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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87화 (1,175/1,404)

#1187화 용신검 아스카론 (3)

정확하게 말하면 ‘없애 버린다’보다는 꽤 다른 방법이긴 하지만…….

어쨌든 카베스 황제가 용신검을 가지지 못하게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만약 일이 뜻대로 흘러가게 된다면.

카베스 황제도 꽤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카샤스 대공과 아이샤 황녀는 그에 반사 효과를 얻게 될 테지.

용신제.

타란 제국이 용신의 혈통들이 세운 나라답게.

그 용신을 기리는 제사를 매년 지내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샤 황녀의 말에 따르면 용신의 안녕을 기리는 제식이라고는 하는데…….

<불멸> 딱히 용신은 그런 것을 받지 않아도 잘 살 것 같지만 말이지.

용신제에 대한 재중이 형의 짧은 감상이랄까.

나 역시 굳이 용신에게 그런 제사가 필요할 거라 여기진 않았다.

뭔가 바라는 게 있지 않은 이상에야…….

그때 아이샤 황녀가 내게 그에 대한 사항을 말해주었다.

“사실 그 용신제 때 검에 모인 기운을 용신이 받아가요.”

“그게 무슨 말이죠?”

“한 해 동안 모인 기운을 용신이 받아가고 타란 제국 전체에 용신의 가호를 내려줘요.”

<불멸> 용신이 단순히 삥만 뜯어가는 건 아닌 모양이네.

<주호> 하하…….

재중이 형은 용신이 무슨 동네 양아치쯤으로 보는 것 같은데.

기운을 받아가고 제국 전체에 용신의 가호를 내려주는 거라면.

어떻게 보면 꽤 남는 장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신의 가호라는 게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러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할 텐데 단순히 기운 정도만 받아가고 도와준다고?

이상한 점이 있긴 했지만.

이건 아이샤 황녀가 더 이야기해주진 않아서 일단은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아마도 꽤 불편한 이야기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

분명히 그동안은 아이샤 황녀가 용신검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었다고 언급했었다.

재중이 형이 아이샤 황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불멸> 저 황녀. 단순히 피 좀 주고 끝낸 것 같지는 않지?

<주호> ……아마도요.

나나 재중이 형이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

그건 용신검에 그동안 제물로 꽤 많은 용이나 사람들이 바쳐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걸 용인한 건 아이샤 황녀일 테고.

그간 용신검의 관리를 한 건 바로 그녀니까.

이걸 카샤스 대공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공저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아마도 그 역시 알고 있지 않을까.

용이나 사람들이 사라지는 걸 아무도 몰래 했을 리는 없을 테니.

원 역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건.

이런 용신제에 대한 내용이 역사에 알려져 봐야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듣진 못했기 때문이려나.

제물을 바쳐서 가호를 얻는 일은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그때 이쁜소녀가 궁금한 것이 있는지 아이샤 황녀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그럼 용신이 직접 나타나는 건가요?”

그 질문에 아이샤 황녀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이전에 내가 이쁜소녀 역시 왕녀라고 소개해 두었기에 아이샤 황녀도 딱히 불편해하지는 않는 듯했고.

“아뇨. 용신님은 나타나진 않지만. 용신님을 모시는 가신이 나타난답니다.”

“신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네요.”

궁금하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정령신의 무구와 마신의 파편 같은 아이템들을 다루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것들의 주인이었던 신을 본적은 없으니까.

아마 시간이 좀 더 흘러야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메인 퀘스트상.

따라가다 보면 언제가 되었든 결국 신을 보기는 할 테다.

조금 일찍 보지 못해 아쉽긴 해도.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듯하자 카샤스 대공에게 말했다.

“일단 계산부터 끝내도록 하지.”

“계산이라면…… 용의 맹세를 말하는 건가?”

“어, 이쪽이 대가를 지불해야 성립되는 거잖아.”

조건을 걸어두었는데 지급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 쪽에서 페널티라.

받기 싫다고 해도 줘야 하는 판이다.

“흠. 그럼 어디서 하면 되지?”

“여기 넓고 좋은데?”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자 꽤 넓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모든 대공저의 인원들을 물려놓은 상태라 주변에 거슬리는 녀석들도 없었고.

카샤스 대공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챠밍을 불렀다.

“여기에 아크 드래곤 잔해 꺼내줘.”

“알았어요.”

그리고는 마왕 아이셔스의 스태프를 꺼내서 거대한 마법진을 소환해 냈다.

그러자 대공저의 공터 위로 거대한 아크 드래곤의 잔해가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아크 드래곤인가…….”

카샤스 대공은 꽤 흡족해하는 눈치였고.

아이샤 황녀는 정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정말 아크 드래곤이네요.”

그녀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잡았다는 걸 말로만 듣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는 꽤 클 테니.

“대공에게 약속한 지분은 10%였지. 원하는 부분을 가져가. 그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으니까.”

어차피 카베스 황제에겐 돈 되는 부위를 줄 생각은 없으니까 이왕 줄거면 카샤스 대공에게 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자 카샤스 대공의 표정이 바로 환하게 바뀌었다.

이후 한참을 고르고 골라 원하는 부위를 종류별로 가진 카샤스 대공이 흡족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고맙다. 이 정도면 무기와 갑옷 세트 정도는 나올 듯하군.”

“뭘. 이것도 계약인데.”

온전히 보상을 지불하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카샤스 대공과의 용의 맹세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

《 카샤스 대공과의 용의 맹세를 받아들입니다. 》

이로써 이번엔 카샤스 대공 쪽이 용의 맹세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물게 된다.

“아, 황제를 직접 오라고 하긴 그렇고 대리인이라도 오라고 해. 그쪽도 처리해야지.”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곧장 대답했다.

“이미 대공저 바깥에 황제의 측근이 대기 중이다.”

“그래?”

<불멸> 아마 우리 뒤를 바로 따라 붙은 모양인데?

<주호> 시간 안 끌고 좋네요.

황제 쪽의 감시 같은 느낌도 들긴 했는데.

오히려 이번엔 일 처리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 다음부터 감시는 붙이지 말라고 해.”

“그렇게 경고하도록 하지.”

카샤스 대공 역시 따라 붙는 걸 진작 알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대답하고는 바로 사람을 시켜 황제의 측근을 불러들였다.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그래. 황제께 가져갈 분량을 가져가라.”

그러면서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가리키자 황제의 측근과 몇 명의 기사들이 달려들어 재빠르게 황제의 몫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크 드래곤의 30%면 꽤 분량이 많으니까.

일반 유저들은 돈을 싸들고 찾아와도 쉽게 사질 못할 물건이기도 하고.

그 모습을 보던 전사 형이 내게 말했다.

<방패전사> 저 녀석들 중간에 빼돌리는 거 아냐?

<주호> 그럼 아마 카베스 황제에게 바로 목이 날아가지 않을까요?

<방패전사> 하긴 그렇겠다.

애초에 이곳 타란 제국에서 황제의 물건을 들고 나른다는 건.

그냥 죽여 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라.

그렇게 모든 물량을 가져가자 이번엔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카베스 황제와의 용의 맹세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

《 카베스 황제와의 용의 맹세를 받아들입니다. 》

이걸로 이제 카베스 황제는 날 건들 수 없게 되었다.

거기다 원래 계약 조건대로 타란 제국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게 되었고.

남은 아크 드래곤의 잔해는 다시 그대로 챠밍의 스태프로 돌아갔다.

카샤스 대공이 보더니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내게 물었다.

“저 스태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그냥 기분이야. 세상에 비슷한 스태프가 한둘도 아니고.”

“그런가?”

마왕 아이셔스와 직접 붙어봤다면 또 모를까.

그냥 단순히 저 스태프만으로 뭔가를 알아낼 순 없을 것이다.

나중엔 의심할지도 모르겠다만.

설마 마왕 아이셔스를 죽였다고 생각하진 않을 테니 딱히 문제도 없고.

“아,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어떤 일이지?”

“너도 그걸로 무구를 만들 거 아냐.”

그러면서 카샤스 대공이 가져간 아크 드래곤 잔해를 가리켰다.

“흠. 그렇지.”

“그럼 우리도 좀 부탁해도 되겠어?”

카샤스 대공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무구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부분에서.

분명히 이걸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런 판단은 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 기다려야 할 텐데?”

“시간은 상관없어. 이왕이면 고대 마룡을 잡으러 가기 전에 완성시켜주면 더 좋고. 전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거잖아.”

“그렇군. 알았다. 최선을 다해 보지.”

고대 마룡 이후에 만들어져도 괜찮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에 만들어서 쓸 필요가 있었다.

특히 우리 팀들.

방어구가 너무 밀린다.

나야 마왕 올펠의 풀 플레이트.

재중이 형은 아크 드래곤 풀 플레이트.

전사 형은 타이탄 풀 플레이트가 있었다.

하지만 이쁜소녀와 챠밍, 나르샤 누나, 막내별은 방어 장비가 상대적으로 너무 취약한 상태였다.

에센시아 기사단의 장비가 나쁜 건 아니지만.

주력으로 쓰기에는 너무 공용인 느낌이 강하기도 하고.

카베스 황제를 통해서 소개를 받으면 불편하지만.

이렇게 카샤스 대공이 대장장이를 알고 있으면 일이 쉬워진다.

“혹시 대장장이가 누군지 알 수 있어?”

“흠. 아마 드워프의 대장로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말에 나와 재중이 형, 우리 팀 모두 만족한 듯 미소를 보였다.

같은 재료라도 얼마나 명장이 만드느냐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걸 우리가 목표했던 드워프 대장로가 만들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었고.

“그 대장로. 타란 제국에 속한 거 아니었나? 황제가 좋아하지 않을 텐데. 거기다 황제가 먼저 만들려고 할 테고.”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예전에 내가 목숨을 살려준 빚이 있다.”

그리곤 그 한마디 말로 모든 상황을 일축시켜 버렸다.

목숨을 살려준 값이라.

이걸 그렇게 쓰는 걸 아까울 텐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잘 만들어지면 나중에 인사하러 간다고 해.”

그때 아이샤 황녀가 내게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거예요.”

“네?”

“드워프 대장로님이 이곳 대공저에 머무르고 있어요. 카샤스 대공의 손님으로요.”

일이 잘 풀리려면 어떻게든 된다더니.

설마 이곳에 드워프 대장로가 있을 줄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 드워프 대장로가 나타났다.

맥크라이 장로의 스승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연륜이 신체 곳곳에 스며든 느낌이었다.

“이들이 아크 드래곤을?”

아이샤 황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드워프 대장로가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네. 드워프 대장로인 바그날이라고 하네.”

사실 우리가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지 알면 오히려 저쪽이 놀라지 않을까.

“반갑습니다. 맥크라이 장로가 추천해 줘서 찾아왔습니다.”

“호오. 무뚝뚝한 그 녀석이 말인가.”

《 드워프 대장로 바그날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드워프 대장로 바그날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드워프 대장로 바그날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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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맥인가?

보자마자 바로 호감도가 올라가는 걸 보면.

하긴 드워프 장로의 추천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보증된 증명서 같은 것과 다름 없을 테니.

그리고는 우리 설명과 함께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알겠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이건 나밖에 다룰 수 없겠군. 부탁할 건 로브 두 벌. 중갑, 경갑 한 벌씩인가?”

“네. 시간 내로 가능할까요?”

“시간? 무슨 말이지?”

“아. 그게 조만간 고대 마룡 레이드를 가야…….”

고대 마룡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바그너가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 드래곤을 잡은 녀석들이라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군. 좋아. 최대한 힘써 보겠네.”

“아, 그리고 남는 재료들은 악세서리도 부탁드립니다.”

“흠. 악세서리는 내 전문이 아닌데 말이지.”

“그런가요?”

“마탑 녀석들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아이샤 황녀가 내게 말했다.

“그쪽은 제가 도와드릴게요. 마탑의 장과 제가 좀 친분이 있어요.”

“아, 제사장이라고 하셨죠.”

거기다 타란 제국의 재상이기도 하고.

어지간한 부탁은 다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몇 가지 물품을 맡겨놓은 뒤 대공저에서 장비를 정비하고 정보를 얻으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날이 지났을까.

아이샤 황녀가 곧 소식을 알려왔다.

“용신제 일정이 잡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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