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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76화 (1,164/1,404)

#1176화 타란 제국 (3)

에센시아 제국의 비공정이 타란 제국 상공에 이르자 이번에는 멀리 타란성의 성벽 안쪽에서부터 수도 없이 많은 용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이쁜소녀가 한껏 기대가 찬 표정으로 감탄했다.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본 신난 아이처럼.

“우와! 용들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이쁜소녀뿐만 아니라 우리들 역시도 감탄하긴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챠밍이 놀란 듯 말했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저렇게 많은 용이 한 자리에 있다니.”

“그러게. 사냥터에서도 이렇게까진 없을 텐데.”

아마 이전의 용과 관련 된 사냥터에서도 단순히 숫자만 치면 어떻게 가능이야 하겠지만.

지금 저 모습처럼 용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한 자리에 정렬하는 광경을 보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지.

사냥터에서는 그야말로 리젠 자리에서만 생성되어 나오자마자 유저들하고 치고 박는다고 바쁠 테니까.

저렇게 약속이나 한 듯 한 번에 움직이는 건.

적어도 기존의 법칙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오직 이곳.

용들의 나라인 타란 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장면이라는 거지.

막내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역시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영상 올리면 바로 1등 하겠어요.”

그런 막내별의 말에 전사 형이 어림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거 화련이 벌써 올렸을걸요?”

“아…… 맞다. 화련이 먼저 왔죠.”

정말 아쉽다는 듯 말하는 막내별에게 재중이 형이 아니라는 듯 말해 주었다.

“화련은 이런 모습을 못 봤을 거야.”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시선을 카샤스 대공 쪽으로 돌렸다.

“아마 저 녀석이 있으니까 이 정도로 환대해 주는 거겠지.”

확실히 화련이 이곳 타란 제국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광경을 볼 순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귀족 작위까지 얻긴 했어도.

타란 제국 내에서의 일이기도 하고.

다시 재중이 형이 시선을 돌려 레오나 에센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쪽은 에센시아 제국의 황녀가 타고 있으니까.”

그러자 막내별이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일종의 보여주기인가요? 타란 제국이 이런 곳이라고.”

“아마도? 딱히 카샤스 대공이 그렇게 뽐내고 할 성격은 아니겠지만. 타란 제국은 그게 아닐 테니까.”

한마디로 재중이 형 말은.

에센시아 제국의 황녀가 방문했기 때문에.

타란 제국에서 좀 더 신경을 썼다는 걸 돌려서 말한 것이었다.

막내별 말대로 일종의 과시일 수도 있고.

그간 양 제국 사이에 서로 간의 교류가 거의 없다는 걸 고려해 보면.

위력 시위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터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용케 에센시아 제국 황녀가 온다는 걸 알았네요.”

“흐음. 카샤스 대공이 알렸을 리는 없을 테고. 에센시아 제국에서 따로 전달했나 보지. 자기네들 황녀가 가니까 알아서 하라고.”

제국의 황녀가 움직이는 일이었다.

그것도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타란 제국으로 말이지.

이건 적어도 황녀 방문에 대해 최소한의 준비는 하란 뜻일 테다.

하지만 지금의 환대는 아무리 봐도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의 한 국가의 수장이 와야 받을 법한 환대라니…….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의 환대라니 좀 이상하긴 하네요. 그래봐야 에센시아 제국에서 실권이 없는 황녀 중에 하나인데요.”

물론 카샤스 대공이 있다고 해도.

어차피 카샤스 대공은 타란 제국의 사람이니 이 정도까지 할 이유도 없을 테고.

뭐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와 환영식이라도 하면 또 모를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그때 재중이 형이 대충 짐작하겠다는 듯 말했다.

“아마 상호방위조약 때문일걸?”

“설마 그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요?”

“일단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동맹국이 된 거잖아? 역사적으로 한 번도 없었던 일이기도 하고. 이 정도의 환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흐음. 생각해 보니 확실히 가능한 일이겠네요.”

그간 두 제국은 서로 물어뜯기 바쁜 상대였는데.

갑자기 생뚱맞게 카샤스 대공이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돌아와 버렸다.

그것도 에센시아 제국의 황녀와 함께.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마 지금 타란 제국에서도 난리일 걸? 타란 제국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일 테니까.”

그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조차 예상을 못한 일인데 타란 제국도 마찬가지일 테다.

잘 모르긴 해도 지금쯤 비상 회의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카샤스 대공이 사고를 제대로 친 거지.”

그런 재중이 형 말에 슬쩍 카샤스 대공 쪽을 쳐다봤다.

“흐음. 어쩐지 좀 미안하네요.”

카샤스 대공에게 레오나 에센시아에 관한 일을 맡긴 건 정작 나였으니까.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서 황녀를 빼내려면 최선이긴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은 나도 몰랐다.

어떻게 보면 그 부담을 카샤스 대공이 전부 지게 된 셈이기도 하다.

“나중에 한 번은 좀 도와줘야겠어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카샤스 대공도 생각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일을 벌였겠지.”

“하긴 그런가요.”

그간 지켜본 카샤스 대공은 아무런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를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히 머리가 좋은 편에 속하지.

상호방위조약 역시도 녀석 나름대로 깔린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다시 비공정이 완전히 타란 제국의 성벽을 넘어 타란 제국 안으로 착륙했다.

우리 주변으로는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용들이 어지렇게 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당장 저들이 공격이라도 하면 그대로 당할 지도 모르지만.

딱히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여기는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만약 에센시아 제국의 황녀가 타고 있는 이 비공정을 공격하면 그 뒤에 일어날 일은 뻔하니까.

거기다 카샤스 대공이 타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

나 역시 일단은 로가슈 왕국의 왕자 신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쪽은 카샤스 대공에게 정식으로 초대를 받아 타란 제국으로 온 셈이라.

여기서 우릴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타란 제국에게는 큰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워낙 많은 용들이 날아다녀서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카샤스 대공이 내리자 갑자기 사방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카샤스 대공님이 돌아오셨다!!”

“와아아!!”

“환영합니다!!”

응?

뭐지.

이 환호성은…….

비공정 주변으로 몰려든 시민들이나 용을 타고 있는 기사들 할 것 없이 카샤스 대공에게 엄청난 환호를 보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카샤스 대공은 타란 제국의 영웅 중 최강이니까.”

에센시아 제국에서는 그다지 실감이 가지 않았는데 확실히 자기 앞마당에 오니까 대우부터가 달랐다.

“자, 그럼 우리도 내리자고.”

우리와 함께 레오나 에센시아가 비공정에서 내리자 순간 환호를 보내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몰리는 게 느껴졌다.

특히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저분이 그 에센시아 제국의…….”

“다른 제국에서 황녀가 올 줄이야.”

“정말 황녀 맞아?”

웅성웅성.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자 레오나 에센시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게 보였다.

그때 카샤스 대공이 우리 앞으로 걸어오더니 자연스럽게 한쪽 손을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내밀었다.

“황녀. 손을.”

그러자 레오나 에센시아가 카샤스 대공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순간.

주변의 공기가 확 얼어 버리는 듯한 적막이 흘렀다.

그 엄청난 환호성이 싹 사라지면서.

아니.

정확하게는 경악이라고 해야 할까.

“카샤스 대공님이 여성에게 에스코트를?!”

“세상에……!”

“이거 환영 아니지?”

“저런 모습 처음 봐.”

용들을 타고 있던 기사들은 전부 다 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고.

시민들 역시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일제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음.

평소에는 안 저런다 이건데.

카샤스 대공이 이번 일을 꽤나 신경 쓴다는 게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곧 용에서 내린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 모두 타란 제국성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수시로 흘깃거리는 저 기사들의 시선만 없었다면 좀 더 편하게 갔겠지만.

완전히 성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에센시아 제국의 기사단은 따로 안내를 받아 흩어졌고.

기사단장 베인이 다소 불만인 듯 나를 바라보자 녀석에게 말했다.

“일단 얌전히 대기 하고 있어. 곧 바쁘게 움직일 거다.”

“알겠습니다.”

그런 우리 모습을 타란의 기사들이 다소 생소하다는 듯 바라봤다.

무리도 아니겠네.

에센시아 제국의 기사단장이 에센시아 제국의 황녀가 아닌 로가슈 왕국의 왕자에게 명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까.

뭐 명령 체계가 이상하다고 내게 와서 따질 녀석들은 없겠지만.

라첼이 내 쪽으로 오더니 물었다.

“나는?”

“너도. 사고 치지 말고. 여기서 사고 치면 수습도 안 돼.”

“사고 안 쳐!”

그러더니 홱 하고 타란 제국의 기사들을 따라가 버렸다.

아예 대놓고 베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라첼은 보호해.”

“라첼…… 말입니까?”

“어. 긴급 상황에서 다른 녀석들은 다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내 말에 베인의 눈빛이 살짝 검게 물들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명 받들겠습니다.”

이렇게 상대 진영에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명령을 내려두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베스트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마왕 헤르게니아를 붙여두고 싶긴 한데.

사실 이 녀석이 더 사고를 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걸어가자 어느새 대전에 도착했고 앞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듯 경비병이 위아래로 나를 살폈다.

“로가슈 왕국 왕자님 맞으십니까?”

“그래.”

“같이 오신 분들은…….”

“동행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왕자님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을 바라봤다.

“갔다 와. 밖에 있을 테니.”

“그럼 잠시 다녀올게요.”

아마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왕족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듯했다.

챠밍은 일단 왕녀로 되어 있으니 데리고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유사시에 재중이 형 옆이 나을 것 같아 그대로 들어가기로 했다.

나와 카샤스 대공, 레오나 에센시아가 모두 대전으로 들어가자 대전 위쪽으로 한 인영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자가 타란 제국의 황제인가?

강렬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카샤스 대공과는 다른.

약간은 왜소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타란 제국 황제의 등 뒤로 턱을 올리고 누워있는 거대한 용을 보면 절대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국으로 들어오면서 본 그 어떤 드래곤보다도 큰 녀석이었으니까.

심지어 전에 본 카샤스 대공의 그것보다도 오히려 지금의 이 녀석이 더 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통 덩치가 큰 녀석이 오래 살고 더 강하다는 걸 고려해 보면.

용을 다루는 능력 면에서는 오히려 저 제국 황제가 더 상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뭐 아크 드래곤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큰 녀석이다.

곧 타란 제국의 황제가 말을 꺼냈다.

“어서 오시게. 에센시아 제국의 황녀. 그리고…….”

순간 날 보는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지?

왜 상대국의 황녀인 레오나 에센시아가 아니라 오히려 내게 저런 시선을 보내는 건가?

“로가슈 왕국의 왕자여.”

흠.

일단은 맞춰 줘 볼까?

“타란 제국의 황제를 뵙습니다.”

그 순간 나를 바라보던 차가운 시선이 걷힌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본…….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었는데…….

주변을 보자 카샤스 대공과 레오나 에센시아는 딱히 다른 점을 못 느낀 듯했다.

그 순간.

어쩌면 좀 귀찮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타란 제국의 황제가 나를 빤히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로가슈 왕자여. 내 그대에게 한 가지 계약을 제안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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