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8화 (8/227)

제8화

# 소화원 폐 병원 (4)

- 소화대학교에서 위령제 한다던데요.

- ㅋㅋㅋㅋㅋ학교 공지사항에 올라왔음.

- 소화대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거기 곧 정리된답니다.

- 진짜 미리미리 하지.

소화원 후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자 채팅창은 불붙은 듯 빠르게 올라왔다.

“일단 저희, 영상 같이 보면서 이야기 할까요?”

현수는 처음 소화원 건물이 보일 때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여기 보시면 나무쪽에 있는 하얀 거 있잖아요. 목을 매고 있는 귀신이더라고요. 보시면 나무에서부터 이렇게 축 늘어지는-”

현수는 영상에 나오는 화면을 마우스 포인트로 짚어주며 이야기했다.

- 아아아아

- ㅎㄷㄷㄷㄷ

- 개무서웠겠다.

“여기서 안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이어서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보였던 귀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었다.

소화원에 올라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의 촬영본을 보며 목격한 귀신 이야기 해준 현수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면서 말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그 여고생 귀신이나 할머니 귀신. 원장 귀신. 여러 흔적들에다가 시청자님께서 제보해주신 내용 토대로 봤을 때 뭔가 나쁜 ‘한’을 가진 귀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 난 갑자기 왜 철수하나 했음. 쫄아서 그랬나 했지.

- 맞는 말씀인 거 같아요.

시청자들도 이제야 현수의 의견에 동의를 해주었다.

그때 시청자 중 한 명이 말했다.

- 캡틴님. 그런데 저희 구독자들 애칭 좀 지어주세요. 언제까지 시청자님 시청자님 하실 거?

- 구독자 애칭 ㄱㄱㄱㄱㄱ

- 뭘로 하지?

그의 말에 다른 시청자들이 동조했다.

“구독자 애칭이요? 하하하. 아직 1000명도 못 넘었는데 구독자 애칭이라뇨. 민망하게.”

현수는 현재 구독자 수를 확인해 보았다.

989명. 지금 생방송 시청자 수는 막 40명이 된 상황이었다.

- 커뮤 탭 생겼네요????

- 오 지금??

- 네. 새로고침 하니까 뜸요.

시청자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띠링-

동시에 현수의 고글 메일도 알림이 왔다.

너튜브 측에서 보내온 메일이었다.

너튜브 커뮤니티 탭이 활성화 되었다는 안내였다.

“오! 정말이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첫 커뮤니티 글은 구독자 애칭 정하는 걸로 하죠.

- 후보부터 정해봅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다른 스트리머들이 애칭을 정했던 순서를 잘 알고 있는지 알아서 리드해 나갔다.

“그래요. 그럼 구독자 애칭 별명 후보 받아볼게요. 뭐가 있을까요?”

현수가 웃으면서 물었다.

- 고자. 고스트에게 자유를 주는 사람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고잨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

- 캡틴 퇴마니까 캡퉤zzzzzzzzz

- 고스트에 고 붙여서 고라니?

- 해병대. 귀신 잡는 해병대니까?

- 처용!!!!

- 오 처용 신박하다.

- 처용22222

- 난 고자가 더 웃긴데.

- 캡처. 캡틴 처용 줄여서.

- 오!!!! 이거 괜찮네.

- 원빈. 원한 있는 빈천한 영혼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환장파티네.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여기서 현수는 ‘고라니’와 ‘캡처’ 중 하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들은 ‘처용’이나 ‘캡처’ 둘 중의 하나를 원하는 듯했다.

“음. 저는 ‘고라니’나 ‘캡처’를 원하는데요. 여러분들은 ‘처용’도 원하시는 거 같으니까 세 개를 투표로 올려볼게요.”

현수는 커뮤니티 탭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커뮤니티 탭이 활성화 되고 첫 글이네요.

생방송 중에 많은 분들께서 구독자 애칭을 미리 정해놓자고 하셔서 투표해 봅니다.

1. 고라니

2. 처용

3. 캡처 (캡틴 처용)

세 개 투표 결과로 구독자 애칭을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구독자 분들이 많지 않아 부끄럽지만 미리 정해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올립니다.

그럼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현수는 바로 글 업로드를 했다.

그러자 바로 수십 명이 ‘캡처’에 투표를 했다.

그 게시 글의 댓글에는 ‘고자’가 더 좋다는 의견도 따라 붙었다.

“아아. 아무래도 ‘고자’는 좀 그렇죠. 하하하.”

현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 *

그렇게 며칠 간 투표가 진행 됐고 캡틴 퇴마 채널의 구독자 별명은 ‘캡처’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 사이 주문했던 물건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현수는 물건이 모두 도착하자마자 다시 방송을 켰다.

[귀신 찾는 장비 도착! 언박싱 라이브]

현수가 방송을 켜자 10명 정도 되는 시청자가 바로 들어왔다.

아직 낮시간이라 알림을 받고도 못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캡처님들. 제가 급히 라이브를 켠 이유는! 해외 직구로 주문한 장비들이 이제 도착해서 언박싱 하려고 하는데요. 혼자 하기 심심하니까 같이 보도록 하죠!”

현수가 카메라에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여전히 수익창출은 되지 않고 있었지만 방송을 봐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것이었다.

- 반갑습니다~~

- 바로 활용하네 구독자 별명ㅋㅋㅋㅋㅋ

- 장비 보여주세요!!

- 오 이제 장비빨인가.

채팅창의 시청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현수는 가장 작은 박스를 먼저 꺼내 보였다.

“이게 EMF 탐지기.”

현수는 손바닥 크기의 검정 기계를 꺼내 들어 보였다.

삐쭉 튀어나온 안테나 두 개를 모니터 쪽에 살짝 대보았다.

그러자 LED 불이 두 개까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귀신이 있는 곳에서 이 불빛이 반응한대요. 인체의 전자기파를 감지한다는데, 이런 전자제품의 전자파도 조금 잡는 거 같아요. 이게 반짝인다고 무조건 귀신은 아닐 수 있겠어요.”

현수가 기계를 카메라에 보여주며 말했다.

- 테스트 ㄱㄱㄱㄱ

- 테스트 못 해봄?

채팅이 올라오자 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보았다.

그때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남자 귀신을 발견했다.

예전에 게임방송 할 때 한 번씩 나타났던 귀신이었다.

“아! 깜짝이야. 한동안 안 나타나시더니 왜 오셨어.”

현수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제 옛날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저 게임방송할 때 귀신 보인다고 놀란 적 있잖아요. 그때 그 귀신이 지금 저 구석에 있거든요? 자, 보시면~”

현수가 심령카메라를 켜 방구석을 비췄다.

그러자 방 구석에 희뿌연 무언가가 잡히는 것이 생방송에 송출되었다.

- 헐!!!!!!!!

- 진짜 볼 때마다 신기.

시청자들이 흥분한 듯 채팅을 올렸다.

“저기에 이 EMF 탐지기를 한 번 대볼게요.”

현수는 귀신을 보면서 EMF 탐지기를 살짝 대보았다.

그러자 LED 불빛이 세 개까지 올라갔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귀신에 반응을 하긴 하는 것 같았다.

- 진짠가???

- 저거 어디서 사요???

시청자들이 물었다.

“인터넷에서 EMF 탐지기 검색하면 나와요. 저는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했고요.”

현수는 탐지기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은 ‘고스트사운드’라고 귀신의 목소리를 담는 기계라고 하는데요. 음. 한 번 볼게요.”

커다란 박스를 뜯어 기계를 꺼내자 시청자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 와 무슨 트랜지스터 같네

- 엄청 크다.

- 저거 어케 들고 다님?

- 서류가방 같은데??

실제로 루이비똥 여행 가방처럼 각지고 커다란 크기였다.

현수는 채팅창을 수시로 확인하며 고스트사운드 기계를 조립했다.

그러자 접시형 안테나가 위에 달린 두꺼운 노트북 형태가 되었다.

“여기에 3.5mm 이어폰 단자가 있어서 유선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여러분들도 들으셔야 하니까 다른 스피커에 연결할게요.”

현수는 안 쓰는 스피커를 기계에 연결했다.

- 첩보 영화에 나오는 구식 도청장치 같음ㅋㅋㅋㅋㅋㅋ

- 뭔지 알겠닼ㅋㅋㅋㅋ

현수도 시청자들이 뭘 떠올리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저기. 거기 구석에 계신 분. 제 말 들리시나요?”

현수가 구석의 귀신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귀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심령카메라 좀.

- 우리도 보여주세요.

채팅을 본 현수가 심령카메라를 들어 방구석을 비춰주었다.

꾸우우우웅-

우오오오옹-

갑자기 스피커에서 뱃고동 소리 같은 굉음이 나왔다.

- 이게 무슨 소리????

- 뭐임???

- 대낮부터 소름이네

어떻게 들으면 고래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귀신의 입을 보았다.

분명 귀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지만 그는 입을 벌리지 않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죠?”

현수는 고스트사운드를 빤히 보았다.

기계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소리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어어- 일단 이 장비도 다음 라이브 나갈 때 가지고 갈 거예요. 그때 다시 한번 더 써보도록 할게요.”

현수는 고스트사운드를 다시 분해하며 말했다.

- 다음 라이브 기대되긴 한다.

- 다음은 어디로 가나요????

- 장비 또 있나????

시청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현수는 위자보드의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

“다음 어디로 갈진 안 정했고요. 이게 마지막으로 주문한 거예요. 위자보드라고 혹시 아시나요?”

- 서양판 분신사바!!!

- 아!! 영화에서 봤음. 악령하고 대화하는 거!

“네! 맞아요. 그거에요.”

현수가 웃으면서 위자보드를 꺼내보였다.

“외국 스트리머 보니까 이런 걸로 소통하는 장면도 나오기에 한 번 사봤어요.”

- 위자보드는 혼자서 하면 안 된대요.

- 위자보드 혼자 하면 안 됨.

- 그거 몇 개 금기 있어요. 혼자 하지 말 것. 15분 이상하지 말 것.

시청자들이 위자보드에 대해 몇 마디 채팅을 남겼다.

“아! 조언 감사합니다. 일단 사놓은 거고요. 언제든 쓸 데가 있겠죠. 합방을 한다든가 할 때? 하하.”

- 위자보드 할 때 남녀가 하는 게 좋대요.

- 오 여자 게스트 ㄱㄱㄱㄱ

“아직 구독자 1000명도 안 됐는데 여자 게스트라뇨. 하하.”

현수가 웃으면서 위자보드를 집어넣었다.

- 다음 장소 어디로 가요?

- 다음 장소 정해 봐요.

- 이것도 투표 ㄱㄱㄱㄱ

시청자 수는 약 20명 정도 보이고 있었다.

현수는 다음 장소를 정하자는 채팅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했다.

“음. 제가 언제 어디로 갈지는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미리 공지를 하게 되면 찾아오시거나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건 좀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유지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현수는 괜히 공포영화 속 몇 장면들을 떠올렸다.

호기심 많은 시청자들이 사유지에 허락없이 들어가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문제였지만, 악령과 엮이는 건 더 큰 문제였다.

이럴 바에야 찾아오지 않게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새 장비 언박싱은 했으니까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 라이브 방송은 토요일 밤에 진행하겠습니다.”

현수가 달력을 보며 말했다.

- 오! 토요미스터리인가?

- 다른 요일 안 돼요?????

- 금요일 안 됨??

- 목요일 추천.

- 토요일 좋아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금요일은 아무래도 밖에서 즐기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 토요일로 할게요! 그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현수는 카메라에 대고 거수경례를 한 수 방송을 종료했다.

이후 이 거수경례는 현수의 시그니처 인사가 되었다.

“휴!”

방송을 마치자 긴장이 풀린 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은근히 스트레스구나.”

생방송 시청자라 해봐야 평균 50명이 안 되는 작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제법 많았다.

현수는 커뮤니티에 토요일 밤 9시 라이브 방송을 예정한 후 다음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인터넷 창을 켰다.

“다음은 어디를 가볼까나.”

현수는 턱을 괴고 앉아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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