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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44화 (1,132/1,404)

#1144화 성마대전 시대 마왕과의 조우 (4)

2기사단장은 마치 욕심이 없는 듯 잔잔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이건 대놓고 가져다 바치라는 뜻과 다름없었다.

녀석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자 곧장 재중이 형이 옆으로 달려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불멸> 이 새끼. 지금 삥 뜯으려고 하는 거냐?

<주호> 하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불멸> 개판이네. 정말. 확 뒤집어엎을까?

<주호> 저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는데.

설마하니 2기사단의 기사단장이 대놓고 이럴 줄은 나도 상상도 못 했다.

좀 좋아 보인다고 살려준 것을 까맣게 잊고 무기를 뺏으려고 하다니.

아마 동네 깡패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할 것 같다.

2기사단장이 마검을 내놓으라며 우리를 압박하자마자 2기사단 전체가 움직여서 우리 주변을 둘러쌓았다.

마치 다른 녀석들이 방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그런 2기사단의 움직임에 재중이 형을 제외한 우리 팀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쪽에서 막혀 버렸다.

<나르샤> 와, 이것들 완전 미친 것들 아냐?

<막내별> NPC가 이러는 건 처음 봐요.

<이쁜소녀> 어떻게 해요? 그냥 뚫어요?

<챠밍> 마법 미리 준비하고 있을게요.

<방패전사> 여차하면 밀고 들어간다.

그런 우리 팀 쪽을 바라보면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신호하면 바로 들어와요.

당장 내 손에 마검이 들려있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2기사단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뺏어내려고 할 것이다.

그걸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휴.

계획을 좀 수정하고 멀리 돌아가야 할 테지만.

어쨌든 한 번은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양손에 힘을 넣기 시작했다.

<주호> 형, 이쪽은 이제 버리죠.

<불멸> 역시 그렇게 가는 거냐.

<주호> 네, 굳이 더 잡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나와 재중이 형이 전투를 위해 자세를 잡는데.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2기사단의 블록을 손쉽게 밀고 들어오면서 나와 2기사단장 사이를 막아섰다.

그리고 그를 확인한 2기사단장의 눈썹이 확 치켜세워졌다.

못마땅한 듯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면서.

“지금 뭐하자는 거지?”

그러자 블록을 뚫고 들어왔던 녀석이 2기사단장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러는 넌 뭐 하자는 거냐? 쪽팔리게 말이야.”

“이 새끼가……!”

“왜 한 번 해보게?”

2기사단장의 앞을 막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7기사단장이었다.

7부기사단장인 로메로의 상관.

우직한 듯 짙은 눈매와 근육질의 몸매가 그의 성정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그간 한 번도 마주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로메로와 인연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친숙한 느낌이 드는 기분이었다.

마침 2기사단장을 막아서기도 했으니 조금은 점수가 올라갔다고 해야 하나.

슬쩍 고개를 돌리자 블록 바깥에서 로메로가 화가 나는지 막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야이! 새끼들아! 쪽팔리는 줄 알아야지. 우릴 살려준 녀석에게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무기를 뺏으려고 해? 너희들은 에센시아 기사단의 자긍심도 없냐?”

그 말에 2기사단 중 일부가 정말 쪽팔리는지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2기사단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로메로에게 반박했다.

“기사단의 자원은 모두 공유되어야 마땅하다!”

“황제를 지척에서 모시는 2기사단이 보다 나은 무기를 가지는 건 당연하지 않나!”

“감히 분수에 맞지도 않게 하위 기사단 따위가……!”

“방해하지 마라. 단장께 바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혀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을 마치 성전이라도 되는 것 마냥 줄줄이 읊는 모습을 보자 재중이 형도 혀를 찼다.

<불멸>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주호> 그러게요.

그런 2기사단의 모습에 로메로 역시도 어이가 없는지 외쳤다.

“이것들이 단체로 돌았나.”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주는 로메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때 2기사단의 블록이 또 시끄러워지면서 누군가가 다시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주호> 저건……?

<불멸> 호오. 새로운 인물의 참전인가?

7기사단장에 이어 좀 전까지 지켜보고만 있던 3기사단장이 블록을 뚫고 들어와 그들 사이에 섰다.

웨이브진 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여성 기사단장이 지나가자 차마 2기사단도 그녀를 막지 못하고 그대로 길을 열어주었다.

<주호> 7기사단장하고 대우가 다르네요?

<불멸> 으음. 전사. 3기사단장 특이점은?

그러자 재중이 형이 바로 전사 형에게 물어보았다.

이건 재중이 형도 모르는 듯 했으니.

<방패전사> 3기사단장이라면…… 루벤 공작의 직계입니다. 에센시아 제국의 현 실세죠.

루벤 공작?

언제 한 번 흘리듯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곧 전사 형의 설명이 이어졌다.

<방패전사> 에센시아 제국을 유지하고 있는 세 기둥 중에 한 명이죠. 세력만으로 치면 어지간한 귀족가는 명함도 못 내밀 겁니다. 다른 왕국으로 가면 거의 왕족과 동급이라고 보면 되고요.

<불멸> 그렇단 말이지?

<방패전사> 그녀가 괜히 3기사단장이겠습니까.

<불멸> 실력으로만 뽑은 건 아니라는 건가?

<방패전사> 아까 보셨잖아요. 실력도 좋습니다.

<불멸> 흠. 그렇긴 하네.

확실히 다른 기사단장과 함께 타락 천사를 막아섰으니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게 맞았다.

거기다 뒤에 실세라는 루벤 공작이 존재하니.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3기사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와 재중이 형.

그리고 시선을 돌려 2기사단장과 7기사단장을 쳐다보았다.

마치 차가운 기운이 이곳에 내리는 것처럼 얼어붙은 분위기는 모두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불멸> 호오. 카리스마도 있고. 나쁘지 않아.

<주호> 저 2기사단장조차 말이 없네요.

저 안하무인의 2기사단장이라면 하위 넘버인 3기사단장에게도 막 대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할 말을 참는 듯 그대로 멈춘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가 결국 입을 열었다.

“2기사단장.”

그녀가 정말 다른 말은 전혀 붙이지 않고 단순히 2기사단장을 호명했을 뿐인데 2기사단장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결국 한숨을 쉬면서 녀석이 대답했다.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네가 있을 자리는 더더욱 아니지.”

한마디 말로 지금 상황을 그녀가 바로 일축해 버리자 다시 2기사단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바로 이를 까드득 갈고는 내 쪽을 노려보았다.

“젠장. 이대로 넘어갈 거라 생각하지 말아라.”

욕망 가득한 눈빛을 감추지 않고 내게 경고를 한 2기사단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발을 박차고 돌아섰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불멸> 어딜 가나 빽이 좋긴 좋네.

<주호> 그런가요.

<불멸> 7기사단장에게는 불 같이 덤벼들던 녀석이 저 여자에게는 찍소리도 못하잖아.

<주호> 확실히 그렇게 보이긴 하네요.

황제 직속인 2기사단장 정도 되면 힘이 꽤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딱히 반항을 하지 못하는 듯 했다.

<불멸> 같은 기사단이라고 다 같은 등급은 아니라는 거겠지.

그런 재중이 형 말에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저 3기사단장이 나섰다면 이런 일조차 나오지 않았을 지도.

흐음.

3기사단이 후에 1황자의 세력으로 넘어간다고 했던가…….

그렇다는 건 루벤 공작이 대놓고 칼을 거꾸로 잡는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뭐 이것도 현 황제가 죽고 난 뒤에 벌어질 이야기라 아직은 적용될 문제는 아니긴 한데.

일단은 그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게 맞을 것이다.

반대로 7기사단은 3황자의 세력이 될 테고.

아직은 정해지진 않았지만.

미래의 1황자의 세력과 3황자의 세력 모두가 지금 합심해서 날 도와준 셈이려나?

뜻하지 않게 두 세력과의 연결고리가 생겨버린 듯했다.

그때 자리를 박차고 나간 2기사단장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던 3기사단장이 내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응?

뭐 할 말이 있는 건가?

그러자 곧 그녀가 내게 걸어오더니 말을 꺼냈다.

“일단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덕분에 수하들을 구했다.”

“그런가요.”

《 에센시아 3기사단장 아이라 루벤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조금 늦었지만 이건 아마도 자신과 3기사단을 구한 것에 대한 호감도 표시일 것이다.

흐음.

딱히 감사 인사를 받고 싶어서 한 일은 아닌지라.

오히려 내 필요에 의해서 한 일이다 보니 이 감사는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전혀 어렵지 않게 대답하는 날 보던 그녀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신기한 물건을 본다는 딱 그런 느낌이려나?

그러더니 약간의 조언을 해주었다.

“과한 물건의 주인은 언제나 위험에 처하는 법. 그대 스스로가 더 강해지도록 해라.”

그녀 역시 내가 들고 있던 마검이 심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것을 잘 아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마검에 전혀 눈독을 들이지도 않았다.

이 정도 무기라면 충분히 욕심을 낼 수도 잇을 텐데.

욕심이 없다기 보다는 정도를 지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내게는 그다지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기억해두도록 하죠.”

안 그래도 좀 더 강해질 필요는 계속 느끼고 있으니.

그러자 그녀가 한 마디를 더 붙였다.

“필요하다면 3기사단에 자리를 만들어두겠다.”

아.

이건 그건가.

아이라 루벤을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스카웃 제의인가요?”

딱히 무기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그걸 가진 나 자체를 포섭하고 싶은 듯했다.

“그렇게 들렸다면. 그리고 다시 2기사단장이 압박해 온다면 루벤 공작가를 팔아도 좋다.”

그 말에는 재중이 형이 약간의 감탄을 흘렸다.

<불멸> 호오. 이건 아예 자신이 우산이 되어 준다는 뜻인데?

<주호>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솔직히 이건 생각 이상의 호의였다.

당장 2기사단장만 봐도 호감도는 커녕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정말 후하게 보상을 해주는 셈이랄까.

아예 자신의 권력으로 우산을 만들어주는 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2기사단을 적대하는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때 옆에 서 있던 7기사단장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 왜 남의 떡에 침을 바르고 그러냐.”

《 에센시아 7기사단장 타룬 벡스터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늦은 쪽이 잘못이다.”

그런 아이라 루벤의 대답을 묘한 웃음으로 넘긴 7기사단장 타룬 벡스터가 내 쪽을 바라본 뒤 말했다.

“로메로에게 말은 많이 들었다. 직접 보기도 했지만 믿기지 않는군. 진작 알았다면 7기사단에 넣었을 텐데.”

날카롭게 날 바라보던 눈빛에는 인재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벡스터 후작가 역시 너를 보호하도록 하지. 원한다면 언제든지 도움을 청해라.”

으음.

7기사단장 쪽은 후작가인가.

이쪽도 원래라면 접근하기 힘든 케이스일 텐데.

이번 일 덕분에 호감도가 대폭 올라 대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타룬 벡스터와 아이라 루벤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게 보였다.

마치 서로 날 데리고 가려고 하는 딱 그런 그림이랄까.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불꽃이긴 한데 말이지.

그런 둘을 보면서 웃음을 보였다.

저 둘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속마음을 담으며.

그래.

너희 둘은.

내가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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