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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57화 (1,145/1,404)

#1157화 신의 파편 (1)

《 메인 퀘스트 : 신의 흔적이 변경됩니다. 》

《 메인 퀘스트 : 신의 파편. 》

- 고대 신의 파편 결계에 접근했습니다.

- 고대 신의 파편을 습득 시 연계 퀘스트 발동.

- 퀘스트 보상.

< 메인 퀘스트 : 고대 신을 찾아서 > 연계

메인 퀘스트가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종착지에 제대로 도착했다는 거다.

퀘스트 시스템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내 몸 전체를 감싸는 압력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마신의 파편을 있던 마왕성 지하에 들어갔을 때와 거의 유사한 압력이랄까.

그때와 다른 건.

매섭고 거칠게 내리누르는 압력과 달리 지금은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런 느낌은 내게만 그렇다는 거지.

고개를 돌려 뒤를 따라오던 마족 베인을 쳐다보자 온몸에 하얀 스파크가 튀면서 검은 마기가 계속 흘러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마기는 그대로 사방을 감싸는 빛에 잡아먹히더니 허공에서 점차 사라져 갔다.

마치 희석되어 사라진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사라지는 기운만큼이나 고통스러워 보이는 마족 베인이 억센 인상을 쓰면서 힘겹게 발을 떼었다.

속으로 혀를 차면서 베인 녀석에게 말했다.

“힘들면 그만 따라와도 될 것 같은데?”

“헉헉……! 아닙니다.”

“아니. 도착하기도 전에 네가 죽어 버릴 것 같아서 말이야.”

여기서 베인 녀석이 죽어 버리는 것도 손해라고 하면 손해니까.

기껏 구워삶아 놓은 최상급 마족을 써먹지도 못하고 날리는 건 내 입장에서는 꽤 아쉬운 일일 테다.

녀석이 없다고 대안이 없는 건 또 아니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높은 녀석이 있는 게 좀 더 일처리가 수월할 테니.

그러니까 여기서 죽는 건 역시 아깝다.

베인 녀석이 고통에 한껏 구겨진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니 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왕님은 괜찮으십니까?”

“나 말이야?”

의아한 눈빛으로 마족 베인을 보자 녀석이 고개를 돌려 마왕 헤르게니아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내 시선도 그쪽으로 돌아갔고.

그리고 그곳엔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 몸에서 검은 기운을 뽑아내며 이 빛의 압력에 견뎌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족 베인보다야 이쪽이 월등히 상태는 나아 보이긴 한데.

그녀 역시 이 부근의 빛의 기운들과 싸우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었다.

마왕이나 마족이나.

아마 이곳의 환경 자체만으로도 거의 천적에 가까운 느낌이겠지.

반면에 난 완전히 그런 기운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빛의 기운에 반발은커녕.

아예 몸에 충만한 기운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서.

만약 이런 환경 속에서라면 마왕과 대놓고 붙어도 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왜? 같은 마왕인데 나만 괜찮은지 궁금해?”

내 물음에 베인 녀석이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에게 이런 걸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꽤 무리한 질문이겠지만.

궁금증은 풀어야 한다 이건가?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지금 감히 마왕에게 질문하는 건가?”

같은 마왕으로서 기분이 상당히 나빠졌는지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흐음.

확실히 이런 질문은 마족이 거스르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잠시 베인 녀석을 바라보다가 굳이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입을 닫았다.

마왕 헤르게니아 말대로 내가 녀석에게 친절히 설명해 줄 이유가 없기도 하고.

더욱이 녀석은 아직 확실히 내 밑에 선 것도 아니었다.

다른 말로.

베인 녀석이 여기서 보고 듣는 모든 내용들이 바로 다른 마왕들에게 들어갈 확률이 아주 높다는 거다.

정확하게는 녀석의 상관인 1군단장 마왕 데칸 말이지.

원 역사를 안다고는 해도.

일어났던 일 정도만 기록될 뿐이지.

그게 그 마왕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건 또 아니었다.

안 그래도 이미 역사가 상당히 꼬여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마왕 데칸이 돌발행동을 한다면?

그것도 마왕군의 1군단장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역사 자체가 꼬여 버릴지도 모른다.

아직은 변수를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고.

마왕 헤르게니아야 이미 알아 버려서 어쩔 수 없지만.

베인 녀석에게까지 내가 동시에 두 가지 힘을 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진 않았다.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놀랐던 걸 보면.

타락 천사라는 신분이 마왕들 사이에서도 꽤 문제가 있는 모양이니까.

내게 대답을 들을 수 없자 베인 녀석이 아쉬워하면서도 당연하다고 판단했는지 더 이상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끝까지 따라올 거야?”

이어지는 내 질문에 베인 녀석이 멈칫했다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 이상은 무리입니다.”

녀석도 자신의 한계점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더 이상 신의 파편에 접근하면 잘못하다가 소멸될 거라는 점을.

그런데 마왕 헤르게니아가 봉인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이 정도는 조사하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마족 정도로는 봉인에 접근하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마왕 데칸 본인이 여길 직접 왔어야 말이 되는데…….

애초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목적이라면 이쪽이 당연할 텐데 말이지.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의 흐릿한 분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어떻게든 그녀와 접촉만 가능했다면 상관없었다는 거려나.

지금처럼 마왕 헤르게니아가 분신으로 돌아다닌다면 어차피 만날 수 없다는 제약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시점이 원래 그녀가 봉인에서 깨어나야 하는 시점보다 너무 이르다.

원래라면 한참 뒤에나 깨어났어야 정상이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그녀와 접촉하러 이곳에 들어왔다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족 베인을 떼어놓고는 마왕 헤르게니아와 계속 지하로 걸어 들어갔다.

날 빤히 바라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어느 순간 다시 입을 열었다.

“다 왔어.”

“여긴가?”

“응.”

그녀의 시선과 내 시선이 함께 우리 앞을 막고 있는 정면의 커다란 빛의 문으로 향했다.

거기다 하얀 백색의 기운들이 문틈 사이로 줄기줄기 흘러나와 사방으로 퍼지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흡사 그랜드 크로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런 풍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흐음. 이게 네가 말한 그거야?”

내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대답해 주었다.

“응. 이게 대천사의 결계야.”

그때 궁금증이 생겨서 다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었다.

“넌 여길 어떻게 지나온 거지?”

“분신?”

“그래.”

그러자 별것 아니라는 듯 그녀가 말했다.

“분신은 바깥에서 만들면 돼.”

“음. 여길 지나온 적은 없다는 거네.”

“분신으로 지나갔다가는 바로 소멸이야.”

여기가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겠고.

일단 마왕 정도가 아니라면 이곳을 지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뜻일 테다.

곧장 입고 있던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를 벗어 버렸다.

그러자 그나마 있던 저항마저 몸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흐음. 한번 지나가 볼까나.”

“조심해.”

“지금 걱정해 주는 건가?”

내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의 얼굴이 당황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누가!”

한 번 빼액 소리를 지른 그녀가 곧 말을 이었다.

“네가 잘못되면 날 꺼내 줄 마왕이 없잖아!”

“그렇긴 하지.”

혹시라도 1군단장인 마왕 데칸이 여기까지 직접 올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온다고 하더라도 나와 달리 그놈은 마족들을 줄줄이 달고 움직여야 할 테니.

그럼 천사들의 감시망에 걸릴 게 뻔하다.

당연히 대천사들도 손 놓고 구경만 하진 않을 테고.

우르르 몰려들어서 오히려 여기서 성마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잠시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빛의 문을 향해 걸어가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경고를 토해 냈다.

《 대천사의 결계를 통과할 자격이 없습니다. 》

《 대천사의 결계가 침입자의 접근을 차단합니다. 》

대천사의 결계인 빛의 문에서 하얀빛들이 잔뜩 퍼지더니 곧 내 몸을 가두어 버렸다.

그런데 딱히 내게 위해를 가한다기보다는 그냥 내 접근을 막는 정도 선에서 그쳤다.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바로 몸을 빼버렸을 테지만.

깜짝 놀란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 옆으로 바쁘게 뛰어다녔다.

“괜찮아?”

“아직까지는? 그런데 이거 꽤 귀찮게 구는데?”

전에 마신의 파편에 접근할 때는 아마 마왕이 함께 있어서 접근이 가능했던 것 같은데.

반대로 이곳에서는 대천사 정도가 있어야 그런 접근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이건 일단 대천사의 결계이니까.

혹은 내가 진짜 마왕이라 결계를 부수고 지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테고.

그런데 사실 난 마왕은 아니란 말이지.

마왕이라도 문제긴 한 게.

결계가 부서지면 대천사들이 바로 눈치챌 거다.

뭐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입가에 웃음을 보이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상한 놈 본다는 듯 날 바라봤다.

“지금 웃음이 나와? 결계는 어쩔 건데.”

그런 그녀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방법이 없진 않지.”

곧장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 대천사의 가호! 】

이게 확실히 먹힐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내가 가진 패 중에서는 지금 상황에 가장 알맞은 스킬일 터다.

곧 내 등 뒤로 빛의 날개가 퍼져나갔고.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도 울렸다.

《 대천사의 가호를 확인했습니다. 》

《 대천사의 결계를 통과할 자격이 있습니다. 》

《 대천사의 결계가 접근을 승인합니다. 》

역시 예상대로인가.

어렴풋이 이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잘 통하니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내 주변을 감싸던 빛의 결계가 싹 사라져 버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한껏 커진 눈으로 날 바라봤다.

“어? 너……?”

“말했잖아. 일단은 천사라고.”

이것도 뻥이긴 하지만.

그녀가 확인할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럼 지나가 볼까나.”

발을 옮겨 움직이자 아까와 달리 결계가 전혀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렇게 완전히 몸이 결계를 통과하자 바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몸을 충만하게 하는 빛의 기운이 내 몸을 꽉꽉 눌러 담는 것처럼 밀려들어 왔다.

휴.

이거 결계 밖과는 차원이 다른데?

아마 저 결계 자체가 이 힘이 세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뭔가의 역할도 하는 듯했다.

“왔어?”

빛의 결계를 건너오자 내 시선에 분신이 아닌 본체인 마왕 헤르게니아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 누가 들어온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아, 봉인된 지 수백년 됐다고 했었지.”

“봉인된 게 아니라 내가 뛰어든 거라니까?”

“확실히 그렇게 보이네.”

내 시야에 그녀뿐만 아니라.

커다란 빛으로 만들어진 결정체가 보였으니까.

과도할 정도로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는 저 물건이.

아마도 신의 파편일 것이다.

마왕이 미쳤다고 이런 봉인에 뛰어들겠냐.

빛이 몰아치는 봉인 속으로 말이지.

만약 마왕이 아니었다면 바로 소멸되었을지도.

잠시 근처를 걸어 다니면서 신의 봉인을 일일이 확인해 보았다.

결정체를 두고 원형으로 퍼져 있는 거대한 마법진들.

그런 마법진들이 수도 없이 복잡한 구조로 돌아가는 모습은 내가 봤던 전의 풍경과 거의 일치했다.

거기다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까지도.

곧 확신이 서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똑같네.”

“응? 무슨 말이야?”

“아. 그냥 혼잣말.”

장소의 차이가 있을 뿐.

마신의 파편을 얻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양이다.

혹시나 싶어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저 신의 파편. 이곳의 힘을 빨아들이는 게 맞아?”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신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어?”

“전에 봤으니까.”

정확히는 마왕성 지하지.

“응. 맞아. 여기에 신의 파편이 있는 이유는 헤르마늄이 가득한 곳이니까.”

“확실히 신의 파편을 키우기에는 최적의 장소겠네.”

이거라면 마왕성 때와 달리 일일이 타르석을 구해서 들이붓지 않아도 된다.

이 장소 자체가 빛의 힘을 계속 몰아 줄 테니.

거의 자동 충전기라고 해야 하나?

“자, 그럼 한번 작업해 볼까?”

그리고는 정령신의 검인 르아 카르테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바로 금속의 정령이 소환되었고.

나오자마자 주변을 살펴보고는 깜짝 놀란 듯 외쳤다.

“와! 신의 파편이다아!!”

그런 금속의 정령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거 빼내 올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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