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40화 (1,340/1,404)

#1340화 키메라 (16)

처음부터 답은 내가 가지고 있었다.

마신의 파편 중에 하나인 마검.

피를 매개체로 해서 강력해진다는 점은.

키메라의 오벨리스크나 마검이나 똑같았다.

그럼 이제 누구의 물건이 더 강할지가 문제인데…….

내 손에 들린 마검을 내려다보자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와서인지 마검이 부르르 떨면서 기뻐하는 듯 했다.

어쩌면 눈앞의 적을 발견해서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키메라가 갑자기 꺼낸 마검을 쳐다보더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껏 한 번도 본적 없는 무기라 더 신경 쓰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굉장히 꺼려한다는 듯한 인상을 감추지 못 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아는 거려나?

마검은 마신의 파편 중에 하나였다.

그 말은 곧 키메라의 신체를 구성하는 천사의 특성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무기라는 뜻이었다.

“카아악!”

곧 키메라가 천사의 날개와 마룡의 날개를 동시에 펼치면서 사방으로 거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일단 자신이 승기를 가졌다고 생각해서인지 키메라가 도망가거나 하진 않았지만.

이쪽을 충분히 경계하는 것은 확실하다.

바로 고개를 돌려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며 말했다.

“전에 그거 다시 쓸 수 있어?”

“뭐?”

“그…… 중력 스킬.”

“메가 그래비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다시 한 번 나와 마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 그거 쓰면 전투 못하는데? 괜찮겠어?”

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힘을 다해야 쓸 수 있는 광역 스킬이라는 것 정도는.

동시에 전투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그 스킬이 필요했다.

다시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쟤. 싸우다 튀면 곤란하거든.”

“헤에…… 자신 있나 봐?”

“완전히는 아니지만. 적어도 반반은 되지 싶은데.”

“흐응. 일단 해볼게. 하지만 밀린다 싶으면 알지?”

“그땐 알아서 해.”

그리고는 바로 전사 형을 불렀다.

“전사 형. 헤르게니아 보호 좀 해주세요.”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어 키메라가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달려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했다.

전사 형도 내가 꺼내든 마검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잡을 수 있냐?”

“해봐야죠.”

“오케이.”

챠밍과 막내별, 나르샤 누나에게도 전사 형을 따라 후방 지원을 부탁했다.

다들 알겠다는 듯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내 옆은 재중이 형, 이쁜소녀.

그리고 카샤스 대공만 남았다.

거기다 테이밍한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까지.

바로 카샤스 대공을 보면서 말했다.

“몸빵 맡아줄 수 있지?”

전사 형이 빠진 자리는 카샤스 대공이 맡아줘야 했다.

무엇보다 고대 마룡이 있으니까.

적어도 정면에서 싸워도 밀리지는 않을 터.

“알았다.”

사실 테이밍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큰 도움이 안 되어서 좀 난감할지도 모르겠다.

뭐 우리도 테이밍한 고대 마룡이 이렇게까지 약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으니 할 말이 없기도 했고.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에게도 전달했다.

“양 사이드 부탁해요.”

“제대로 한 방 먹일 순간이 필요하다 이거지?”

“뭐 그렇죠.”

이쁜소녀 역시 뇌전을 끝없이 뿜어내는 극(極) 토르를 들고는 자신 있게 휘둘렀다.

“맡겨줘요.”

“그래. 잘해보자.”

곧 마왕 헤르게니아가 일대에 광역 스킬을 시전했다.

【 메가 그래비티! 】

그러자 전과 같이 강력한 중력이 걸리면서 모두의 신체를 강력한 힘으로 내리 눌렀다.

정확하게는 땅에 끌려 내려 간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동시에 키메라 역시도 그런 중력의 힘에 눌려 기분 나쁘다는 듯 괴성을 질렀다.

“키아악!”

전에 이 스킬로 인해 하늘에서 추락하다시피 땅에 처박힌 기억이 있을 테니까.

당연히 키메라가 마왕 헤르게니아를 노려보다가 천사와 마룡의 날개를 동시에 펼쳐서 가속을 걸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압도적인 속도를 내던 초가속은 마왕 헤르게니아의 중력 스킬에 눌려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었다.

그러자 곧장 용신화를 건 카샤스 대공이 키메라의 정면에 붙었다.

중간에서 카샤스 대공의 용신검과 키메라의 오벨리스크 검이 맞부딪히는 순간.

좌우로 갈라진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고대 마룡의 창과 극(極) 토르를 휘둘러 키메라를 압박했다.

새로 가세한 이쁜소녀의 극(極) 토르에서 뿜어지는 뇌전이 닿을 때마다 키메라의 신체가 움찔거리면서 점점 공속이 느려지는 것이 보였다.

마룡의 힘을 흡수한 게 오히려 속성 면에서 단점으로 적용한다고 해야 하나.

이전 같으면 무시할 토르의 뇌전이 지금은 완전히 적용되어 키메라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 덕에 더욱 느려진 키메라가 힘겹게 셋의 합격을 막아내는 그림이 나왔다.

뒤쪽에서는 고대 마룡이 연신 검은 용암들을 뿜어내면서 공격했고.

그 공격들을 무마하기 위해 키메라가 똑같은 검은 용암들을 시전해서 맞부딪혔다.

콰과광!!

공중에서 수없이 많은 마법들이 부딪혀 사라지는 동안 다시 우리 팀이 달려들어서 키메라를 공격하자 키메라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카아악!!”

그런 전투를 지켜보다가 괜찮겠다 싶어 마검을 복사했다.

【 웨폰 카피! 】

하나로는 부족해.

아예 양손에 마검을 하나씩 들고는 스킬을 시전했다.

《 오랜 세월 피를 흡수하지 못해 상태가 약화되어 있습니다. 》

《 피를 흡수시킬수록 점차 봉인이 풀립니다. 》

《 봉인된 마검이 소유자의 체력을 흡수합니다. 》

《 마검을 유지하는 동안 체력이 소모됩니다. 》

《 경고! 마검이 체력을 강탈합니다. 잔여 체력 99/100% 》

《 경고! 마검이 체력을 강탈합니다. 잔여 체력 98/100% 》

.

.

적당한 먹이를 던져 주지 않으면.

마검은 내 체력을 매개체로 해서 작용한다.

지금도 꺼내는 순간부터 계속 내 체력을 갉아먹으면서 그 상태를 유지했다.

마검이 두 개다 보니 체력이 깎이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고.

《 마검이 소유자에게 피의 고유 버프를 시전합니다. 》

그래도 먹은 게 있으니 내게 고유 버프를 걸어주었다.

“그래. 이제 밥값 좀 하자.”

곧 마검의 검신 한 가운데가 밀려나듯 벌어지면서 검날이 마치 두 개가 된 것처럼 형태가 변형되었다.

그것도 양쪽의 검들이 동시에.

“좋아.”

일단 한 번 해볼까.

바로 싸우고 있던 키메라의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며 마검들을 휘둘렀다.

그러자 키메라가 팔을 뒤로 휘두르면서 내 공격을 오벨리스크 검으로 막아냈다.

그런데 순간.

녀석의 오벨리스크 검과 마검의 검신이 중간에서 닿자마자 바로 내 체력이 확 차오르는 게 보였다.

《 마검이 높은 등급의 몬스터의 피를 다량 흡수해 원래 보유한 힘의 일부를 회복합니다. 》

《 봉인된 마검이 높은 등급의 피를 대량으로 흡수했습니다. 》

《 마검이 소유자에게 피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

《 마검이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잔여 체력 100/100% 》

항시 유지되는 마검의 패시브 스킬.

드레인 블러드.

타격 시 흡혈하는 마검 고유의 스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벨리스크의 피를 흡수하는 것마냥 오벨리스크에서 붉은 기운이 그대로 빨려나와 마검에 흡수되어 버렸다.

“카아악?”

그러자 키메라가 당황했는지 바로 오벨리스크 검을 뒤로 빼내었다.

“어딜.”

아예 내 쪽에서 달려들어 연신 마검들을 휘두르자 키메라도 어쩔 수 없이 오벨리스크 검을 휘둘러서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검과 오벨리스크 검들이 부딪힐 때마다 계속해서 붉은 기운들이 빨려나와 마검으로 흡수되어 갔다.

동시에 내 체력은 계속해서 차올랐고.

이 정도면 그냥 체력 자체가 깎이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마검이 내 체력을 갉아먹는 속도보다.

흡수해서 피의 회복을 걸어주는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마검이 완전 천적인데?”

“그러게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잘 통할 줄은…….”

어느 정도 위협은 될 거라 예상했지만.

설마 압도할 수준으로 차이가 날 줄은 나도 몰랐다.

그리고 연신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왔다.

《 마검이 높은 등급의 몬스터의 피를 다량 흡수해 원래 보유한 힘의 일부를 회복합니다. 》

이 시스템 메시지 자체가 점점 마검이 강해지고 있다는 걸 뜻했다.

그동안 마검을 키우기 위해 고생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끝없이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왔다.

특히 그 속성상 마검 자체가 천사 계열의 존재에게는 극상성을 띈 무기였다.

여기에 용의 속성을 무력화시킬 수만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일단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키메라가 화들짝 놀라서 내게서 도망가려고 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오죽했으면 고대 마룡에게 날리던 검은 용암을 내게 집중해서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달려들어 검은 용암들을 마검으로 빗겨 쳐내 죄다 하늘로 날려버렸다.

그 덕분에 내 체력이 조금 깎였지만.

상관없다.

바로 키메라에게 달려들어 마검들을 휘두르자 키메라가 어쩔 수 없이 다시 오벨리스크 검으로 막아내었고.

마검과 닿자마자 그대로 체력이 채워져 원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 키메라의 뒤로 고대 마룡이 쏘아낸 검은 용암들이 폭격해서 터졌다.

콰과광!!

“카하악!!”

너무 내 쪽만 신경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쪽에서 빈틈이 났고.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재중이 형의 고대 마룡의 창이 연신 키메라의 몸을 긋고 지나갔고.

촤아악!!

이쁜 소녀의 극(極) 토르가 키메라의 등짝을 후려쳤다.

퍼어엉!!

동시에 카샤스 대공의 용신검이 키메라의 날개들을 찢듯이 갈라냈다.

콰지직!!

동시에 챠밍과 나르샤 누나 쪽에서 냉기 마법과 화살들로 지원이 들어왔다.

콰드득!

안 그래도 느려졌는데 빙계 스킬에 발이 묶이고.

끝없이 보이지 않는 화살들이 날아와 정신을 흐트러뜨렸다.

쐐애액!

퍼퍽!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게.

이전과는 달리 나르샤 누나의 빛 속성 화살도 잘 먹혔다.

우리 팀의 공격을 하나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결국 키메라의 손발이 방어를 위해 바쁘게 휘둘러졌고.

그 사이로 내가 달려들었다.

푸우욱!!

계속 나만 주시하고 있어도 막기 힘든데 한눈을 팔았으니.

마검들이 키메라 녀석의 가슴에 박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자 아주 신난다는 듯 마검들이 키메라의 몸에서 붉은 기운들과 피를 잡아 끌 듯이 뽑아내기 시작했다.

꿀럭! 꿀럭!

“카아악!!”

순간 키메라가 날개들을 확 펼치자 녀석의 몸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풍압이 터져 나오며 우리를 한꺼번에 튕겨냈다.

그와 함께 주변으로 수많은 오벨리스크 파편들을 띄워 방어막을 구축해 자신을 방어했다.

전에 거대한 오벨리스크 방패를 만드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오벨리스크로 결계 같은 것을 만들어 신체를 보호하는 듯 했다.

“정말 여러 가지로 써먹네.”

“그러게요.”

“아마도 저 상태로 회복부터 하려는 모양이다.”

“그럼 안 되죠.”

내구도가 다해 곧장 부러질 것 같은 복사한 마검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다시 한 번 마검을 복사해냈다.

그러자 이전보다 훨씬 진한 형태의 마검이 생성되었다.

“여기서 녀석을 잡죠.”

그리고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다들 멀리 떨어져요.”

“괜찮겠냐?”

“네. 절대 안 져요. 마검이 있으면.”

“그래. 알았다.”

이제부터는 키메라와 나의 싸움이다.

곧 재중이 형을 비롯한 모두가 키메라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지금 쓸 스킬은 우리 팀이 다 휘말릴 수 있는 스킬이라.

바로 키메라에게 걸어가자 녀석이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 저 녀석이 겁을 집어먹은 거려나?

그럼 더 좋고.

선행 스킬.

【 피의 축제! 】

피의 축제를 쓰자마자 내 체력과 마력이 끌려 내려갔고.

동시에 내 등 뒤로 검붉은 빛의 날개가 확 펼쳐져 나왔다.

끈적이고 불길해 보이는 그 붉은 날개는 바로 먹이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떨어진 키메라에게서 피를 강제로 뽑아내서 날개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힘에 이끌려 피가 억지로 끌려오는 광경은.

마치 오벨리스크가 제물의 결계 안에서 피를 흡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강도나 밀도가 이쪽이 월등히 강하다는 것이 다를 뿐.

“키아아악!!”

키메라고 오벨리스크고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피가 뽑혀 나와 내 등 뒤의 붉은 날개로 흡수되는 광경은.

꽤 볼만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 피의 축제는.

상대의 체력을 퍼센트 단위로 뽑아내는.

그야말로 미친 스킬이었다.

동시에 마검에 흡수된 피로 인해서인지 시스템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 마검이 높은 등급의 몬스터의 피를 다량 흡수해 원래 보유한 힘의 일부를 회복합니다. 》

.

.

하.

설마 잘하면 여기서 마검의 봉인을 끝까지 풀 수도 있으려나?

무려 한 제국의 모든 생명을 흡수한 오벨리스크였다.

그걸 전부 흡수할 수 있다면…….

따로 노가다할 필요가 없었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마검을 앞으로 흔들어 보이며 키메라에게 말했다.

“네 덕분에 마검 완성 좀 시켜 보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ia.kr

ISBN : 979-11-6181-251-9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