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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76화 (1,376/1,404)

#1376화 침공 (5)

만약 맥크라이 장로가 우리의 제안을 받지 않고 드워프들과 함께 에센시아 제국에 끝까지 남는다고 하면.

그땐 우리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서 이곳에 바그날 대장로를 데리고 왔으니까.

플랜 A가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지.

물론 가장 좋은 건 맥크라이 장로가 우리 쪽으로 선을 갈아타는 거다.

그래서 특히 강조해서 말해주었다.

현재 마왕군이 지금의 침공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

고개를 돌려 레오나 에센시아와 바그날 대장로를 쳐다보자 그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다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그들이 맥크라이 장로를 설득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자리를 비켜주자 한참 동안 서로 대화를 하더니 이내 맥크라이 장로가 내게 말을 꺼냈다.

“흠…… 이거 참. 난감하군.”

바그날 대장로와 레오나 에센시아를 번갈아 쳐다보던 맥크라이 장로가 걸리는 게 있는지 결국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천사군이 개입할 수 있지도 않겠나?”

그런 맥크라이 장로의 물음에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확실하게 못 박아 대답해주었다.

“아뇨. 천사들은 이 일에 신경도 쓰지 못할 겁니다.”

그들은 이제 곧 다른 쪽에 눈이 돌아갈 테니까.

이미 천사군 쪽으로는 최상급 천사 이베스와 로엔을 보내두었다.

그리고 아마 지금쯤이라면 신의 성배에 대한 정보가 그들의 입을 통해 천사군의 상부에 들어갔을 것이다.

과연 대천사들이 신의 성배를 우선할 것인지.

여기 에센시아 제국을 우선시 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모든 전력을 에센시아 제국에 쓸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내 확신을 담은 대답에 맥크라이 장로의 표정이 굳게 변해버렸다.

그냥 예상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못을 박아버릴 정도의 확신 어린 대답이었으니.

무엇보다 이미 마왕군의 에센시아 제국의 침략을 맞춘 전력이 있으니까.

맥크라이 장로는 내 말을 아예 무시하지도 못할 것이다.

곧 맥크라이 장로가 눈빛을 번뜩이면서 내게 물었다.

“천사들이 에센시아 제국에 신경쓰지 못한다는 말은…… 어디선가 또 다른 일이 일어날 거란 예언인가?”

생각보다 예리하네.

에센시아 제국에만 눌러 살던 드워프지만 역시 장로 급 이상은 판단하는 게 다른 듯 했다.

“뭐 예언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여기서 어설프게 대답했다가는 맥크라이 장로의 선택을 흐리게 할 뿐이라 확실한 어조로 대답하니 곧 크게 한숨을 쉰 맥크라이 장로가 결정을 내린 듯 내게 말했다.

“휴. 좋네. 내 스승님을 봐서 이번엔 자네를 한 번 믿어보도록 하지.”

“후회 없으실 겁니다.”

어쨌든 맥크라이 장로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하나 없는 좋은 선택일 테니까.

“그럼 이제 내가 무엇을 해주면 좋겠나.”

확실히 넘어온 듯 하자 앞으로의 일을 말해주었다.

“일단 뜻이 맞는 드워프들과 아닌 드워프들을 분리해주시죠.”

“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네. 이 일은 새어나가는 순간부터 우리 쪽에 막대한 피해가 올 겁니다.”

“하지만 자네 말대로라면 남은 드워프들은 죽게 될 게 아닌가?”

걱정 어린 맥크라이 장로의 말에 바로 손을 저었다.

“아뇨. 어차피 모든 드워프들은 타란 제국으로 데리고 갈 겁니다. 다만 중간에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이 무거운 드워프들만 따로 선별해달라는 겁니다.”

“아. 그런 뜻이었군. 그렇다면 크게 어렵지 않네.”

애초에 모든 드워프들이 이 일이 동참할 것이라 여기진 않았다.

만약 그게 드워프 왕의 명령이라면 드워프들이 무조건 따르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실종 상태로 부재중이니까.

“안전을 위해 따로 피난을 가는 식으로 드워프들을 빼내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미리 준비한 우리 쪽 비공정들을 타고 타란 제국으로 출발할 거고요.”

“흠. 알겠네.”

“남은 드워프들은 헤르마늄 광산에 대기 시켜주면 됩니다. 미리 입구를 무너뜨릴 준비를 해놓고요.”

“정말로 할 작정이로군.”

“네. 시작했으니 이젠 끝을 봐야죠.”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손발을 자를 준비를 말이지.

***

그렇게 맥크라이 장로와의 협의가 끝나기 무섭게 전사 형에게 새로운 소식들이 연이어 들어왔다.

“에센시아 제국 주변의 왕국들 중 일부가 황제의 파병 요청을 거부했다.”

“으음. 일부인가요?”

“평소 에센시아 제국과 사이가 좋지 않던 왕국들이 우리가 흘린 소문을 듣고는 슬쩍 발을 뺀 것 같아. 아예 대놓고 빼지는 못하니까 천사군이 지원을 하면 우리도 같이 하겠다란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이야.”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두는 거네요.”

“그렇지. 자신들도 에센시아 제국이 망하게 되면 바로 직격타니까 나중에라도 끼어들 수 있는 여지 정도는 만들어주는 거지. 어쨌든 파병을 하면 되는 거니까.”

“그 시기가 다를 뿐이죠.”

전쟁 초기에 파병하는 것과 나중에 파병하는 건 입장 차이가 꽤 많이 달라진다.

만약 에센시아 제국이 자력으로 마왕군을 이겨냈을 경우에는 그때부터 지원하지 않은 국가들은 어마어마한 압력을 받아내야 한다.

반대로 마왕군에 에센시아 제국이 계속 밀리는 형국으로 간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국들의 입김이 강해지게 될 테고.

지원이 급한 건 에센시아 제국이 될 테니까.

뭐 혹시라도 아예 에센시아 제국이 배 째라고 드러누워 버린다면 다 같이 곤란해지니 주변국에서 그 상황까지 가게끔 손 놓고 바라보진 않을 것이다.

“아직 여유가 있다 이거지.”

“마왕군이 얼마나 진심인지 모르고요.”

마왕이 무려 넷이나 넘어왔다.

이건 애초에 적당히 할 생각 자체가 없는 거다.

지금이야 암흑 지대를 형성해 이쪽에 거점을 만든다고 잠잠할 뿐이지.

거점으로 쓸 땅에 대한 작업만 끝나면.

본격적으로 마왕군이 진격할 테니.

그리고 그런 일련의 작업 중에 하나.

에센시아 제국에 있는 헤르마늄 광산을 찾아 없애는 일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드워프들은 어떻게 됐어요?”

“일단 1차로 우리가 여분으로 가져온 비공정에 몰래 태워놨어. 곧 타란 대공령으로 출발할 거다. 그리고 우리 쪽에서 데려온 드워프들과 맥크라이 장로가 준비한 드워프들이 헤르마늄 광산에 도착했다고 하더라.”

“잘됐네요. 그럼 우리도 출발해 볼까요?”

곧장 우리 팀도 비공정을 타고 헤르마늄 광산 근처의 산에 도착해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인 녀석이 약속된 장소로 나타났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마왕군 1개 사단에 달하는 대부대가 지금 멀지 않는 곳에서 대기 중입니다.”

“생각보다 많은데?”

저 정도면 에센시아 제국 협곡을 넘어온 군단 중 거의 사 분의 일에 달하는 병력일 것이다.

“그리고 마왕 중에 한 분도 직접 오셨습니다.”

“흐음. 마왕이 직접 왔다라…….”

그만큼 마왕군 내에서도 이 일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일 거다.

어지간해서는 엉덩이 무거운 마왕이 직접 움직일 리가 없으니까.

“아예 이곳에 주둔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는 건가?”

내 물음에 베인 녀석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천사들과 전면전까지 고려해서 많은 병력을 책정했을 뿐입니다. 한데…….”

그러면서 베인 녀석이 의아하다는 듯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뭔가를 찾는 것마냥.

하지만 있을 리가 없지.

“헤르마늄 광산에 뭐가 많이 없지?”

“네. 이렇게까지 주둔 병력이 적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해서…….”

성마대전에서 헤르마늄 광산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곳 헤르마늄 광산의 중요도에 비해 너무 방어 병력이 없으니 의아해할 수밖에.

곧장 그런 베인 녀석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갓 협곡을 넘어온 마왕군이 여기 헤르마늄 광산의 위치를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안 그래도 헤르마늄 광산의 위치 자체가 주변에 험준한 산을 잔뜩 끼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곳에 있다고 알고 오면 모를까.

그냥 돌아다녀서는 절대 찾지 못 한다.

그동안 여기 위치가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굳이 병력을 더 파견해서 마왕군 눈에 띄고 싶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헤르마늄 광산에 대규모의 병력이 주둔하게 된다면 어떨까.

주변을 탐색하다가 보면 아무래도 이곳에 뭔가가 있겠거니 의심을 해볼 수가 있게 된다.

가만히 두면 들키지 않을 것을 굳이 일부러 드러낼 필요가 없다.

뭐 그런 방법도.

위치를 알게 되면 다 헛짓이지만.

딱 지금처럼.

혹시나 해서 베인 녀석에게 말해두었다.

“지금 여기 온 마왕이 혹시 함정일거라 생각한다면 접어두라고 해.”

“하하. 안 그래도 너무 방어 병력이 없어서 그런지 마왕님께서 그런 말을 하긴 했었습니다.”

당연한 거다.

막상 와보니 휑하니 아무것도 없으니.

가 마왕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터.

잘못해서 함정에 걸려 이곳에서 이 많은 병력을 날려 먹으면 마왕군 입장에서도 여간 손해가 아니니까.

“덕분에 걱정 없이 진격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 그럼 시작하라고 마왕에게 전해.”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베인 녀석이 나와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저 녀석. 아주 신났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요? 헤르마늄 광산이 실제로 여기 있으니까요.”

“그래. 베인 입장에선 마왕군에 엄청난 공적을 쌓은 셈이지.”

베인이 이미 쌓은 공적도 적지 않다.

어쩌면 정말 이번 기회에 남는 마왕 자리를 하나 꿰찰지도 모르겠다.

남는 자리가 있다면 말이지.

그렇게 얼마 지니자 않아 산 너머부터 대량의 무언가가 이동하면서 계속해서 커다란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군이 이동할 때나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이 진동은 굳이 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작했네요.”

“아아. 재밌는 구경하겠네.”

곧 그 진동에 헤르마늄 광산 방어 기사단과 병력들이 화들짝 놀란 듯 광산 안에서 우르르 뛰쳐나왔다.

“뭐야? 이 진동은?”

“무슨 일이지?”

그러다 누군가 마왕군을 발견했는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외쳤다.

“적이다!!”

“헉! 마왕군!!”

“모두 경계 태세!!”

설마하니 현재 에센시아 북부에 주둔하고 있을 마왕군이 이곳에 나타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듯 했다.

그것도 주변 산을 뒤덮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마왕군의 주력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몬스터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이건 거의 몬스터 웨이브나 마찬가지였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성벽도 없이 막아낸다?

어지간히 레벨 차이가 나지 않고서야 이건 거의 미친 짓이지.

외부에서 순찰을 돌던 병사들은 보고를 하기도 전에 이미 마왕군 병력에 싹 쓸려서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들이 보고라도 빨리 했다면 대처가 조금 더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뭐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에센시아 제국군 병력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몬스터 대군을 넋 놓고 쳐다보던 기사단과 병사들이 택할 방법은 이제 많지 않았다.

헤르마늄 광산을 목숨 걸고 지키느냐.

아니면 이대로 헤르마늄 광산을 버리고 튀느냐.

솔직히 그것마저도 결정할 시간이 너무 적었다.

곧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크게 외쳤다.

“당장 헤르마늄 광산 안으로 들어가서 버텨! 버티다 보면 지원군이 올 것이다!”

그 절박한 외침을 들은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호오. 꽤 나쁘지 않은 판단이네.”

“네. 하지만 그렇다고 안으로 들어가는 걸 두고 볼 순 없죠.”

괜히 녀석들이 들어가면 앞으로 일이 귀찮아 지니까.

지체없이 미리 드워프들이 내게 준 물건의 버튼을 꽉 눌렀다.

그러자 헤르마늄 광산 쪽에 크게 지진이라도 난 뒤 흔들리더니 곧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쿠우우웅!!

그리고는 바로 입구가 폭삭 주저앉으며 붕괴되었다.

어떻게든 광산으로 들어가서 버텨보려고 했던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들이 절망스런 눈빛으로 입구를 쳐다보며 외쳤다.

“안 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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