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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82화 (1,170/1,404)

#1182화 타란 제국 (9)

타란 제국 황제가 용신검을 가지고 있다고?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때 카샤스 대공에게 용신검에 대해서 물었던 건.

지금쯤 용신검을 카샤스 대공이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하고 있거나 혹은 본인이 벌써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원 역사의 어디에서도 타란 제국 황제가 용신검을 가졌다는 언급이 없기도 했고.

이건 그가 실제로 보유를 했었는데 의도적으로 누락되었거나.

아님 그냥 역사 자체가 바뀐 거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있긴 했어.

처음에 에센시아 제국에서 마주쳤을 때 카샤스 대공이 용신검을 가지고 있었다면 진작 재중이 형이나 전사 형이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카샤스 대공은 그냥 조금 커 보이는 대검을 가지고 있었을 뿐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거기다 용신검 정도 되는 걸 앞에 두고 르아 카르테가 아무런 신호를 주지 않았을 리도 없고.

이 녀석은 생각 이상으로 탐욕이 엄청나니까.

분명히 뭔가의 신호를 줬을 텐데 말이지.

그런 용신검이 타란 제국 황제에게 있다는 건…….

카샤스 대공을 바라보며 아까의 일을 물어 보았다.

“이거였어? 제국 황제가 너보다 더 강하다는 뜻이?”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확실히 용신검 아스카론 정도면 평범한 녀석도 단숨에 괴물로 만들어줄 정도의 능력은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름 그대로 용신의 무구니까.

그 결이 좀 다르긴 해도.

정령신의 무구인 르아 카르테나 마신의 파편 같은 무구들과 맞먹거나 상황에 따라 더한 힘을 낼 수도 있을 터.

특히 용혈을 가진 녀석들이 용신검을 들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힘을 낸다고 원 역사에 언급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성마대전의 마지막까지 남아 타란 제국을 지켜낸 카샤스 대공의 또 다른 힘이었다.

그가 소유했어야 하는 고대 마룡과 더불어 말이지.

지금은 둘 다 없다는 게 문제고.

“까딱 잘못했으면 아까 다 죽을 뻔했겠는데?”

타란 제국 황제가 용신검을 그 자리에서 들고 있었다면.

아마 그렇게 쉽게 상황이 끝나지 않았을지도.

원래 타란 제국 황제가 강한데다가 용신검을 들고 있는 상태라면 어지간한 녀석들은 상대도 안 될 거니까.

카샤스 대공 역시도 마찬가지.

이쪽은 용신검에 맞먹는 무구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르아 카르테와 같은 무구들을 넘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카샤스 대공은 오히려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니. 아직 황제는 용신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그래?”

이건 또 의왼데?

그냥 용신검을 들자마자 바로 괴물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지만 카샤스 대공의 말은 바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자 자동적으로 시선이 레오나 에센시아가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로 향했다.

겉으로는 그저 좀 아름다운 유리 세공품 같은 무구다.

실제로 지금은 속이 빈 깡통이기도 하고.

내 시선이 르아 카르테로 향하자 레오나 에센시아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아직 쓰지 못한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리고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돌려 카샤스 대공을 바라보았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그러자 카샤스 대공이 잠시 멈칫했다가 곧 태도를 바꾸고 말해 주었다.

아마도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되는 그런 내용일지도.

“맞다. 용신검 아스카론은 지금 현재로는 너무 약하지.”

“제한이 있어?”

원 역사에선 제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하긴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애초에 카샤스 대공이 성마대전에 용신검을 들고 나온 시점부터 이미 충분히 강했다.

그러니 딱히 누구 하나 그것에 관해 관심을 가진 녀석들도 없었을 테고.

지금 강한데 약했을 때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녀석들이 있다는 게 더 우습지.

쓸데없는 노력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을 것이다.

용신검의 제한 말이지.

만약 이 정보를 안다면 유저들 사이에서는 꽤 비싸게 거래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팔 일은 없겠지만.

제한이라는 말에 카샤스 대공이 할 수 없다는 듯 설명을 시작했다.

“용신검을 제대로 쓰려면 용을 제물로 최대한 먹여야 해.”

이건 처음 듣는 말인데.

재중이 형과 전사 형도 이건 모를 것이다.

“용을 제물로 삼는다라……. 꽤 흥미롭네.”

그때 레오나 에센시아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카샤스 대공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타란 제국 황제가 아직 용신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거예요?”

확실히 이건 나도 의문이었다.

용을 제물로 먹이는 건 생각 외로 타란 제국 황제에게 어려운 미션은 아닐 것이다.

타란 제국 자체가 용의 보금자리나 마찬가지니까.

실제로 마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도 우리 머리 위의 상공에는 수도 없이 많은 용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단순히 지나가는 대로에서만 보이는 용이 이 정도인데 타란 제국 전체로 치면 얼마나 많은 용들이 있다는 건지 상상이 안 될 정도였다.

그동안 봤던 모든 용들의 숫자를 다 합쳐도 아마 이곳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용이 많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용들이 있는데 타란 제국 황제가 용신검을 제대로 못 쓴다고?

제물로 쓸 용들이 넘쳐나는 판국에?

타란 제국 황제가 한마디만 하면 용신검의 제물이 될 녀석들이 즐비한데?

“제물이 이곳에 많다는 걸 물어보는 건가?”

“그래요. 지금도 용이 많은걸요.”

내가 봤던 것과 동일한 하늘을 보면서 레오나 에센시아가 말하자 카샤스 대공이 바로 고개를 저어보였다.

“이미 황제는 용신검에 용들을 먹일 만큼은 먹였을 거다.”

“했어요?”

“그래. 내가 알기로 거의 천 마리가 넘어가는 용들을 제물로 먹인 걸로 안다. 그것 때문에 한때 장로회에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

“길들인 용이 천 마리면…… 강력한 기사단 몇 개를 유지할 수준이 되겠네요.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들 수도 있고요.”

“맞아. 길들이고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전에 투입될 때까지 들어가는 자금이 엄청나지. 그런 성룡들을 제물로 날렸으니 그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로회가 지금도 황제만 언급하면 치를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장로회와 사이가 안 좋겠네요.”

“그래. 원래도 안 좋았지만 지금은 더 안 좋지.”

그때 내가 궁금해서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물었다.

“장로회라면……?”

“아! 에센시아 제국으로 치면 귀족 연합 같은 느낌일 거예요. 성격이 좀 많이 다르긴 해도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해요.”

“황권 견제인가?”

“그런 셈이죠. 그들에게 너무 강력한 황권만큼 무서운 게 없을 테니까요.”

이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황권과 귀족들은 대부분 대립하기 마련이라.

실제 에센시아 제국은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 있고, 타란 제국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할을 하는 게 장로회라는 것만 다를 뿐.

레오나 에센시아의 설명이 조금 부족한지 카샤스 대공이 내게 따로 부연설명을 해 주었다.

“타란 제국의 장로회는 모두 용을 다루는 최고의 전사들 사이에서 배출하는 고위직이다.”

“기사단의 대표 같은 거야?”

“엄밀히 따지자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용혈이 짙은 녀석들의 집단이기도 하지.”

“용혈은 황실에만 전해지는 게 아니었어?”

“시간이 흐르면 약한 피라도 여기저기 흩어지기 마련이라…….”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네. 일종의 곁가지 같은 거려나?”

내 간단명료한 표현에 카샤스 대공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 장로회 녀석들이 꽤 열 받아 할 만한 말이군.”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렇지. 황실에 남는 건 결국 강력한 용혈을 가진 직계뿐이다. 나머지는 곧 흐려져서 없어지거나 잊혀지니까. 네 말대로 곁가지나 마찬가지지.”

들어보니 타란 제국은 에센시아 제국과는 아예 그 결이 달랐다.

뭐 에센시아 제국도 혈통을 중시하기는 하는데.

지금의 타란 제국만큼은 아닌 듯하니까.

용혈이 진하면 황족.

아니면 그냥 잊혀진다.

오직 용혈 하나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곳이 바로 이곳 타란 제국이다.

“만약 혈통이 직계인데도 약하다면?”

“마찬가지다. 직계의 자격을 박탈당하지.”

“그러다 나중에라도 그 자손이 강하면?”

“그땐 이야기가 좀 다르긴 한데…….”

말을 흐리는 카샤스 대공을 보고는 알겠다는 듯 되물었다.

“혈통 자체가 바뀌는 거구나?”

“……당대의 황제가 너무 약하다면 아마 가능은 하겠지. 하지만 아직까진 그런 역사가 없었다.”

그러니까 방계의 용혈은 일종의 스페어나 마찬가지였다.

당대에 약해진 용혈을 채우기 위한.

뭐 보아하니 아직까지는 그런 전례가 없어 보이기는 한데.

장로회에서 갑자기 미친 듯이 강한 녀석이 나오기라도 하면.

말이 완전히 달라진다.

흐음.

당대의 황제가 약하다라…….

그 말이 나오자마자 빤히 카샤스 대공을 쳐다보았다.

이건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날카로운 질문을 날렸다.

“만약에…… 장로회가 아닌 직계 중에서 황제보다 더 강한 혈통이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순간 카샤스 대공의 표정이 확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건 어쩌면 타란 제국의 혈통 문제에 직격탄이 될지도 모르는 질문이기 때문일 테지.

“대공께 실례였다면 죄송해요.”

“아니. 누구나 생각할 법한 이야기지. 실제로 장로회 녀석들이 접근하기도 했었고.”

이미 장로회에서 카샤스 대공에게 접촉한 거였나?

그렇다는 건 장로회 역시도 카샤스 대공이 더 강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일 테다.

지금의 타란 제국 황제보다.

만약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장로회에서는 접촉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용혈의 강함이 전부인 타란 제국에서 이건 반역이나 마찬가지라.

하지만 실제로 카샤스 대공이 지금의 타란 제국 황제보다 더 강하다면.

이건 반역이 아니게 될 수도 있었다.

용신검이라는 게 없었다면.

정말 그럴 수도 있었겠지.

“타란 제국 황제가 용들을 제물로 삼은 걸 장로회에서 걸고넘어진 일도 이것 때문이야?”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살짝 한숨을 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친 관심이지.”

아니다.

오히려 이건 장로회에서는 충분히 할 법한 일이지.

용신검이 없다는 가정하에선 카샤스 대공이 더 강하다는 걸 알았다면.

굳이 타란 제국 황제가 용신검으로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때 레오나 에센시아가 이번에도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황권이 더 강해지면 장로회에서 꺼려하지 않아요? 만약 카샤스 대공께서 황제가 되면 지금보다 황권이 더 강할 텐데…….”

확실히 그녀의 말이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만약 지금이 일반적인 상황의 타란 제국이었다면 말이지.

레오나 에센시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지금은 그들에게도 상황이 다를 겁니다.”

“다르다니…… 무슨 말이죠?”

“성마대전.”

“아! 그렇네요.”

내 입에서 성마대전이 나오자 그녀가 바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보다 훨씬 강한 용혈을 원하는 거네요.”

“네. 타란 제국이 무너지고 나면 장로회고 뭐고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들에겐 자신들의 최고의 전력이.

지금의 타란 제국의 황제가 아닌.

카샤스 대공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그런 장로회를 비웃듯이 카샤스 대공이 말했다.

“그 옅은 용혈조차 아까운 놈들이다.”

카샤스 대공은 장로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군.

자신을 밀어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해도 이건 딱히 변하진 않을 테고.

그때 카샤스 대공이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아크 드래곤의 잔해. 그게 있으면 타란 제국 황제는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거다. 장로회 녀석들은 싫어할 테지만.”

하.

설마?

타란 제국 황제가 그렇게 아크 드래곤을 원했던 게…….

“용신검. 단순히 용을 많이 먹인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었군.”

“맞아. 보다 강력한 용. 타란 제국 황제가 강해지기 위해선 그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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