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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07화 (1,207/1,404)

#1207화 고대 마룡의 둥지 (14)

설마하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직접 나서서 몰이를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분명 몹을 모으러 가는 중에도 마왕 헤르게니아는 딱히 나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간에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쿠구궁!!

마왕 헤르게니아가 마왕의 결계를 써서 몰아왔던 용아병 마법사들을 전부 찍어 누르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든 녀석들이 그 자리에서 엎어지거나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아주 잡기 딱 좋은 형태로 말이지.

나르샤 누나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저거 마왕의 결계야?”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결계 효과?

그건 말할 것도 없이 최상의 효과를 보여 주었다.

우리가 용아병 마법사들을 잡아둘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꽉 눌러버렸으니.

“정말 무섭네. 마왕이라는 거.”

“그러게요.”

마왕이 몰이 사냥을 한다는 건 그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

그리고 그 마왕이 진짜 몰이 사냥을 했을 경우.

어떤 식으로 일을 벌일 수 있는 지.

확실하게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전사 형이 내 쪽을 빤히 바라보면서 눈빛을 보냈다.

마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마왕 헤르게니아가 나섰는데 중간에 끼어들기가 참 애매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분명 그녀가 내게 말했었다.

아마…….

밥값을 한다고 했었지?

그렇다는 건.

“일단 잡아요!!”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왕 헤르게니아가 나서준 이상.

우리 쪽에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듯 했다.

내가 신호를 하자 챠밍이 먼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광역기를 써서 용아병 마법사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먼저 광범위한 공간에서 거대한 얼음 폭풍이 일어나며 용아병 마법사들을 휘몰아쳤다.

휘이이잉!!

콰드드득!!

크어어어!!

고통스러워하는 용아병 마법사들이 외치는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마왕의 결계로 눌러놓은 상태에서 챠밍의 빙계 광역기가 동시에 펼쳐졌기 때문에.

여기에 이쁜소녀의 극(極) 토르에서도 금빛 전력이 쏟아져 나왔고.

이내 잘 모아진 용아병 마법사들 위로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터져나갔다.

동시에 재중이 형의 드래곤 버스터가 그 위를 거칠게 훑고 지나갔다.

나르샤 누나 역시도 한 번에 여러 발의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광역기를 써서 용아병 마법사들 위를 수놓았고.

마지막으로 내 쪽에서 그랜드 크로스를 날리자 또 다시 강렬한 빛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차마 용아병 마법사들의 모습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이펙트들이 계속해서 터지자 전사 형이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나섰다.

혹시나 모를 어글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전사 형의 우려와 달리 여전히 마왕 헤르게니아가 몬스터들을 찍어 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나르샤 누나가 그걸 보더니 혀를 차면서 말했다.

“이건 어글이 튀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을 것 같은데?”

“네. 제가 마왕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

설마 이렇게까지 오래 몬스터들을 묶어둘 수 있을 줄이야.

이러면 우리가 광역기를 다시 날릴 수도 있을 만한 시간을 벌 수도 있었다.

그 예로 챠밍이 지금 또 다른 광역기를 저들 위에 퍼붓고 있는 중이기도 했고.

마력이 허락만 한다면.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시간의 서! 】

시간의 서를 써서 그랜드 크로스의 쿨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다시 한 번 대천사의 광역기를 날렸다.

【 그랜드 크로스! 】

이어지는 광역기 폭격에 중심 부분의 용아병 마법사들이 녹기 시작했고.

거의 절반에 달하는 용아병 마법사들이 쓰러지면서 내 한쪽 창은 미친 듯이 레벨업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저 많은 용아병 마법사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말이지.

《 주호 님에게 『 용사 후보 전용 오러 Lv.10 (MAX) 』이 적용됩니다. 》

《 주호 님에게 『 경험치 제한 돌파 버프 Lv.10 (MAX) 』이 적용되어 레벨 제한이 15레벨로 적용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줄기차게 오르는 레벨업 메시지와 함께 이어 또 다른 메시지도 울렸다.

《 대천사의 검 라페르나의 봉인율이 50.1% 해제됩니다. 》

《 대천사의 검 라페르나의 봉인율이 52.3% 해제됩니다. 》

《 대천사의 검 라페르나의 봉인율이 53.5% 해제됩니다. 》

.

.

대천사의 검으로 악 속성 몬스터들을 잡으면 해당 봉인이 풀리게 되어 있었는데.

그동안 찔끔찔끔 올라가던 게.

이번에 워낙 많은 용아병 마법사들을 몰아 잡으니 봉인율이 눈에 띄게 한꺼번에 올라가 버렸다.

이거 잘하면 이 던전에서 라페르나의 봉인을 완전히 풀어 버릴 수도 있으려나?

용신검 아스카론의 봉인을 푸는 일만 생각했다가 오히려 라페르나가 먼저 봉인이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마검의 봉인도 풀어야 하고.

어째 내가 가진 무기들은 하나 같이 다 이렇게 까다로운 녀석들인지 모르겠네.

그나마 사냥을 통해서 올릴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긴 하지만.

중간에 광역기들의 폭발로 인해 마왕의 결계 바깥으로 튀어나간 녀석들이 있었는데 그 녀석들은 전사 형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자신에게 어글을 돌려놓았다.

흠.

어째 메인과 서브가 바뀌어버린 것 같은데?

원래라면 전사 형이 어글을 잡고 마왕 헤르게니아가 도와주는 그림이었어야 하는데.

지금은 딱 그 반대로 하는 중이었다.

나르샤 누나도 화살을 계속 날리면서 똑같은 말을 했다.

“우리 탱커가 바뀐 것 같지?”

“그…… 렇네요.”

딱히 마왕 헤르게니아가 탱커 역할을 해주는 건 아니긴 했다.

애초에 범위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공격조차 해보지 못했으니까.

압박되어 바닥에 지포처럼 눌려진 녀석들이 할 수 있는 건 사실 그다지 많진 않았다.

“전사 형도 강해지면 저 정도로 쓸 수 있을까요?”

비록 마왕 헤르게니아의 결계보다 약하긴 해도 전사형도 발뭉을 통해 쓸 수는 있었다.

효과가 너무 차이난다는 점만 빼면.

“그래 줬음 좋겠네. 사냥이 너무 편하잖아.”

나르샤 누나 말대로 이건 그냥 움직이지 못하는 표적 수백 마리를 두고 광역기만 쳐대면 되는 일이라.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체의 몸에서 레벨업을 하는 이펙트가 화려하게 뿜어져 나오는 중이었다.

베르탈륨 광산 3층쯤 되면 용아병 마법사들의 레벨도 결코 낮지 않은데.

그 수가 거의 수백 마리였다.

실제로 세어보기가 겁나는 숫자이기도 하고.

거기다 이미 용사 후보 버프로 경험치 상한을 뚫어두었으니.

날리는 경험치 없이 죄다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또 난리 나겠네요.”

“개인 레벨 순위 말이지?”

“네. 이런 식으로 폭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테니가요.”

당연하겠지만 내일쯤 되면 또 서버가 들썩거릴 것이다.

베르탈륨 광산 한 층 전체를 쓸어버리는 사냥의 효과는 그만큼 달콤했다.

각자 쓸 수 있는 광역기를 모두 써버리자 이내 남아있는 용아병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다.

챠밍이 곧장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 광역기 다 썼어요.”

마법사 입장에서 마력이 부족할 때까지 광역기를 날리는 상황이 온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

이쁜소녀도 정신없이 토르를 휘둘러서 그런지 눈빛이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고.

범위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용아병 마법사들을 전사 형이 어글 스킬을 써서 모아주면 다시 토르로 쳐서 구겨넣은 장본인이기도 했다.

“후아. 불태웠어요!”

이쪽도 만족스러운가 보네.

전사 형 역시도 마찬가지.

“오우. 이게 몇 마리야?!”

막내별은 처음에는 회복을 위해 지켜보다가 이내 할 일이 없어지자 같이 광역기를 써서 공격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저도 오랜만에 공격해 보네요.”

다들 레벨업도 많이 되어서 상당히 만족해했다.

곧장 전사 형이 우수수 떨어진 드랍템들 사이로 뛰어가 환호를 질렀고.

“오오!! 미쳤다. 10강 무기 강화석 득템!!”

그 외에도 장비 템과 악세. 마법서 등.

일일이 나열 할 수 없을 개수의 드랍템이 즐비하게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10강 강화석?

이게 일반 몬스터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보통 네임드를 잡아야만 나올 텐데?

“그런 게 여기서 나와요?”

“나도 몰라. 이런 건 처음 봐서.”

전사 형도 상당히 놀란 듯 했고.

우리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제히 고개가 돌아가면서 전사 형이 들고 있는 10강 강화석을 쳐다보았다.

다들 일반 사냥터에서 10강 강화석이 나온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 했으니까.

“이거 알려지면 난리 나겠네요.”

“어. 아마 죄다 여기로 몰려들 걸?”

물론 그 확률은 매우 낮겠지만.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간의 상식을 뒤엎을 수 있는 상황인지라.

“화련도 알까요?”

“흠. 걔가 알면 여기서 사냥하게 두었겠냐?”

“하긴 그렇네요.”

지금 10강 무기 강화석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가득이나 새로운 무기들을 성마대전 시대에 와서 얻어내는 시점에 하나뿐인 무기를 대놓고 무식하게 강화하는 녀석들은 없을 테니까.

원래도 비쌌던 녀석인데.

현재는 그 몸값이 저 하늘을 뚫고 날아간 수준이었다.

순간 전사 형의 눈가에 득템에 대한 욕망이 불같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한 번 더 쓸자!”

전사 형의 말에 슬쩍 마왕 헤르게니아를 바라보았다.

이건 그녀가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이라.

그때 눈치가 빠른 전사 형이 그녀의 앞에 엄청난 양의 정제된 베르탈륨 광석을 가져다 바쳤다.

마치 공물을 마왕에게 올리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흠흠. 나쁘지 않네.”

마왕 헤르게니아도 만족스러워하는 듯 했고.

아주 잠시 도와주고 이 정도 양의 베르탈륨 광석이라면 그녀에게도 그다지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어차피 몹을 몰아오는 건 나와 나르샤 누나가 하는 거라.

가만히 있다가 마왕의 결계 한 번 펼쳐주면 본인 일은 끝난다.

그녀가 정제된 베르탈륨 광석들의 힘을 흡수하는 동안 나르샤 누나와 함께 다시 몰이를 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아직 리젠 안 됐지?”

“네. 조금만 기다리죠.”

한 번에 한 층을 다 쓸어버렸기에 다시 리젠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이런 식으로 사냥한다는 거 알려지면…….”

“그러니까 몰래 해야죠.”

하지만 그런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버렸다.

바로 우리의 아이템들을 처리해줄 예정인.

화련에게서.

용아병 마법사들이 리젠되는 타임을 재서 그 때마다 줄기차게 몹 몰이를 돌리다가 결국 모두의 인벤이 가득차게 되자 어쩔 수 없이 화련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우리가 바닥에 미친 듯이 쏟아낸 아이템들을 보고는 눈이 더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좀…… 많죠?”

아니.

많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드랍템들이 넘쳐났다.

사실 이것도 우리가 그 중에서도 쓸모없는 것들은 바닥에 다 버리고 고르고 고른 녀석들이니까.

화련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화련이 결국 한숨을 쉬면서 내게 물었다.

“너 대체 3층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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