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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58화 (1,258/1,404)

#1258화 먹고 먹히는 싸움 (2)

접속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들도 모두 서버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전사 형은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확인했다.

“이야. 진짜 일 벌였네.”

이미 바깥에서 대략적인 작전을 들은 상태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

“생각보다 잘 된 것 같죠?”

“그러게. 이렇게 쉽게 낚이는 건가?”

“저도 이 정도까지 호응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나서는 길드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탈 것을 타고 날아오르는 광경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지 꽤 많은 유저들이 계속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었다.

나르샤 누나도 그 광경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야. 벌써 반은 떠났네.”

카샤스 대공령에 머무르고 있던 유저들 중 거의 반수가 지금 이 상황 때문에 자리를 떠버렸다.

챠밍과 이쁜소녀, 막내별도 놀란 듯이 하늘을 쳐다보다가 이내 관심을 접었다.

이젠 그 수를 세고 있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버려서.

그런 그들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앉아서 구경이나 하죠.”

재중이 형은 피식 웃더니 아예 내 옆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불은 다 질러놓고 구경만 하게?”

“세상에서 제일 재밋는 게 불구경이라면서요.”

비록 가까이 가서 구경할 순 없겠지만.

이미 방송 BJ들이 올리고 있기에 방송 채널만 틀어봐도 구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실피드는 반납 안 하고?”

“으음…… 조만간 돌려줘야죠.”

카샤스 대공에게 빌려서 마치 내 것처럼 쓰고 있자 하는 말이었다.

솔직히 좀 아쉽긴 했다.

실피드를 대신할만한 탈 것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고대 마룡과 속도전을 했을 때, 꼬리를 잡혀도 빠져나갈 수 있는 개체는 정말 몇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실피드는 역시 아쉽다.

가능하다면 영구 대여라도 하고 싶지만 카샤스 대공도 곧 움직여야 하니 이건 돌려줘야겠지.

그러다 인벤에 있는 하나의 알을 떠올렸다.

만약 용신의 파편에 다른 쓸모가 없었다면 바로 질러봤겠지만.

아쉽게도 용신의 파편은 하나뿐이라.

무엇보다 이 용신의 파편은 고대 마룡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아직은 소모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지.

“다른 탈 것은 구할 수 없을까요? 실피드에 준하는 녀석이면 좋겠는데.”

그러자 전사 형이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대답했다.

“있겠냐.”

“역시 없겠죠…….”

“그래도 찾아보면 있긴 하겠지. 키로아 같은 것도 있고.”

“그건 타란 황제 거잖아요.”

실피드야 빌릴 수라도 있지만.

키로아는 애초에 무리다.

“카샤스 대공한테 말해보던가.”

“전에 물어봤는데 없어요.”

“하긴. 실피드 같은 게 여러 마리 있을 리가.”

탈 것으로만 한정하면 타란 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용 계열이 성마대전 통틀어 가장 성능이 좋았다.

지금 이곳 카샤스 대공령에 들어온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용들을 구경 다니는 게 괜한 이유가 아니었다.

어딜 가도 찾아보기 힘든 용들이 존재하니까.

물론 타란 제국의 수도에 더 좋은 개체들이 있겠지만.

그곳은 좀 전까지만 해도 고대 마룡과 싸우던 중이라 접근조차 힘들었다.

그때 전사 형이 몇 가지가 기억났다는 듯이 말했다.

“흐음. 아마 마룡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나마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마룡요?”

“어. 마족 쪽에도 용 계열 탈 것은 분명히 있으니까. 고대 마룡도 어떻게 보면 그런 마룡 계열의 끝판왕이고. 마룡 중에서 제일 성능 좋은 녀석은 실피드 만큼은 될 걸?”

그리고 먼가를 더 떠올렸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더 깊게 내려가면 지저에 피닉스 같은 탈 것도 있고. 그러고 보니 빙룡도 있겠네.”

피닉스.

이전에 피닉스의 알 때문에 마계 경매장이 발칵 뒤집혔었다.

내가 경매장에서 사서 마왕들이 내게 접근하기도 했었고.

피닉스의 알만으로도 그 정도였는데.

그 모체가 되는 피닉스라면 말 다했지.

빙룡은…….

옆에서 듣고 있던 챠밍이 전사 형에게 물었다.

“빙룡이면 빙룡왕 시튜러스 말하는 거예요?”

“어. 전에 마왕 벨라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기도 해.”

스컬 드래곤을 잃고 마왕 벨라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존재.

그게 빙룡왕 시튜러스였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확실히 빙룡왕 정도면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와도 해볼만 할 것 같아요.”

“그렇겠지? 그쪽도 재앙이라고 불리는 네임드 중에 하나니까.”

빙룡왕 시튜러스.

추정 레벨 900.

레벨만 따지면 마왕 헤르게니아와 거의 맞먹는다.

그런데 이쪽은 레벨이 의미가 없는 게.

시튜러스 쪽이 거대 네임드이기 때문이다.

고대 마룡과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용들의 끝판왕 쯤 되려나.

얻을 수만 있다면.

이만한 탈 것이 또 없다.

“아크 드래곤이 있었으면 이런 고민은 안 해도 될 텐데…….”

그때 갑자기 마왕 헤르게니아가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 찾았어?”

“너 말고.”

“늦게 왔네?”

“딴 소리는.”

아크 드래곤을 만들거나 수선 가능한 인물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유일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전에 재료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으니 이번에도 아마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이번엔 마왕 헤르게니아가 조금 다른 말을 했다.

“실피드를 제물로 만들면 약하긴 해도 쓸 순 있어.”

마왕 헤르게니아가는 지금 내가 실피드를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어서 저런 말을 했겠지만.

“아쉽게도 그랬다가는 내가 먼저 카샤스 대공에게 죽을 걸.”

실피드는 카샤스 대공이 지닌 최고의 탈 것이었다.

이걸 소모한다는 걸 그야말로 죽여 달라는 뜻이다.

“아쉽네.”

“어차피 그렇게 해도 아크 드래곤만큼 강하게는 못 만들잖아.”

내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실피드를 희생할 이유가 없어.”

지금도 단순히 도망가는 일만 한다면.

나와 챠밍의 조합으로 어느 정도 가능했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응?”

“고대 마룡처럼 헤르마늄 광석이나 베르탈륨 광석을 잔뜩 먹이면 강해져.”

그 말에 순간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분명히 전에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예전의 상태가 아니었다고 했었지.

베르탈륨 광산의 광석들을 흡수해서 더 강해졌다고.

이건 좀 혹할 수 있겠는데…….

지금 그 베르탈륨 광석들은.

나와 챠밍이 어마어마하게 보유 중이었다.

타란 제국이 보유 중이던 베르탈륨 광석들 중에 거의 반에 가까운 양을 훔쳐왔으니까.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물량이다.

순간 챠밍과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고민을 하던 챠밍이 고개를 저었다.

“실피드는 안 될 거예요.”

“역시 그렇겠지?”

강하게 만든다고는 하나 역시 카샤스 대공이 문제였다.

빌린 물건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쉽네.”

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혹시 다른 탈 것들도 베르탈륨 광석의 힘을 먹이면 강해지는 거야?”

“응? 당연한 걸 왜 물어봐?”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마왕 헤르게니아가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그런데 마룡 계열이 아니면 안 돼.”

“응?”

“너 이곳의 용들을 강하게 만들려는 거잖아.”

“뭐 그렇지.”

“베르탈륨 광석의 기운은 이곳의 용들과는 상반되니까. 그렇게 하면 다 죽을 거야. 그리고 애초에 보통의 용들은 베르탈륨의 기운을 못 받아들여. 특수 개체만 가능해.”

“아. 그런 거냐. 그런데 실피드는?”

“걔는 아크 드래곤처럼 만들면 돼. 양쪽 힘을 다 받아들일 수 있게.”

“역시 안 되겠네.”

결국 베르탈륨 광석이 많긴 한데.

써먹을 데가 없다는…….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혹시 마룡이 섞여만 있어도 가능한 거야?”

“응? 아마도?”

그리고는 곧장 인벤에서 그 알을 꺼내놓고는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가능하겠어?”

정체불명의 알.

꼭 사라고 마왕 헤르게니아가 신신당부했던 물건이었다.

알을 잠시 살펴보던 그녀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쓸 수 있어. 고대 마룡의 피가 섞였으니까. 베르탈륨의 기운도 그냥 받아들일 거야.”

“그럼 어떻게 되는데?”

“성장이 굉장히 빨라질 테고. 꽤 강해지겠지? 기본 혈통이 있으니까 일정 수준까지는 확실히 성장할 거야.”

그 말에 바로 미소 지었다.

마왕 헤르게니아에 따르면 이 알은 고대 마룡과 실피드의 혈통을 조금이나마 타고 난 알이었다.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궁금한지 내게 물었다.

“얘한테 베르탈륨 광석을 먹이려고?”

“어. 왜 안 돼?”

“아니. 그런데 걔 성장시키려면 굉장히 많이 들어갈 거야. 너 돈 많아?”

내가 소유한 베르탈륨 광산은 이미 고대 마룡이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지 오래였다.

거길 다시 캘 수 있게 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테고.

그래서 물어보는 거겠지.

곧 우리 팀과 함께 카샤스 대공이 전에 쓰라고 내어준 별채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 안에다가 가지고 있던 베르탈륨 광석들을 쏟아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걸 보고는 깜짝 놀란 듯 외쳤다.

“와. 너 타란 제국이라도 털었어?”

“어떻게 알았냐?”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이만한 물량은 타란 제국 아니면 보유하기 힘들잖아.”

“……너무 정확해서 할 말이 없네.”

“진짜 털어온 거야?”

그러자 그간 있던 일들을 말해주었더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너 진짜 마왕답다. 적의 본진을 털다니.”

“칭찬…… 이겠지?”

마왕에게 마왕답다는 말을 들으면 아마도 칭찬일 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이 정도의 양이라면 다른 마왕도 섭외가 가능할 수도 있을 텐데.

베르탈륨 광석 자체가 마왕들의 무구에 들어가는 재료니까.

“이거 마왕들이 보면 혹하겠지?”

내 물음에 잠시 베르탈륨 광석들을 몇 개 들어 살펴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니. 얘들은 마왕의 무구를 만들기에는 순도가 너무 낮아.”

“그래?”

“응. 베르탈륨 광석들도 다 등급이 있는데. 얘들은 그냥 일반 광석들이야. 초고순도의 베르탈륨 광석이 아니면 의미 없어. 힘을 비축하기 위한 용도라면 모를까.”

“그냥 써도 아쉬울 게 없다는 거네.”

“이런 순도라면 펑펑 써도 돼.”

간단하게 말해 순도가 낮아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있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 같은 물건을 이 베르탈륨 광석으로는 만들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전에 고대 마룡이 있던 베르탈륨 광산의 최하층 정도에서 캐야 그 정도 순도가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만한 순도의 베르탈륨 광석을 소모품으로 쓰는 건 진짜 낭비일 테고.

타란 제국에서도 이 베르탈륨 광석의 보관이 그렇게 허술했던 이유가 어느 정도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마왕의 무구를 만들 정도의 초고순도였다면 절대 그런 식으로는 보관하지 않았을 터.

정확하게는 몰라도 그 정도 순도의 베르탈륨 광석은 따로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미 모으는 족족 무구로 만들었던가.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내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별 것 없다는 듯 답했다.

“그냥 그 알. 베르탈륨 광석 안에 파묻어.”

“그럼 돼?”

“응. 알아서 베르탈륨 광석의 힘을 흡수할 거야. 그리고 네 피. 조금 묻혀주고. 각인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쉽네.”

방식은 전에 아퀼라스 주니어를 습득할 때와 거의 같았다.

베르탈륨 광석에 파묻는 것만 빼고.

얼마나 써야 할까 고민을 하는데.

챠밍이 아이셔스 스태프를 꺼내더니 자신도 가지고 있던 베르탈륨 광석들을 냅다 옆에다 들이부었다.

“그거 좀…… 많이 쓰는 거 아닐까?”

무려 창고 두 개 분량의 베르탈륨인데.

그러자 챠밍이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이왕 할 거. 많이 먹이면 좋잖아요.”

으음.

어째 얘가 나보다 더 손이 큰 것 같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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