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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93화 (1,393/1,404)

#1395화 마왕을 낚는 방법 (1)

그동안 마왕은 잡아보았지만.

대천사는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었다.

일단 만날 기회 자체가 적기도 했지만 딱히 대천사를 잡아야 할 이유 자체가 없었으니까.

굳이 나서서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선 사정이 다르지.

마왕군의 진형에 속해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내 발언은 마왕인 그들에게 굉장히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왕 헤르게니아를 마왕군 본진으로 데려가려던 자신의 의도가 무산되어 불만이 있어 보였던 마왕 케만의 관심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호오. 꽤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 녀석이로군. 이 녀석은 누구지?”

마왕 케만이 마왕 하킨에게 내가 누구인지 물어보자 슬쩍 시선을 돌려 마왕 헤르게니아를 가리켰다.

“그녀의 최측근이다. 마왕 헤르게니아를 대천사들의 봉인에서 꺼내준 장본인이기도 하고.”

“음?”

방금까지는 이 자리에 내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던 마왕 케만이 확실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내가 마왕 헤르게니아의 봉인을 해제해주었다는 말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대천사의 봉인을 깼다고? 일개 인간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그 질문에 마왕 하킨이 자신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마왕 헤르게니아 쪽을 쳐다보았다.

“딱히 알길 원하진 않을 거다.”

이건 마왕 케만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이전에 마왕 하킨이 알아보려 했을 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막았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다.

괜히 마왕 케만이 내게 사실을 캐려고 하더라도 마왕 헤르게니아가 막아설 건 뻔하다.

그걸 잘 알기에 마왕 하킨이 앞서 마왕 케만의 관심을 막아버렸다.

“음. 상당히 비밀스러운 녀석이군.”

눈치가 아주 없진 않은지 마왕 케만도 아쉽다는 투로 입맛을 다셨다.

아마 속으로 궁금해 죽을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마왕 헤르게니아를 건들고 싶진 않은 모양이었다.

곧 두 손을 들고는 양보한다는 듯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궁금한 건 차차 풀면 되겠지. 시간은 많으니까.”

그래도 결국 알아야겠다는 거려나?

뭐 일단 이 정도면 나쁘진 않다.

마왕 케만이 내게서 뭔가를 알아낼 때쯤 되면 저 녀석이 죽어 있거나.

아님 알아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될 테니까.

“좋아. 이젠 대천사를 잡겠다는 네 말이 아주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않는군. 그래서 무슨 계획이지?”

감히 마왕 급도 아니면서 대천사를 잡겠다는 말을 하는지 굉장히 궁금한 듯 했다.

사실 마왕이 인간의 말에 이렇게나 귀를 기울이면서 말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있으니 저 마왕 케만이 아무 불만 없이 들어주는 거지.

보통 같으면 이미 한참 전에 목이 날아갔을 터.

물론 그런 마왕 케만의 관심을 끌만 한 뭔가를 꺼내놓지 않으면 마왕 헤르게니아가 있더라도 앞으로 적대적인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난 저 마왕 케만의 관심을 끌만 한 패를 꺼내놓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크게 흥미를 가질.

하지만 그 전에…….

“마왕 케만. 당신은 제가 대천사와 정면으로 붙을 자리를 만들어준다면. 확실하게 잡을 수 있습니까?”

이건 마왕 케만의 자존심을 건들만한 물음이었다.

내 계획은 둘째 치고.

과연 네가 대천사를 상대로 해서 반드시 이길 수 있겠느냐 하는.

도발에 가까운 이 질문은 당연히 마왕 케만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하! 감히 이 새끼가 지금 날 도발하는 거냐. 이 마왕 케만을 상대로?!”

그와 동시에 마왕 케만의 전신에서 강렬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고 주변의 모두에게 강한 압력이 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시스템 메시지에도 관련된 내용이 줄줄이 붉은 경고로 올라왔다.

《 경고! 신체가 강력한 마기에 노출됩니다! 》

《 마왕의 마기에 저항할 수 있는 수준 이하 스탯일 경우 경직과 공포에 걸립니다. 》

.

.

.

아쉽지만.

순수한 내 유저의 스탯만 가지고는 마왕의 압박에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믿는 구석도 없이 이런 말을 하진 않았다.

바로 내 옆으로 팔을 뻗은 마왕 헤르게니아의 마기가 마왕 케만의 마기를 그대로 바깥으로 흘려보냈다.

그러자 내 몸에 걸리는 마기의 압박이 순식간에 해소되면서 사라져버렸다.

시스템 메시지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게 바로 마왕과 유저의 차이가 아닐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유저는 마왕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순간 마왕 헤르게니아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마왕 케만을 노려보았다.

“누가 마음대로 내 것에 손을 대래?”

음…….

이건 표현이 좀 과한 것 같은데?

옆에서 재중이 형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한숨이 나왔다.

또 놀려먹겠네.

그런 내 생각과는 별개로.

마왕 케만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렇게까지 나를 보호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다소 인상을 구겼다.

곧 마왕 케만이 자신의 마기를 그대로 걷어 들이자 사방을 내리누르던 압력이 풀렸다.

마왕 하킨이 손을 들고 있는 걸 보면 상황이 안 좋아질 경우 바로 나서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보다는 마왕 헤르게니아의 대처가 훨씬 빨랐다.

어쩌면 마왕 하킨도 내가 위험해지면 마왕 헤르게니아가 어느 정도까지 나서나 궁금했을 수도 있고.

그리고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은 확실히 나왔다.

날 손대면 마왕 헤르게니아가 지체없이 반응할 거라는 걸.

결국 마왕 케만의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졌다.

괜히 건드려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테니까.

“마왕 헤르게니아를 봐서 한 번은 참도록 하지. 그렇지만 두 번은 없다. 이런 식으로 날 도발하는 건.”

확실히 한 번 참아주는 것도 마왕 입장에선 많이 참아주는 거다.

조금만 심기가 상하면 바로 목부터 날리고 보는 녀석들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

하지만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방금전 내 질문이 당신에겐 어려웠습니까? 마왕 케만?”

“뭐?!”

“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다시 기억해보시죠. 그리고 당신을 시험하기 위해 한 질문이 절대 아니라는 것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내 태도가 달라지자 이번엔 마왕 케만도 짜증을 내리누르고 아까의 질문을 되새겼다.

“대천사와 정면으로 붙을 자리…… 라고 했던가?”

“네. 핵심을 정확하게 집으셨군요.”

마왕 케만이 대천사와 붙어서 이기고 지는 건 애초에 그 다음의 문제다.

일단 붙어봐야 승패를 내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마왕과 대천사가 일 대 일로 붙을 기회는 생각보다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주변에 다른 마왕과 대천사가 있던가.

그들이 부리고 있는 병력들이 있던가.

서로 가만히 붙어보라고 적들이 기다려 주는 경우는 없다.

전쟁이라는 건 애초에 그런 거니까.

“다른 말로 기회라는 거죠. 대천사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흠…….”

흥미를 가지는 건가?

여기까지만 해도 일단 충분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다음부터니까.

“알다시피 여러 방해로 대천사와 정면으로 붙는 건 힘들 겁니다.”

“그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마왕 케만이 날 빤히 쳐다보자 곧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었다.

“완전히 단독으로 붙진 못하더라도. 대천사와 천사들이 고립되게는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만. 연합군들의 영웅들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요.”

이 성마대전은 단순히 마왕군과 천사군의 전쟁이 아니었다.

마왕군과는 달리 천사군은 인간의 연합군을 아군으로 삼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인간의 연합군이 마왕군의 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대표격인 영웅들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 과거 성마대전에서는 에센시아 제국의 영웅 중에 하나였던 절망의 기사 라첼 공작은 마왕들도 피해 다닐 정도로 그 강력함을 뽐냈다.

성마대전 최강의 영웅으로 불리는 레오나 에센시아와 카샤스 황제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마왕들 입장에서는 이런 존재들이 중간에 개입하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 에센시아 제국의 영웅들이 어느 수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들의 개입만 없어져도 마왕군은 훨씬 숨통이 틀 것이다.

“흠. 그건 꽤 흥미로운 이야기군.”

아마도 마왕 케만은 방금의 내 말에 어느 정도 승산을 가늠해봤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연합군 영웅들이 아니라면.

그건 바로 대천사들과의 일 대 일 상황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들은 전장에서 항상 같이 다닐 텐데? 어찌나 붙어 다니던지. 하나를 건들면 바로 우르르 튀어나오잖아.”

“네. 그럴 겁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에는요.”

“특별한 일이라. 그래도 그들을 서로 떨어뜨릴 방법은 잘 생각나지 않는군.”

모르긴 해도 마왕군의 마왕들도 꽤 연구를 많이 해봤을 것이다.

천사군과 연합군을 서로 떨어뜨릴 만한 방법을.

그럼 각개격파가 가능하니까.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잘 일어나지 않았다.

필요에 의해 서로 붙어있는 녀석들을 떼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마왕 하킨도 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는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긴.

만약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이미 한참 전에 써먹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왕 하킨과 마왕 케만을 잠시 쳐다보다가 두 개의 검지를 붙였다가 서로 떼어내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서로 싸운다면 어떻겠습니까?”

“음?”

“그들이 싸운다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 그런지 두 마왕의 관심이 내게 쏠렸다.

물론 천사군과 연합군이 서로 반목을 할 수는 있다.

단지 그걸 마왕군에게 내보이질 않았을 뿐.

조금만 약점이 보이면 바로 마왕군에게 물어뜯길 건데.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약점을 내보일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런 약점을 내보이고서라도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게 있었다.

에센시아 제국군이나 천사군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그러니까 무조건 여기서 약점이 생긴다.

그리고 이 약점을 물어뜯는 건.

바로 마왕 케만의 마왕군이 될 것이다.

“제게 꽤 괜찮은 정보가 있습니다만. 어떻게 한 번 물어보시겠습니까?”

지금 난 마왕 케만에게 내 장기판의 말로 올라설 건지 손을 내미는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마왕 케만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겠지만.

만약 이 마왕 녀석이 내 제안을 받고서도 무시해버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난 전혀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건…….

무조건 문다.

듣고 나면 반드시 물 수밖에 없는 패니까.

결국 궁금증이 극에 달한 마왕 케만이 먼저 내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한 번 들어나 보지. 만약 내가 듣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각오해야 할 거다.”

이만큼이나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화라도 내보겠다는 건가?

뭐 아무튼 좋다.

듣고도 아니라고 하면 내가 두 손을 들어야지.

“좋습니다. 그럼 한 번 들어보고 결정하시죠.”

그리고는 한 가지 정보를 풀었다.

“두 분 다 에센시아 제국에 있는 헤르마늄 광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죠?”

알고 모르는 걸 확인하고자 물어본 건 아니었다.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의도지.

“알고는 있다만. 그게 어떻다는 거지?”

“음. 아직 다 아시는 건 아닌가 보군요.”

“무슨 뜻이냐?”

“이 헤르마늄 광산은 꽤 특별합니다. 에센시아 제국과 천사군 둘 다에게 모두.”

그리고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이 광산은 대륙 최대 규모의 헤르마늄 광산입니다. 이게 뭘 뜻하는지 두 분 다 너무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그때 마왕 하킨이 먼저 감탄사를 터트렸다.

“최고 등급의 헤르마늄 광석!”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자 다시 웃으면서 물었다.

“자. 그럼 이제 왜 서로 싸워야 하는 건지 이해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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