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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33화 (1,233/1,404)
  • #1233화 깨어나는 마룡 (11)

    용마족의 뜻하지 않은 도움으로 인해 아이샤 황녀를 카샤스 대공이 빼돌린 이상.

    우리가 녀석들을 공격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이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카샤스 대공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곧 아이샤 황녀를 데리고 카샤스 대공이 내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이샤 황녀가 꽤 걱정되는 모습이었다.

    피를 철철 흘리는 아이샤 황녀를 끌어안고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면 말이지.

    “일단 누님을 회복시켜야…….”

    “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챠밍을 불렀다.

    <주호> 이쪽 먼저 부탁해. 아이샤 황녀는 아직 죽으면 안 돼.

    <챠밍> 알았어요.

    바로 챠밍과 막내별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고 곧 아이샤 황녀에게 힐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사 형과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도 주변에서 호위를 섰다.

    전사 형을 쳐다보면서 당부했다.

    “황제는 반드시 아이샤 황녀를 노릴 거예요. 절대 아이샤 황녀를 황제에게 내어주면 안 됩니다.”

    “당연하지. 겨우 빼왔는데 말이야.”

    일단 방어력은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상당히 높긴 한데.

    그래도 걱정되는 건.

    카샤스 대공만큼이나 빠르고 강한 타란 제국 황제가 치고 들어오는 걸 막기 쉽진 않을 것이다.

    옆으로 온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말했다.

    “여차하면 아이샤 황녀를 들고 튀어.”

    “헤…… 그래도 돼?”

    일단은 이쪽도 마왕이니까.

    쉽게 잡혀주진 않을 것이다.

    “할 수 있겠어?”

    “넌 대체 마왕을 뭘로 보는 거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허리에 손을 척 얹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단순히 저 녀석을 피해 다니는 거라면. 어렵지 않아.”

    역시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옆에서 회복되어가는 아이샤 황녀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봤다지만 어쨌든 카샤스 대공의 혈육이기도 하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터.

    하지만 그녀는 따로 해주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곧장 레오나 에센시아를 보면서 당부하듯 말을 꺼냈다.

    “지금부터는 정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러면서 옆에 있는 카샤스 대공과 아이샤 황녀를 바라보자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야 단순히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카샤스 대공을 도운 셈이지만.

    타란 제국 황제가 카샤스 대공과 완전히 척을 진 상황이라.

    여기서 레오나 에센시아가 계속 카샤스 대공을 돕게 되면 입장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곧 레오나 에센시아의 눈빛이 확연히 바뀌면서 내게 물었다.

    “에센시아 제국의 사절로서 결정하라는 건가요?”

    “네. 이제부터는 타란 제국의 내전입니다. 만약 레오나 황녀가 여기서 손을 거들게 되면…….”

    “타란 제국의 내전에 공식적으로 에센시아 제국이 개입하게 되는 셈이겠네요.”

    “그렇죠.”

    솔직히 여기서 그녀가 빠지면 공백이 너무 커지게 되어서 부담이 크지만.

    당장 에센시아 제국의 사절로 온 그녀가 이곳에서 내전에 참가하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된다.

    그것도 타란 제국 황제 쪽이 아닌.

    카샤스 대공의 편에 서서 말이지.

    아마 단순히 외부에서 본다면.

    에센시아 제국이 카샤스 대공을 필두로 한 반란군 세력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야 어차피 있으나 없으나 하는 로가슈 왕국이라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그녀는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레오나 에센시아가 어떻게 나서느냐에 따라 앞으로 거대한 제국 둘의 관계가 확연히 틀어진다.

    졀대 쉽게 결정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잘못하면 에센시아 제국 내에서 그녀의 입지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일이기도 했고.

    잠시 고민하던 레오나 에센시아가 카샤스 대공을 잠시 쳐다보고는 짙은 미소를 지으면서 결정을 내렸다.

    “카샤스 대공을 돕도록 하죠.”

    그런 레오나 에센시아의 결정에 카샤스 대공이 놀란 눈빛을 보였다.

    정치적으로 이건 반드시 문제가 된다.

    그걸 모를 카샤스 대공이 아니니까.

    카샤스 대공이 레오나 에센시아를 걱정하는 듯 물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도움 받은 것도 있고…….”

    “단순히 그런 것만으로 결정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큰…….”

    “아뇨. 위기라서 외면하는 건 도망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난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이전에 카샤스 대공이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호의인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레오나 에센시아는 이미 결정을 한 모양이었다.

    하긴 이 정도 성정은 되어야 이전 성마대전 시대의 최강의 영웅을 했겠지.

    위기 앞에서 이런 이유로 도망갈 정도였다면.

    절대 그런 영웅이 되지 못했을 터.

    바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에센시아 제국의 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러자 레오나 에센시아가 역시 짙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요.”

    순간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불멸> 큭. 얘도 참 대책 없네.

    <주호> 그러게요.

    <불멸> 그래서 더 마음에 드네. 최강의 영웅을 해먹을 만도 해.

    재중이 형 역시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좋아요. 결정했다면…… 지금부터는 타란 제국의 병력을 잡아야 합니다.”

    조금은 의외인 듯 레오나 에센시아가 내게 물었다.

    “목표는 황제가 아닌가요?”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물론 지금이 킹을 잡을 좋은 기회이긴 해도.

    굳이 용마족과 잘 싸우고 있는데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망칠 생각도 없었다.

    지금도 용마족과 카베스 황제가 아주 신나게 붙어 싸우고 있는 중이라.

    괜히 끼어들어서 불똥 튀는 건 사양이거든.

    “그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저 녀석들이죠.”

    바로 용마족이 상대했던 공작들.

    그리고 휘하의 귀족들까지.

    우리가 그들을 잡지 않으면 바로 용마족과의 싸움에 끼어들어서 황제를 빼내려고 할 것이다.

    당장 타란 제국 황제를 우리가 공격한다고 해도 저들이 나서면 결국 제자리거든.

    지금도 쓰러졌던 공작들이 겨우 몸을 일으키는 중에 타란 제국의 병력들이 사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레오나 에센시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수를 줄여 볼게요.”

    “무리는 하지 마세요.”

    우리가 필요한 건 시간이다.

    딱 그 시간만 벌면 돼.

    바로 화련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일이 틀어졌어요.

    <화련> 아. 또 왜?

    <주호> 제국 황제가 칼을 들이밀었거든요.

    <화련> 쯧. 결국 그럴 것 같더라니.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내전?

    화련이 물어보는 건 확실하게 노선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는 이미 정해 놨겠지만.

    <주호> 먹을 게 큰 쪽으로 가야죠.

    <화련> 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주호> 어차피 지금 와서 타란 제국 황제에게 붙어봐야 좋을 꼴을 못 볼 거예요.

    <화련> 그러게. 목이 안 날아가면 다행이겠지.

    화련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딱히 타란 제국 황제의 편에 서봐야 우리가 얻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서 죽지 않으면 다행.

    반대로 카샤스 대공에게 붙으면.

    <화련> 잘 되면 바로 공신이네.

    <주호> 네, 나쁘지 않죠?

    무려 인간 쪽 전체 세력의 거대한 기둥 중에 하나인 타란 제국의 공신이 되는 거다.

    화련 입장에서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기도 하고.

    <화련> 안 되면 쪽박이기는 해도. 넌 미리 생각해 둔 게 있겠지?

    역시 화련이다.

    내 자신만만한 계획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주호> 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면 바로 실행할 겁니다. 아. 그러기 전에 도움을 좀 주셔야겠어요.

    내 말에 화련이 알겠다는 듯 말했다.

    <화련>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거 아냐?

    <주호> 뭐. 좀 그렇죠.

    일단 고대 마룡의 봉인지에 들어오긴 했는데.

    당장 타란 제국의 병력들에 포위당한 상태라.

    거기다 우리 쪽에는 부상자도 있고.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결국 외부에서의 도움이 필요했다.

    <화련> 그럴 줄 알고 이미 불러놨어. 내 영지에서 대기 중이던 카샤스 대공의 병력들 전부 다.

    <주호> 아주 마음에 드네요.

    화련의 일처리 속도가 아주 좋았다.

    딱 필요한 시점에 말이지.

    <화련> 그럼 열심히 빠져나와 보라고.

    <주호> 네. 이따 보죠.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도움을 기다려야 할 때다.

    재중이 형이 옆으로 와서는 물었다.

    “어때? 화련은?”

    “네. 준비 끝났다네요. 대기 중이던 카샤스 대공의 병력을 전부 끌고 왔어요.”

    “좋네. 하지만 저항이 있을 거야.”

    “네. 아마 그렇겠죠.”

    지금 이곳에 있는 타란 제국의 병력이 황제의 병력 전부는 아니었다.

    여긴 소수 정예인 영웅들만 들어와 있는 상태.

    그리고 바깥에는 수도 없이 많은 저들의 병력들이 진을 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카샤스 대공 휘하의 병력들이 뚫고 들어와야 한다는 거고.

    “결국 나갈 길을 우리가 어느 정도 뚫어야 할 거예요.”

    “그래. 저들이 전부 다 뚫고 도와줄 순 없을 테니까.”

    그때 전사 형이 내게 물었다.

    “아예 여기서 황제를 죽여 버리는 건 어때? 피해가 좀 있더라도…….”

    그런 전사 형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아마 우리 중 절반 이상이 죽을 거예요.”

    “칫. 역시 안 되려나.”

    지금 용마족과 싸우게 두는 것도.

    최대한 여기서 빠져나갈 우리 힘을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용마족이 적들의 힘을 빼준다는데 굳이 나서서 깽판 치는 건 어리석기도 하고.

    “일단 다 살아서 나가는 걸 목표로 하죠.”

    내 말에 전사 형을 비롯한 우리 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화련에게 다시 연락이 들어왔다.

    <화련> 칫. 예상과는 너무 다른데?

    <주호> 네?

    <화련> 여기서 뚫고 들어가는 게 어렵겠어. 카샤스 대공의 병력들이 전부 동원됐는데…… 용마족이 남기고 간 몬스터들도 같이 뚫어야 해서.

    아.

    그쪽은 생각을 못 했네.

    단순히 황제의 병력들만 뚫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용마족의 몬스터들이 방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타란 제국의 병력들과 손을 잡고 싸우는 건 더 말이 안 되었고.

    <화련> 서로 얽혀서 개판이야. 이래선 언제 뚫릴지 모르겠어.

    <주호> 곤란하네요.

    당장 이곳의 세력은 타란 제국 황제 쪽이 우세다.

    굳이 변수를 꼽자면 용마족이 있는데.

    만약 저 녀석이 지금처럼 황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공격할 시에는 상황이 더욱 불리하게 된다.

    그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 하나.

    카샤스 대공이 나서서 용마족을 상대한다고 해도.

    황제를 포함한 나머지 영웅들을 전부 우리가 막는 건 무리다.

    곤란한 듯 적들의 영웅들이 조여오는 포위망을 보면서 이를 깨물었다.

    “흐음. 결국 피해가 좀 있더라도 한 점으로 돌파해야겠네요.”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길을 내는 거면.

    지금의 병력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은 했다.

    그런데 그때.

    어느 정도 회복한 아이샤 황녀가 손을 뻗어서 카샤스 대공의 옷깃을 붙들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창백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고대 마룡을…… 깨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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