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화 성마대전의 시작 (13)
진(眞) 토르.
이건 예전에 고대 드워프 왕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성마대전 시대에서는.
한 영웅의 무구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진(眞) 토르는 마 속성을 누르는 성 속성의 극을 달리는 무기였다.
또 하나.
이 무기의 연원은.
다름 아닌.
천사 진영이었다.
과거 시대에 천사들 중 누가 영웅에게 전달했는지는 나와 있진 않지만.
아무튼 이 진(眞) 토르 자체가 이 시대에서는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무기의 성능은 둘째치더라도.
그야말로 성 속성을 들이부은 아이템이니.
<불멸> 호오, 저게 있었지?
<주호> 네, 저도 잊고 있었네요.
올펠 풀 플레이트가 마왕의 방어구라면.
반대로 이 진(眞) 토르는 천사 진영의 무기였다.
이건 분명히 저 드워프 장로인 맥크라이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쁜소녀가 진(眞) 토르를 꺼내들자마자 맥크라이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하더니 마치 이쁜소녀에게 절이라도 할 것처럼 앞으로 튀어나왔다.
“헤르마늄이 통짜라니!!”
헤르마늄?
그 말을 듣자마자 재중이 형과 눈을 마주치자 재중이 형 역시도 몰랐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거 참. 가까운 데 놔두고 찾아다닌 거려나?”
“그러게요.”
설마하니 저 진(眞) 토르가 통짜 헤르마늄이라니…….
솔직히 이건 맥크라이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계속 몰랐을 확률이 높았다.
바로 이쁜소녀에게 물었다.
<주호> 알고 꺼낸 거야?
내 물음에 이쁜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붕붕 돌렸다.
<이쁜소녀> 아뇨. 전혀 몰랐어요.
<주호> 하하…….
<이쁜소녀> 그냥 진(眞) 토르가 예전에 천사들 무기라는 말을 들어서 꺼내봤는데. 잘 됐어요?
<주호> 으음. 아마도? 아니다. 지금 상황에선 최고의 대처였어.
<이쁜소녀> 헤헤. 칭찬 받았다.
정말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인가.
뭐 과정이 어쨌든 당장 맥크라이의 반응만 봐도 이쁜소녀의 이 한 수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헤르마늄이라는 말을 하고 난 뒤에는 아주 침을 질질 흘리면서 이쁜소녀에게 달려가려는 것을 내가 중간에서 막아섰다.
“아니……! 왜?!”
“눈빛이 위험하다고 할까요?”
“흠흠……!”
“일단 접근 불가입니다.”
내 제지에 잠시 정신을 차린 맥크라이였지만 여전히 그 시선은 매섭게 이쁜소녀에게 닿아 있었다.
뭔가 강력하게 갈망하는 눈빛으로.
“어떻게 한 번만 좀 보면 안 되겠나? 내가 통짜 헤르마늄으로 만든 무기는 처음 봐서 그래.”
“불가.”
“끙…….”
두 번 연속 막혔지만 여전히 맥크라이의 눈빛은 진(眞) 토르를 보고야 말겠다는 욕망이 가득했다.
그때 레오나 에센시아가 다가와서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대체 저 황금빛 해머가 뭐길래 그렇게까지…….”
“아, 황녀님. 헤르마늄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네. 알고 있죠.”
“그 헤르마늄이 이 에센시아 제국에서도 얼마 없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죠?”
“그만큼 귀하니까요. 광산 하나를 얻어도 정말 소량밖에 안 나오잖아요. 타이탄의 구동에 쓰이기도 하고요.”
흠.
헤르마늄이 타이탄에도 쓰는 거였나?
그렇다면 정말 귀할 수밖에 없을 거다.
얻는 양이 적은데 쓸 곳이 많다면.
“네, 그런데 그런 헤르마늄이 무려 저 무기의 크기만큼 있습니다. 그리고 저 크기의 무기를 만들려면 헤르마늄 소형 광산 한 개를 통째로 갈아 넣어야 할 겁니다.”
그 말에 레오나 에센시아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솔직히 방금 저 말에는 우리 역시도 놀랐고.
재중이 형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내게 농담하듯이 말했다.
<불멸> 우리 그냥 저거 팔고 튈까?
<주호> 꽤 혹하네요.
설마 진(眞) 토르에 들어간 헤르마늄이 그 정도까지 값어치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지금 맥크라이가 말한 것만 들어보면 어지간한 광산 하나랑 맞먹는 모양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통째로 한 무기에 갈아넣는 경우도 흔치 않는 듯했다.
<불멸> 이래서 고대 드워프 왕이 그렇게 안 내어주려고 했었나?
<주호> 그런가 봐요.
거의 뺏다시피 가져온 거긴 한데.
덕분에 지금 맥크라이의 머릿속에서 올펠 풀 플레이트에 대한 생각은 까마득하게 지워져 버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올펠 풀 플레이트보다 진(眞) 토르에 더 관심을 가져 버렸다고 할까.
그래도 여기서 확실하게 집고 넘어가긴 해야 한다.
저 녀석이 나중에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니까.
바로 맥크라이에게 올펠 풀 플레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베르탈륨으로 만든 방어구죠.”
내 말에 맥크라이의 시선이 올펠 풀 플레이트로 돌아가더니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쪽은 헤르마늄으로 만든 무기고요.”
이번엔 맥크라이의 시선이 진(眞) 토르로 돌아갔다.
역시나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소속이 어딘지 궁금해져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건 확실히 따지는 거다.
아까의 맥크라이의 태도를.
분명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우리가 마왕과 관련 있는 자들이라고 말하려고 했을 테니.
내 단호한 말투에 순간 맥크라이가 당황하더니 곧 헛기침을 하면서 내 시선을 피했다.
“흠흠. 그건…… 내가 너무 놀라서 그랬지. 어디 베르탈륨으로 만든 방어구가 흔한가…….”
“그리고 헤르마늄으로 만든 무기도 흔하진 않죠.”
“큼.”
“드워프의 장인인 분이 고작 무기나 방어구의 재료를 가지고 소속을 가르려고 하면 안 되겠죠?”
뼈를 때리는 말에 맥크라이가 곧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흠흠. 그건 확실히 내가 실수했군. 사과하지.”
《 드워프 장로 맥크라이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아마 이건 맥크라이가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반대로 호감도가 올라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뭘 꺼내더라도 이런 식은 곤란합니다.”
“잘 알고 있네. 드워프들에게 전부 주의시키지.”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레오나 에센시아를 바라보았다.
이건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이었다.
그러자 그녀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답니다. 당장 주호 왕자가 마검 같은 물건을 꺼내더라도 문제 삼지 않겠어요. 전 기사단 전체에 주의시키겠어요. 제가 괜찮다고 해도 기사단은 아니니까요.”
그 말에 속으로 잠시 뜨끔했다.
옆에서 재중이 형은 재밌다는 듯 웃어 버렸고.
<불멸> 진짜 앞에서 마검 꺼내면 재밌겠는데?
<주호> 방금 해볼까 잠깐 고민했었어요.
어차피 나중에 보여줘야 할 텐데.
굳이 지금 꺼내서 레오나 에센시아를 놀리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었다.
날 바라보던 레오나 에센시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보다 어떻게 이런 무구들을 가지게 됐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한 편에는 베르탈륨으로 만든 올펠 풀 플레이트.
다른 한 편에는 헤르마늄으로 만든 진(眞) 토르가 있었다.
보통은 이렇게 극성이 다른 아이템을 동시에 가진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 레오나 에센시아의 물음에 잠시 고민 하다가 미리 생각해놓은 대답을 내어놓았다.
“한쪽은 얻었고, 다른 한쪽은 뺐었다고 해두죠.”
그러자 레오나 에센시아가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역시 영웅이 될 자질이 있는 분이셨어요.”
응?
아닌데?
왠지 내가 말한 것을 잘못 이해한 듯해서 정정해 주려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불멸> 쟤 분명히 얻은 게 진(眞) 토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주호> 아마도요? 그리고 뺏은 건 올펠 풀 플레이트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정확하게는 고대 드워프 왕에게 뺏은 거지만.
알아서 오해를 해준다면 뭐 이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저렇게 알고 있는 편이 앞으로 더 편해질 테니.
굳이 정정해줄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다시 맥크라이를 쳐다보자 맥크라이 역시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암. 이런 빛의 무구를 가지고 있는 이가 잘못된 길을 걸을 리가 없지. 영웅이 될 자격이 있어.”
이젠 맥크라이의 태도도 완전히 돌아서서 당분간 문제는 없을 듯 했다.
“흠. 그래서 저건 내가 좀 볼 수 없겠나?”
아직 미련을 못 버린 맥크라이를 보고선 이쁜소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때?”
“으음, 전 괜찮아요.”
그러자 맥크라이가 냉큼 달려가서 이쁜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딱 한 번만 보겠네.”
“천천히 봐요.”
어차피 맥크라이가 유저의 아이템을 들고 튈 수는 없는 노릇이라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그렇게 진(眞) 토르를 감정하던 맥크라이의 눈빛이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어…… 이건…….”
워낙 맥크라이가 놀라는 표정이라 이쁜소녀가 오히려 놀라면서 물어 보았다.
“왜요? 뭔가 이상해요?”
“자네. 이걸 대체 어디서 얻은 건가?”
“음. 그건 비밀인데.”
너네들의 왕한테 강제로 뺏었다는 말을 하기에는 이쁜소녀가 그렇게 모질지는 못했다.
“흠. 아무래도 드워프 왕의 숨결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왕께서는 이런 물건을 만든 적이 없어.”
“그런 것도 알 수 있어요?”
“그렇지. 드워프가 만든 모든 무구에는 고유의 문양이 남아 있으니까.”
솔직히 저것까지는 우리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맥크라이에게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이거 아무래도 천사들의 무구인 것 같은데…… 그것도 대천사급의.”
“네?”
그리고는 확신한다는 듯 이쁜소녀에게 말했다.
“이 무구는 원래의 모습이 봉인되어 있어. 혹시 자네에게 이 무구를 준 자에게서 따로 들은 게 없나?”
있을 리가 있나.
강제로 뺏어온 건데.
이쁜소녀도 당황하면서 바로 고개를 저었다.
“흠. 이렇게 봉인되어 있으면 헤르마늄의 성능을 거의 살리지 못하는데 말이지. 이 귀한 헤르마늄을 통으로 써서 만든 무구를 그냥 두들겨 패는 몽둥이처럼 쓰고 있으니 쯧쯧.”
그 말을 듣고는 당황한 듯 바로 이쁜소녀에게서 도움 요청이 날아왔다.
<이쁜소녀> 오빠.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
<주호> 흠. 나도 모르겠다. 전혀 생각도 안 해봤던 문제라서.
설마하니 이미 토르에서 진(眞) 토르로 진화한 무기가 오히려 봉인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맥크라이의 태도를 봐서는 거의 확신에 찬 분위기라 아니라고 하기에도 이상하고.
이러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만약 정말 저 진(眞) 토르가 대천사급의 무기라면.
거의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와 동급이라는 말이 되는데.
대천사급의 무기가 어디 흔한 것도 아니고.
거기다 그 정도의 무기로 바꿀 수 있다면 이쁜소녀의 전력이 확실하게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맥크라이. 어떻게 해야 그 봉인을 풀 수 있습니까?”
내 물음에 좀 더 진(眞) 토르를 살펴보던 맥크라이가 곧 대답을 내어놓았다.
“공짜로?”
이런…….
하여간 NPC들은 공짜라는 게 없다.
하지만 저렇게 제안을 했다는 건 확실히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여기서는 배팅을 확실하게 해야겠지.
“뭘 원하십니까?”
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어지간한 물건을 내어줄 생각으로 물어보자 맥크라이가 곧 대답했다.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또 다른 대천사의 무구.”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