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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12화 (1,312/1,404)

#1312화 위장 (15)

마엘리타가 과거 성마대전에서 어떤 방법을 써서 대천사가 되었는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애초에 그런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모르고.

아마 찾아본다 해도 남아 있는 것도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이미 상위 유저들이 먼저 알아내지 않았을까.

적어도 우리 쪽에서 모른다는 건.

어지간해서는 다른 녀석들도 모른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엘리타에게 미끼를 던져 보았다.

일단 마엘리타 녀석이 생각하기에 난 대천사로 보일 테니까.

그런 내가 하는 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대천사…… 말입니까?”

“그래. 대천사.”

대천사가 되는 방법이 어디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아닌데 너무 쉽게 장담을 하자 마엘리타가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마엘리타 입장에서는 고대 마룡의 힘을 제물의 결계로 흡수해서 본인이 차지하는 게 가장 빠르고 완벽한 방법일 것이다.

사실 천사가 고대 마룡의 힘에 반발력이 있을지는 우리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저 마엘리타가 그게 맞다고 믿어주는 게 최선일 터.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슬쩍 말해주었다.

“네 말이 맞아.”

“그래?”

“어, 고대 마룡의 힘을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존재는…… 아마도 용마족 정도밖에 없을 거야.”

“용마족?”

용마족이라고 하니 한 존재가 떠올랐다.

아스티아.

그리고 고대 마룡의 둥지를 지키고 있던 그 정체 모를 용마족 녀석.

그 정도가 용마족에 대해 내가 아는 전부였다.

“마족의 힘과 용족의 힘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존재는 용마족 뿐이니까.”

“그럼 천사는?”

“흐응. 거의 극상성이겠지? 용족이나 마족 그 어디의 속성도 쓸 수 없으니까.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만약 억지로 흡수한다면?”

“그러면 네 추측대로 반발이 일어나서 중간에 터져 죽을걸?”

다른 이도 아닌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이었다.

마왕 헤르게니아는 천사들의 힘을 오랜 기간 연구했으니까.

적어도 다른 이들보다는 이해도가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오벨리스크로 흡수한다고 해도?”

“응. 고유 속성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 순수하게 마력만 뽑아낸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걸로는 상위 존재가 되진 못 해. 전에 말한 대로 양만 많아 봐야…….”

“의미가 없다는 거군.”

“그래.”

이로써 확신이 섰다.

지금 이곳에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마엘리타가 대천사가 되지 못 한다.

결국 마엘리타 녀석이 제대로 삽질했다는 뜻이기도 했고.

마왕 헤르게니아의 설명으로 확신이 서자 더 자신감 있게 마엘리타에게 말했다.

“네가 용마족이라면 모를까. 아니면 고대 마룡의 속성이 성 속성이었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내 확신 찬 말에 마엘리타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그리고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약간 자조 섞인 말투로 말을 꺼냈다.

“역시 그렇습니까…….”

“이미 알고 있었나?”

내 물음에 마엘리타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흐음.

마엘리타도 알고 있었는데 그냥 밀어붙인 거였나.

하긴.

제물의 결계를 쓸 정도의 녀석이 거기까지 고려하지 않고 움직였을 리는 없을 터.

그런데 실패 확률이 월등히 높은데 시도를 했다?

이건 아직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뭔가 다른 방법으로 힘을 전환할 수 있다던가…….

혹은.

정말로 타란 제국 황제를 강하게 만들려고 했을 수도 있고.

자신이 오벨리스크의 힘을 차지하고 위험 부담을 가져가던가.

아니면 타란 제국 황제를 밀어주고 다른 방법을 찾던가.

일단은 선택지는 여러 개니까.

시도해볼 만한 모험이기는 했겠지.

최악의 경우.

그냥 타란 제국을 버리고 뜨면 되는 일이었다.

그 뒤에 다른 천사들에게 추적을 받겠지만.

거기까지 준비를 해놓았다면야…….

“뭐 지금까지는 실패에 가깝잖아?”

그러자 마엘리타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군요.”

그리고는 하늘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고대 마룡과 타란 제국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나 역시 시선을 올려 전투를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마 타란 제국 황제는 네가 오벨리스크를 가로챌 수 있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걸?”

“음…….”

이건 확실하다.

타란 제국 황제는.

쉽게 남을 믿는 놈이 아니었다.

거기다 남 뒤통수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그런 녀석이 마엘리타를 끝까지 믿고 간다라…….

이건 말도 안 되지.

마엘리타가 제물의 결계와 오벨리스크에 대한 제안을 했을 때부터.

녀석은 마엘리타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그런 놈이니까.

“만약 네가 중간에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했다면 타란 제국 황제는 가차 없이 네 목을 날렸을 거야.”

지금까지 마엘리타가 살아 있는 건.

몰래 오벨리스크를 빼돌리려는 행동을 아직까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금은 타란 제국 황제가 더없이 강해진 상황이었고.

조금만 수 틀리면 마엘리타 목 정도는 어린애 손목 비틀 듯이 손쉽게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말에 마엘리타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이제껏 자신이 타란 제국 황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여겼겠지만.

반대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걸 인지했을 테니.

“의심스러우면 지금 오벨리스크로 돌아가 봐. 어떻게 되나.”

그러면서 아예 타란 제국성으로 가는 길을 비켜주자 마엘리타가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마엘리타는 갈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타란 제국성으로 돌아가면.

그 순간 바로 타란 제국 황제가 고대 마룡을 상대하는 것을 멈추고 마엘리타부터 처리하러 들 테니까.

결국 마엘리타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게 말했다.

“휴. 절 너무 시험하시는군요.”

“내가 그랬나?”

“제가 혹해서 달려가길 원했던 것 아닌가요?”

“설마.”

남들 몰래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다는 건.

그만큼 지능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 녀석이 판을 깔아준다고 죽을 자리로 뛰어들 리는 없다.

대천사로 만들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마엘리타는 속으로 계산기를 계속 두들기고 있었을 터.

한참을 고민하던 마엘리타가 결국 고개를 저으며 먼저 내게 물어왔다.

“하. 좋습니다. 제게 뭘 원하십니까?”

“음. 딱히 원하는 건 없는데?”

“네?”

내 어이없는 대답에 다시 마엘리타가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분명히 자신에게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하게 자신을 설득했을 텐데.

막상 물어보니 원하는 게 없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그게 말이…….”

“네게 원하는 건 없어. 지금은.”

원한다고 해도 그걸 지금의 마엘리타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뭔가를 요구하기에는.

겨우 넘어온 마엘리타가 다른 마음을 품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지금은 말입니까?”

의문스럽게 물어보는 마엘리타에게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어. 괜히 쓸데없이 나서서 잘 되어 가고 있는 판을 엎지 말라는 뜻이야.”

과연 이걸 마엘리타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나도 의문이긴 한데.

무언가를 생각하던 마엘리타가 곧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설마…… 지금 저 전투가 대천사께서 원하시는 상황이었습니까?”

“음.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지.”

고대 마룡을 우리 손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막강하다는 말을 하기에는 대천사의 면이 안 서니까.

적어도 마엘리타 녀석이나 다른 최상급 천사들이 보기에는 대천사는 강력한 모습이어야 했다.

뭐 그렇다고 고대 마룡을 단독으로 상대할만한 대천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굳이 나서서 밑천을 깔 필요는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이 상황을 수긍하는 마엘리타에게 궁금했던 다른 한 가지를 물어보았다.

“너와 함께 있던 녀석들은?”

“아…… 쉬에르와 에멘스 말씀이십니까?”

“그래. 너를 도울 거면 위험한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러자 마엘리타가 다소 자조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녀석들도 중앙에서 밀려난 녀석들이니까요.”

마엘리타는 전사 형에게 들어서 대천사가 된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두 천사 녀석들은 아니었다.

미래의 가능성만 보면 마엘리타가 압도적이긴 한데.

과연 앞으로 쓸모가 있을 건지 아닌지는 아직 판단이 안된다.

적어도 당장 방해를 하진 않을 것 같으니 일단 두고 봐야 하나?

그때 마엘리타가 계속 궁금했었는지 결국 내게 물어보았다.

“소속을 알고 싶습니다.”

얼핏 보면 하극상에 가까운 멘트이긴 한데.

빤히 마엘리타를 쳐다보자 녀석도 지지 않고 나를 마주 보았다.

“제가 가진 모든 패를 포기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떤 패를 잡아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싶습니다만.”

녀석 역시 그간 해온 작업들을 전부 포기해야 할 판이라…….

어떻게 보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말이었다.

“중앙 천사군 감찰원 소속이다. 대답이 되었나?”

그 말을 듣자마자 마엘리타가 깜짝 놀란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설마하니 이곳에 중앙 감찰원 소속의 대천사가 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아마 자신이 생각하기에.

천사군 내에서 자신은 그만한 거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들은 감찰원은 진짜 거물들만 상대하는 그런 기관이었으니까.

고작 일개 천사 하나 잡자고 감찰원의 대천사가 여기까지 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믿을 수가 없군요.”

“어떤 점이?”

“전 감찰원에서 절 계속 주시할 만큼의 위치가 아닙니다.”

예상했던 대로 현실 파악은 확실하네.

“후방 말단에 불과한 천사를 쫓자고 대천사가 여기까지 오는 것도 웃긴 일이죠. 제물의 결계를 쓴 것도 얼마 되지 않는데.”

마치 뒤처리를 확실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혹시라도 증거를 남겼었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엘리타에게 다시 웃으면 말했다.

“그런데 난 여기 있네?”

곧 표정을 굳힌 마엘리타 녀석이 내게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천사가 고작 자신 때문에 이곳 타란 제국에 왔다고 생각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곧 졌다는 듯 내게 물었다.

“절 추적하신 게 아니라면…….”

“왜 널 잡아가지 않나 해서 궁금해?”

“솔직히 그렇습니다.”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튀겠다는 표정이라…….

생각보다 의심이 많은 녀석이네.

곧 시선을 뒤로 돌리자 마엘리타의 시선도 내가 본 방향으로 돌아갔다.

“현재 타란 제국은 내전 중이지. 그걸 이용하고 있는 게 너뿐이라고 생각했나?”

내 발언에 마엘리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정확하게는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

그곳에는 대기 중인 카샤스 대공군의 진영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곳을 쳐다볼만한 이유는.

한가지 밖에 없지.

“설마…… 카샤스 대공군의?”

“아주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 아니네.”

입가에 미소를 보이고는 마엘리타에게 말을 꺼냈다.

“현재 중앙 천사군은. 카샤스 대공. 그와 손을 잡은 상태다.”

순간 마엘리타가 더 없이 놀란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그리고는 곧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전…… 중간에 얻어 걸린 겁니까?”

“굳이 말하자면 그렇게 된 셈이려나?”

그러니까 처음부터 마엘리타를 잡으러 온 게 아닌.

애초에 카샤스 대공군을 지원하다 보니 중간에 마엘리타가 튀어나온 그림이 되어 버렸다.

곧 마엘리타를 보면서 제안했다.

“카샤스 대공군에 붙어. 그럼 그간 있던 일은 전부 무마시켜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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