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3화 용신검 아스카론 (9)
용신검 아스카론을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은.
소유자가 용혈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그런데 이것도 그냥 적당히 용혈만 가지고 있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다.
만약 그럴 거였다면 이미 수룡화를 했을 때 용신검을 쓸 수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용신검을 무난하게 써내려면 타란 제국 황제나 카샤스 대공 정도의 용혈을 가지고 있어야 쓸 수 있다는 건데…….
내게는 그런 방법 자체가 없었지만.
마왕 헤르게니아는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크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를 이용해서 말이지.
“가능해?”
내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이내 대답해 주었다.
“보통의 마왕이었다면 불가능.”
“네가 용혈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응. 마왕의 마기는 용혈과 그대로 충돌하니까. 적어도 바로 죽고 싶은 마왕이 아니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난 된다는 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이미 두 가지 힘을 쓰는 몸이니까 아마…… 용혈도 쓸 수 있을걸?”
추측이라는 건가?
마왕 헤르게니아 입장에서는 긴가민가 하는 추측일 뿐이지만.
사실 내 쪽은 유저니까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거기에 드래곤 하트가 필요한 거고?”
“강력한 용혈을 몸에 안착시키려면 그에 맞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거든. 그냥저냥 적당한 용혈이야 필요 없겠지만.”
지금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은 용혈로 강렬한 힘을 내려면 그에 맞는 심장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크 드래곤의 심장은 그런 힘을 내기에 절대 부족하지 않을 터.
그런데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날 빤히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것도 꽤 난감할 수 있는 말을.
“대신 이번에 이걸 써 버리면 아크 드래곤은 못 만들어.”
“응?”
“아크 드래곤의 심장을 네게 쓰면, 아크 드래곤을 제작할 수 없다고.”
“흠…….”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에 우리 팀 모두 고민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이건 좀 문제가 있다.
아니.
문제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동안의 계획을 전부 엎어야 하는 상황이랄까.
원래라면 아크 드래곤을 어떻게든 다시 제작할 생각이었는데.
이미 잡아 본 입장에서 아크 드래곤만큼 사기가 또 없으니까.
만약 제작만 가능하다면 무조건 아크 드래곤인데…….
“아크 드래곤 제작은 가능하고?”
“재료만 충분하면 가능하다고 했잖아.”
방금의 마왕 헤르게니아의 장담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확신이 없으면 그녀가 이렇게 대답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렇다는 말은 결국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전사 형이 신음을 흘리듯 말을 꺼냈다.
“아크 드래곤이냐, 용신검이냐의 문제인 건가…….”
“네, 아무래도 그런가 봐요. 우리가 가진 아크 드래곤의 심장은 하나뿐이니까요.”
“어디서 하나 더 구해오면…….”
그런 전사 형의 말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크 드래곤급의 네임드는 쉽게 어디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이 아크 드래곤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리젠조차도 되지 않았다.
보통 네임드는 한 번 잡으면 어디선가 다시 리젠이 되는 게 맞는데 말이지.
어쩌면 리젠 타이밍인 엄청나게 길 수도 있었다.
일주일.
혹은 그 이상.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아크 드래곤을 잡기란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크 드래곤이 리젠이 되어야 말이죠.”
“흠흠. 그렇긴 해. 기다려도 아예 안 나온다니까?”
리젠이라는 말을 마왕 헤르게니아가 알아듣진 못하겠지만.
그리고 다시 아크 드래곤이 리젠된다고 하더라도.
잡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이쪽은 무리다.
다시 한 번 에센시아 제국을 쥐어짤 수 있다면 또 모를까.
그냥 무턱대고 잡으려고 하면 화력이 부족할 거고.
전에 들인 만큼 우리가 돈을 대고 싸우면 분명히 크게 적자가 난다.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겠지.
뭐 이번에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있으니 어쩌면 상황이 많이 다를 수도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리젠이 되어야 하는데 안 되니 문제인 거다.
“혹시 다른 방법은?”
“아크 드래곤 하트를 쓰지 않고?”
“응. 가능해?”
“흐음. 그에 준하는 다른 드래곤 하트가 있다면 가능하겠네.”
다른 드래곤 하트라는 말에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팀들도 모두 같은 생각인지 똑같은 말을 했고.
“고대 마룡.”
“고대 마룡요.”
확실히 고대 마룡의 드래곤 하트라면 충분히 대체제가 되어 줄 것이다.
등급으로만 치면 아크 드래곤이나 고대 마룡이나 밀릴 리가 없으니.
문제는 그 고대 마룡을 우리가 잡아 버리면 곤란하다.
잡고 못 잡고의 확률을 떠나서 말이지.
드래곤 하트이 드랍된다는 건.
고대 마룡이 죽어 버렸다는 뜻이 되니까.
전사 형도 잘 아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
“와,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네. 고대 마룡을 죽여 버리면 타란 제국 황제가 우리를 그냥 두진 않겠죠.”
“살려도 문제고 죽여도 문제야?”
“뭐 그럼 셈이죠.”
타란 제국 황제의 목적은 오직 고대 마룡을 손에 넣는 것이다.
어쩌면 테이밍한 고대 마룡을 용신검에 흡수 시켜서 더 강해지려는 수도 있겠지만.
용신검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그런 미친 짓까지 할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테이밍된 용의 값어치는.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타란 제국 황제가 제일 잘 알 것이다.
“그럼 결국 고대 마룡은 죽이지 못하니까…….”
“심장은 하나 뿐이죠.”
“와. 올해 최대의 고민거리가 나왔네.”
둘 중 하나.
아크 드래곤이냐.
용신검이냐.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무슨?”
“어차피 아크 드래곤을 제작하려면 오래 걸리잖아요. 그동안 용신검을 먼저 쓰면…….”
“그러다가 아크 드래곤이 리젠이 안 되면?”
“…….”
전사 형의 말에 차마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어쩌면 진짜 안 뜰 수도 있는 문제라.
그럼 아크 드래곤은 완전히 물 건너 간다.
이건.
천사 진영의 최대 무기인.
부유 도시를 상대할 녀석이.
역사에서 완전 사라져 버리는 거다.
바로 고개를 돌려서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물었다.
“혹시 아크 드래곤 하트는 다시 못 만들어?”
“장난해? 그거 만드는 데 내가 몇 년이 걸린지 알아?”
그녀가 정색을 하는 걸 보면.
아마도 아크 드래곤 하트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이 적지 않은 듯했다.
어떻게 보면 인공적인 드래곤 하트니.
그녀가 아니면 만들 수 없을 수도.
거기다 시간까지 오래 걸리면 답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때 재중이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냥 바로 쓸 수 있는 녀석에게 주는 게 제일 좋긴 한데 말이지.”
재중이 형의 말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굳이 내가 용혈을 써야만 이 용신검을 써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억지로 용혈이 없는 내 쪽에서 쓰려고 하니 이렇게 복잡한 경우의 수가 생기는 거다.
“카샤스 대공 말이죠?”
“어. 그 녀석이라면 이런저런 절차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쓸 거 아냐.”
“그렇긴 하죠.”
카샤스 대공은 타란 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용혈을 가진 존재다.
타란 제국 황제가 그랬듯이.
손에 쥐여 주기만 하면 바로 쓸 수 있을 터.
원 역사에서 용신검 아스카론의 주인이 카샤스 대공이기도 했으니까.
“역사를 바꾸는 게 쉽지 않네요.”
가장 좋은 수는 내 쪽에서 용신검을 쓰는 건데.
이건 아크 드래곤 제작을 포기해야 하니 어렵고.
그렇다고 용신검을 카샤스 대공에게 주는 건 또 어려운 일이었다.
용신검을 빼돌린 일부터 시작해서.
카샤스 대공이 대놓고 용신검을 쓸 수도 없을 테니까.
말 그대로 용신검은 타란 제국 황제에게서 뺏어온 셈이라.
“무엇보다 카샤스 대공이 용신검을 받을지도 모르겠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받는 순간. 바로 내전 시작이지.”
“그렇죠.”
타란 제국 황제에게 있어야 할 용신검을 카샤스 대공이 소지하는 것 자체가 이미 반쯤은 반역이나 마찬가지다.
그걸 두고 볼 카베스 황제도 아닐 테고.
어쩌면 빌미를 주어 좋다고 곧바로 카샤스 대공을 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타란 제국을 반토막 내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우리 계획에도 이건 문제겠지.
혹시나 싶어서 다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적당히 강한 용이라면 어때? 실피드급 정도로.”
“알면서 뭘 물어? 될 거라 생각해?”
“음. 역시 안 되는 건가.”
“용신검을 우습게 보지 마. 이름에 신이 들어가는 무구니까.”
그래도 카샤스 대공의 용 정도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적당한 용의 드래곤 하트로는 자격이 안 된다는 뜻일 테다.
“휴. 방법이 없네.”
내 말에 우리 팀 모두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다음에 나오는 말에 따라서 아크 드래곤 하트를 어떻게 할지가 결정될 테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둘 다 안 할 거야.”
“응?”
“네?”
“뭐?”
내 답에 우리 팀이나 마왕 헤르게니아나 다 이상한 놈을 보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둘 다 포기라고.”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해를 못하겠는지 다시 물었다.
“왜?”
“아크 드래곤 제작도 포기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써 버리기도 힘들면 둘 다 안 해야지.”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드래곤 하트 없이 용신검을 쓸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니까.”
“응? 방법이 있어? 강력한 용혈이 아니면 절대 못 쓸 건데?”
그런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아, 다른 사람은 못 해도. 난 할 수 있어.”
그때 챠밍이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르아 카르테죠?”
“빙고.”
르아 카르테라는 말에 우리 팀은 전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마왕 헤르게니아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아, 뭐 이런 거지.”
그리고는 원본의 용신검 아스카론을 한 손에 들고 스킬을 시전했다.
【 웨폰 카피! 】
그러자 이전에는 무수히 실패를 했던 웨폰 카피가 이번에는 한 번에 성공해버렸다.
《 웨폰 카피 스킬을 성공했습니다! 》
환한 빛과 함께 당연히 내 양손에는 원본의 용신검과 복사본인 용신검이 동시에 들려 있었다.
“헤에……?”
“내가 어떻게 용신검을 빼왔겠어? 타란 제국 황제도 모르게 말이지.”
그제야 마왕 헤르게니아도 상황을 눈치챘는지 신기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외쳤다.
“완전 사기네?”
“어, 맞아. 사기.”
그러더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뭔가 기억난다는 듯이 말했다.
“예전에 드워프족의 누군가가 그런 걸 쓴다고 들었는데…….”
“알아?”
“나야 모르지. 듣기만 해서. 진짜 볼 줄은 몰랐어.”
아마 이 시대에서도 고대 드워프 왕이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면 그 윗대의 드워프일 수도 있고.
시간을 들여 찾아보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딱히 더 얻을 것도 없으니까.
자기네 기술 뺏어 갔다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
곧바로 원본의 용신검 아스카론을 인벤에 집어넣었다.
이건 어차피 당분간은 옵션도 보지 못하니까 일단 넣어두고.
복사본이라고는 해도 용신검의 옵션을 보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내구도도 한없이 낮아 몇 번 휘두르면 깨져 버릴 테고.
그러니까 이 작업이 필요한 거다.
챙그랑.
옆에다가 수도 없이 많은 용신검을 복사한 다음.
곧장 르아 카르테를 꺼내들고는 그 위에 복사본 용신검을 하나씩 올려두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흡수해.”
자격?
옵션?
안 되고, 못 본 다면.
그냥 되게 하면 그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