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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03화 (1,191/1,404)

#1203화 고대 마룡의 둥지 (10)

마왕이 아니라고?

순간 화련과 눈빛이 마주쳤다.

마치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하는 딱 그런 눈빛이랄까.

곧바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마왕이 아니라는 건…… 다른 녀석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나와 화련을 한 번 쓰윽 쳐다본 후에 말을 이었다.

“나도 몰라.”

“모른다고?”

“응. 그런데 꼭 마왕만 강력한 네크로맨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에 잠시 화련을 쳐다봤다가 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그렇다는 말은…… 혹시 대천사도 그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순간 화련이 놀란 눈빛으로 대천사를 언급한 나를 바라보았다.

“대천사?”

“으음…… 좀 이야기가 복잡하긴 한데. 아주 가능성 없는 것도 아니라서요.”

“아니. 만약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천사가 여기 왜 있는 건데?”

“나야 모르죠. 아직 대천사라는 것도 확실하지 않고. 그냥 후보지 중에 하나일 뿐. 확실한 건 없어요.”

단순한 후보 중에 하나라는 말에 화련도 딱히 더 이상은 물어보지 않고 말을 아꼈다.

전에 헤르마늄 광산에서 마왕 헤르게니아가 갇혀 있던 걸 고려해 본다면.

베르탈륨 광산에 대천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또 아니니까.

뭐 여기까지의 사정은 화련이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에 관련해서 외부로 알려진 건 하나도 없기도 하고.

당연히 대천사라는 말도 화련에게는 꽤 이상하게 들리는 말일 것이다.

그때 갑자기 뭔가가 생각나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고대 마룡 같은 경우는 어때?”

“응?”

“그 녀석도 가능한 것 아냐? 일단은 드래곤이잖아. 그것도 상위에 랭크된.”

내게서 고대 마룡이라는 말이 나오자 화련은 어느 정도 납득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왕 헤르게니아도 딱히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만약 고대 마룡이 이미 봉인에서 깨어났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벌써 봉인에서 깨어났다고?”

그 말에는 나와 화련 누구 할 것 없이 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대 마룡이 이 시점에서 봉인에서 깨어난다?

그럼 볼 것도 없다.

앞으로 타란 제국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원 역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전조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 만약 깨어났다면 이미 이 근처는 난리가 났을 거야.”

내 말에 화련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원 역사를 아는 것만큼이나 화련 역시도 역사를 상당히 꿰고 있을 테니까.

고대 마룡이 깨어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나야 모르지.”

마왕 헤르게니아는 딱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을 뿐.

하긴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마왕이라지만 타란 제국의 베르탈륨 광산에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을 리가 있나.

화련이 곧 상황을 정리하듯 말했다.

“마왕, 혹은 대천사. 그것도 아니면 고대 마룡이라는 거지?”

“아마 그 이하로는 고민할 것도 없겠죠.”

“하. 셋 다 쉬운 상대는 하나도 없네.”

확실히 화련 말대로 저 셋 중에 뭐가 되더라도 부담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잠시 말을 아끼던 화련이 마왕 헤르게니아를 흘깃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나마 마왕이 제일 낫겠네. 일단은 이쪽에도 마왕은 있으니까. 적어도 전력에서 밀리진 않잖아.”

화련의 말이 맞긴 했다.

만약 상대가 마왕이라면 말이지.

그런데 전제가 꽤 잘못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쪽 마왕은 온전히 힘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그리고 반대로 이 장소에 마왕이 쭉 있었다고 한다면…….

베르탈륨 광산의 특성상.

거의 전력에 가까운 마왕일 확률이 높았다.

그 마왕의 순위가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거기다 또 다른 커다란 문제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전투력에 몰빵한 마왕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혹시라도 상대가 전투에 능숙한 마왕이라면…….

이 상태로 직접 붙는다면 필히 밀리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럴 땐 대천사가 나을 수도 있으려나.

대천사라면 이곳 베르탈륨 광산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일 테니까.

전력상 오히려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터다.

“어차피 아직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일단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하죠.”

선택지가 좁혀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적이 우리 앞에 바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말이지.

“그래.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아. 3층부터 좀 돌고. 4층으로 내려가 봐야죠. 아직 우리 팀은 배고프거든요.”

배고프다는 내 말에 화련이 고개를 슬쩍 돌리더니 저 멀리 한 편에서 계속 몰이를 하고 있는 우리 팀을 바라보고 질린다는 듯 말했다.

“하긴 배고파 보이긴 하네. 그것도 미친 듯이.”

“하하…… 우리 팀도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거라.”

“쯧. 저게 제대로 된 사냥은 아니긴 한데…… 암튼 알았어. 그래도 3층은 위험한데.”

“방법이 없으면 내려가지도 않겠죠.”

“알았어. 3층은 어차피 우리도 못 내려가니까 알아서 해.”

그렇게 대화가 끝난 뒤 화련이 보급을 위해 휘하의 길드원들을 데리고 떠나자 우리 팀부터 멈춰 세웠다.

“형! 몰이 잠시 멈춰 봐요.”

재중이 형을 부르자 재중이 형이 한참 신나는데 말린다는 눈치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이제 겨우 몸 풀었는데.”

으음.

본인은 몸을 푼 건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팀의 안색은 딱히 그렇다고 보긴 힘들어 보였다.

바로 전사 형이 환호하며 외쳤다.

“우와, 쉬는 시간이다!”

저 사냥광이 피곤해하다니.

대체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굴린 건지 모르겠네.

이쁜소녀 역시 마찬가지.

“와, 해방이다!”

챠밍과 막내별, 나르샤 누나 역시도 한숨을 돌리면서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몰아놓은 몬스터들을 전부 녹이고는 나르샤 누나가 더 이상 몬스터를 끌어오지 않자 바로 사냥이 끊겨 버렸다.

이쁜소녀가 풀썩 쓰러지면서 질린다는 듯 말했다.

“후아. 너무 힘들었어요오~”

“고생했어.”

그리고는 재중이 형에게 웃으면서 다음 말을 전했다.

“형. 바로 3층으로 가죠.”

“어? 여기서 더 안 하고? 한참 좋은데?”

3층으로 가자는 말에 재중이 형은 의아함을 내비쳤는데 내가 고개를 돌려 마왕 헤르게니아를 눈짓하면서 말을 이었다.

<주호> 우리 마왕님이 배가 영 안 차시나 봅니다.

<불멸> 흐음. 그래?

<주호> 네. 마력 회복이 생각보다 더딘 모양이에요.

그리고는 내가 들고 있던 용신검을 가리키면서 다시 말했다.

“이 녀석도 이젠 반응이 없네요.”

“그것 참. 입이 비싼 녀석이네.”

“뭐 좀 그렇죠.”

그러자 마치 우리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양.

용신검 아스카론의 검신이 부르르 떨렸다.

“그래. 어차피 우리도 경험치가 좀 밀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어.”

“저렇게 몰아서 잡아도요?”

“음. 확실히 숫자는 많은데. 그렇게 고레벨은 아니라서. 풀 경험치가 안 들어 오네. 거기다 우린 아직 용사 후보 레벨이 낮아서.”

이것도 아쉽다는 재중이 형의 말에 그저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정도로 경험치를 쓸어 담고 있는데 말이지.

당장 내일만 되어도 개인 랭킹 순위가 확 뒤집어져 있을 것이다.

그동안 다소 사냥에 소홀했었기에 순위가 꽤 내려가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며칠만 해도 단번에 뒤집힐 건 안 봐도 뻔하다.

“화련한테 들어보니 3층은 마법사들이 득실거린다네요.”

“헤에? 그래?”

의외로 재중이 형은 그다지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화련은 3층에서 사냥하는 걸 극구 말리던데…….”

그러자 재중이 형은 전혀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거야 쟤들 수준일 때 이야기지. 우리 팀 지금 아이템 구성을 보면 아예 이야기가 달라져.”

역시 재중이 형은 듣자마자 앞으로의 일이 눈에 그려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랬듯이.

“할 만하겠죠?”

“그래. 오히려 지금보다 더 수월할 수도 있겠네. 뭐 3층 가서 한 번 떠봐야 알겠지만.”

“그럼 조금만 휴식하고 바로 내려가죠.”

“좋아.”

휴식이라는 말에 우리 팀 모두 환호를 보내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적당히 굴리지 그랬어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야.”

음.

딱히 부정할 말이 없네.

당장 나만 해도 마왕 헤르게니아를 풀로 굴리는 중이라.

“아, 전사. 드랍템들 싹 모아 봐.”

“흠. 안 그래도 한 번 비우긴 하는데. 지금 남은 건 전부 고르고 고른 것들이라.”

저 모습을 보니 딱 봐도 알겠다.

이미 드랍템이 너무 많아서 어지간한 템들은 죄다 바닥에 버렸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일일이 드랍템을 처분하기보다는 몹 몰이로 레벨을 올리는 게 더 이득이라.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저 몹 몰이가 안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잠시라도 몸을 빼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차피 용신검 때문에 드랍템이 안 떨어지는 내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긴 한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에센시아 제국에 있는 사장님을 끌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때 챠밍이 내게 슬쩍 던지듯 말했다.

“오빠. 드랍템 처리를 맡기는 건 어때요?”

“응? 맡긴다고?”

내 물음에 챠밍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드랍템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이 있잖아요. 우리는 버리는 템이라 해도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드랍템이 다수 필요한데.

이 근처에서 바로 공수할 수 있고.

물약 같은 보급품들 역시도 교환이 가능한.

거기다 비밀이 밖으로 새지 않는 유일한 인물.

“화련 말이지?”

“네. 어차피 우리도 보급은 필요하고. 화련은 드랍템이 필요하잖아요.”

재중이 형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바로 옆에 보급로가 있는데 말이야.”

확실히 화련 쪽에서 보급을 처리해주면 우리는 오갈 필요도 없이 계속 던전에 남아 사냥에만 몰두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의논이 끝나자마자 바로 화련에게 연락했다.

<주호> 혹시 드랍템 좀 안 필요해요?

<화련> 필요하긴 한데. 그냥은 아니지?

<주호> 네. 드랍템을 넘겨줄 테니 보급 좀 처리해 주시죠? 바닥에 죄다 버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화련> 미쳤어? 너네 엄청 잡아대던데. 그걸 다 버렸다고?

<주호> 그러니까. 서로 좀 돕자고요. 인벤이 작은 걸 어떻게 해요.

<화련> 휴. 알았어. 값은?

<주호> 비싼 장비나 악세 템은 바로 흥정하시고요. 나머지는 그냥 물약과 바꾸죠.

<화련> 좋아.

“화련이 오케이 했어요.”

“역시 셈이 빠르네.”

“네. 그리고 어차피 화련도 장비가 추가되어야 더 밑으로 내려갈 수 있잖아요.”

이건 서로가 필요에 의해 윈윈하는 상황이었다.

무한정 사냥이 필요한 우리와 드랍템이 간절한 화련 쪽의 사정 말이지.

“좋아. 정리됐으면 바로 내려가자고.”

그렇게 1층의 통로를 따라 몬스터를 정리하면서 2층으로 내려가자 이미 2층은 화련 쪽 유저들이 사냥터를 꽤 차지하고 있는지 꽤 원활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당장 우리에게 달려드는 몬스터가 없다는 걸 보면 리젠되는 녀석들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개중에 한 마리씩 튀어나오는 녀석들도 있긴 한데 딱히 위협되는 정도는 아니라 바로 정리를 하고 지나갔다.

“1층을 버린 이유를 알겠네.”

“네. 2층이 더 무난해 보여요.”

상대적으로 2층의 몬스터들이 더 강하긴 한데.

크리스탈 리저드 같은 무식한 녀석이 없으니까.

“보급은 2층으로 올라와서 받으면 되겠어.”

한 층이라도 확실히 잡고 있으면 이런 게 좋다.

“아니면 내려오라고 해도 되겠죠.”

“그건 가서 보고.”

그렇게 3층으로 내려가자 이번에는 아예 유저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이 몬스터들만 지나다니는 을씨년스러운 느낌만이 가득했다.

“여긴 또 느낌이 완전 다른데?”

그때 저 멀리서 뭔가의 마법이 우리 쪽을 향해 쏘아지는 게 느껴졌다.

“형!”

“알아.”

재중이 형이 바로 고대 마룡의 창을 들어 좌우로 크게 휘두르자 날아들던 흑색의 마법이 깔끔하게 반으로 갈리며 공중에서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재중이 형의 고대 마룡의 창에는 그 어떤 피해도 남지 않은 채로.

마법 강제 분쇄.

이건 고대 마룡 창의 가장 큰 특색 중에 하나였다.

모든 마법을 찢어버리는.

그야말로 사기 중에 사기 옵션이지.

바로 재중이 형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어두운 3층 통로를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여기도 싹 쓸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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