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4화 (24/227)
  • 제24화

    # 상서로 터널 (3)

    [상서로 터널 괴담의 진실이 밝혀진다?]

    커뮤니티의 인터넷방송 갤러리에는 현수의 방송을 주제로 한 게시 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거기서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서로 터널 조사에 대한 요약정리와 함께, 조작 증거라는 여론 몰이 이미지들이 업로드 되고 있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실제로 믿는 네티즌들의 게시 글과 댓글들도 폭풍처럼 달렸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인터넷방송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방송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현수의 생방송 시청자는 6000명을 훌쩍 넘어 있었다.

    현수는 이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얼굴 없는 귀신이 서있기 때문이었다.

    현수의 뒤로 겁에 질린 태환과 무철.

    이들 모두 등골이 오싹해지는 한기를 느끼며 현수의 심령카메라를 수시로 보았다.

    심령카메라 속 전방에는 하얀 형체의 귀신이 계속 포착이 되고 있었다.

    “서, 설치 다 됐어요.”

    태환이 흙바닥 위에 설치한 고스트사운드의 전원을 켜며 말했다.

    끼기기기기기긱-

    또 한 번 칠판 긁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큭!”

    현수와 태환, 무철이 귀를 막으며 자세를 낮췄다.

    - 아!!!!!!

    - 폰 던질 뻔!!!

    - 이 이 소리 개 싫어

    - 무슨 소리임??????

    - 이거 그 녹음실에서 났던 소리랑 똑같은데?????

    - 아 뭐야!!

    시청자들도 괴로운지 빠르게 채팅을 올렸다.

    끄그그그그그극

    이어 다른 높낮이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얼굴 없는 귀신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은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기괴한 모습이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가 방송에 잘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며 EMF 탐지기를 꺼내 들었다.

    LED는 5개 모두 끝까지 올라차 있었다.

    끼이기기기기긱-

    칠판 긁는 소리 역시 계속 나고 있었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귀신의 다시 보았다.

    주르르륵-

    얼굴에서 흐른 피가 바닥에 쏟아지듯 흘러내렸다.

    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귀신이 서있는 바닥을 유심히 보았다.

    그곳에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태환아. 저쪽 조명.”

    현수가 한쪽 귀를 막은 채 귀신이 서 있는 발밑을 가리켰다.

    그러자 태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조명을 드리워 보였다.

    뚝-

    동시에 고스트사운드에서 나고 있는 괴로운 소리가 일제히 멈췄다.

    - 이제 좀 살 것 같네.

    - 대체 뭐야 여기.

    - 나갈래.

    - 와 소름 소름

    - 슈베르트 자장가가 더 낫다.

    현수는 천천히 일어나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지금 제 눈에는 귀신이 피를 잔뜩 흘리고 있었는데요. 그 피가 고이고 있는 바닥, 그 곳을 비추니까 소리가 멎었거든요? 그쪽을 확인해 볼게요.”

    현수가 앞장서서 귀신이 서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태환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현수의 뒤를 쫓으며 앞을 비췄다.

    저벅- 저벅- 저벅-

    마른 수풀 밟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퍼졌다.

    사삭-

    귀신이 피를 잔뜩 흘렸던 바닥은 다른 바닥과 마찬가지로 마른 수풀이 가득했다.

    피가 묻거나 젖은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현수는 손으로 바닥의 흙과 낙엽을 옆으로 치워보았다.

    “잠깐. 여기 뭐 이상한 게 있는데요.”

    현수가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태환도 궁금한지 손전등을 비추며 가까이 다가왔다.

    바닥에는 땅속에 박힌 돌이 있었고, 그 틈에 굉장히 오래 되어 보이는 사진이 한 장 끼어 있었다.

    탁상용 액자만큼 작아 보이는 액자에 담긴 사진 속에는 1980년대에 촬영된 듯한 느낌의 신랑 신부 사진이 담겨 있었다.

    “이거-”

    현수가 사진을 카메라에 비추며 말했다.

    1983년 6월 3일.

    결혼식 전 날.

    사진의 왼쪽 밑에는 펜으로 작게 메모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사진 속 여자는 연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 분홍색 원피스!!!!!

    - 나 봤던 귀신 옷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맞나????

    - 분홍색 원피스 귀신!!!

    - 저 여자인 거야!!???????

    - 헐?????

    - 100000원 파워챗

    - 대박!!!

    - 5000원 파워챗

    - 세상에....이거 실화임?????

    - 1000원 파워챗

    - 귀신이 여기까지 안내해 준 거야????

    - 사건 기록 확인해 봐야 할 듯요. 귀신이 저 여자면 사건 기록에 있을 것 같은데.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서는 희뿌연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EMF 탐지기 역시 사진에서 강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었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얼굴 없는 귀신이 서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임님. 1983년 6월에 상서로 터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들을 좀 알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요.”

    현수가 귀신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물었다.

    “자, 잠시만요.”

    무철이 핸드폰을 들어 스피커폰으로 바로 터널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주임. 왜요!]

    관리인은 전화를 받자마자 퉁명스럽게 말했다.

    무철은 방송 중인 현수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기, 죄송합니다. 하나 조회 좀 부탁드릴 수 있을까 해서요.”

    [와서 직접 할 것이지. 뭐요!]

    “아아. 그냥 하나만 딱 검색해 주시면 될 것 같은데.”

    [아이 씨. 뭔데요?]

    “1983년 6월에 상서로 터널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혹시 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1983년. 6월?]

    “네, 6월.”

    [한 건 있네. 6월 4일 오후 5시 33분. 공항으로 출발하던 신혼부부가 터널 나오면서 교통사고가 났어요. 아유. 신혼여행 가는 길이었네.]

    스피커폰으로 소리가 들려오자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허어어어어어얼!!!!!!

    - 그 귀신이 그 귀신이었던 거야????????

    - 아 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

    -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들까지 죽이는 건 아니지.

    - 사정은 불쌍하다만 그래도 터널 끝자락에서 사람들 놀래켜서 사고 일으킨 건 잘못인 듯.

    - 대박 ㅠㅠㅠㅠㅠㅠ 안쓰럽다.

    채팅창이 올라오는 사이에도 통화는 이어졌다.

    [사고가 꽤 컸는데 사망자는 두 명이었네요. 운전자랑 신부인 여자가 죽고 신랑이었던 남자는 중태.]

    관리인의 답변에 현수와 무철, 태환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 *

    다음날 오후 1시.

    현수와 태환은 성남 번화가에서 만나 촬영 준비를 했다.

    바로 어제, 사진과 함께 귀신이 생전 당했던 사고의 정체를 알아낸 이후 방송 종료를 했었다.

    당시 사고의 생존자였던 남편을 찾기 위해서였다.

    중간에 방송을 끊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 더 이상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방송 성적은 생각보다 굉장히 좋았다.

    최대 시청자 수가 6821명이었고, 구독자 수도 순식간에 뛰어 올라 1만 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대형 스트리머’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무철 주임은 주말임에도 경찰 쪽에 연락해 사건 기록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었고, 당시 생존자였던 남편이 성남의 한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었다.

    그 귀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아낼 필요가 있기도 했었다.

    “준비 됐어?”

    현수가 묻자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낮이라 손전등을 따로 들 필요가 없는 만큼 태환이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현수가 EMF 탐지기와 심령카메라를 챙겨 들었다.

    “다른 사람들 얼굴 찍히지 않게 카메라 잘 잡고. 살짝 앵글 아래로.”

    “아, 네.”

    태환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OK수신호를 보냈다.

    “시작하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환이 방송시작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캡틴 퇴마입니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경례를 했다.

    - 안녕하세요!!

    - 아 너무 궁금해서 잠도 못 잤네.

    - 저기 성남인가??

    - 안녕하세요!

    - 우와 대낮 라방이다!

    시청자들이 바로 들어오며 인사를 했다.

    “오늘은 어제 방송에 이어서 상서로 터널 괴담에 대해 조사를 해보러 성남에 나왔습니다.”

    현수가 번화가 거리를 걸으며 멘트를 이어갔다.

    “어제 함께 했던 이무철 주임님께서 백방으로 알아봐 주셨는데요. 당시 사고의 생존자였던 남편분께서 성남 모 병원에 계시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지금 저희가 사전 연락을 드리고 온 게 아니라 방송 중간에 혼선이 있을지 모르니 양해 부탁드릴게요.”

    - 그래도 사전 연락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 아무것도 못 알아내고 방송 끝날 가능성도 있겠네요.

    - 1000원 파워챗

    - 안녕하세요!

    “사전 연락을 취하고 더 알아보고 하면 다음 방송까지 텀이 길어지는데 캡처님들께서 답답해 하실까봐 일단 바로 부딪쳐보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가시죠.”

    현수는 마치 예능프로그램의 MC처럼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 뭔가 색다른 느낌이닼ㅋㅋㅋㅋㅋㅋ

    - 방송이 날이 갈수록 느는 것 같아.ㅋㅋㅋㅋ

    - 맞음ㅋㅋㅋㅋㅋㅋㅋ

    현수는 바로 성남에 있는 백중앙 요양병원으로 들어갔다.

    “병원 상호가 나오지 않게 조심해주고. 여러분. 행여나 이 병원 어딘지 아신다고 막 찾아오시고 그러면 안 됩니다.”

    현수가 멘트를 이어가며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안내 직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수를 보자 현수가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채널에 ‘박현수’라는 스트리머인데요. 지금 저희가 상서로 터널 괴담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거든요.”

    “아아- 네.”

    직원은 경계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이 생방송 카메라는 직원의 목 아랫부분을 촬영하고 있었다.

    얼굴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김성후 씨 면회 가능한가요?”

    현수의 질문에 직원은 컴퓨터를 확인해 보더니 대답했다.

    “이 병원에 계시기는 한데 면회는 조금 어려우실 것 같아요. 가족 면회만 가능해서요.”

    안내 직원이 말했다.

    “아아. 그래요?”

    현수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자 옆쪽으로 정장 입은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효진 씨. 무슨 일이야? 이분들은 누구시고?”

    남자가 현수와 안내 직원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과장님. 아! 모르겠어요. 무슨 퇴마, 박현수라고 하시는데 환자분 면회를 해야 한다고.”

    안내 직원은 짜증이 났는지 인상을 쓰며 푸념하듯 말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얼굴이 화색이 되더니 현수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 혹시 ‘캡틴 퇴마’ 박현수?”

    “네. 맞습니다.”

    “아! 저 구독자예요!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생방송 시작 알림 떴는데 근무 중이라 못 보고 있었거든요!”

    “아, 아- 하하하. 네, 네.”

    현수가 남자와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안내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 오!!!!!

    - 개신깈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이것도 행운이닼ㅋㅋㅋㅋ

    - 아무것도 못 건질 뻔 했는데 다행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 캡틴님이 뜨셨어요.

    시청자들도 신이 난 듯 말했다.

    대략적인 상황 설명을 들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런 사연이 있어서 김성후 씨를 찾으러 오신 거구나. 지금 김성후 씨 상태가 어떻죠?”

    남자가 안내 직원을 보며 물었다.

    “아, 네. 그, 대화 가능하신 상태입니다.”

    안내 직원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만요.”

    남자가 안내 직원의 모니터를 쭉 확인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 하시는 거니까 제가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따라오시죠.”

    남자는 김성후의 상태를 보고는 면회를 해도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아. 지금 이 병원 과장님으로 보이시는 분께서 저희를 안내해주시거든요? 일단 이동하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남자를 따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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