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5화 (5/227)

제5화

소화원 폐 병원 (1)

“의대 쪽 울타리 너머에 있는 흉가? 아~ 알지, 알지. 내가 여기 식당 열기 전부터 있었으니까~ 최소한 20년도 더 버려져 있는 거지. 거기 귀신 나온다는 소문 있어. 학생들도 거기서 심장마비로 죽었을 걸?”

“음. 이 학교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잖아. 역사가 길다보니까 그런 소문들이야 어느 건물에나 있지.”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예전에 여기서 슈퍼 하던 할아버지 말씀이- 밤에 웬 학생들이 나와서 시신들을 그 앞에 묻는 걸 봤다더라고. 진짠지는 모르겠어.”

“옛날에 그 건물도 학교 소속이었대요. 옛날에는 거기가 시체보관실이었다던데.”

소화대학교 근처에서 몇몇 상점 주인과 학생들을 인터뷰한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옛날에는 저기도 학교 부지였으나 지금은 주인이 없는 상태이고, 시신을 묻었다는 소문은 근처 노인들 사이에서 돌았으며, 귀신이 보인다는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돌고 있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 쪽을 보았다.

아직 방학인지라 학교는 무척 한적했다.

현수는 가만히 서서 교문을 바라보다 학교 옆쪽으로 이어진 산길에 몸을 실었다.

* * *

산길을 조금 올라간 현수는 카메라와 마이크 장비를 세팅한 후, 구형 스마트폰으로 심령카메라 앱을 실행시켰다.

그리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자 3명 정도의 시청자가 곧바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입니다!”

현수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 오늘도 야방이네???

- 안녕하세요!

- 오늘은 어디 가시나요??

“음. 오늘은 소화대학교 주변에 귀신이 나온다는 곳이 있어서 거기로 가보려고 합니다.”

현수가 산길을 오르며 대답했다.

그 사이 10명의 시청자가 더 유입이 되었다.

- 갑자기 생방송.

- 커뮤니티는 언제 열려요?

- 방송 주기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제 막 들어온 시청자들이 질문했다.

아이디가 낯익은 걸 보니 이전 방송을 시청했던 사람들이었다.

“커뮤니티 탭은 구독자 1000명일 때 오픈이 되었는데 500명으로 하향이 되었더라고요. 아마 조만간 오픈이 될 거예요. 500명 넘긴지 얼마 안 됐으니까.”

현수는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자 손전등을 켜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방송주기는 일주일에 야외 방송 하나씩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야외 방송 후에는 후기 방송 진행할 거고요. 그리고 클립이나 쇼츠는 중간 중간 틈나는 대로.”

- 어디로 갈지 미리 커뮤 탭에 올려주심 안 돼요?

- 맞아요. 올려주세요.

- 같이 가고 싶어요.

“어어. 같이 가고 싶어 하시는 마음은 이해하는데요. 그때 보셨던 것처럼 안 좋은 게 발견될 수도 있고 위험하기도 하고 해서요. 장소에 대한 사전공지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대답하는 사이, 시청자는 20명으로 올라가 있었다.

- 오늘은 어디 감?

- 지금 치맥 중이었는데 볼 거 생겼다. 치맥 끝날 때까지 방종하지 말아요.

-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직 구독 안 눌러주신 분들, 구독 눌러주시고요.”

현수는 점점 가파르게 깎이는 산길을 기어 올라가며 말했다.

“이 학교는 무슨 이런 언덕, 아니 절벽에 학교를. 어후.”

현수가 볼멘소리를 하자 시청자들이 채팅을 보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화대학교 언덕으로 유명함

- ㅋㅋㅋㅋ10층짜리 학교 건물이 한 쪽은 1층이 현관이고 반대쪽은 10층이 현관이라몈ㅋㅋㅋ

- 엥???ㅋㅋㅋㅋㅋㅋ 그럼 10층 높이 절벽을 끼고 건물을 세운 거?ㅋㅋㅋㅋㅋ

- 계단 많기로 유명함.

- 공부하느라 체력 약해진 애들 입학해서 체력단련 시켜주는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뇌절ㅋㅋㅋㅋㅋㅋㅋ

현수는 채팅창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언덕을 기어 올라올라 드디어 공터에 다다랐다.

“후아. 와. 잠시 숨 좀 돌릴게요.”

현수는 옆에 있던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신 잡으러 가다 귀신 된 썰ㅋㅋㅋㅋㅋ

- 오늘 챗창 유쾌하다.

현수도 땀을 닦으며 채팅창을 확인했다.

“후아. 일단 오늘 제가 가려는 곳은요. 소화대학교에 의과대학과 가까운 외부 건물에 귀신이 나타난다고 하더라고요. 그곳으로 가보고 있습니다.”

현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 괴담은 역시 학교괴담이지.

- 초중고 학교들 괴담도 많지만 대학교 괴담이 은근히 찐인 경우가 많음.

- 나 알바하는 곳이 소화대학교 근처인데.

- 와우. 기대돼요!

“여러분들한테 더 확실하게 귀신을 보여드리려고 제가 장비를 구매했어요. EMF 탐지기랑 ‘고스트 사운드’라는 기계인데요. 미국에서 건너올 물건들이라 한 2주 정도 소요가 될 것 같아요. 그 장비 올 때까진 전에 썼던 심령카메라만 쓸게요.”

현수가 구형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에 비춰주며 말했다.

- 와 이제 제대로 하려나보다.

- 구독하고 갑니다.

- 친구들한테 이 채널 추천했어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수는 완만해진 산길을 걸으며 심령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앞을 들어보자 순식간에 어두워진 산길 끝으로 2층짜리 작은 건물이 보였다.

어둠 때문에 시커멓게 보이는 건물은 일제강점기 배경의 드라마, 영화에서 보았던 양식을 갖추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잉-

찬바람이 불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현수는 겨울바람 사이로 귀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사아아아아

동시에 건물 근처에 있는 나무에 목 맨 귀신들이 보였다.

하얀 소복에 머리를 축 늘어뜨린 귀신들이었다.

현수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 뭐야.

- 왜 이렇게 놀람????

- 뭐 있음????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심령카메라를 들었다.

“여러분. 지금 저 건물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잘 봐주세요.”

심령카메라 화면이 생방송 카메라 앵글 안에 쏙 들어왔다.

그러자 시청자들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희뿌연 무언가들을 볼 수 있었다.

- 귀신이다.

- 왜 나무에 둥둥 떠있음?

- 저거 나무에 철통 얹어두고 드라이아이스 넣어둔 거 아님?

- ㄹㅇㅋㅋ

- ㅁ저거 뭐예요????????????

- ???????????ㅅㅂ???????

현수는 촬영 카메라에 심령카메라를 비춰준 채로 귀신들을 빤히 보았다.

그들의 이목구비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현수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괜스레 크게 들렸다.

저벅 자박 저벅 자박 저벅 자박

그때, 현수의 발자국이 아닌 다른 발자국 소리가 섞여 들렸다.

현수가 걸음을 멈추자 다른 발자국 소리도 멈췄다.

- 지금 들음??

- 방금 발자국소리.

- 게스트 있음? 스태프? 카메라맨?

“아뇨. 저 혼자 있는데.”

현수는 채팅에 대답을 해주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 보통 이럴 때 다시 앞 보면 귀신이 딱 하고 나타나는뎈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과연???

현수는 채팅창을 보며 아주 천천히 카메라를 돌려보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예상처럼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무에 매달려 있던 귀신들도 사라져 있었다.

“휴우.”

현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심령카메라로 주변을 비춰주었다.

“주변에 있던 귀신들이 일단 사라졌네요.”

심장이 미칠 듯 빠르게 뛰었다.

- 개쫄린다.

- ㅋㅋㅋㅋㅋㅋㅋㅋ캡틴님 너무 쪼신 듯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여기 와보시면 안 쫄 수가 없어요.”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건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때 하늘에서 번쩍- 하더니 천둥이 구르릉 쳤다.

- 방금은 또 뭐야.ㅠㅠㅠㅠㅠㅠㅠ

- 천둥소리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한겨울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수는 방수기능이 없는 구형 스마트폰을 품에 안고 건물 쪽으로 후딱 뛰어갔다.

쏴아아아아-

마치 장마 같은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졌다.

건물 앞 현관에 도착한 현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한겨울에 이렇게 비가 오다니. 이런 경우가 있나요?”

- 소화대학교면 우리 집에서 가까운데 여기도 비와요.

- 인천. 여기 비 안 옴.

- 비 안 와요. 여기 수원인데.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현재 날씨들을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이 근처만 폭우가 쏟아지는 듯했다.

“어? 그러고 보니까 벌써 40명 정도 보고 계시네요. 구독과 좋아요, 안 눌러주신 분들. 한 번씩만 부탁드릴게요.”

현수는 고정 멘트를 한 후 돌아서 건물을 보았다.

살짝 열려 있는 철문. 그 틈으로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

현수는 손전등으로 그 안을 슥 비춰보았다.

바닥에 오래된 술병들과 신문지,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살짝 보였다.

현수는 천천히 다가가 철문을 밀어 열었다.

꼬오오오오옹-

이 철문의 소리는 뭔가 더 음침하게 울려 퍼졌다.

-바닥에 뭐예요???

- 아래 좀 비춰주세요.

채팅창을 본 현수가 손전등을 아래로 비춰보았다.

오래된 소주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라벨 디자인을 볼 때 족히 10년에서 20년은 더 지난 소주병이었다.

심지어 근처에 굴러다니고 있는 신문지는 1990년대 신문지들이었다.

그 주변으로 굴러다니고 있는 과자 봉지와 음료수 병들.

이곳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옛날 대학생들이 여기서 술자리를 했었나 봐요.”

현수는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췄다.

구조상으로 작은 ‘병원’처럼 보이는 구조였다.

접수처로 보이는 작은 데스크가 보였고, 옆으로 작은 방 두어 개가 나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진료실]

역시나 작은 방 위에는 나무로 된 팻말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화살표와 함께 ‘입원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예전에 병원으로 쓰던 곳인가 봐요.”

현수는 천천히 접수처로 다가가 보았다.

서류들을 꽂아놨을 법한 나무 찬장에는 오래된 거미줄과 먼지만 가득했다.

구르르릉-

그때 천둥이 치자 현수가 흠칫 놀랐다.

- 왜 하필이면 이때 천둥잌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ㅋㅋ

- 무서워

- 다른 장비들 좀 동원해봐요!

“다른 장비들은 지금 주문했고 1주일에서 2주일 있다가 도착합니다.”

현수는 채팅에 응답을 해주며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70명을 넘기고 있었다.

순간, 현수의 주변시로 무언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현수가 재빨리 몸을 확 틀며 작은 방 쪽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뭐야 뭐야 뭐야

- 갑자기 왜 그러심?

- 뭐에요. 갑자기 왜 그래요?

- 뭐 봄???????

- ??????뭐임????

하지만 분명 뭔가 지나간 것은 사실이었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를 들어 생방송 중인 카메라에 살짝 비춰주며 천천히 진료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뭐가 보였기에 이러는 거임???

- 나 아무것도 못 봤는데.

- 저도요.

- 뭐 보심. 이야기 좀 해주고 들어가지.

채팅이 올라왔지만 현수는 오로지 진료실 쪽에만 온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문이 없이 커튼으로 분리 시켜놓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진료실.

커튼은 뜯겨 사라져 있었고 안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환자가 누울 수 있는 나무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나마 이 역시도 부서져 있었다.

‘헉.’

현수는 환자가 의사와 상담을 하는데 썼을 의자 위로 한 여인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60년대 교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현수는 진료실 입구에 서서 천천히 심령카메라를 들어 비췄다.

- ㅅㅂ!!!!!!!!!

- 와 진짜 생방에서 이러는구나

- 이거 찐임? 찐이야? 찐이야?

- 와 미쳤다 ㅅㅂ

- 이거 찐이냐고

- 뭐야.

심령카메라 안의 여인은 의자 위의 희뿌연 형태로 표시되고 있었다.

반면에 정확히 귀신의 형체를 볼 수 있는 현수는 귀신의 머리카락과 소매 끝자락까지 모두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현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요?”

현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말 걸었다 말 걸었다.

- ㅅㅂㅋㅋㅋㅋㅋㅋㅋ

- 말 걸었다!!!!!!!

- 아 갑자기 튀어오는 거 아니야?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어느새 시청자 수는 100명을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이 스코어에 당장 집중할 수 없었다.

귀신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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