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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92화 (1,180/1,404)

#1192화 용신검 아스카론 (8)

그 자체로 하나의 용을 형상화해서 만든 듯한.

양옆으로 쭉 뻗어진 용의 날개가 검을 장식했고.

중앙에는 용을 양각한 무늬가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용의 비늘이 빽빽하게 박혀 있어 그 단단함을 잘 보여주었다.

검신의 재질은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것 역시도 아다만티움이 섞여 있지 않을까.

테르타로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다만티움이 상당량 들어갔으니.

같은 등급이라면 아다만티움이 꽤나 들어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용신검이라는 이름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애초에 등급 자체가 신급 무구다.

정령신의 검인 르아 카르테나.

마신의 파편인 테르타로스처럼.

이 녀석 역시도 다루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녀석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 용신검 아스카론이 소유자의 자격을 판단합니다. 》

《 소유자의 자격이 부족해 용신검 아스카론의 옵션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

내 쪽에서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무구는 아니라는 거지.

검의 옵션을 보려고 하자마자 바로 거부 메시지로 자신의 등급을 확인시켜 주었다.

“옵션을 확인할 수가 없어요.”

재중이 형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신급 무기가 평범한 녀석은 아니니까. 르아 카르테는 그렇다 쳐도 테르타로스 얻을 때 한 고생, 생각 안 나?”

그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챠밍의 안색이 좋지 않게 변했다.

아무래도 테르타로스의 시험을 통과하다가 무리를 해서 쓰러졌었으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만약 이 용신검 역시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나도 좀 꺼려지는 게 있었고.

챠밍이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문제가 있으면 그냥 봉인해 두는 게 낫지 않아요?”

“설마 또 그러겠어?”

“그래도…….”

전에는 나 자신을 이기는 시험이다 보니 그만큼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각을 가속화시키는 문제만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을 듯했고.

“그리고 자격이라는 걸 봐서는 딱히 시험 같은 건 아닌 모양이야.”

“휴. 그나마 다행이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물었다.

“자격이라면 어떤 종류지? 스펙 같은 건가?”

“음.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게 없을까요?”

애초에 용신검의 옵션 자체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막내별이 곧장 내게 물어보았다.

“그냥 아이샤 황녀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요?”

그 말에 내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아이샤 황녀에게 대놓고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이 방법은 쓰기엔 좀 애매한 방법이라.”

자기네 용신검을 내가 몰래 빼돌렸다는 걸 알려주는 건 역시 문제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웨폰 카피까지 설명해야 한다.

“역시 걸리는 게 많겠네요.”

“뭐 그렇죠. 아이샤 황녀에게 물어보는 건 가장 마지막에 방법이 없으면 해보죠.”

그리고는 전사 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흐음. 방법이라……. 원 역사에는 용신검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없거든. 카샤스 대공이 들고 다녔다는 것만 알지. 실제로 싸우는 모습을 본 것도 아니고.”

“정보가 너무 없네요.”

그러자 전사 형이 눈빛을 빛내면서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냐.”

“방법이 있어요?”

전사 형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전사 형에게로 모였다.

“일단 자격이라는 걸 봐서는 최소한 용혈은 되어야 할 거야.”

“용혈…… 인가요?”

“그래. 타란 제국 황제도 그렇고 카샤스 대공도. 그리고 용신검을 관리했다던 아이샤 황녀 역시도 용혈이잖아.”

전사 형이 말했듯이 카베스 황제와 카샤스 대공, 아이샤 황녀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강력한 용혈이라는 점.

“그것도 상당히 강한 용혈이죠. 타란 제국 내에서 손꼽히는.”

“맞아. 자격이라면 그런 용혈을 뜻하는 게 아니겠어?”

그러자 듣고 있던 이쁜소녀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힝. 그럼 용혈이 아니면 용신검을 못 쓴다는 말이잖아요.”

“아. 말이 그렇게 되나?”

전사 형도 머쓱한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웃기만 했다.

용혈이라…….

“전사 형. 혹시 용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내 물음에 전사 형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니. 내가 아는 선에서는 용혈을 강제로 얻는 방법 같은 건 없어. 뭐 수룡화나 화룡화를 쓰면 또 모를까.”

그런 전사 형의 말에 다들 화색을 띄였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니까.

“흠. 분명히 강제로 종족을 용으로 변경시키는 방법이었죠. 일단 한 번 해볼게요.”

이것도 쓴 지 오래돼서 그런지 스킬 목록에서 찾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이런 이전 시대의 변신으로는 큰 스펙 업이 되지도 않으니 거의 봉인되어 있다시피 했고.

【 수룡화! 】

《 종족이 수룡으로 변경됩니다. 》

《 용족에 대한 친화도가 상승합니다. 》

《 스탯이 일부 상승합니다. 》

《 수속성이 강화됩니다. 》

.

.

확실히 스탯 상승분이 너무 미미해서 아쉬움이 남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저 종족 변경이 중요했다.

과연 용신검이 수룡화를 쓴 나를 용이라고 인식할까?

아니.

그보다 용혈로 인식을 할지가 의문이었다.

그때.

내 손에 들려있던 용신검이 아주 미약하게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반응이 있긴 하네요.”

“그래?”

“네. 방금 용신검이 살짝 흔들렸어요.”

“호오. 그럼 되는 거려나?”

수룡화를 유지시킨 상대로 다시 용신검 아스카론의 옵션을 확인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조금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 용신검 아스카론이 소유자의 자격을 판단합니다. 》

《 용신검 아스카론이 용혈을 확인했습니다. 》

《 용혈의 수준이 미약하여 용신검 아스카론의 옵션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메시지가 나오긴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이거…… 용혈의 수준이 미약하다는데요?”

그러자 전사 형을 비롯해 우리 팀 모두 아쉽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되긴 된다는 거잖아?”

“네. 뭐…… 그래도 자격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네요.”

수룡화를 사용하면 용혈이라고 인식이 된다는 건 알았지만.

문제는 그 수준이다.

애초에 수룡화 자체가 이 대륙을 넘어오기 전에 처치한 네임드의 스킬일 뿐이었다.

신급 무구에 어울리는 스킬은 아니라는 거지.

이걸로 타란 제국 최고의 용혈에게만 소유되었던 용신검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보고 있던 나르샤 누나가 전사 형에게 물었다.

“그럼 용혈을 강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일단은 용혈로 인식한다면서.”

“음. 그건 모르겠는데. 애초에 이건 혈통에 관련된 문제라서.”

전사 형이 난감하다는 듯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 역시도 방법이 없는지 두 손을 들었다.

“강한 용혈로 피를 다 갈아엎을 수도 없고. 뭔가 관련 아이템 같은 거라도 있으면 될지도 모르겠다만.”

“역시 아이템입니까?”

“그렇지. 혈통은 못 바꿔도. 수룡화처럼 유저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잇을 거야. 아예 유저들이 못 쓰게 설계된 무구는 아닐 테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만약 타란 제국의 용혈들만 쓰는 것이 가능한.

애초에 처음부터 유저가 쓰지 못하는 아이템이었다면.

들자마자 바로 제한이 떴을 것이다.

NPC가 아니면 사용하지 못한다던가 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말이지.

하지만 그런 메시지가 아닌.

분명히 소유자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 말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용혈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때 챠밍이 내게 물었다.

“용신검에 대한 걸 밝히지 않더라도 용혈이 되는 방법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아요? 아이샤 황녀에게 물어보면?”

“아. 그건 괜찮겠는데?”

단순히 용혈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만 물어본다면 챠밍 말대로 굳이 용신검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말을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혀를 차면서 내게 말했다.

“저 엄청난 용신검까지 빼돌리고는 용혈이 부족해서 못 들고 있어?”

아.

얘도 있었지.

“다 봤냐?”

“응. 하도 기가 차서 웃음을 참는 중.”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왕 헤르게니아의 시선은 온전히 용신검에 가 있었다.

“살다가 용신검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 마왕 아냐? 마신의 무구 같은 건 꽤 봤을 거 아냐.”

그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누가 들으면 마신의 무구가 어디 막 굴러다니는 줄 알겠네.”

“아냐?”

당장 나만 해도 마신의 파편만 벌써 두 개나 들고 있었다.

그중 마왕 스티어의 마왕성에서 얻은 녀석은 아직 활성화를 시키지 못해 그냥 들고 있었고.

또 하나는 마검.

이 녀석 역시도 마신의 파편 중에 하나니까.

어떻게 보면 나 혼자서 벌써 마신의 파편을 세 개나 들고 있는 셈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굴러다닌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말이지.

“아, 너 마신의 파편. 이미 들고 있었지.”

“알면 됐고.”

마왕 헤르게니아가 날 마왕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게 바로 마신의 파편이니.

“흥. 용신검은 타란 제국 같은 곳에서밖에 볼 수 없으니까. 아무리 마왕이라고 용신검은 못 훔친다고.”

“어차피 쓸 수 없으니까?”

내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은 이미 심장의 마기 때문에 용혈에 관련된 무구를 쓸 수가 없어.”

응?

그 말을 듣자 무심코 하나의 존재가 떠올랐다.

마기를 쓰면서도 용의 힘을 쓰는 존재가 분명 있긴 했는데…….

아스티아.

지금 생각해보면 이 두 힘을 전부 쓰는 존재는 딱 그녀밖에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 보았다.

“혹시 용마족이라고 알아?”

“용마족? 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역시.

마왕 헤르게니아가 모르거나 하지 않았다.

“잘 알아?”

“마왕이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그러더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알겠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용마족이라면 용신검을 쓸 수도 있긴 하겠네.”

“가능한 거야?”

“응. 용의 힘을 쓸 수 있는 마족이니까. 그리고…….”

잠시 말을 흐리더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내 말을 이었다.

“마왕 정도 되면. 용신검도 충분히 납득할 수준은 되겠지.”

“마왕?”

“그 이하로는 용신검에게 오히려 잡아먹힐걸?”

잡아먹힌다라.

그 말은 용신검 역시도 뭔가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인가?

내가 들고 있는 마검처럼?

마검 역시도 처음에는 날 못 잡아먹어서 난리였으니.

그런데 이상한 점은 용신검은 왜 내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걸까.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에 따르면 분명히 용신검이 날 잡아먹어야 정상이었을 텐데…….

뭔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신검을 내려다 보는 사이 마왕 헤르게니아가 날 보면서 물었다.

“용신검, 내가 그거 쓸 수 있게 해줄까?”

“응? 가능해?”

“못하면 말도 안 했지.”

그런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에 우리 팀의 시선 전부가 집중되었다.

설마하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여기서 농담이나 하진 않았을 테니까.

“어떤 방법이지?”

“전에 아크 드래곤에게서 얻은 심장 있지?”

있긴 있다.

쓸 곳이 없어 인벤에 고이 모셔두고 있지만.

『 불완전한 키메라 아크 드래곤 하트 』

“드래곤 하트?”

인벤에서 찾아서 꺼내주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래. 그게 네 용혈을 대신해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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