이 된 것 같음.

- 그래 이번 걸로 돈 벌긴 좀 그랬어.

- 멋있는 결정이십니다. 이번엔 지금까지 봤던 다른 흉가 퇴마와는 다르게 공익과 관련된 부분이기도 했고 또 사고 피해자 분들의 슬픔과 아픔을 생각하면

- 채널 성장의 도구로 이용하기에는 약간 좀 그래 보일 수 있었다고 봅니다.

- 캡틴님 결정에 지지합니다.

- 멋있다 우리 캡틴!!

시청자들이 응원의 채팅을 올려주었다.

“그럼 후기 방송 본격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현수와 태환은 녹화된 장면과 심령카메라 화면, 그리고 고스트사운드로 포착한 소리들을 재생하며 시청자들과 소통을 해나갔다.

* * *

구독자 12585명.

이번 상서로 터널 영상의 조회 수는 의외로 다른 영상들보다 높지 않았다.

생방송 시청자 수가 6000명이 넘었던 규모에 비해서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광고를 뺐기 때문에 너튜브 알고리즘에서 누락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너튜브도 돈 되는 영상들부터 알고리즘에 띄워준다는 건가.”

알고리즘의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도식화 된 정보가 없으니 이런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형님. 그런데 이거 고스트사운드요. 칠판 긁는 소리, 그거 좀 어떻게 안 돼요? 우리가 듣기도 괴로운 것도 괴로운 거지만 시청자들도 아주 난리에요.”

태환이 방구석에서 고스트사운드 장비의 흙먼지를 털며 말했다.

“그게 더 공포감을 주긴 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너무 혐오스러운 소리라.”

“지금 고스트사운드 몇 번 써보면서 느낀 건데, 뭔가 슬픈 한이 있을 때 그 소리가 나는 것 같지 않아? 그 녹음실에서도 그렇고.”

“아하.”

“학교에서 그 아이들 귀신 소리 들을 땐 ‘우우웅’이나 ‘아아앙’ 같은 소리였는데 녹음실하고 이번 상서로 터널에선 ‘끼기긱’이었잖아. 사연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조금 더 써보면서 데이터를 모아놔야겠어요.”

“그렇지. 그렇게 해놓으면 어떤 상태의 귀신이 현장에 있는지 먼저 추측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아.”

현수가 인터넷 웹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다음 방문지를 찾기 위한 서핑이었다.

[악귀 퇴치 전문 박수무당 수아도령]

이런저런 괴담을 검색하던 현수는 흥미로운 사람을 발견했다.

“수아도령?”

현수는 입을 삐쭉 내밀고 수풀위키에서 그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신을 받은 지는 3년 정도 됐고. 이 사람도 어디 귀신이 나온다는 곳에 가서 악귀를 퇴치하는 걸 한다네. 근데 영상들이 워낙 편집되어 있어서 조작 논란이 심한가 봐.”

현수가 말하자 태환이 옆에 와 사진을 보았다.

연예인처럼 반듯하게 탄 가르마에 훤칠한 키.

원색의 무당복을 입고 있었지만 비율이 모델만큼 좋아 보였다.

거기에 뚜렷한 이목구비까지 갖춰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요샌 무당들도 정말 자기PR의 시대네요.”

태환이 수아도령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제일 유명한 퇴마가 경기도 호장리 폐 수영장 귀신을 쫓은 거였네. 작년에 종편채널에서 하는 납량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주목을 받았고.”

현수가 보고 있는 포스팅에는 물이 메마른 수영장과 어두운 공간, 그리고 조명으로 지저분한 시설을 비추고 있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무당복을 입은 수아도령이 앞장서서 귀신을 찾는 장면이 나왔다.

“방울에 부채에. 구색은 다 갖췄네요.”

태환이 말했다.

“네가 보기에 가짜 같아?”

“뭐, 그거까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쇼맨십은 확실히 있는 사람인 것 같네요. 사짜 느낌이고.”

“그래? 너튜브에 있나.”

현수가 너튜브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수아도령tv

구독자 15.8명

구독자 수가 상당했다.

올리는 영상들도 조회 수가 최소 5만 명 이상은 모두 나오고 있었다.

너튜브 채널의 재생목록에는 악귀를 퇴치하는 퇴마 영상 목록과 손님들의 점사를 봐주는 영상 목록으로 나뉘어 있었다.

영상 개수로 보았을 땐 악귀 퇴치보다는 점사를 봐주는 영상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전형적인 무당 채널의 운영 방식을 띠고 있었다.

현수가 영상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무슨 일로 왔어?]

[다름이 아니고요. 남편이 언제부턴가 저를 멀리하는 것 같아서요.]

[생년월일.]

[19XX년 X월 X일이요. XX시에 태어났고요.]

[남편은?]

[19XX년 X월 X일이요. 생시는 모르겠어요.]

[보자 보자 보자.]

영상 속 수아도령은 방울과 부채를 들고 무어라 중얼거리다 협탁을 탁 쳤다.

[남편이 양기가 세네. 군인이나 요리사 직업을 갖고 있겠어.]

[어머! 호텔 주방에서 쉐프로 일해요.]

[지금 거기에 합이 맞아 들어가는 여자가 하나 있네.]

.

.

.

한 편에 무려 15분에서 20분에 달하는 영상은 제법 자극적인 소재들로 가득했다.

불륜과 돈, 그리고 친구, 혹은 성에 관련된 고민들을 토대로 제목부터 확실히 어그로를 끌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퇴마를 하는 영상 역시 무편집본이 아닌, 모두 편집이 된 영상들만 업로드가 되어 있었다.

퇴마의 진실보다는 확실히 ‘재미’에 집중이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 동영상은 역시 현수가 검색하다 알게 된 ‘경기도 호장리 폐 수영장 악귀 퇴치’ 영상이었다.

현수는 태환과 턱을 괴고 앉아 그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여러 장비를 이용해 귀신을 증명하거나 보여주는 장면은 전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는 방울이 울리거나 물건이 혼자 떨어지는 것 같은 기현상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저기에 수영장에 빠져 죽은 귀신이 있거든요? 어린아이 같아요. 제가 한번 물리쳐 보겠습니다.]

수아도령이 방울을 마구 흔들면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카메라맨은 이런 수아도령의 모습을 다이내믹하게 촬영하며 긴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잠시 뒤, 수아도령은 귀신이 물러났다며 땀을 닦았다.

그러다 코피를 흘리는 정도의 퍼포먼스도 놓치지 않았다.

- 핵소름이다.

- 실력 있는 무당인 것 같음.

- 전에 한 번 찾아가서 점사 봤었는데 진짜 용해요.

- 진짜 용한 분입니다.

- 항상 재밌는 영상 감사드립니다.

이 영상의 댓글에도 칭찬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번 저기를 가볼까?”

현수가 태환을 보며 물었다.

“오?”

“저기로 가면 저 폐 수영장 키워드를 우리가 뺏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호. 좋은 생각 같아요.”

현수의 전략은 이러했다.

현수도 경기도 호장리 폐 수영장에 방문하게 되면 그 키워드가 수아도령의 영상과 함께 잡히게 될 것이고, 두 영상을 비교하려는 시청자들의 유입이 교차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수가 가진 능력과 장비들을 이용해 조금 더 고퀄리티의 퇴마 영상을 만들게 된다면 수아도령의 구독자들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경기도 호장리 폐 수영장 위치 한 번 검색해 보자.”

현수가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경기도 양주시 호장리 펜션 거리에 있는 야외 수영장이네요.”

먼저 검색한 태환이 말했다.

“다음 목적지는 저기로 하자.”

현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종편채널과 자신의 너튜브 채널에 올린 폐 수영장 퇴마 장면을 꼼꼼히 분석해 보았다.

귀신이 나오는 장소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장소, 그리고 굿을 하듯 수아도령이 방방 뛰는 장소 등을 모두 체크해 두었다.

그곳에서 EMF 탐지기와 고스트사운드들을 이용해 수아도령과 동일한 루트로 진행을 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수아도령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지게 된다면 꽤 큰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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