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23화 (1,223/1,404)

#1223화 깨어나는 마룡 (1)

과거 그러니까 성마대전 시대에서 용마족에 대한 서술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좀 알려진 사실이라고는 마왕군에 용마족이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용마족.

아스티아 같은 경우 마왕군에서도 요직에 있었다는 걸 마왕 벨라에게 듣기는 했었다.

이 정도가 그동안 내가 들은 정보의 거의 대부분이었다.

다른 유저들은 그조차도 모른다고 봐야 했고.

솔직히 아스티아가 자신이 용마족이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 강할까 예상하지 못했는데.

지금 눈앞에서 보는 있는 저 용마족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압도적인 강함이랄까.

무려 타란 제국군을 상대로.

그것도 단독으로 저 많은 용들을 죄다 썰어버리고.

심지어 비공정들도 수수깡처럼 부러뜨려 베르탈륨 광산 위로 추락시켜대고 있었다.

전에 아스티아가 원래의 힘을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거기다 무려 마왕인 벨라가 그녀를 깍듯하게 모시는 걸 잘 생각해 봤어야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이토록 압도적인 무력이라면.

충분히 그 이유가 된다.

그 상태가 정상적인 용마족일 때 말이지.

바로 옆에 있던 전사 형에게 물어보았다.

“전사 형. 혹시 용마족이 타란 제국과 싸웠던 정보가 있었어요?”

내 물음에 전사 형이 잠시 생각을 떠올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공식적으로는 없어.”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전사 형의 시선은 여전히 용마족과 타란 제국군의 싸움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햐…… 진짜 괴물이네. 어떻게 저렇게 싸우냐. 저 많은 타란 제국군이 게임이 안 되네.”

전사 형이 느끼는 것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정말 싸움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아니.

뭐 한 번 근처에서 붙기라도 해야 싸움이 될 텐데.

아예 용마족의 뒤꽁무니만 쫓다가 추락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현재 타란 제국군이 가진 용들은.

최고 속도.

가속.

기동력.

회피력.

모든 것이 모자랐다.

그냥 어떻게 따라만 가도 다행인 수준이랄까.

그때 전사 형이 저 먼 하늘 쪽을 바라보면서 놀란 듯이 말했다.

“와. 제국군 쟤들. 비공정 주포를 아군한테 막 갈기네.”

전사 형의 말에 지켜보던 모두의 고개가 똑같은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김없이 보이는 광경.

아직 멀리 있어 직접 붙지 않아 여유가 있던.

대형급 비공정들에서 일제히 주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그것도 전투를 벌이고 있던 아군의 용들에게 말이지.

정확하게는 용마족을 잡기 위한 것이겠지만.

용마족과 아군이 엉켜 있는 상황에 용마족만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용마족은 그런 타란 제국의 주포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 날아다닌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타란 제국의 용들은 그 주포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하늘에서 줄줄이 불타오르며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주포의 궤적에 걸리는 용들이 싹 다 떨어져 내렸다.

“저건 빈대 잡으러 집을 불태우는 느낌인데?”

전사 형의 적나라한 평가에 나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상황은 진지한데 웃음이 나오는 건.

그만큼 지금 상황이 엉망이라는 뜻이기도 했고.

그러면서 다시 타란 제국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타란 제국의 영웅들은요? 분명 타란 제국군에도 에센시아 제국에 뒤처지지 않는 강력한 영웅들이 있을 텐데요.”

에센시아 제국에서는 그 강한 영웅들이 성마대전에 나가 있었으니 우리가 볼 수 없었지만.

타란 제국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애초에 성마대전에 그리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지도 않았으니.

그 영웅들 중 대다수가 타란 제국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사 형은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저래서야 영웅이고 뭐고 싸워나 보겠냐.”

그러면서 다시 용마족과 용들이 얽히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일단 영웅도 붙어야지 싸우던가 하지. 접근도 안 되는데 무슨 수로 싸워.”

“아…… 확실히 그렇네요.”

지금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용들의 수준으로는 영웅들을 용마족과 붙게 만들 수가 없었다.

다른 용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근처에 가기도 전에 떨어져 내리는데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고서야…….

그리고는 마왕 헤르게니아를 슬쩍 쳐다보았다.

이래서 용마족을 날게 하면 안 된다고 했던 건가.

베르탈륨 광산 지하에 있던 용마족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마족과는 그 능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다.

애초에 비행 능력이 저렇게 우수한 용마족을 지하에 처박아 두니 제대로 된 전투력이 나올 리가 있나.

전사 형이 혀를 내두르면서 말했다.

“이대로는 우리도 저거 못 잡아.”

그러면서 전사 형이 나와 재중이 형 쪽을 보고는 물었다.

“네가 가진 아퀼라스 주니어하고 가르가 주니어로는 저 용마족의 뒤꽁무니도 못 따라잡을걸?”

“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네요.”

일단은 아퀼라스 주니어와 가르가 주니어가 네임드 펫이긴 한데…….

이전 세대의 네임드다 보니 그 성능이 요즘 나오는 것들에 비해 꽤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아직도 현역으로 뛸 수준은 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윗줄의 탈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저 상공을 날고 있는 타란 제국의 용들이 기동력 하나만큼은 더 좋을 것이다.

그러다 순간 인벤에 있는 아이템 중 하나가 생각났다.

마룡의 혈통에.

카샤스 대공의 실피드의 혈통을 둘 다 타고 난 의문의 알.

만약 부화시켰다면 지금 상황에 꽤 도움이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아직은 알인 상태니까.

아마 그 정도 급은 되어야 지금 저 용마족의 기동력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것 외에는…….

아크 드래곤 정도?

뭐 이쪽은 아예 없으니 논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 용마족을 공중에서 잡을 만한 전력은 우리에게 전무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때.

챠밍이 내 옆으로 오더니 물었다.

“카샤스 대공의 실피드는 어때요?”

“실피드?”

내 물음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가진 탈것은 안 되겠지만 카샤스 대공이 가진 실피드라면 어느 정도 급은 맞잖아요.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내리진 않을 것 같아요.”

우리 둘의 대화에 재중이 형이 끼어들었다.

“음.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여기서 문제는 지금 카샤스 대공이 나서면 일이 복잡해진다.”

“그래요?”

“어. 안 그래도 물 밑에서 제국 황제와 알력 싸움 중인데. 카샤스 대공이 제국 황제가 어쩌지 못하는 상대를 눌러버리는 상황이 그려지니까. 그것도 전 귀족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말이지.”

“황제 입장에서는 꽤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 되겠네요.”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상황이 어려워지면 당장 카샤스 대공을 성마대전으로 내쫓을 수도 있어. 황제의 명령으로.”

재중이 형의 말에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건 안 되죠.”

당장 카샤스 대공이 빠지면 우리도 더 이상 타란 제국에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가 없게 된다.

여기 걸린 게 얼만데.

이대로는 물러날 수 없지.

나와 재중이 형이 아쉽다는 듯 카샤스 대공 쪽을 바라보고 있자 챠밍이 내게 물었다.

“아. 카샤스 대공은 어떻게 저 용마족을 잡았어요? 용마족을 잡았으니까 고대 마룡을 얻은 것 아니에요?”

“음. 나도 그 생각했었는데.”

챠밍 역시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듯했다.

옆에 있던 전사 형이 하나의 가정을 내놓았다.

“만약 그때 저 용마족이 없었다면?”

“그럴 수도 있어요?”

“헤르마늄 광산에서를 떠올려보면 아주 불가능한 말은 아니야. 그쪽은 에센시아 제국에서 발견 당시 헤르게니아와 아크 드래곤이 둘 다 떠나고 없었잖아.”

확실히 전사 형 말이 틀리지 않았다.

중간에 마왕군으로 합류해 버렸으니.

만약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에센시아 제국에서 헤르마늄 광산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마룡을 두고 용마족이 여길 떠난다는 건 쉽게 생각하지는 못하겠네요.”

“혹시 중간에 상황이 바뀌었다면?”

“어떤?”

“다른 용마족이 데리러 왔다든가 하는 일도 있을 수 있잖아.”

다른 용마족이라는 전사 형의 말에 순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아스티아…….”

분명 마왕군의 군단장이었다고 했었지.

그렇다는 건…….

중간에 또 다른 용마족을 거느리기 위해 이곳을 왔을 수도 있다.

정말 그랬다면…….

고대 마룡을 그대로 두고 간 건 꽤 이상한 일이긴 한데.

이것도 가정일 뿐이니까.

“애초에 카샤스 대공과 싸운 적이 없었다는 건가요?”

내 물음에 전사 형이 손가락을 들어 설명했다.

“실제로 고대 마룡은 타란 제국에 의해 발견된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고요?”

“어. 고대 마룡이 먼저 부활해서 움직였으니까. 앞뒤 순서가 맞지 않는 거지. 카샤스 대공이 용마족을 잡은 게.”

“흐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정말 카샤스 대공이 먼저 용마족을 잡고 고대 마룡을 테이밍했을 수도 있고. 알다시피 우리가 그때를 다 알 수도 없으니까.”

성마대전 시대의 문헌이 엉망이라 같은 정보도 서로 다르게 적힌 것도 허다했다.

순서가 어떻게 되는 건지 우리도 직접 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뜻이고.

“그래도 지금은 카샤스 대공이 제일 확률이 높겠죠. 저 용마족을 저지하려면.”

내 말에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용마족을 잡을 수는 없을 거예요. 지금의 카샤스 대공에게는 용신검이 없으니까.”

물론 그 용신검은 지금 내 인벤 안에 있었다.

그냥 역사대로 카샤스 대공에게 갔다면 지금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당장 이 용신검을 꺼냈다가는 상황이 더 복잡해지겠지.

짧게 한숨을 쉬고는 여전히 팔팔하게 날아다니는 용마족을 쳐다보았다.

일단 용마족이 압도적으로 강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타란 제국이 저 용마족 하나에게 패퇴한다고 생각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었다.

“굳이 카샤스 대공이 나서지 않더라도. 아직 타란 제국군은 많이 남아 있어요.”

용마족이 압도적인 능력을 자랑한다면.

반대로 타란 제국군도 다른 의미로는 압도적이었다.

바로 그 숫자.

당장 몇 십, 몇 백의 용들이 죽어 나가도.

그보다 훨씬 많은 용들과 용기사들이 뒤에 대기 중이었다.

비공정들도 몇 대 떨어진다고 해도.

역시나 한쪽 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남아 있었으니까.

애초에 타란 제국 자체가 성마대전 시대에 단독으로 마왕군을 막아내던 저력이 있는 제국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 주인이 다르다고 하나.

단지 용마족 하나에 전멸당하거나 하기는 어렵다는 거지.

좀 떨어진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카샤스 대공도 초조하지 않게 지켜보는 이유도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터.

그리고 타란 제국에 영웅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컸다.

진짜 상황이 위험해지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나서겠지.

재중이 형도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카샤스 대공이 나서기에는 확실히 상황이 그렇지. 지금은 단지 저 용마족의 힘을 빼는 단계일 뿐이야.”

“지쳐 쓰러지길 원하는 거겠죠?”

“어. 저렇게 몰아놓고 본격적으로 나설 거다. 그리고 타란 제국의 황제에게도 실피드에 맞먹는 용이 있으니까. 그 휘하의 영웅들도 꽤 괜찮은 용을 가지고 있을 거야. 영웅들이 평범한 용을 탈 리가 없잖아.”

“하긴. 생각해 보니 그렇겠네요.”

아마도 영웅에게는 가장 우수한 용들만 배정해 주었을 터.

지금은 영웅이 나서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나르샤 누나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급하게 뛰어와서는 내게 말했다.

응?

대체 뭘 본 거지?

“그 힘을 뺀다는 전략은 안 먹히겠어.”

“네?”

“아무래도 용마족도 쪽수를 불리는 것 같거든.”

그러면서 나르샤 누나가 한쪽을 가리켰는데.

분명 아무것도 없어야 할 베르탈륨 광산의 구덩이로부터 무언가가 계속해서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꽤 많은 숫자가 함께.

저건 설마…….

“언데드……?”

“그래. 그것도 방금 추락했던 용들과 용기사들이야.”

하.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