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9화 (9/227)
  • 제9화

    # 수원 폐 스튜디오 (1)

    [수원시 성통구 애상동 예성 스튜디오]

    현수는 지도의 로드뷰로 녹슨 간판을 유심히 보았다.

    약간 오래되어 보이는 동네기는 했지만 저 스튜디오의 간판은 유독 더 허름해 보였다.

    “저기에 귀신이 있다는 건가.”

    현수는 자신이 검색했던 웹페이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수원에 있는 녹음실 귀신 앎?]

    이 제목으로 시작하는 게시 글은 독특하게도 게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고등학생이 올린 것이었다.

    [그 밑에 있는 학원 다니는데 가끔 여자 우는 소리 들리고 그럼. 원장 말로는 거기 녹음실 주인이 연락두절이라는데 건물주도 손 놓고 있는 듯. 안에 음향 장비들이 세팅 되어 있어서 함부로 철거를 못한다고.]

    글을 본 현수는 바로 지도의 로드뷰를 확인해 본 것이었다.

    “그럼 개인 사유지라는 건가?”

    가급적이면 사유지에 들어가는 건 지양하려 했지만 ‘녹음실’이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흔히 아는 것처럼 ‘녹음실 귀신’이라는 키워드는 사람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구매한 장비들과 팥, 소금을 들고 바로 집 밖으로 나왔다.

    * * *

    수원 애상동으로 이동한 현수는 물어물어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의 건물주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제 70대쯤 되어 보이는 건물주 할아버지는 스튜디오 얘기가 나오자마자 노발대발 화를 냈다.

    “계약 기간도 끝났는데 짐을 빼지도 않고 말이야. 연락도 안 되고. 마음 같아선 싹 밀어버리고 싶은데 거기 있는 게 되게 비싼 거 같아서 함부로 뭐 하지도 못하고!”

    할아버지의 말을 듣던 현수가 대답했다.

    “제가 너튜브로 퇴마 방송을 하는데요. 혹시 그 녹음실을 촬영해도 괜찮을까요?”

    “뭐? 어떤 거? 튜브?”

    “너튜브요.”

    “그게 뭐야. 근데 퇴마를 한다고? 무당이야?”

    “어어- 무당은 아니고요. 인터넷 보니까 거기서 귀신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그래서요.”

    “아! 맞아! 그것 때문에 저기 팔리지를 않아. 뭐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 나도 저 상태로 내까려 두는 거지.”

    “네, 네. 그래서 제가 한 번 가보려고 하는 거거든요.”

    “뭐, 마음대로 해. 계약 끝난데다가 저 주인이 연락도 안 되니 뭐, 별 수 있나.”

    “네, 감사합니다.”

    “키는 여기 있어. 거기 안에 있는 장비들 부수지 말아. 문제 있으면 그쪽이 책임져야 해.”

    “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열쇠를 하나 주고는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무래도 스튜디오 주인이 연락 불통인 것도 모자라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선 골치가 아픈 모양이었다.

    “허락 맡았으니 됐지, 뭐.”

    현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로 향했다.

    * * *

    저녁 9시.

    토요일이라 아래층 학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현수는 건물 현관에 들어가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몸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구형 스마트폰을 꺼냈다.

    여러 장비가 생긴 만큼, 현수도 몸에 걸치는 거치대를 하나 더 구매했다.

    그 거치대에 구형 스마트폰을 장착한 뒤, 생방송 송출을 할 카메라 앵글에 심령카메라 화면이 포함 되게 세팅을 했다.

    이제 현수가 굳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보여주지 않아도 생방송 화면 좌측 하단에 심령카메라 화면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EMF 탐지기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고스트사운드를, 백팩에는 위자보드를, 힙색에는 팥과 소금통을 넣어두었다.

    아직 조잡한 모습이었지만 나름대로 ‘퇴마 스트리머’로서의 모습을 갖춰가는 것이었다.

    “시작하자.”

    현수가 ‘방송시작’을 누른 후 송출 화면을 점검했다.

    - 안녕하세요!!

    - 오! 라이브!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30명이 되는 시청자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

    이어 40명까지도 금세 추가 되었다.

    커뮤니티로 미리 홍보한 효과가 제법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청자는 금세 50명까지 올랐다.

    “지금 화면 잘 나오나요?”

    현수가 손전등을 켜며 말했다.

    - 잘 나와요.

    - 잘 나옵니다~!!

    - 버퍼링 중

    - 화면 뭉개져요.

    - 화면 잘 나와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건물 계단 쪽을 가리켰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상가 건물의 계단이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오늘 방문할 곳은 수원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인데요. 인터넷을 보다 보니까 이곳에 귀신 소리가 나서 주변 사람들이 좀 피해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 스튜디오??

    - 꿀잼각이다.

    - 무슨 스튜디오에요???

    “녹음실이라고 하더라고요. 음악 관련된 곳인 것 같아요.”

    현수가 채팅을 보고 대답했다.

    시청자 수는 60명을 넘기고 있었다.

    - 녹음실 귀신!!!!

    - 원래 이런 데가 꿀잼임. 학교로 치면 음악실 귀신같은 느낌.

    - 기대된다.

    - 맥주 마시면서 보는 중.

    현수는 채팅창을 확인하고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2층은 학원이고 3층이 녹음실인 것 같아요. 4층은 가정집이고.”

    보통 건물의 가장 꼭대기 층에 건물주가 살지만 이곳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금 토요일이라 학원은 문을 닫은 상태고요. 4층 가정집에 들러서 먼저 양해 구할게요.”

    현수는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

    - 이야. 진짜 다큐처럼 한다.

    - 이런 게 리얼이지.

    - 주작이지 뭘 리얼이야, 리얼은.

    - 이런 콘텐츠 다 짜고 하는 거임.

    역시나 조작 논란은 시작되었다.

    현수는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며 4층에 올라가 벨을 눌렀다.

    딩동-

    벨을 누르자 머리가 헝클어진 중년 남자가 살짝 문을 열었다.

    “뭐요?”

    남자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스트리머 ‘캡틴 퇴마’라고 하는데요. 아래층 녹음실 관련해서 몇 가지 여쭤 봐도 될까요? 여기 건물주 분께 허락은 다 받았습니다.”

    현수가 스튜디오 키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뜨고 있다가 물었다.

    “뭐가 궁금한데요?”

    “지금 여기 사신지 얼마나 되셨죠?”

    “한 15년 됐어요.”

    “녹음실은 언제부터 비어 있었나요?”

    “한 3년 됐나.”

    “여기 2층 학원 학생들 이야기 들어보니 귀신 우는 소리가 들리고 그런다는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들리긴 뭘 들려. 노래 녹음하고 그런 곳인데 그렇게 방음이 허술하려고.”

    남자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녹음실이면 기본적인 방음시설이 다 되어 있을 텐데 학생들이 어떻게 귀신 소리를 들어?’

    혹시 그 인터넷 제보가 과장 섞인 거짓말이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물어볼 거 다 물어봤어요?”

    남자는 시종일관 퉁명스러운 태도였다.

    “아, 네.”

    현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남자가 문을 쾅 닫았다.

    - 저 분이 화가 많으신 분이네.

    - 밑에 귀신 있는 녹음실 있으면 나라도 까칠해질 듯.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얼른 녹음실 ㄱㄱㄱ

    현수는 채팅창을 보며 다시 3층으로 내려왔다.

    “한 3년 정도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니까 전에 갔었던 곳들 보다는 그래도 좀 깔끔하지 않을까 싶네요.

    3층 녹음실 앞에 선 현수는 열쇠를 꽉 쥐어들고 심호흡을 했다.

    현수의 눈, 그리고 심령카메라에는 아직 아무것도 안 잡히고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일단 탐지기를 켜볼게요.”

    현수가 EMF 탐지기를 켜 문 쪽에 대보았다.

    - 저게 뭐예요????

    - 언박싱 영상 보면 나와요. EMF 탐지기라고 귀신 찾는 탐지기래요.

    - 귀신 찾는 거요.

    시청자들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이게 무조건 딱 맞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참고만 해주세요.”

    현수는 LED 불빛이 3개까지 켜지는 것을 확인했다.

    분명 귀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탐지기가 작동하는 것이었다.

    “EMF 탐지기가 전자기파를 감지해서 전자제품 앞에서도 LED가 켜지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여기는 버려진지 3년이 됐다고 하는데- 이게 켜지네요. 전기도 다 끊어져 있을 텐데.”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 심령카메라로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 맞죠????????

    - 귀신 있으면 하얀 연기처럼 보여요.

    - 희뿌연 거 보이면 귀신인 거.

    - 심령카메라 잘 확인해 봐요. 캡틴님이 비추는 곳에 귀신 많이 나옴.

    현수는 열쇠를 들어 천천히 문을 열었다.

    철컥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렸다.

    현수는 천천히 문을 열어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던’ 녹음실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커다랗고 투명한 유리와 함께 방음부스가 있었고, 그 앞으로 복잡하게 생긴 콘솔 장비들이 늘어져 있었다.

    현수의 손전등이 비출 때마다 유리창에 빛이 반사되어 보였다.

    달각 달각

    형광등 스위치를 켜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역시 전기는 끊겨 있는 것 같습니다.”

    현수는 다시 EMF 탐지기를 꺼내 확인했다.

    LED 불빛이 4개까지 올랐다가 2개로 떨어졌다.

    “여기도 한기가 세네요.”

    현수가 책장과 책상들을 비추며 말했다.

    [작곡법]

    [작곡의 이해]

    [화성학 기초강의]

    책장에는 여러 책들이 꽂혀 있었다.

    “막 어질러져 있지는 않네요. 먼지는 잔뜩 쌓여 있는데.”

    현수는 손전등으로 곳곳을 비추며 말했다.

    - 불 꺼진 녹음실이 무섭긴 하구나.

    - 무서워요ㅠㅠㅠㅠㅠㅠ

    현수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이동하며 EMF 탐지기를 이용해 보았다.

    LED 불빛이 2개에서 4개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했다.

    그 순간이었다.

    현수의 눈앞으로 하얀 무언가가 삭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심령카메라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 뭐가 지나갔$#!$!#!!#!1

    - 방금 뭐였음?????????

    - 뭐야!!!!

    - 뭐여ᅟᅧᆻ어요????

    - 뭐임 뭐임????

    - 귀신이에요 저게 귀신이에요.

    동시에 EMF 탐지기도 불 5개가 모두 들어와 있었다.

    현수는 재빨리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하지만 귀신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헉, 헉, 헉.”

    긴장한 현수의 숨소리가 그대로 방송에 송출됐다.

    - 와 숨소리 리얼.

    - 영화 군지암 같다.

    - 군지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ㅋㅋㅋㅋㅋㅋ

    시청자 수는 어느새 100명이 넘어 있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늘어난 구독자들을 포함해 어느새 총 구독자가 1013명이 되어있었다.

    - 구독자 천 명 돌파 ㅊㅋ!!!!!

    - 오! 캡틴님 천 명 넘음??????

    - 수익창출 개꿀띠!!

    시청자들 덕분에 구독자 1000명이 넘은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당장 기뻐할 여력이 없었다.

    칼날처럼 서늘해지는 한기가 목덜미를 강하게 엄습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풀게이지를 채운 EMF 탐지기까지.

    - 제대로 쫄린다.

    - 방음부스 안에 들어가 봐요.

    - 방음부스 ㄱㄱㄱ

    채팅이 올라왔다.

    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유리를 비췄다.

    두툼한 방음벽과 마이크가 보였다.

    그리고 유리창으로 현수의 모습과 강렬한 손전등 불빛도 반사되어 보였다.

    그때, 현수의 뒤로 누군가 슥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심령카메라에도 하얀 불빛이 일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 ??????????????

    - 방금 뭐 있지 않았음?????

    채팅이 올라오는 사이 현수도 깜짝 놀라 재빨리 뒤를 보았다.

    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저 유리창 너머로 제 뒤에 뭔가 지나가는 게 보였거든요? 잠시 여기 스튜디오 좀 한 바퀴 돌아볼게요.”

    현수는 수시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EMF 탐지기를 들고 스튜디오 구석구석을 감지해 보았다.

    2개에서 4개 사이로 깜빡이던 불빛은 3개에서 5개 사이로 깜빡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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