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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63화 (1,363/1,404)

#1363화 밀수 (6)

카샤스 황제, 레오나 에센시아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일정을 회의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바깥으로 나갔던 아이샤 타란이 한 인물을 데리고 집무실로 되돌아왔다.

드워프 대장로 바그날.

전에 레오나 에센시아의 르아 카르테를 맡겼을 때.

거의 드워프 왕과 같은 복구 능력을 보여줬었다.

그 덕분에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정령왕을 르아 카르테에 깃들게 할 수 있었을 테고.

이미 능력 면에서는 충분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을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인데…….

사실 이쪽은 장담하기 힘든 일이다.

원래의 성마대전 역사에서 바그날이 전면에 직접 등장하는 일이 없기도 했거니와.

이렇게 꼬여버릴 대로 꼬여버린 역사에 그가 개입할지도 의문이었다.

성향을 전혀 모르니…….

아이샤 타란의 눈치를 보아하니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슬쩍 카샤스 황제를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믿을 수 있다는 뜻이려나…….

“바그날 대장로는 입이 무거운 편이지.”

“단순히 무거운 정도로는 안 돼.”

“흠. 하긴 그렇겠군.”

곧 카샤스 황제가 바그날 대장로를 보면서 말했다.

“바그날 대장로. 이곳에서 듣고 보는 모든 것들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 이상 이야기를 들을 거라면 확실히 입을 다물라는 뜻을 바그날 대장로에게 전달하자 곧 그의 굵은 눈썹이 움찔했다.

“흠. 날 여기까지 부른 것을 보면 보통 일은 아니겠군요.”

“네. 타란 제국의 명운을 건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바그날 대장로가 진지한 눈빛으로 아이샤 타란을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자상하면서도 그러면서 걱정하는 눈빛을 감추지 않은.

딱 그런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너도 관련되어있는 일이냐?”

“저도 타란 제국의 재상이니까요.”

“휴우. 이거 참.”

그러더니 바로 레오나 에센시아를 쳐다보았다.

“정령신의 검의 주인인 에센시아의 황녀도?”

“네. 이번엔 그렇게 됐어요.”

“흠. 타란 제국과 에센시아 제국 모두가 걸친 일이라…….”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바그날 대장로가 한껏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필시 전쟁이겠군.”

음.

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날카롭다.

재중이 형이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불멸> 일단은 드워프 종족의 차기 수장이니까. 저 정도 판단은 할 수 있겠지.

<주호> 그래도 놀랍긴 하네요. 단 몇 가지 사실만 듣고도 핵심을 찌르는 게.

<불멸> 어쩌면 바그날 대장로는 대륙의 국가들이 얽힌 일들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드워프들이 없는 국가는 없을 테니.

<주호> 확실히 그렇겠네요.

바그날 대장로가 카샤스 황제를 빤히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닙니까?”

그러자 카샤스 황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해주었다.

“이건 속일 수가 없겠군요. 네. 전쟁이 맞습니다. 다만…….”

“다만?”

“타란 제국은 이 전쟁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카샤스 황제가 한껏 궁금함을 부풀리자 결국 바그날 대장로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여기서 더 들으려면 입을 무겁게 하라는 말이겠군요.”

“네.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곤란하니까요.”

카샤스 황제가 곤란하다고 쉽게 말했지만.

그 결과의 끝은 타란 제국의 멸망이다.

이 차이를 잘 파악한 듯 바그날 대장로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을 꺼내 들었다.

“이번 타란 제국성의 지하에서 일어난 일들은 천사들의 소행입니까?”

그 말에 카샤스 황제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시선이 바그날 대장로에게 가서 박혔다.

<불멸> 호오. 이것 봐라? 스스로 조사를 한 건가?

<주호> 네. 아니면 절대 모를 일이잖아요.

<불멸> 역시 최상위 NPC 답네.

우리가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 그들도 어딘가에서는 자신들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드워프 대장로의 활발한 호기심은 무너진 제국성 지하로 향했고.

거기서 대천사의 흔적을 분명히 찾아냈을 거다.

카샤스 황제가 이번 역시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대천사입니다.”

“흐음. 역시 그들이 꽤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있었군요.”

그런 바그날 대장로의 말에 카샤스 황제가 눈빛에 이채를 띠였다.

“이미 알고 있었습니까?”

“전 황제가 제국성으로 천사들을 자주 불러들였습니다만. 설마 지하에서 키메라까지 만들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대천사까지 연관되다니…….”

아무래도 바그날 대장로는 이전부터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봐 온 듯 했다.

“혹, 이번 전쟁이 천사군과도 관련이 있습니까?”

그 물음에 카샤스 황제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렇군요.”

곧 바그날 대장로가 알겠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럼 타란 제국이 꽤 위험하겠군요. 아무리 봐도 현재의 타란 제국의 전력으로는 천사군의 공세를 막기 힘들 겁니다.”

그의 평가는 생각 이상으로 정확했다.

거기다 이어지는 말은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사실 에센시아 제국 쪽에 있는 제 동족들에게서 급한 전보가 들어왔었습니다.”

“무슨 연락이었습니까?”

“몸을 피할 수 있다면 당장 타란 제국을 떠나라는 전언입니다.”

그 말에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몸이 굳어버렸다.

<불멸> 이거…… 예상보다 에센시아 제국의 움직임이 훨씬 빠른데?

<주호> 그러게요. 주변국들의 눈치 정도는 볼 줄 알았는데.

최소한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여겼는데.

지금 바그날 대장로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당장 타란 제국과 에센시아 제국의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드워프 대장로에게 타란 제국을 뜨라고 경고까지 할 거라면.

이미 에센시아 제국에 있는 드워프들이 모두 알만큼 전쟁 준비가 활발히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카샤스 황제를 보면서 말했다.

“이젠 더 늦출 수 없겠는데?”

내 말에 카샤스 황제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둬야겠군.”

그러더니 카샤스 황제가 바그날 대장로를 보면서 말을 꺼냈다.

“대장로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꽤 위험한 일이 될 겁니다.”

“흠. 들어보고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제국의 황제가 위험하다고 할 정도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된다.

현재 드워프 왕이 없는 상황에서 다음으로 직위가 높은 대장로가 무작정 허락하기에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만약 그가 죽기라도 하면 남아 있는 드워프 족 전체가 흔들릴 테니까.

곧 카샤스 황제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

즉 마왕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고 해줄 수 있는 내용을 전부 말해주었다.

“으음. 그래서 에센시아 제국에 있는 헤르마늄 광산을 무너뜨려 달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최소한 에센시아 제국의 진출을 늦출 수 있습니다.”

“흠.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텐데요?”

역시 드워프 짬밥을 먹을 만큼 먹은 대장로였다.

중간에 뭔가가 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러자 카샤스 황제가 확신에 찬 말투로 말을 꺼냈다.

“곧 에센시아 제국의 영토를 마왕군이 침략할 겁니다.”

이번엔 바그날 대장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정학적으로 에센시아 제국은 마왕군과 직접 마주칠 일이 없는 위치에 있으니까.

“설마 베르마 제국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겁니까?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

맞다.

있을 리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는 절대 베르마 제국이 무너지지 않으니까.

당연히 베르마 제국에 있는 드워프들에게도 정보가 들어올 터.

그런 그가 아니라고 하면 당장은 아닌 거다.

“아닙니다. 다른 곳으로 마왕군이 침략합니다.”

“흠. 확실히 믿어도 되는 이야기입니까?”

그러자 카샤스 황제의 눈빛이 번뜩였다.

저건 기회를 잡았다는 거려나.

“네. 오히려 당장 에센시아 제국에 있는 드워프들을 피신시켜야 하는 상황일 겁니다. 곧 에센시아 제국 수도가 불타오를지도 모르니까요.”

“이거 참.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라…….”

하지만 지금 이야기 상대는 타란 제국의 황제다.

황제가 여기서 농담 따먹기나 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그 누구보다 바그날 대장로가 잘 알 것이다.

“만약 정말 마왕군이 침략했는데 드워프들이 에센시아 제국에 남아 있다가 전부 죽기라도 하면…….”

“음…….”

현재 드워프 왕이 없는 상황에서 바그날 대장로는 드워프 족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었다.

지금이야 모두가 인간군의 영역에서 보호받으면서 지내지만.

그 상황이 달라진다면.

행동을 달리할 이유가 될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바그날 대장로에게 말을 꺼냈다.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흠. 늦었지만 새 대공이 된 걸 축하하네. 설마 타국의 왕자가 타란 제국의 대공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군.”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고.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내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바그날 대장로가 내 말을 유의 깊게 들을만한 위치는 된다는 거다.

“일단 이렇게 하도록 하죠. 에센시아 제국에 정보망이 있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럼 마왕군이 침략하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평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닐세.”

아예 관심이 없었다면 또 모를까.

어쩌면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대처하는 방법도 몇 배는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왕군이 정말 타란 제국의 수도까지 침략을 한다고 가정해보면요?”

“바로 드워프들을 피신시켜야겠지.”

“그 와중에 한 가지 일을 더 해주면 고마울 겁니다. 미리 준비해놓은 상태라면 어렵지 않을 테고요.”

내 말의 핵심은 꽤 명확했다.

그냥 미리 헤르마늄 광산을 무너뜨릴 준비를 해놨다가.

정말 마왕군이 침략하면 행동을 취하면 된다.

우리는 미리 정보를 주고.

바그날 대장로는 드워프들의 안전을 보장한다.

이 정도면.

꽤 나쁘지 않은 거래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는 대장로의 입맛에 맞추기는 어렵겠지.

여기서 조금 더 추를 더 올려준다.

그것도 아주 무거운 추를.

“피신하는 드워프들을 안전하게 타란 제국으로 이동 시킬 비공정을 준비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을 전부 대공령에 도착하도록 도울 테고요.”

“대공령? 타란 제국 수도가 아니라?”

“네. 추가로 대공령에 에센시아 제국의 비밀 연구 시설과 맞먹는 규모를 갖춘 새 연구 시설을 만들 겁니다.”

“흠. 그건 구미가 땡기는군.”

드워프들이 에센시아 제국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비밀 연구 시설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에센시아 제국은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 중인데…… 대공령에서 그게 가능하겠나?”

맞는 말이다.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제국이 휘청거릴 정도로 자금을 밀어주고 있으니까.

그만한 자금을 고작 대공령 한 곳에서 감당할 수 있겠냐는 뜻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당연히 바그날 대장로의 시선은 카샤스 황제에게로 갔다.

그러자 카샤스 황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란 제국 황제의 이름을 걸고 에센시아 제국만큼 예산을 밀어드리겠습니다.”

물론 저 돈은 내게서 나온다.

정확하게는 베르탈륨 광석을 마왕군에게 파는 자금으로.

거기에 더해 헤르마늄 광석을 타란 제국으로 밀수하는 자금도 더 해서.

한 마디로.

절대 자금이 부족할 일은 없다.

이게 카샤스 황제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이유다.

물론 이 작업은.

카샤스 황제에게도 절대 나쁘지 않다.

에센시아 제국의 비밀 연구 시설에 있는 드워프들을 몽땅 빼 올 수 있다면.

당연히 타란 제국의 기술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될 터.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카샤스 황제의 확답을 듣자 바그날 대장로도 마음이 흔들린 듯 연신 고민하는 눈빛을 보였다.

드워프들의 안전과 연구 시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추는 기운다.

그리고 여기서 아예 쐐기를 박아버린다.

“추가로 베르탈륨과 헤르마늄을 무한대로 공급해드리겠습니다.”

“흐음……!”

이건 절대 에센시아 제국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베르탈륨 광산이 없으니까.

반대로 난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연구하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새 연구 시설에서.”

당연히 그들의 연구 성과는.

내가 먹어치울 것이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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