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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96화 (1,084/1,404)

#1095화 성마대전의 시작 (3)

귀족 작위가 따기 힘든 만큼.

그 효과는 확실했다.

타란 제국의 귀족이 되어 화련이 수여받은 영지에서 나는 물건 중 대부분은 화련의 소유로 인정된다.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 같은 경우야 당연히 해당 습득 유저의 소유지만.

영지에 포함된 광산 같은 특수한 영역에 대해서는 영주가 허가하지 않으면 애초에 입장 자체도 불가능하다.

당연히 이번에 화련이 공략하려는 장소 역시도 영지의 영주인 화련의 허락 없이는 접근조차 안 된다.

우리가 정보를 안다고 해서 그걸 빼돌릴 순 없다는 거지.

화련에게 영지전을 걸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야.

그런데 우리는 타란 제국의 영지를 가지고 있는 귀족이 아니었다.

일단 겉으로는 로가슈 왕국의 왕자니까.

만약 내가 화련의 영지를 공격하게 된다면…….

그건 바로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타란 제국 입장에서는 화련 영지에 대한 위협이 로가슈 왕국의 침략으로 보여질 테니까.

뭐 화련이 내가 로가슈 왕국의 왕자 행세 중이라는 건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화련의 영지에서 뭔가 이득을 보려면 결국 화련과 협의를 봐야 한다.

그리고 난 화련의 저 요구를 해결해 줄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굳이 내가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말이지.

아주 당당하게 화련에게 베르탈륨을 요구하자 화련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어왔다.

<희연> 네가 고대 마룡을 처리할 수 있다고?

<승호> 좀 어렵긴 해도. 아주 불가능하진 않죠.

<희연> 너, 아무리 잘 싸워도 이 고대 마룡은 차원이 달라. 성마대전 중반기가 넘어서야 나오는 녀석이라고.

안다.

우리가 잡은 아크 드래곤이 에센시아 제국을 침략하는 마왕군의 중간 보스급이 된다면.

반대로 이 고대 마룡은 타란 제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어주는 녀석이었다.

아크 드래곤과 더불어 일반 유저들 사이에선 처리 불가능할 수준의 네임드.

국가가 나서도 밀려버리는 판에.

현 시점에서는 몇몇 유저들이 모여서 이 녀석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 셈이었다.

화련도 그걸 너무 잘 알기에 영지를 얻었음에도 공략의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만약 가능했다면 우리에게 말하기도 전에 공략했을 테니.

이거 도저히 믿어줄 모양새가 아닌데?

내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힘들다는 것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화련에게 한 가지 사실을 흘렸다.

<승호> 으음. 어차피 화련이 타란 제국의 귀족이 되었다면 빠르든 느리든 정보는 넘어갈 거예요.

<희연> 무슨 정보 말이야?

<승호> 혹시 아크 드래곤이라고 알아요?

<희연> 아크 드래곤? 그거 나중에 에센시아 제국을 침범하는 마왕군 보스급 네임드 아냐? 갑자기 그건 왜…….

잠시 말이 없던 화련이 곧 어이없다는 듯 이어서 물었다.

<희연> 이런 생각하는 내가 정말 어이없긴 한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야. 너 설마 아크 드래곤을 잡았다거나 한 건 아니지?

와.

눈치 보소.

거의 불가능한 일을 이어 맞추는 능력은 충분히 감탄할만 했다.

<승호> 왜 그렇게 생각해요?

<희연> 아니면 갑자기 네가 아크 드래곤을 언급할 이유가 없으니까.

아주 근거 없이 물어본 건 아니었네.

<희연> 아니야. 이건 내가 미쳤지. 성마대전 시대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아크 드래곤이야.

자신이 말해 놓고도 말도 안 된다는 듯 바로 철회하는 화련에게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승호> 아크 드래곤. 잡았어요.

<희연> 장난치지 말고.

<승호> 장난 같아요?

<희연> ……하. 미친.

그러고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희연> 진짜? 그 거짓말 진짜야?

<승호> 으음. 왜 이렇게 못 믿으실까나. 그간 내가 믿음을 별로 못 주었나 봐요.

<희연> 맨날 뒤통수만 치는 놈을 뭐로 믿…….

음.

평가가 너무 적나라해서 마음 한구석이 찔린다.

화련이 내게 당한 게 좀 많았어야지.

내가 답이 없이 기다리고 있자 곧 화련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희연> 하아…… 난 그냥 장난으로 물어본 거였단 말이야. 그런데 바로 다큐로 들어오면 어이없잖아.

이제 좀 현실감이 잡히는 듯했다.

<희연> 이건 뭐…… 성마대전 시작도 하기 전에 끝판왕 잡고 시작한 셈이네.

<승호>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희연> 네가 미친놈인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미친놈일 줄은 정말 몰랐어.

<승호>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일 이야기 좀 하죠. 베르탈륨. 얼마나 넘겨줄 수 있어요?

<희연> 너 정말 고대 마룡을 잡을 생각이구나?

<승호> 그러려고 제게 제안한 거 아니었어요?

<희연> 당장 해달라는 소리는 아니었지. 아직 구상만 했단 말이야. 이러면 계획을 전부 뒤엎어야 하는데.

아마 화련도 성마대전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뒤에야 공략할 예정이었던 것 같았다.

내게는 미리 예약을 잡아둔 거고.

<희연> 좋아. 정말 지금 이 시점에서 고대 마룡을 정리할 수 있으면. 베르탈륨 광산의 지분 6할 넘겨줄게.

역시 광산이었나?

타란 제국에서 그간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마 입구가 지하에 묻힌 형태일 것이다.

<승호> 광산 지분의 9할 주시죠. 일은 우리가 다하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죠.

<희연> 야! 나도 이 영지 얻는데 돈 많이 썼단 말이야. 그거 홀라당 다 주면 뭐가 남아.

<승호> 아. 그러면 7할 받고 고대 마룡은 제 쪽에서 가지는 걸로?

<희연> 와, 칼만 안 들었지 강도네. 강도.

<승호> 아니면 당분간 손가락만 빨고 있던가요. 성마대전 중반기쯤 되면 베르탈륨의 가치도 많이 떨어질 텐데…….

베르탈륨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화련이 저렇게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걸 고려해 봤을 때.

분명히 이후에 나올 어떤 고가 장비 템의 재료가 될 것이다.

아다만티움이나 초결정 하르석 같은.

급수가 상당히 높은 재료를 쓴 아이템들.

물론 그런 아이템들은 성마대전 중반에 가서도 충분히 그 효용 가치가 높겠지만.

그 아이템을 당장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이제 겨우 성마대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런 아이템을 가지고 싸운다면 과연 그 값어치가 얼마나 될까.

무기가 잘 박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갈라 버리는 수준이 된다면?

한참을 고민하던 화련이 이내 졌다는 듯 말했다.

<희연> 일단 잡기만 해. 조건대로 해줄 테니까.

<승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런데 고대 마룡에 대한 지분은 요구하지 않아요?

<희연> 됐어. 어차피 내 손으로 잡지도 못하는데.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진 않거든. 대신 아이템 나오면 최우선적으로 내게 팔아.

<승호>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희연> 한 번 잡아봤으면 다음에 리젠할 때 또 잡으면 되겠지.

아마 화련은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싶은 듯했다.

성마대전 시대에는 한 번 죽으면 끝이니.

그리고 두 번째 공략부터는 장비가 월등히 좋아지니 조금은 난이도가 내려가겠지.

흐음.

일단 화련이 승낙은 했고.

그럼 이번에는 어쩐다.

아크 드래곤이야 에센시아 제국의 전력을 들이부어 잡았는데 타란 제국에서 그게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타란 제국의 황제가 내게 우호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제국의 안위 자체가 위험해서 무작정 무상으로 가져다 쓴 것과 우리가 부탁해서 지원을 받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갭이 존재한다.

한쪽은 공짜고.

다른 한쪽은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하니까.

그리고 만야 그렇게 공을 들이고도 고대 마룡을 놓치게 되면 정말 답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식으로 진행해 볼 생각이다.

최대한 투자비용을 줄이면서.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최강의 패를 가져다 쓸 수 있게끔.

아마 재중이 형이 들으면 또 큰일 만들어왔다고 웃으려나?

<희연> 그럼 언제 작업 할 거야?

<승호> 흐음. 일단 이쪽도 스케줄이 밀려 있어서요.

<희연> 에센시아 제국에서? 굳이 작위도 없는데 거기서 뭐 하려고?

<승호> 으음. 저 이래 봬도 왕자입니다만.

<희연> 뭐? 왕자? 무슨 헛소리야.

아.

이 이야기는 안 했었지.

<승호> 아, 그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일단 이쪽에서 공략해야 할 던전도 있고요. 그다음에 연락드리도록 하죠.

<희연> 이게 누군 안 바쁜지 알아?

<승호> 알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가죠. 마침 타란 제국에 갈 일도 있어서요.

<희연> 그래? 그럼 연락 제대로 받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귓속말이 안 되더라.

<승호> 아.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이건 불편하니까 곧 풀어 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과거 시대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곧 화련과 연락이 끝나고 난 뒤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재중> 어? 안 쉬고 웬일이냐?

<승호> 아, 형. 그게…….

그리고 그간 화련과 했던 이야기를 재중이 형에게 해주었다.

<재중> 이야. 이번에는 고대 마룡이냐.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다?

<승호> 형이 들고 있는 그거 아니에요?

사실 이건 어느 정도 감으로 맞춘 거다.

화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재중> 마룡의 창?

<승호> 네. 그 마룡의 창. 고대 마룡에게서 나온 물건 아닐까요?

<재중> 뭐. 대충 이름이 같긴 한데…….

그러더니 곧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재중> 이거 하나 믿고 제안을 수락한 거야?

<승호> 설마요.

아무리 재중이 형의 무기가 좋다고는 한들.

그리고 그 아이템의 상성이 고대 마룡과 맞는다고 하지만.

단순히 아이템 하나 믿고 진행하기에는 일의 크기가 너무 컸다.

<재중> 그래. 아크 드래곤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 생각해 놓은 건 있고?

<승호> 으음. 될지 안 될지는 확실히 모르겠는데. 일단 우리에게 최강의 패가 하나 있긴 하잖아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재중이 형이 다시 말했다.

<재중> 그게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그 패와 같은 거냐?

<승호> 네. 하나뿐이죠.

<재중> 나쁘지 않네. 잘 되면 생색도 내고. 이득은 이득대로 얻는다라. 잘하면 손도 안 대고 코 풀겠는데?

<승호> 그래도 하는 척은 해야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화련의 제안을 받은 건 절대 아니었다.

베르탈륨 광산에서 고대 마룡을 잡아내거나.

최소 몰아낼 자신은 있으니까 시작한 것이다.

<재중> 원래 다음 일정은 성마대전에 가려던 거였는데 말이야. 곧 유저들이 밀어닥칠 거니까.

<승호> 네, 그래도 이쪽이 더 확실할 것 같아서요.

<재중> 그래. 잡을 수만 있으면 훨씬 좋지. 타란 제국에도 한 발 걸칠 수 있을 테고. 애들에게는 내가 따로 전해둘게.

<승호> 아, 그런데 베르탈륨이라고 알아요?

<재중> 그때 전사가 말해 줬는데 벌써 잊었냐?

<승호> 네?

워낙 스치듯 정보를 봐서 아마 그냥 넘긴 듯했다.

아마 얻을 확률이 너무 낮아서 지나간 모양.

<재중> 그거 우리가 바로 쓰진 못해도. 마왕들은 환장하는 물건이다. 아다만티움만큼이나 마왕들이 원하는 물건이기도 하고.

설마 그런 물건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승호> 그럼 무조건 얻어야죠.

최소한 마왕들과의 거래로 써먹을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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