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4화 (4/227)

제4화

#강원도 명주 흉가 (4)

“오우. 빨리들 들어오시네요.”

현수가 카메라 앞에서 빵을 먹으며 말했다.

- 어제 사건 어떻게 된 거임

- 경찰서 다녀오신 거예요?

- 어떻게 된 건지 알려주세요.

- 뉴스에 나오던데요.

- 헐 대박.

- 소름끼쳐요.

- 안녕하세요~

채팅창도 활발하게 올라갔다.

“네. 경찰서 다녀왔고요. 잘 조사 받았습니다.”

현수는 우물우물 빵을 씹으며 말했다.

- 영상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 괜찮은 건가요?

- 빨딱? 노딱?

채팅을 보고 현수가 대답했다.

“음. 일단 전 아직 수익창출이 되지 않아서 노딱, 뭐 이런 건 크게 상관없고요. 시신이 직접적으로 나온 장면이 없어서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서 따로 삭제 요청이 들어오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일단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현수가 동영상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 새로 온 경고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이번 영상들에 대한 별도 경고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 조작?

- 주작러?

- 자작자작자작

이제 막 30명이 넘어가는 시청자 채팅들 중에도 조작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다.

“조작한 거 아니에요.”

현수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 내가 볼 때 그 앱에 뭔가 비밀이 있음.

- 스마트폰 앱 인증 좀 해보셈.

- 그거를 확인해 봐야 해.

- 그 앱 추천 좀 해주세요. 뭘로 검색해야 해요?

- 저런 어플 써봤는데 아무 데나 귀신 있다고 뜨던데.

- 어플이었어??? 난 또 뭐 대단한 건 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귀신 찍히지 않음? 되게 선명하게 찍히던데????

- 귀신 나온 장면 정리해서 보여주세요.

- 그냥 앱이었음? 주작이넼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앱에 뭐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다 화면을 봤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 핸드폰 화면으로 보면 귀신이 보이고. 내리면 안 보이고. 이게 라이브로 어떻게 조작이 가능해요?

- 원래 마술쇼들도 라이브로 무대에서 하는 거임.

-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몇몇 시청자들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법 했다.

“음. 무슨 말씀인지 아는데요. 정말 조작 같은 거 안 해요. 경찰들이 와서 현장 수색 다 했는데 제가 무슨 수로 장치를 설치했겠어요, 연기라도 했겠어요?”

현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이번 명주 영상 보고 구독했어요. 반갑습니다.

- 재미있는 영상 감사드려요! 진짜 쫄깃했네요.

- 다음에는 어디 가나요?

신규 시청자들의 채팅이 이어졌다.

현수는 조작여론을 뒤로 하고 바로 소통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방송을 하며, 아니, 살면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이제 막 40명을 넘긴 생방송 시청자들이 오로지 현수의 말에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 진짜 귀신이었던 거예요?

- 귀신 볼 때 느낌이 어떤가요?

“귀신 볼 때 느낌이요? 음. 약간 서늘한 느낌이에요. 한이 세면 셀수록 더 오싹하죠.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현수가 턱을 괴고 앉아 말을 이었다.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시면 돼요. 거꾸로 말하는 귀신, 알아보면 바로 해코지하는 귀신. 다 종류별로 있어요.”

- 언제부터 귀신 보셨나요?

“아아. 언제부터요? 음. 되게 어렸을 때부터기는 한데-”

현수는 시청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이번 사건과 관련된 질문이 올라오면 간단하게 대답해 주는 수준으로 넘겼다.

* * *

몇 시간 동안 방송을 하고 새벽 2시가 되자 현수는 방송을 종료하고 침대에 누웠다.

바로 지난 밤 겪었던 일들을 곱씹어 보았다.

그때 느꼈던 소름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소녀와 할아버지 귀신.

실제로 귀신을 보는 입장에서는 시청자들보다 더 무서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목덜미를 잡아챘던 그 손길이 떠올랐다.

목덜미를 낚아챌 수 있다는 건 귀신도 물리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건 즉, 현수에게 상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막무가내 식이었나.”

현수는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귀신들이 얼마나 강하게 해코지를 할 수 있는지, 그거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덤벼든 감이 없잖아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귀신을 마주쳤을 땐 도망가거나 모른 척 했기 때문에 이렇게 물리적으로 공격을 받아본 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뭔가 최소한의 방어기재라도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현수는 누워서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 검색해 보았다.

퇴마.

귀신 쫓는 물건.

귀신 쫓는 방법.

귀신이 싫어하는 물건.

귀신이 싫어하는 소리.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검색되었다.

소금, 팥, 주목, 땅콩 까는 소리.

잠시 보고 있던 현수는 핸드폰을 옆에다 툭 던지고 눈을 감았다.

“다음에 갈 때는 팥이라도 한 줌 사들고 가보자.”

그렇게 중얼거리던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구독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구독자는 550명으로 어제보다 10명 정도 더 늘어난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영상 조회 수도 5000명을 넘기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쇼츠 영상들이었다.

생방송 통 녹화본이 약 5000명, 클립들이 6000명에서 만 명 정도의 조회 수를 기록한 가운데 쇼츠 영상들은 평균 만 명에서 2만 명 사이의 조회 수를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클립과 쇼츠 영상에 나온 귀신 장면을 캡처해 실선으로 귀신의 모습을 딴 이미지들이 조금씩 돌고 있었다.

그래서 하룻밤 사이에도 조회 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편이었지만 구독자 수는 그만큼 빠르게 오르지 않았다.

‘뭐, 나도 너튜브 할 때 그러니까.’

알고리즘으로 뜬 클립이나 쇼츠 영상들이 재밌으면 그저 재밌게 볼 뿐이지 ‘구독’까지 바로바로 누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조회 수가 올라가고 연속 시청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알고리즘에 잡힐 확률을 더 높여주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현수는 앞으로 채널이 성장할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으며 포탈사이트를 뒤져보았다.

‘아무래도 흥미로운 장비들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생활비도 부족한 마당에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가능성을 본 만큼 확실히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여러 장비들이 등장하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 같기 때문이었다.

물론 귀신을 보는 현수 입장에서는 그다지 필요할 것 같지 않았지만.

해외 쇼핑몰을 뒤져보던 현수는 첫 번째로 위자보드를 구매했다.

해외 스트리머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니 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전에 보았던 전파탐지기 외형의 EMF 탐지 기계를 구매했다.

인체의 전자기장을 감지한다는 이 기계는, 영혼이 내뿜는 전자기장도 탐지를 해낼 수 있다고 홍보를 하고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기계 끝에 두 개의 안테나와 다섯 개의 LED 램프가 달려 있어 전자기장을 감지하는데, 그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불이 더 많이 켜진다고 적혀 있었다.

영혼의 전자기장이 강하다는 건 다른 말로 귀신의 ‘한’이 더 강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그 말인즉슨 더 강력한 귀신을 감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진짜 되는 것인지는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이 장비가 있다면 조금 더 쫄깃한 생방송을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문, 주문, 주문.”

벌써 30만 원이 넘게 돈을 썼다.

현재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상당한 지출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해외 사이트 구석에서 특이한 장비를 찾았다.

007서류가방 크기에 안테나까지 달린 모양이었다.

“귀신……소리……탐지기? 귀신 소리를 분석해내는 장비인가?”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상품페이지를 읽어보았다.

‘고스트사운드’라는 이 제품은 1980년대 만들어져서 판매가 되다가 중단이 된 제품인 듯했다.

그에 따라 반품이나 AS는 전혀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만 원이나 되는 금액에 판매가 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마니아틱한 사람 아니면 구매하지 않을 장비 같았다.

검색을 해보니 해외 스트리머 중 일부가 그 장비를 이용해 귀신과 대화하는 영상들이 나왔다.

“으음.”

현수는 상품페이지를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구매 버튼을 꾹 눌렀다.

귀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수였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내는 귀신들이 많았고 또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상황 전달을 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다.

“어차피 투자를 할 거라면 제대로.”

현수는 과한 소비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애써 꾹 누르며 집 주소를 영문으로 기재했다.

* * *

현수가 눈으로 보는 귀신들을 객관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여러 아이템들을 구매했지만 대부분 해외배송인지라 1주일에서 2주일은 기다려야 했다.

그때까지 방송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수는 다음에 방문할 흉가, 혹은 귀신 출몰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검색을 해보았다.

대표 흉가.

귀신이 출몰하는 지역.

귀신이 자주 목격되는 곳.

여러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곳들만 검색 될 뿐이었다.

“음. 이런 곳들은 가도 별 게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 너튜브나 블로그들을 검색해보니 친구, 혹은 방송 때문에 많이 방문한 곳들이었다.

이런 데는 지금 촬영을 가도 뭔가 크게 흥미를 끌기 힘들 것 같았다.

‘나중에 유명해진 후에 가 봐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 가는 편이 낫겠지?’

그는 몇 개 포스팅을 블로그에 비공개로 저장해 두었다.

그렇게 한참 인터넷을 뒤지던 중, 특이한 글을 발견했다.

[직접 겪었던 무서운 짤/괴담 썰 풀어보자.]

이런 제목으로 등록이 된 게시 글에는 아무 본문도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네티즌들이 댓글로 자기가 아는, 혹은 겪었던 무서운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었다.

예전에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며 심심풀이로 볼 법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소재거리가 되어 있었다.

며칠 전에 친구들이랑 캠핑 갔는데 밤에 산 쪽에서 이상한…….

나 고등학교 때 겪은 일이야. 야자 끝나고 화장실 들렀는데 천장에서…….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 들린 적 없음? 나 그래서 그때…….

흥미로우면서도 뻔한 이야기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그러던 중 딱 한 가지,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 소화대학교 학생인데 우리학교에 귀신 썰 앎? 나 포함 본 사람들 무지 많음. 신입생 빼고 다 알고 있음. 우리학교 의대 건물이 학교 가장자리에 있거든?

그쪽 울타리 너머 학교 밖에 폐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 귀신 나온다고 유명함. 나도 밤에 술 먹고 본 적 있음.

개교 초창기에 시체보관실이랑 해부학 강의실에서 나온 시신을 거기다 묻었다는 전설이 있음. 옛날에 선배들이 후배들 교육시킨답시고 술 처먹고 거기 혼자 다녀오게 시키고 그러다가 92학번인가 02학번인가 심장마비로 죽은 후에 그 문화는 없어졌다더라.

소화대학교라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더구나 대학교 건물 밖에 있으니 방범, 혹은 경비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었다.

‘좋아. 이번엔 여기를 가보자.’

다른 장비들이 도착하기 전에 촬영할 목적지로 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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