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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55화 (1,255/1,404)

#1255화 타란 제국 내전 (11)

역시 들킨 건가…….

솔직히 끝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들켜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할 수 있었다면 마지막 베르탈륨 창고까지 털어버리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게도 베르탈륨 광석을 터는 일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다.

저 후작으로 불리는 용기사단장이 내게 검기를 날렸다는 건.

그만큼 의심을 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

여기서 발뺌을 해봐야 큰 의미도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시도 정도는 해볼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시선을 앞으로 두면서도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퇴각로를 감각으로 계속 훑는 중이었다.

정면은 역시 안 되겠고.

용기사단이 우르르 몰려 있는 곳으로 빠지는 건 최악의 수다.

그리고 우측의 통로.

이쪽도 마찬가지.

아직 털지 못한 멀쩡한 베르탈륨 창고가 있는 방향이라 그런지 그쪽으로는 용기사단들이 생각보다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왼쪽의 통로밖에 답이 없나.

감각으로 쭉 살펴보니 외쪽의 통로는 이미 털린 베르탈륨 창고가 있던 방향이라 그런지 용기사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측으로 가면 챠밍이 있는 비밀 통로로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을 테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돌파할 순 없다.

여기서는 다소 돌아가더라도 포위를 안 당하는 방향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자마자 바로 몸을 옆으로 빼면서 금속의 정령을 불러들였다.

“파티는 여기까지.”

지금 상황을 잘 아는지 금속의 정령도 눈가에 짙은 긴장감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튈 거야?”

“어, 조금만 더 버티면 못 빠져나가.”

지금도 용기사단장의 지휘하에 속속들이 용기사단들이 모여 들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일 분 정도만 더 지체하면 정말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용기사단장이 처음에 검기를 날리고 난 뒤.

날 빤히 바라보면서 다시 물었다.

“넌 누구냐. 어떻게 베르탈륨 광석들을 훔쳐갔지?”

저 후작 녀석은 이미 처음부터 내가 확실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리고는 계속 내 시선을 끌려는 듯 질문을 해왔다.

“훔쳐간 베르탈륨 광석은 어디 있나? 당장 내놓지 않으면 네 녀석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

어차피 잡으면 살려줄 생각도 없으면서.

그런 용기사단장을 속으로 비웃으며 품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내 정체가 들킬만한 르아 카르테나 테르타로스 같은 경우에는 지금 상황에 꺼내 보일 순 없었다.

대천사의 검 라페르나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마검은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껏 한 번도 외부로 꺼내 놓은 적이 없으니까.

특히 주변에 다른 유저가 없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마검을 꺼내 들자 순간 용기사단 전체가 흠칫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 피의 축제! 】

나를 제외한 범위 안에 있는 모든 녀석들에게 광역으로 피를 흡수해오는 마검의 절대적인 스킬.

피의 축제를 쓰자마자 내 등 뒤로는 거대한 핏빛의 날개가 쭉 뻗어 나와 사방의 모든 용기사단들에게 피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크아악!”

“커억!”

갑자기 체력과 마력이 바닥을 보이듯 빨려 나갔지만.

그보다는 정면의 모든 용기사들이 괴로워하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게 먼저였다.

저 녀석들의 체력 역시 마검이 미친 듯이 빨아들이고 있을 테니까.

물론 이걸로 녀석들을 완전히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 빨아들이고 있는 와중에도 다른 용기사단들이 멀리서부터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오는 중이라.

만약 한 번에 몰아놓고 썼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피의 축제는 내 마력을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다.

이건 이 스킬의 유지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풀썩거리면서 쓰러지는 용기사단의 중심에 있던 용기사단장은 그나마 체력이 많아서 쓰러지지 않고 버텼지만.

그만큼 많은 체력을 마검에게 빼앗기고 있는 중이었다.

“너…… 이 놈! 마족이었냐!”

용기사단장이 저런 오해를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마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마족의 그것과 같아 보이려나?

등 뒤로 거대한 피의 날개가 펼쳐져 있는데.

마검 역시 붉은 기운을 넘실넘실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거기에 사방은 용기사단에게서 뽑혀 나온 핏빛으로 가득 차 있으니.

누가 봐도 지금의 내 모습은 마족의 그것과 유사할 것이다.

뭐 저런 오해를 해주면 더 좋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제대로 한 번 해볼까.

목소리를 확 깔면서 용기사단에게 말했다.

“크크크. 잘 모아두었더군. 이 베르탈륨 광석들은 우리 마왕님께서 요긴하게 쓰실 것이다.”

“감히…… 마족 따위가 여기가 어디라고!!”

“고대 마룡에 시선이 팔려서 경계를 느슨히 한 대가다. 덕분에 쉽게 들어왔지.”

내 말에 용기사단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마지막 기운을 끌어모아 내게 수십 발의 검기 다발을 쏘아 냈다.

그런 검기들을 핏기로 가득 둘러싸인 마검을 휘둘러 일일이 쳐내자 곧 검기가 흔적도 없이 허공에서 흩어져버렸다.

지금 마검의 상태는 저 녀석들의 체력을 잔뜩 빨아들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 정도 검기 다발 정도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한다.

용기사단장이 최선을 다해 쏘아 낸 검기 다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거해버리자 녀석의 눈이 놀람으로 크게 떠졌다.

적어도 피해 정도는 줄 수 있다고 생각 했으려나?

“고작 이 정도냐. 용기사단장도 별 볼 일 없군.”

대충 남은 마력 잔량을 보자 피의 축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초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여유 부리고 있을 틈이 없네.

판단이 서자 바로 몸을 뒤로 빼서 비어있는 통로 쪽으로 빠르게 튀어 나갔다.

일단 피의 축제로 용기사단을 눌러놨으나 추가로 다른 용기사단들이 몰려오면 답이 없으니 여기서는 바로 빠지는 게 답이었다.

다행히 피의 축제에 걸린 녀석들도 바로 몸을 추스르지 못해 곧장 뒤따라오진 못했다.

조금 떨어지자 방어구를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로 변경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 전투 형태 변형! 】

《 마왕 올펠 플레이트가 마력을 소모하여 전투 형태를 유지합니다. 》

《 해당 마왕의 능력 중 일부가 마왕 올펠 플레이트에 깃듭니다. 》

【 이중 가속! 】

【 엑셀레이션! 】

그리고는 르아 카르테를 꺼낸 뒤.

베르탈륨 광석 역시 꺼내서 광석에 있는 마력을 흡수했다.

곧 바닥까지 내려갔던 마력을 몇 개의 베르탈륨 광석을 소모시켜 채울 수 있었다.

일단 마력 걱정은 덜었나.

감각으로 살펴보자 쓰러졌던 용기사단들이 회복되었는지 일제히 내가 온 방향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 역시 가속을 쓸 수 있는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따라붙기 시작했고.

거기다 추격에 능한 녀석이 있는 것인지 흩어지지도 않고 정확히 내가 달려온 방향대로 따라오고 있었다.

특히 용기사단장으로 생각되는 녀석이 굉장한 속도로 따라붙었다.

이건 꽤 곤란하네.

바로 챠밍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지금 빠져나가는 중.

<챠밍>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주호> 응. 그런데 추격이 붙었어. 그것도 용기사단 전체가.

<챠밍> 설마 따라잡혔어요?

<주호> 아니. 아직.

그러자 잠시 뭔가를 생각했는지 말이 없던 챠밍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챠밍> 일단 여기까지만 와요.

<주호> 떨쳐낼 방법이 있어?

<챠밍> 네. 완전히 떨어뜨리진 못 해도. 적어도 막아낼 방법은 있어요.

<주호> 알았어. 바로 갈게.

챠밍이 같이 있기 때문에 좀 돌아서 녀석들을 떨어뜨리고 가려고 했는데 챠밍은 다른 생각이 있는 듯했다.

곧장 가속을 더해 움직이면서 달려나가자 어느새 우리가 처음 들어왔던 비밀 통로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바깥에 나와 있던 챠밍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마검에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까지 착용하고 있었으니.

“전투가 있었어요?”

“아니. 잠깐. 나머진 나가서 말 해줄게.”

내가 달려온 뒤쪽을 바라보자 저 멀리서 용기사단이 정확히 우리 방향으로 쫓아오는 중이었다.

아마 이곳 역시 발견할 터.

그러자 챠밍이 날 먼저 비밀 통로로 들여보내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아이셔스 스태프를 앞으로 내밀었다.

차징 중이었나?

“그건?”

“여길 아예 막아버릴 거예요.”

그리고는 그대로 얼음 방벽을 소환해 비밀 통로 전체를 막아버리기 시작했다.

풀 차징이 된 상태라 그런지 어마어마한 규모로 얼음 방벽이 생성되어 비밀 통로 전체를 틀어 막아버렸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

챠밍이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말했다.

“여기에 제 마력을 다 썼어요.”

“휘유. 대단하네.”

확실히 이 정도 규모의 얼음 방벽이면 용기사단 전체가 두들겨도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왕급의 화염 계열 마법이라도 난사하지 않는 이상에야.

혹은 그만한 위력을 가진 필살기라도 써야 겨우 구멍을 낼 수 있을 터.

그리고 내가 알기로 그만큼 강력한 기술을 보유한 녀석은 적어도 저 용기사단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밀 통로가 아예 봉쇄되어버린 상황이라…….

“그 후작이라는 녀석이 꽤 당황하겠는데.”

“네? 누구요?”

“아. 용기사단장인데 되게 눈치가 빠르더라고. 그 녀석만 아니었으면 남은 베르탈륨 창고도 털었을 텐데 말이야.”

“아쉽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 방벽 반대편에 용기사단이 도착했는지 북적이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얼음……? 여기에 무슨 얼음이……!”

“뭐해? 당장 부수고 들어가! 녀석은 이쪽으로 갔다!”

곧 각자의 기술을 써서 열심히 얼음 방벽을 두들겨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왕!!

콰콰쾅!!

콰아앙!!

하지만 챠밍이 마왕의 스태프로 만들어낸 얼음 방벽은 견고해서 절대 부서지지 않았고.

반대편에서는 용기사단장의 악에 바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젠장! 빨리 부수고 지나가! 마족이 도망가게 둘 거냐!!”

마족이라는 말에 챠밍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자 그저 웃으면서 마검과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를 가리켰다.

“연기 좀 했지.”

잠시 그 상황을 생각하던 챠밍이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깜빡거리면서 물었다.

“설마 마족이 베르탈륨 창고를 털어간 것처럼 하고 왔어요?”

“음. 처음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지들이 알아서 오해하더라고.”

내 말에 챠밍이 더없이 재밌다는 듯 미소 지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그럼. 이제 나가요. 저 얼음 방벽이 무한은 아니거든요.”

“그래. 가자.”

어쩌다 보니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베르탈륨 광석들을 긁어모았고 덕분에 타란 제국 수도의 방어 시스템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아니.

당장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다섯 개의 베르탈륨 창고 중에 무려 네 개를 털어버렸으니.

남은 하나의 분량으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젠 추가적으로 베르탈륨 광석을 긁어모으려고 해도 절대 불가능했다.

저 분량도 꽤 오랜 기간에 거쳐서 쌓아뒀을 테니.

딱 하나 남은 방법이 있다면.

우리가 발견한 최대 매장량의 베르탈륨 광산을 쓰는 것뿐인데.

이미 그곳은 고대 마룡이 나오면서 폐허에 가깝게 변해버렸거든.

거기다 이제와서 겨우 캐낸다고 해도 언제 여기까지 가져올까.

비밀 통로를 나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용신의 파편을 꺼내 놓으니.

그에 반응이라도 하듯.

통로 천장이 폭격으로 인해 크게 울려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곧장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타란 제국 수도. 곧 함락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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